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고창 봄여행, 청보리밭 초록 물결 지나 붉은 철쭉 흐드러진 성곽 한바퀴

by 혜강(惠江) 2018. 4. 27.


고창 봄여행


청보리밭 초록 물결 지나, 붉은 철쭉 흐드러진 성곽 한바퀴



고창 = 강정미 기자



상춘객 발길 잡는 청보리밭

축제 내달 13일까지. '학원농장' 100㏊ 보리밭 초록의 향연 즐길 수있어
소·양떼 먹이주기 체험 '상하농원' 동물농장도 인기

고창읍성 '답성 놀이'
머리에 돌 이고 성 한바퀴 돌면 다릿병 낫는다고 하고
두바퀴 돌면 무병장수 세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 해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청동기시대 대표 무덤, 탁자식·바둑판식 1600기 이상 모여있어

천년고찰 품은 선운산
선운사 둘러싼 동백숲, 높이 6m 넘는 동백나무 빽빽 4월에 붉은 동백꽃 볼 수 있어


갯벌 생태 체험

아름다운 풍경뿐, 생물학적 가치도 인정받는 살아 있는 생태의 보고




봄은 다채로운 색으로 세상을 물들인다. 청보리밭 펼쳐진 고창의 봄은 초록빛으로 짙게 물들었다. 싱그러운 청보리밭 유유히 걸으며 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고창 학원농장이 붐비기 시작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키 자란 청보리가 끝없이 펼쳐진다. 바람은 이따금 불어와 청보리를 흔들어댄다. 그때마다 청보리밭엔 초록 물결이 일렁인다. 사라락거리는 소리가 음악처럼 귓가를 울려댄다. 유난히 푸른 하늘은 아찔하다. 싱그러운 풍경에 취해 있자니 '그래, 이게 봄이구나' 싶다.

봄은 다채로운 색으로 세상을 물들인다.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지난 21일부터 청보리밭축제가 시작되면서 고창을 찾는 상춘객이 늘기 시작했다. 붉은 철쭉 흐드러지게 핀 고창읍성도 고창의 봄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오색 찬란한 고창의 봄 풍경을 찾아 떠났다. 풍경만큼 푸근한 인심과 역사의 흔적, 색다른 체험도 풍성하다.



              



초록 물결로 만끽하는 봄

청보리밭 입구에 들어선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탄성을 내뱉는다. 푸른 하늘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청보리밭을 마주하고서다.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063-564-9897)의 청보리밭 규모는 100㏊에 달한다. 이삭이 패기 시작한 청보리 사이를 걷는 동안 탄성은 더 커진다. 청보리가 바람에 흔들려 물결칠 때면 마음에도 물결이 인다. 4월 중순부터 이삭이 패기 시작해 5월 중순 누렇게 익기 전까지 초록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 따라 걷다 보면 청보리 사이를 날아다니는 흰나비, 잠자리도 친구가 되는 듯하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봄을 즐기기 좋다.

학원농장에선 계절마다 경관용 작물을 재배한다. 봄에는 청보리가, 여름엔 해바라기가, 가을엔 메밀꽃이 자라 풍경을 바꾼다. 수려한 경관 덕에 드라마나 광고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했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메밀꽃밭도 여기서 촬영했다. 지금도 남아있는 도깨비 촬영 세트는 여전히 인기다.

청보리가 무르익는 이맘때면 일대에서 '청보리밭축제'가 열린다. 지난 21일 시작된 축제는 다음 달 13일까지 계속된다. 먹거리부터 놀거리, 문화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청보리밭 너머 드넓게 펼쳐진 노란 유채꽃밭의 운치도 놓치면 아쉽다. 



농촌을 체험해볼 수 있는 테마공원 상하농원. 동물에게 직접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물 농장은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인기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청보리밭은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 상하농원(1522-3698)에서도 만날 수 있다. 청보리와 제철 채소, 농작물이 자라는 텃밭과 이국적인 벽돌 건물, 초원 위를 뛰노는 젖소와 양떼 어우러진 풍경이 이색적이다. 2016년 4월 문을 연 상하농원은 농촌체험형 테마공원이다. 유럽의 시골 농원 같은 풍경 속에서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보고 만지고 음식을 만들며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체험도 있다. 햄, 빵, 잼, 치즈 등 공방에서 직접 생산한 유기농 제품들로 차려낸 한 끼 식사를 맛볼 수도 있다. 상하농원 제품과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고창 특산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파머스마켓도 갖췄다.

아이들에겐 동물 농장이 인기다. 따스한 햇살 아래 초원 위를 자유롭게 뛰노는 젖소와 양, 미니돼지에게 직접 먹이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양떼목장(오전 11시 30분·오후 2시)에서 건초 먹이 주기, 유기농목장(낮 12시 30분·오후 3시)에서 송아지 우유 주기 체험이 진행된다. 소시지, 블루베리 머핀, 찹쌀 케이크 만들기 체험 행사도 인기인데 예약이 필수다. 조만간 숙박 가능한 파머스빌리지가 문 열면 하룻밤 묵으며 농촌을 체험하는 색다른 경험도 가능해진다. 연중무휴, 5월부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권 대인 8000원, 소인 5000원.  



고창읍성 성벽 따라 흐드러지게 핀 붉은 철쭉이 장관이다. 봄마다 화려하게 변신하는 읍성 한 바퀴 돌며 고창 풍경 바라보면 시간 여행하는 기분도 든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고창 역사 따라 시간 여행

고창읍성의 봄은 어느 계절보다 화려하다. 둘레 1684m의 읍성을 둘러싸고 흐드러지게 피는 붉은 철쭉 때문이다. 조선시대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방장산을 둘러싼 성벽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돼 있다. 거칠게 다듬은 자연석으로 쌓은 성벽 따라 철쭉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고창읍성은 예로부터 '답성놀이'로 유명하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 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성벽 위를 걸어 성을 한 바퀴 도는 데는 30분이 소요된다. 성벽이 높고 길이 좁아 조심해서 걸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붉은 철쭉이, 한편으로는 무성한 소나무 숲이 펼쳐져 눈호강에 발길 가벼워진다. 고창읍 풍경도 조망할 수 있는데 시간 여행을 하듯 과거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기분이 색다르다. 현재 북문과 동문 사이 일부 구간이 공사 중이라 우회해야 하지만 고즈넉한 성 안 풍경에 돌아가는 길도 즐겁다. 야경도 아름답다. 천천히 걸으며 포근해진 밤 공기와 꽃향기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청동기 시대 대표 무덤 양식인 고인돌. 고창에는 1600기가 넘는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이 밀집해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고창 하면 고인돌을 빼놓을 수 없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대표 무덤 양식으로 우리나라에 3만기 이상 분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 전북에만 2600기 이상 분포하는데 이 중 고창지역에 63%가 넘는 1600기 이상의 고인돌이 밀집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로 고창의 고인돌은 2000년 인천 강화, 전남 화순 고인돌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아산면 상갑리, 고창읍 죽림리와 매산리, 송암리 2㎞에 걸쳐 운집해 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탁자식, 바둑판식 등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고인돌이 펼쳐지는 진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고인돌박물관(063-560-8666)은 고인돌과 청동기 시대 생활상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돼준다. 박물관 관람 뒤 총 6코스로 나뉜 고인돌 유적을 둘러보면 된다. 차량 출입 제한돼 도보로 둘러봐야 하는 유적지는 고인돌 탐방 열차인 '모로모로 열차'를 타고 둘러볼 수도 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총 7번 운행된다. 고인돌이 완만한 대지에 운집해 있어 천천히 걸으며 봄빛 품은 평화로운 주변 경관을 즐기는 것도 좋다. 청동기시대 생활상을 재현해 다양한 체험 가능한 죽림선사마을도 함께 둘러보자. 오전 9시에서 6시까지. 입장료 대인 3000원, 어린이 1000원.



선운산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선운사의 고즈넉한 풍경.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선운산 깊은 운치 속으로

선운산의 원래 이름은 도솔산이었다. 선운사가 유명해지면서 산 이름이 선운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선운산은 해발 330여 m로 높지 않지만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능선이 아름다운 산이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도립공원도 고창에서 놓칠 수 없는 코스 중 하나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검단선사가 창건한 천 년 고찰로 선운사를 품은 선운산의 풍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선운사 입구부터 우람한 느티나무와 단풍나무가 우거진 숲길과 대웅보전을 병풍처럼 둘러싼 동백나무 숲에 감탄한다. 500년 수령에 높이 6m가 넘는 동백나무가 우거진 1만6000여 ㎡ 동백 숲은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돼 있다. 선운사의 동백은 유난히 늦은 4월에야 꽃을 피운다. 겨울부터 피는 동백이건만 여태 붉게 핀 동백꽃을 볼 수 있어 신기하기만 하다.



고창을 대표하는 ‘풍천장어’. 복분자주와 함께 고창의 맛을 느끼기 좋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선운사 하면 '풍천장어'를 빼놓을 수 없다. 보양식 중에서도 손꼽히는 게 장어지만 선운사 어귀 풍천에서 잡힌 뱀장어가 이름났다. 풍천(風川)은 바닷물과 강물이 합쳐지는 지형을 일컫는 말인데 주진천은 서해 바닷물과 만나는 대표적인 풍천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갯벌에서 자란 풍천장어는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고 쫄깃하다.


선운사 근처가 아니라도 풍천장어를 간판으로 내건 장어집 많지만 자연산 풍천장어를 찾긴 어렵다. 환경오염과 남획으로 사라진 풍천장어를 대신하는 건 양식 장어지만 고창 특유의 맛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고창 특산품인 복분자주와 함께 고소한 맛 즐기며 고창 여행을 마무리해도 좋다.



갯벌 생태체험



갯벌 위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다. 고창 갯벌은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생물학적 가치도 인정받는 살아 있는 생태의 보고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 위로 붉은 노을이 쏟아진다. 서해의 일몰은 갯벌과 어우러져 더욱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하곤 한다. 고창의 갯벌을 찾은 건 일몰 때문만은 아니다. 꿈틀대는 살아있는 갯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창 갯벌은 전북 부안과 경계를 이룬 곰소만 일대 심원면, 부안면, 흥덕면에 걸쳐 넓게 형성돼 있다. 새만금 갯벌이 매립되면서 곰소만의 갯벌은 전북에 남은 가장 큰 갯벌이 됐다. 고창 갯벌은 모래갯벌과 암반 서식지, 펄갯벌, 염습지가 한데 있어 각각 독특한 생물 군집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최대 바지락 생산지이며 동죽(조개 일종), 농게(게의 일종) 등의 생물과 갈대·나문재 같은 염생식물, 도요새·청둥오리·민물떼새 등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기도 한다. 이런 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10년에는 연접한 부안 갯벌과 함께 45.5㎢가 람사르 습지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고창군 내에서도 핵심 지역으로 손꼽힌다. 



갯벌에서 조개잡이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는 가족의 모습. / 만돌갯벌체험학습장



고창 갯벌에선 생태체험이 가능하다. 갯벌을 체험하며 살아있는 갯벌을 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심원면 만돌리와 하전리의 갯벌체험장이 대표적이다. 매년 여름 갯벌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만돌갯벌체험학습장(063-561-0705)에선 정치망 고기잡이와 조개잡이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동죽, 백합 등의 조개를 2~3㎏ 캘 수 있다. 20인 이상 단체는 염전 체험도 가능하다. 체험하러 갯벌로 나갈 때 타는 커다란 트랙터가 인상적인데, 갯벌 위를 달리는 기분이 색다르다. 갯벌체험은 물때가 관건. 체험 가능한 물때를 미리 확인한 뒤 체험장으로 가는 게 좋다. 체험료는 대인 1만2000원, 영유아 6000원.

만돌리 갯벌 근처에 조성된 서해안 바람공원도 갯벌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선 넓게 펼쳐진 갯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관찰 덱, 풍차 등이 갯벌 따라 조성돼 있다. 일몰 시각 맞춰 오면 아름다운 해넘이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출처] 2018. 4. 27 / 조선닷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