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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무주 여행, 겨울의 낭만 '눈꽃 산행'

by 혜강(惠江) 2018. 1. 15.


무주 여행

겨울의 낭만 '눈꽃 산행'


강정미 기자



·곤돌라 타고 설천봉까지, 정상에 눈부신 朱木 눈꽃터널 상고대 어우러져 '장관'
·눈 덮인 고요한 설경에 마음 뻥 뚫려 백련사 내려가는 코스로 산행 마치는 것도 방법
·무주의 별미- 민물고기로 만든 어죽, 튀긴 빙어에 매콤한 소스 '도리뱅뱅이'도 입맛 당겨
·볼거리 많은 청정지역, 곤충박물관·천문과학관… 적상산 중턱에 있는 머루와인동굴도



흰 눈은 조용히 내려앉아 세상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황량했던 겨울 풍경은 사라지고 눈부신 설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발 1614m 덕유산 정상에서 가슴 시원해지는 새하얀 세상을 만났다. 순백의 눈꽃 만발한 덕유산의 겨울 풍경은 영하의 강추위마저 잊게 한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간밤에 내린 눈은 소리 없이 세상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황량하던 겨울 풍경은 사라지고 흰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쯤 산 정상에는 순백의 눈꽃이 만발했을 것이다. 걸음마다 뽀드득거리는 눈길 따라 눈부신 설경(雪景)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서둘러 아이젠의 먼지를 털어낸다. 추위도, 험한 산길도 문제없다. 마음은 이미 산 정상을 향해 달려간다.

 행선지는 전북 무주 덕유산이다. 국내에선 한라산·지리산·설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산세가 아름답고 적설량이 많아 겨울 눈꽃 산행지로 손꼽힌다. 곤돌라를 타고 해발 1520m 설천봉까지 오를 수 있어 해발 1614m 향적봉 정상이 멀지 않다. 산행 초보들에게도 눈부신 설경이 멀지 않다. 순백의 눈꽃 세상을 만나는 덕유산과 무주의 풍경 속에서 성큼 가까워진 겨울의 낭만을 만끽한다.



순백의 눈꽃 만발한 덕유산의 겨울


▲ 겨울 눈꽃 산행지로 손꼽히는 덕유산에선 나무마다 새하얗게 피어난 눈꽃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이 생각났다. 곤돌라를 타고 해발 1520m 덕유산 설천봉에 내리자마자 눈앞에 드넓은 설국이 펼쳐졌다. 여기서부터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 정상을 향해 수북이 눈 쌓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본격적인 눈꽃 세상을 만난다. 설천봉과 향적봉 사이에 군락을 이룬 주목(朱木)에 피어난 눈꽃들이 터널을 만들고 있다. 나뭇가지에 소복이 쌓인 눈꽃과 나뭇가지에 습기가 엉겨붙어 산호 모양이 된 나무서리인 상고대(霜高帶)가 어우러져 더욱 장관을 이룬다. 햇살에 반사된 투명한 눈의 결정, 파란 하늘과 흰 눈의 조화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자연이 빚어낸 장관을 눈에 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산길을 오른다. 향적봉 정상에선 덕유산의 수려한 산세뿐만 아니라 멀리 지리산·대둔산·계룡산도 볼 수 있다. 가만히 서서 눈 덮인 고요한 설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하다. 영하의 추위에 얼얼해진 두 볼을 비비며 잠시 사색에 잠겨본다. 새해를 맞으며 했던 결심과 나태해진 마음까지 정리한 뒤 뽀득거리는 흰 눈 밟으며 산에서 내려온다.

 산행 초보에게도 수월한 길이긴 하지만 겨울철 눈과 결빙에 대비해 아이젠을 필수로 챙겨야 한다. 덕유산의 강추위에 대비해 따뜻한 복장과 핫팩 등도 준비하자. 덕유산리조트에서 운행하는 관광곤돌라(063-320-7187)를 타면 덕유산 눈꽃 세상이 금세 가까워진다. 곤돌라를 타고 산을 오르는 동안 덕유산과 스키장의 설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향적봉에 오르지 않고 설천봉 휴게소나 전망대에서 설경을 충분히 즐겨도 좋다. 백련사로 내려가는 하행 코스로 산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즈넉한 백련사 풍경과 무주 구천동 계곡의 겨울 풍경이 발걸음을 따라온다. 2월까지는 주말과 공휴일에 곤돌라를 타려면 홈페이지(www.mdysresort.com)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동계 시즌 상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행은 오후 4시 30분까지 운행. 왕복 성인 1만5000원, 어린이 1만1000원.


추위에 언 몸 녹이는 무주의 맛


덕유산 정상과 가까운 해발 1520m 설천봉까지 운행하는 곤돌라에서 바라본 덕유산과 스키장 설원이 그림 같다(위). 머루로 만든 와인을 숙성·저장하는 머루와인동굴은 평균 13~14도를 유지해 추위를 피하면서 와인 시음을 즐길 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눈꽃 구경하느라 추위에 꽁꽁 언 몸을 녹이는 데는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이 제격이다. 금강과 적상천·남대천을 낀 무주에는 동자개·메기·쏘가리 등 민물고기를 재료로 한 요리가 많다. 민물고기로 만든 '어죽'이 별미 중의 별미다. 어죽은 이름대로 민물고기로 만든 죽이다. '빠각빠각' 소리를 내서 '빠가사리'라고도 불리는 동자개와 메기 등의 살을 발라 곱게 걸러내고 쌀과 수제비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 만든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고소하고 얼큰해 어죽 자체가 생소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1987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금강식당(063-322-0979)의 어죽에선 내공이 느껴진다. 걸쭉한 국물은 깊고 진하다. 들깻가루를 곁들여 고소함을 더한다. 매콤해 보이지만 매콤하기보다 시원하고 얼큰하다. 한입 떠먹을 때마다 씹히는 수제비가 쫄깃한 식감을 더한다. 어린이를 위한 흰죽도 있다. 어죽, 어린이어죽(흰죽) 모두 7000원. 쏘가리탕과 빠가탕·메기탕도 인기다.

 섬마을(063-322-2799)에선 빠가어죽(7000원), 빠가국밥(7000원)과 함께 다양한 민물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죽이나 밥 대신 소면을 넣어 얼큰하게 먹는 어탕국수와 다슬기로 끓여낸 다슬기국도 색다르다. '도리뱅뱅이'(1만원)는 싱싱한 빙어를 노릇하게 튀겨 프라이팬에 뱅뱅 돌린 뒤 매콤한 소스를 발라 먹는 요리다. 고소하고 바삭한 빙어와 매콤한 양념의 조화가 절묘하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내놓는 집이 드물다. 시래기를 넣어 끓여내는 민물고기 매운탕과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참게탕도 별미다.


반딧불이, 비단벌레…청정 지역의 선물


① 희귀 곤충을 만날 수 있는 무주 곤충박물관의 곤충나무. ② 곤충박물관 외관. ③ 민물고기 살을 발라 곱게 걸러내고 얼큰하게 끓여낸 무주 ‘금강식당’의 어죽. ④ 무주 ‘섬마을’의 도리뱅뱅이와 어탕국수.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청정 지역으로 손꼽히는 무주는 반딧불이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매년 여름이면 반딧불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반딧불이 서식지를 중심으로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등 체험·교육 시설이 모여 있는 반디랜드(063-324-1155)는 무주 여행에서 빼놓으면 아쉬운 곳이다. 곤충박물관(063-320-5670)에는 반딧불이부터 나비·나방·비단벌레 등 2000여종, 수만 마리의 희귀 곤충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3D 애니메이션과 돔스크린 영상으로 반딧불이와 곤충의 세계를 좀 더 이해해볼 수 있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2000원.

 반디별천문과학관(063-320-5680)에선 우주와 좀 더 가까워진다. 전시실과 3D 입체 영상실의 전시를 둘러보고 운영 중인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수도 있다. 주간에는 태양과 밝은 천체를, 야간에는 행성과 성운·성단 등을 관측한다. 주간 관측은 오후 1시 30분과 2시 30분, 야간 관측은 오후 7시와 8시에 있다.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어린이 1000원.

 무주 적상산 중턱에 있는 머루와인동굴(063-322-4720)도 들러볼 만하다. 무주는 국내 최대 머루 산지다. 1988년 무주양수발전소 건설 당시 굴착 작업용 터널로 썼던 곳을 2007년부터 무주군에서 임대해 머루로 만든 와인을 숙성하고 저장하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평균 13~14도를 유지하는 터널 내부는 한여름엔 더위를 날려주고 한겨울엔 추위를 피하기 좋다. 숙성 중인 와인 저장고와 전시물을 따라가면 와인 시음장이 나온다. 와인족욕체험장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입장료 2000원.



[출처] 2018. 1. 12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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