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군항제
36만 그루 '벚꽃항구', 열흘간 분홍바다에 잠긴다.
글·사진 박경일 기자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경화역은 역사(驛舍)조차 없는 폐역이지만, 군항제 기간에는 최고의 꽃놀이 명소로 꼽힌다. 경화역 벚꽃의 명성은 해외에까지 알려져 아직 꽃이 채 피지 않았던 지난 주말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경화역의 철길을 대만에서 온 가족이 걷고 있는 모습.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라는 지명 뒤에 자연스레 달라붙는 말이 ‘군항제’입니다. 분홍빛 벚꽃 구름 속에서 펼쳐지는 군항제야말로 봄을 여는 가장 화려한 축제 중의 축제입니다. 그 축제가 내달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열립니다. 자그마치 36만 그루의 벚나무들이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에서 팝콘처럼 펑펑 터지는 열흘입니다. 진해의 벚꽃 좋은 줄 누군들 모르겠습니까. 그렇지만 군항제는 웬만해서는 엄두가 안 납니다. 행락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축제 내내 도시 전체가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데다, 벚꽃 명소마다 붐비는 인파로 아예 북새통을 이루니 말입니다.
그래서 군항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꽃이 채 피기 전에 진해에 다녀온 건 그래서입니다. 꽃망울이 한껏 부푼 진해에서 관광객들이 잘 모르는 벚꽃 명소를 찾았고, 차밭의 초록과 벚꽃의 연분홍이 어우러지는 고즈넉한 등산코스도 뒤졌습니다. 어떻게 교통체증을 피해 움직일 것인지, 하루의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할 것인지도 도상연습을 통해 따져봤습니다. 여기다가 화사한 벚꽃에 홀려서 못 보고 지나쳤던 진해의 곳곳까지 둘러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 이동은 새벽에, 벚꽃 감상은 한밤중에, 낮에는 외곽의 벚꽃 흐드러진 호젓한 숲길을…. 그렇게 둘러본 봄날 진해의 이야기입니다.
# 차를 가져갈 것인가, 말 것인가
▲ 올해 진해 군항제는 벚꽃 피는 시기와 딱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진해 군항제를 1주일 앞둔 지난 주말 여좌천의 벚나무들은 꽃망울이 한껏 부풀었다. 창원의 용지공원에서 만난 벚꽃. 연분홍빛이 곱다. |
군항제 기간 내내 진해는 온 시가지가 벚꽃 천지다. 도시 안의 벚나무 숫자만 36만 그루. 그 나무마다 다닥다닥 피어난 꽃만큼 사람도 많다. 지난해 군항제가 열린 열흘 동안 진해의 유동인구 수는 279만6000여 명에 달했다. 진해 전체 인구 18만600여 명의 15배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밀려든 셈이다.
그러니 해마다 군항제 기간에는 아예 진해 전역의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한다. 창원시가 머리를 짜내 해마다 교통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가 없었다. 최악은 지난해였다. 축제 기간 토·일요일 진해 시가지 승용차 진입을 차단하기로 했다가, 위조한 출입비표까지 나돌면서 통제에 실패하고 말았다. 안내대로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시내로 들어간 관광객들은 꼼짝하지 않는 셔틀버스 안에 갇히고 말았다. 급기야 벚꽃구경을 다 한 관광객들이 주차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틈을 탄 택시들이 합승을 요구했고 평소 요금의 서너 배를 받았다. 결국 일부 관광객들은 한밤중이 돼서야 걸어서 시내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올해 창원시는 다른 해결책을 꺼내 들었다. 승용차 도심진입을 허용하되 도심 주요구간에 주말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버스전용차로제 도입으로 일반 차선이 줄어들면서 승용차의 시내 체증이 더 극심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 그럼에도 창원시는 승용차 이동의 불편을 감수하고서 셔틀버스나 관광버스 이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니 올해 군항제 기간에 주말여행을 떠난다면 창원까지는 열차 편을 이용하고, 셔틀버스로 진해를 둘러보는 게 최선의 방법이겠다. 열차 편을 이용하겠다면 코레일관광개발이 4월 1, 2, 7, 8, 9, 10일 운영하는, 서울역에서 출발해 창원 중앙역까지 운행하는 당일 진해 기차 여행상품이 최적이다. 교통체증의 부담 없이 하루 꽃 나들이를 즐기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
하지만 1박 이상의 일정이고, 남쪽으로 내려간 김에 다른 여행지까지 둘러볼 요량이라면 승용차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일행 중 노인이나 아이 등 보행 약자가 있는 경우에도 승용차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선택은 두 가지. 이른 아침이나 밤늦게 진해 시가지로 진입한 뒤 도보로 관광을 즐기거나, 아예 외곽의 대형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교통사정에 따라 두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요령. 예컨대 1박 2일 여정의 경우 진해에 도착하는 첫날은 오전 일찍이나 밤늦게 시내로 진입해 도보여행을 하고, 이튿날에는 외곽 주차장과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도 낮 시간대에 행락철의 인파에 파묻히는 것쯤이야 어쩔 수 없다. 이 정도는 감수해도 좋을 정도로 온통 꽃 구름을 이루는 진해의 벚꽃이 매혹적이니 말이다.
# 경화역은 새벽에, 여좌천은 밤에…
축제 기간 내내 진해 시가지 일대가 북적거리지만 그중에서도 관광객들로 가장 붐비는 벚꽃 명소는 딱 두 곳이다. 하나는 진해선 선로가 놓인 경화역의 800m 구간. 또 하나는 여좌천 개울의 물길을 끼고 이어지는 1.5㎞ 구간. 벚꽃이 만개하면 경화역 철길은 ‘꽃 철길’이 되고 여좌천의 개울은 ‘꽃 개울’이 된다. 벚꽃 피는 때 진해에 가서 이 두 곳은 절대로 빼놓을 수는 없지만 두 곳 모두 축제 기간 내내 북새통을 이룬다는 게 문제다. 축제 기간 주말에 이 두 곳을 찾았다가는 시위군중이라도 된 듯 떠밀려 다니게 된다.
묘수는 없다. 되도록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을 택해서 가는 수밖에…. 먼저 경화역. 진해선의 구간의 7개 역 중 하나인 경화역은 역이었던 흔적만 남아있을 뿐 역사(驛舍)도 없다.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운행을 시작한 진해선이 승객감소로 쇠락하면서 2000년 역사 건물이 철거되고 조립식 가건물로 서 있다가, 2015년 정기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지금은 그마저 헐려 나가고 없다. 이제 열차운행이라고는 두 달에 한 번꼴로 군부대에 탄환운송 열차가 지나는 게 고작. 건물조차 남아있지 않은 역이지만 경화역은 철길 옆으로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거대한 꽃그늘을 드리우는 군항제 기간 열흘 동안에는 승강장에 열차가 세워지고 철길 주변은 관광객들로 꽉 찬다.
경화역은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낫다. 되도록 오전 8시 이전에 찾아가자. 오전 9시만 넘기면 철로 변에 몰려든 사람들로 기념사진 촬영조차 힘들 정도다. 철로를 따라 도열한 벚나무의 크기로 보자면 진해에서 경화역을 능가할만한 곳이 드물지만, 여기보다 밤 경관이 더 좋은 곳들이 많으니 구태여 밤에 갈 필요는 없다.
경화역 못지않은 벚꽃 명소인 여좌천은 낮에도 좋지만, 조명이 환하게 켜지는 밤의 정취가 훨씬 더 낫다. 여좌천이란 여명리와 좌천리 지명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인 하천의 이름. 수량과 규모로 보면 하천이라기보다는 개울 수준이다.
여기가 벚꽃 명소가 된 건 일제강점기 때부터다. 일제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여좌천의 물길을 직선화하면서 석축을 쌓았고, 석축 위에다 벚나무를 심었다. 그 벚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서 1.5㎞짜리 꽃 터널을 이루게 된 것이다. 꽃 터널의 밤은 몽환적이다. 간접조명을 받은 꽃 터널의 벚꽃잎이 흩날리고 석축 아래 천변에 세워둔 꽃 모양 조명까지 은은하게 불을 밝히면 가히 ‘최고의 봄밤’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 낮에는 어디를 갈까… 도심의 역사
▲ 진해 웅산 자락의 시루봉. 능선에 시루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다. 시루봉을 오르는 ‘갈 지(之)’자 나무 덱 주위의 나무들이 모두 벚나무다. 외지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초록의 차밭과 분홍 벚꽃이 어우러진 시루봉 가는 길은 도심에서 즐기는 벚꽃놀이와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 |
화려한 벚꽃 때문에 몰라봐서 그렇지 진해 시가지에는 이것저것 볼 게 많다. 진해는 일제강점기에 군사항구로 조성된 도시다. ‘진입할 진(鎭)’에다 ‘바다 해(海)’란 이름은 본래 마산 쪽의 지명이었는데, 일제가 동북아의 제해권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제일의 군항(軍港) 건설의 야욕을 품고 도시를 건설하면서 이 이름을 가져다 썼다.
진해는 일제에 의해 설계된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다. 이런 도시의 이력답게 진해 도심 곳곳에 근대문화유산이 남아있다. 일제가 물러간 뒤에 해군이 주둔하면서 진해는 오랫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였고, 이런 제한 탓에 도시발전이 더뎌지면서 문화유산이 보호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한 근대건축물만 7곳이고,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으되 시간의 태엽을 되돌린 듯한 풍경들도 곳곳에 남아있다. 이름난 명소가 아니라도 진해에는 도심 곳곳에 벚꽃이 환하니 꽃그늘 속에서 느긋한 걸음으로 오래된 흑백사진첩을 뒤적이듯 과거의 자취를 찾아가는 여정의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진해 시가지의 중심은 중원로터리. 일제가 방사형 모양으로 도시를 설계하면서 1200년 된 팽나무 노거수를 기준으로 삼아 만든 로터리다. 로터리에서 각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모두 8개다. 사거리야 어디든지 있고, 오거리도 드물지 않고, 육거리도 있지만 피자를 조각내듯 여덟 방향으로 곧게 잘라내 만든 ‘팔거리’는 여기 진해가 유일하다.
진해의 근대문화 유산은 대부분 중원로터리, 그러니까 팔거리 주변에 있다. 팔거리 일대의 근대유산을 하나하나 꼽자면 숨이 다 가쁘다. 1912년에 지은 러시아풍의 건축물 진해우체국이 있고, 태영데시앙 아파트 맞은편에 도로를 따라 2층짜리 목조 적산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도로 모퉁이에는 일제강점기 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건물이 ‘선학곰탕’이란 간판을 달고 음식점으로 영업 중이다. 6·25전쟁 때 중공군 포로 출신이 1956년 개업해 지금껏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집 ‘원해루’도, 중국풍의 누각을 올린 1938년 건축물로 곱창전골을 파는 식당도 있다. 1955년 유택렬 화백이 문을 열어 일대 문화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흑백다방은 지금은 커피를 팔지 않지만, 연극공연이나 음악감상회 등을 여는 문화공간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하나 더. 중원로터리와 이어져 있는 북원로터리에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다. 전국에 100여 개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데, 6·25전쟁의 와중이었던 1952년 여기 세워진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서울 광화문의 동상이 인물의 얼굴이나 표정보다 영웅적인 면모를 강조했다면, 진해의 이순신 장군은 굵은 쌍꺼풀에다 약간 여윈 듯한 풍모로, 닮은 사람을 가려낼 수 있을 정도로 표정이 생생하다. 진해의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그것 그대로 ‘군항제의 역사’다. 동상을 세우고 이듬해 동상 앞에서 추모행사를 연 것이 진해 군항제의 시초니 말이다. 지금은 벚꽃축제로 소비하고 있지만, 군항제가 55년째 기리고 있는 건 이순신 장군이다.
# 한낮 호젓한 숲 속에서 벚꽃을 만나다
▲ 진해의 벚꽃 명소 1번지 격인 여좌천. 여좌천 둑 위에는 벚꽃이, 둑 아래 천변에는 꽃 모양의 형형색색 조명이 어우러져 낮보다 밤의 정취가 더 황홀하다. |
진해가 일제의 군항이, 해방 이후에는 해군기지가 들어선 것은 잔잔하고 수심이 깊은 바다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륙의 입지도 한몫을 했다. 진해는 진해만의 바다를 앞에 두고, 뒤로는 불모산과 웅산, 장복산을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둘러치고 있다. 도시 전체가 높은 산으로 가둬진 형국이다. 높은 산으로 가로막혀 있으니 육로로는 진해를 공격할 방도가 없다. 산 너머에서 대포를 쏜대도 포물선이 닿지 않는 자리다. 군사적으로 천혜의 지형이었던 셈이다. 군항제가 열릴 때마다 진해가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것도, 기실 높은 산이 가로막은 탓에 진해로 들고나는 길이 몇 개 안 되는 탓이다.
진해에서 화려한 벚꽃은 온통 북새통을 이루는 도시를 벗어나 산에서도 만날 수 있다. 교통체증과 인파를 피해 새소리를 들으며 연분홍 벚꽃과 초록의 차밭, 진해만의 파노라마 조망까지 만끽할 수 있는 등산 코스다. 불모산과 이어지는 웅산(703m)의 남쪽 자락에는 시루봉(636m)이 있다. 시루봉이란 이름처럼 능선에 시루 모양의 바위 한 덩이가 덜렁 올라앉은 모습인데, 그 형상이 독특하다 못해 이국적이다. 바위의 특이한 경관과 ‘갈 지(之)’자 형상의 나무 덱, 그리고 거기 올라서 보는 진해만의 경관도 빼어나지만, 못지않은 것이 등산로 내내 이어지는 허리까지 올라오는 진초록의 차밭 숲과 벚나무들이다. 벚꽃이 필 때를 딱 맞춰간다면 차밭의 맑은 초록과 벚꽃의 연분홍이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숲길을 걸으며 내내 감탄할 수밖에 없으리라. 자은초등학교 정문 옆의 등산로 초입에서 시루봉까지 거리는 3㎞ 남짓. 정상까지 다녀오는 데 3시간여가 걸린다.
진해 도심의 혼잡을 피해 산중의 벚꽃을 즐길만한 곳 한 곳을 더 꼽자면 진해구청 남쪽의 대발령이다. 출발지점은 ‘대발령 제1쉼터 만남의 광장’. 쉼터 뒤쪽의 부드러운 숲길 안에는 비밀처럼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이름도 없는 야산이라 진해의 주민들 사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명소다. 축제가 한창일 때도 이 길은 거짓말처럼 호젓하다. 이 길에서는 목적지를 정해놓지 말고 꽃 사이로 이어진 길을 그저 내키는 만큼 걷다가 내려오면 된다.
# 군항제의 밤… 안민고개에서의 야경
창원에서 진해를 에워싸고 있는 장복산과 웅산의 능선이 만나는 낮은 목을 넘어가는 길이 안민고개다. 지금은 고개 아래로 터널이 뚫려 바삐 지나는 차들은 다 터널로 빨려들지만,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 고갯길이 진해에서 외부로 통하는 가장 큰길이었다. 구불구불 능선을 휘감고 넘어가는 안민고개에는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가로수로 심겨 있는데, 군항제가 끝날 무렵 활짝 피어난다. 마치 연분홍 물감을 찍은 굵은 붓으로 산허리를 그은 듯하다. 늘어선 벚나무도 벚나무지만, 고도를 높이면서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진해만 일대의 경관도 일품이다.
안민고갯길은 진해와 창원을 잇는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축제 기간 중 토·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진해에서 창원 방면으로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군항제 기간에는 하루 종일 이 고개를 넘는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길은 간접 조명으로 불을 밝힌 벚꽃과 진해의 야경이 어우러지는 밤이 낮보다 열 배는 낫다. 밤에도 차량 통행이 이어지니 되도록 늦게 가는 편이 낫다. 군항제 기간 주말에는 밤 10시가 넘어도 차량이 이어진다.
안민고갯길 위에는 카페가 딱 한 곳 있다. 진해만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들어선 카페인데, 본래 휴게소이던 곳을 카페로 고쳐 지은 곳이다. 카페 이름은 ‘봄날’. 카페는 손님에게 자리를 내줄 수 없을 정도로 옹색하다. 네댓 평이나 될까. 카페 안에는 커피를 내리거나 샌드위치 등을 파는 매대가 있고, 손님이 앉는 곳은 휴게소의 노천 나무덱의 야외 테이블이다. 굳이 카페가 아니라도 나무 덱 한쪽의 커피 자판기에서 동전 몇 개로 뽑은 따스한 커피 한 잔으로도 충분하다.
이 자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진해만 일대 야경의 느낌은 독특하다.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야경의 화려함은 없지만, 중소도시의 따뜻한 불빛과 바다가 보여주는 야경은 푸근하다. 축제 기간에는 매일 자정까지 문을 연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진해에서 차로 20분이면 건너가는 마산에도 밤바다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브라운핸즈’가 있다. 돝섬을 마주 보는 가포동 해안가의 버스차고지를 다듬어 근사한 카페로 만들어낸 곳이다. 차고지 내부의 기계설비를 그대로 둔 채 간결하고 독특한 느낌으로 카페를 만들어놓았다. 실내 벽에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글씨까지 선명하다. 브라운핸즈 카페의 너른 주차장 한쪽의 잔디 위에 노천 테이블이 있는데, 여기서 보는 마산의 야경이 근사하다.
◇진해 군항제 가는 길 = 중부내륙고속도로 내서JC에서 남해제1고속지선도로로 갈아타고 서마산IC로 나온다. 마산종합운동장 앞을 지나고 봉암교를 건너 장복터널로 들어가면 창원시 진해구다. 진해와 창원, 마산은 지난 2010년 통합돼 창원통합시가 됐다. 마산 쪽에서도, 창원 쪽에서도, 부산 쪽에서도 진입할 수 있는데, 군항제 기간에는 창원 쪽에서 진입하는 안민터널이 가장 차량통행이 많고 정체도 심한 편이다.
군항제 기간 중 임시 주차장은 안민터널 입구와 두산볼보로 입구, 웅천 남문지구 입구 등에 마련된다. 축제기간 시가지 내의 진해구청, 구민회관을 비롯해 구 육군대학, 해군진해기지사령부, 해군사관학교, 해군교육사령부 등 군부대에도 주차장이 마련된다. 축제기간 토·일요일에는 진해여고, 진해여중, 진해남중 운동장도 주차장으로 개방된다. 축제 기간 중 진해 도심에는 외부 셔틀버스 3개 노선과 내부 셔틀버스 1개 노선이 운행되며 4월 1, 2일 양일에는 1구간(중원로터리∼경화역∼진해구청) 7.3㎞, 2구간(장복산 조각공원∼중앙시장) 1.6㎞ 등 8.9㎞ 구간에서 버스전용차로제가 운영된다. 진해 공용자전거 ‘누비자’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1000원을 결제하면 하루 종일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데, 한번 대여한 자전거를 연속해서 탈 수 없고, 90분까지 탄 뒤 다른 자전거로 바꿔 타야 한다.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 진해의 숙소는 중원로터리 주변과 속천 일대에 몰려 있는데, 30실 미만의 숙소가 대부분이라 예약하지 않았다면 군항제 기간 진해 숙박은 어렵다. 마산이나 창원에 숙소를 구하는 편이 나은데 창원 쪽이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은 숙소가 많다. 창원에는 특급호텔 풀만앰배서더창원(055-600-0700)이 있다. 애비뉴관광호텔(055-263-7200), 크라운관광호텔(055-237-1001), 호텔인터내셔널(055-281-1001), 창원호텔(055-283-5551) 등도 있다. 마산에도 규모는 좀 작지만 사보이관광호텔(055-247-4455), 마산관광호텔(055-245-0070), 마산아리랑관광호텔(055-294-2211) 등이 있다.
음식은 단연 마산이다. 마산 오동동 일대의 ‘아구찜 거리’에는 다정생아구찜(055-223-9959) 등 20여 곳의 아귀찜 집이 몰려 있다. 인근에 남영복집(055-223-9959) 등 복국을 내는 식당 20여 곳이 늘어선 복집 거리도 있다. 마산에서는 또 각종 해물 안주가 한 상 통째로 나오는 ‘통술집’이 명물이다. 오동동의 통술집 거리에는 10여 곳의 통술집이 있고, 신마산 쪽에도 통술집이 20여 곳을 헤아린다. 창동의 ‘복희집’(055-242-1157) 팥죽이나 팥빙수, 부림시장의 ‘6·25 떡볶이’ 등은 간식으로 적당하다.
진해에는 올해로 102년 역사를 헤아리는 과자 ‘진해콩’이 있다.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콩 모양으로 동그랗게 빚어 구워낸 뒤 설탕을 입혀낸 과자인데 1915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경화당 제과’란 번듯한 회사 이름과 달리 허름한 가정집 구석에서 만들고 있는데 유통망이 없어 진해 일대에서만 살 수 있다. 입에 착착 붙는 간식거리가 흔전만전인 지금은 좀 심심하다 싶은 맛이지만, 투박한 맛에서 시간이 느껴진다.
<출처> 2017. 3. 29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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