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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아폴리네르의 '미라보다리'

by 혜강(惠江) 2015. 2. 27.

 

 

 

* 서초동 몽마르드공원에 세운 아폴리네르의 '미라보다리'의 시비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속 깊이 새겨두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 마주하며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지친 듯 흘러가는
영원의 물결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만 간다
삶이란 어찌 이다지도 지루하고
희망이란 왜 이토록 격렬하더냐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햇빛도 흘러가고 달빛도 흘러가고
오는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의 사랑은 가서 오지 않건만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원문>

Le Pont Mirabeau
- Guillaume Apollinaire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Faut-il qu'il m'en souvienne
La joie venait toujours apres la p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es mains dans les mains restons face a face
Tandis que sous
Le pont de nos bras passe
Des eternels regards l'onde si lass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urante
L'amour s'en va
Comme la vie est lente
Et comme l'Esperance est violent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Passent les jours et passent les semaines
Ni temps passe
Ni les amours reviennent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 프랑스 파리 세느 강에 놓인 미라보 다리 

 

 

 

<작품이해> 


  이 시는 기욤 아폴리네르가 1921년 [파리의 밤]이란 잡지의 창간호에 발표했던 시이다. 그는 1907년 피카소의 소개로 화가 마리 로랑생을 만나 문인과 화가들의 모임에 함께 참석하며 ‘더 이상 사랑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마리에게 빠져든다. 이 둘은 팔을 끼거나 어깨를 보듬은 채 미라보 다리를 오가며 미라보 다리 아래를 흐르는 세느 강을 바라보며 영원한 사랑을 속삭였다. 그런데 5년 후 아폴리네르가 미술품 절도범으로 몰리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마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다. 이 시는 아폴리네르가 그의 나이 27살 때 잠시 갇혀 있었던 감옥에서 풀려나 미라보 다리를 걸으며 마리와의 사랑을 회상하며 쓴 실연(失戀)의 노래이다.


  그래서 이 시를 읽어보면 현실과 추억 속의 갈등이 교차하는 가운데 못다 이룬 사랑의 아픔과 추억이 반복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서정적 자아의 미묘한 갈등, 그러나 서정적 자아는 세느 강물이란 세월의 무상함 속에 자신의 갈등을 투영하여 한층 성숙한 삶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그리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르네....”


  강물은 어제도 흘렀고 오늘도 흐르고 또 내일도 흐를 것이다. 강물이 흐르듯이 세월도 흘러갈 수밖에 없고, 우리 인생도 덩달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쉼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젊음도, 사랑도, 희망도 흘러갈 것이다. 고여 있는 강물은 썩기가 쉽지만 흐르는 강물은 항상 새롭고 깨끗할 수밖에 없듯이.


  1연의 '미라보∼흐르고'와 7연의 '미라보∼흐른다'는 비슷한 구절이지만, 전자는 다리와 강물의 대립을, 후자는 그 둘을 합친 자연의 영원한 모습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미라보 다리 아래로 흐르는 세느 강은 어제 흐르던 강물이 오늘도, 그리고 내일까지 흐르지 않는다. 이렇듯 사람의 그 마음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달라질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흐르는 사랑도 결국은 색깔이 달라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마음속 깊이 새겨두리 /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이라고 노래한다.


  이 시에는 ‘흐르는 것'과 ‘머무는 것'이 공존하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시에 ‘나'는 그대로 머물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리와 강물의 관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3연에서는 사랑의 덧없음, 시간의 흐름을 이겨보려는, 그래서 사랑을 영원히 지켜 내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지만, 그러나 아폴리네르는 낭만주의 시인들과는 달리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자 하지는 않는다. 그는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사랑도 지나간다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 시는 레오페레를 비롯해 수많은 가수들이 곡을 붙이고, 노래했고, 이 시로 말미암아 예술의 도시 파리는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이 노래하는 사랑의 도시가 되었다.


<작자소개> 

 

아폴리네르(1880~1918, Guillaume Apollinaire)

 

  

 


  아폴리네리스는 로마에서 폴란드 망명자인 어머니와 이탈리아 장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19세 때 파리로 나와 유럽 여러 곳을 여행하였다. 초기 작품인 시편이나 단편소설에는 당시 여행에서 얻은 인상과 이국의 전설 ·민화를 주제로 한 것이 많으며, 첫사랑의 영국 여성과의 실연을 감상적으로 노래한 장편의 시도 있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M.자코브, A.살몽 등의 시인과 피카소, 브라크 등의 화가와 함께 새로운 예술운동을 시작하여, 입체파 ·야수파 화가들과 친교를 맺고 여러 잡지에 시 ·평론 ·소설을 기고하였다.

 

  시집으로는 <동물시집>(1911)과 ‘미라보 다리’를 수록한 대표적 시집 〈알코올〉(1913)의 도회적 감상과 감동적인 정열의 표현은 탁월한 바가 있다. 또 시집〈칼리그람〉(1918)은 시 형식의 혁신을 시도한 전위적 시집이며, 그 밖에 극, 소설 등이 있다. 
 

  그는 새로운 예술과 정신의 고취자이며 실행자로서 그의 시에서는 중세 이래 19세기까지의 서정적인 시에서 볼 수 있는 애정 ·별리 ·회한 등을 다룬 내용을 많이 볼 수 있으나, 그는 확실히 20세기의 새로운 예술 창조자의 한 사람이며,   평론 <입체파 화가>(1913),    <신정신(新精神)>(1918)은 전후 모더니즘 예술을 발족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문단과 예술계에서 번창한 모든 아방가르드 운동에 참가하고 시를 새로운 분야로 안내한 뒤, 전쟁터에서 입은 상처로 쇠약해진 그는 유행성 독감에 걸려 38세로 짧은 생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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