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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원주 치악산, 금강소나무 숲길을 걷다.

by 혜강(惠江) 2015. 9. 9.

원주 치악산

금강소나무 숲길을 걷다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900)

 

글˙사진 남상학

 

 

 

  치악산(1,288m)은 태백산맥의 오대산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진 차령산맥의 줄기로 영서 지방의 명산이며 원주의 진산이다. 남북으로 웅장한 치악산맥과 산군(山群)을 형성하고 있다.

  주봉인 비로봉(飛蘆峰)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향로봉(香爐峰, 1,043m)·남대봉(南臺峰, 1,182m)과 북쪽으로 매화산(梅花山, 1,084m)·삼봉(三峰, 1,073m) 등 여러 봉우리를 연결하며 그 사이에 구룡계곡, 부곡계곡, 금대계곡 등 청정계곡이 산자락을 적시고 있다. 남북으로 뻗은 주능선을 경계로 하여 대체로 서쪽이 급경사를 이루며 동쪽이 완경사를 이룬다.

  특히 비로봉에서 구룡사(龜龍寺)를 향하여 뻗은 북쪽의 능선과 계곡은 매우 가파른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고둔치 동쪽인 부곡리의 신막골 일대는 비교적 넓은 평탄지대를 이루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서쪽으로 흐르는 계류들은 섬강(蟾江)으로 흐르고, 동쪽으로 흐르는 계류들은 주천천(酒泉川)으로 흘러든다.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많은 구룡사, 상원사 등 사찰을 비롯한 문화유적이 있어 1973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84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예로부터 치악산은 가을 단풍이 유명해 '적악산(赤岳山)'이라 했는데 꿩이 목숨을 구해준 선비의 은혜를 갚고자 머리로 상원사 종을 쳤다는 전설 때문에 꿩 '치(雉)'자를 넣어 치악산으로 개명되었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평탄한 숲길

 

 

 


  산행이 부담이 된다면, 치악산 금강소나무 숲길을 걷는 것이 좋다. 치악산에는 수령 100~200년 된 금강소나무 7만 5,000 그루가 산다. 치악산 국립공원은 2013년 6월 치악산 북쪽 자락인 구룡지구에 ‘금강소나무 숲길’을 열었다. 구룡매표소에서 구룡사까지 1.1㎞에 이르는 짧은 길이다. 국내 최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인 경북 울진 소광리 일대에 버금가는 숲길이다. 이 길은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숲길이다.

  치악산은 과거에 봉산(封山), 즉 나라에서 벌목을 금한 산이었다. 조선 왕실은 소나무의 한 종류인 황장목(黃腸木)을 까다롭게 보호했다. 황장목은 연륜(年輪)이 오래된 소나무로 속이 누런빛을 띠는 질 좋은 소나무로서 목질(木質)이 양호하여 관곽(棺槨)을 만드는 데 적합한 목재. 임금의 관인 재궁(梓宮)을 만들거나 궁궐을 지을 때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관리했던 소나무를 일컫는다.

  소나무에 비해 강도가 높아 뒤틀림이 적고, 송진이 많아 잘 썩지 않는다. 줄기는 붉고 길게 뻗었다. 황장목은 25m까지 자란다. 사람 가슴 높이에서 잰 지름은 60~80㎝에 이른다. 우리에겐 황장목보다 금강소나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금강산에서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강원도·경상북도 일대에 분포한다. 금강송을 줄여 ‘강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춘양목도 같은 나무를 뜻한다. 일제시대에 경북 울진·봉화에 있던 소나무를 서울로 가져갔는데 나무를 모아둔 곳이 봉화에 있는 ‘춘양역’이었다. 줄기가 붉어 적송(赤松)이라고도 하는데 일제가 붙인 이름이란다.


조선 왕실이 관리한 소나무 숲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왼쪽 길옆에 표지판이 서있다. 황장금표비(黃腸禁標碑)가 있다는 안내판이다. 이 안내판 위 언덕에 황장금표(黃腸禁標)라고 음각한 돌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이 없다면 대부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이다. 황장금표(黃腸禁標)는 백성이 황장목을 함부로 벨 수 없도록 바위에 새겨 놓은 것이다. 1750년께 세운 것이란다.

  또 매표소 앞 100m 거리에는 황장외금표(黃腸外禁標)도 있었다. 황장금표를 예고하는 표석이다. 조선 왕실이 치악산을 엄격하게 관리했다는 증거다. 1802년(순조 2) 세웠으며, 높이는 110cm, 폭은 55cm이다. 조선시대 조정에서는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 각지 황장목 산지 입구에 금표비를 세웠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뒤 백성은 먹고살려고 나무를 벴다. 집을 짓고 배도 만들려면 튼실한 나무가 필요했다. 그러나 황장목은 건드릴 수 없었다. 함부로 벴다가는 곤장 100대 아니면 3년형에 처했다. 지금은 황장목을 함부로 베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감수해야 한다.

  황장목이 우거진 숲길은 구룡계곡을 오른쪽에 낀 데크로드에서 시작됐다. 데크로드에 낸 구멍 안에도 금강송이 삐죽 솟아 있었다. 구룡교를 건너니 계곡 옆으로 데크로드가 다시 이어졌다. 우람한 금강소나무가 하나둘 자태를 드러냈다. 소나무가 서 있는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하늘 위로 쭉 뻗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몸을 좌우로 비틀며 몸매를 자랑하는 나무도 있었다. 데크로드가 끝나자 오른쪽에 구룡사 일주문이 보였다. 숲길은 절과 거리를 두고 계곡에 바짝 붙어 이어졌다.


창건설화가 깃든 구룡사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절터 일대는 깊은 소(沼)로서, 거기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다. 의상이 절을 지으려 하자, 용들은 이를 막기 위해서 뇌성벽력과 함께 비를 내려 산을 물로 채웠다. 이에 의상이 부적(符籍) 한 장을 그려 연못에 넣자 갑자기 연못 물이 말라버리고, 그중 용 한 마리는 눈이 멀었으며, 나머지 여덟 마리는 구룡사 앞산을 여덟 조각으로 갈라놓고 도망쳤다. 의상은 절을 창건한 뒤 이러한 연유를 기념하기 위해서 절 이름을 구룡사(九龍寺)라 하였다고 전한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부터 사세가 기울어지자 어떤 노인이 나타나 이르기를 “절 입구의 거북바위 때문에 절의 기가 쇠약해졌으니 그 혈을 끊으라.”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거북바위 등에 구멍을 뚫어 혈을 끊었지만 계속 사세는 쇠퇴하였으므로, 거북바위의 혈을 다시 잇는다는 뜻에서 절 이름을 현재 명칭인 구룡사(龜龍寺)로 개칭하였다고 전해진다. 창건 이후 도선(道詵)·무학(無學)·휴정(休靜) 등의 고승들이 머물면서 영서지방 수찰(首刹)의 지위를 지켜왔다. 그후 1706년(숙종 32) 중수되었다. 근래에서는 1966년종영(宗泳)이 보광루를 해체 복원하였으며, 1968년에는 심검당과 요사를, 1971년에는 삼성각을, 1975년에는 대웅전을 보수 단청하였다.

  구룡사를 지나면서부터는 흙길이었다.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데, 이 구간에 소나무가 가장 빽빽했다. 사철 푸른 소나무지만 가지가 높이 있어 사람 눈높이에서는 푸른 잎이 잘 보이지 않았다. 쭉쭉 뻗은 소나무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말하자면 금강소나무 숲길은 선(線)의 미학을 감상하는 길이었다.


2단 톡포인 세렴폭포까지

 

 


  금강소나무 숲길은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금강소나무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세렴폭포까지 약 2㎞를 더 걸어 올랐다. 세렴폭포까지 이어진 길도 완만했다.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니 전나무 숲길이 이어졌다. 금강소나무처럼 키 큰 나무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쭉쭉 뻗어 있다. 다양한 종의 나무가 섞여 있던 소나무 군락지와는 달랐다. 1970년대 인위적으로 조성한 숲이란다.

  숲이란 모름지기 여러 나무가 섞여 있어야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치악산처럼 까치박달나무나 서어나무가 많은 숲은 가장 성숙한 단계인 극상림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전나무 숲을 지나니 아담한 야생화 식물원이 나왔다. 어린이가 야생화와 곤충을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금세 세렴폭포에 닿았다. 세렴폭포는 치악산 계곡의 2단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폭포다. 인근의 구룡폭포와 함께 치악산을 대표하는 곳으로 강원 내륙에 산재한 여러 폭포 가운데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명성에 비하면 아주 작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세렴폭포까지는 완만해서 가족 산책 코스로 적당했다. 금강송 숲길을 따라 생태탐방코스가 조성되어 있는 길을 두어 시간이면 천천히 걸어서 왕복할 수 있고 높낮이가 거의 없어 누구라도 걸을 수 있을 만한 편안한 소나무 숲길이다.

세렴폭포 아래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비로봉으로 향하는 가파른 산길로 접어드는 등산객들이다. 치악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탐방 코스는 구룡사코스. 구룡사코스는 구룡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구룡사-세렴폭포-사다리병창-비로봉-계곡 길-구룡사로 하산하는 원점회귀형 코스로 11.4km,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이 외의 등산코스는 다음과 같다.

(1) 구룡사입구-세렴폭포:편도 1.5km, 1시간 20분
(2) 구룡사입구-비로봉-입석사입구(황골)(9.9km, 6시간)
(3) 구룡사입구-비로봉-곧은재-향로봉-남대봉-성남(23.8km, 10시간)

  숲길을 걷기 위해 왔던 우리는 세렴폭포까지 올랐다가 구룡사 아래 원점으로 회귀했다. 비록 짧은 길이지만 의연하게 솟은 황장목 숲 속을 걸으며 소나무가 내 품는 건강한 기운을 한껏 맛볼 수 있었다. 2단의 세렴폭포 앞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3.1km, 2시간 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만약 걷는 것이 양이 차지 않는 사람은 치악산 국립공원 들어가는 초입에 자리 잡은 옻칠기공예관(033-732-5726)을 관람해도 좋다. 이곳에선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원주산 옻을 이용해 만든 교자상, 소반, 다기세트를 볼 수 있고, 옻을 넣어 만든 건강음료를 맛볼 수 있다. 바로 옆 한지공예관(033-731-2323)에는 한지로 만든 인형, 조명기구, 액세서리 등 은은한 분위기의 한지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식당정보> 

*치악산구룡식당:(033)732-8558/ 닭도리탕, 산채정식/ 구룡사주차장 내 
*황골집:(033)732-8359/순두부/원주시 소초면 홍양리 192-4 
*치악산청정한우:(033)731-9921/등심, 뚝배기불고기/ 소초면 학곡리 36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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