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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청산도 여행, 구불구불한 길따라 느리게 걸어야 제맛

by 혜강(惠江) 2014. 4. 28.

  

  청산도 여행

 

구불구불한 길따라 느리게 걸어야 제맛

 

 

글·사진 남상학

 

 

 

 

 

  지중해의 어느 섬 못지 않게 아름다운 섬 ‘청산도(靑山島)’는 이름 그대로 푸른 섬이다. 맑고 푸른 다도해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예로부터 신선들이 산다는 ‘선산(仙山)’ 또는 ‘선원(仙源)’이라고도 불렸다. 청산도는 동쪽에 거문도, 서쪽에 소안도, 남쪽에는 여서도와 제주도, 북쪽으로는 신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어 경치는 두말할 나위 없이 빼어나다. 완도에서 뱃길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먼 길이지만, 한번 다녀온 후에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두고두고 남는 환상의 섬이다.

 

  청산도는 전남 완도항에서 약 19.2㎞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5배 정도인 33.28km2에 해당한다. 해안선 길이는 42km로 섬에는 대봉산(379m) · 대성산(343m) · 보적산(330m) 등 300m 내외의 산이 사방에 솟아 있다. 이들 산지에서 발원해 사방으로 흐르는 소하천 연안을 따라 좁은 평야가 발달했으며, 중앙부와 서부 일부 지역에는 비교적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남쪽 해안에는10∼20m의 높은 해식애가 발달하였고, 동백나무 · 후박나무 · 곰솔 등의 난대림이 무성하여 경치가 아름답다.  1,500여 가구가 살고 있지만 대부분 노인이다

 

  그런데 청산도가 유명해 진 것은 영화 〈서편제〉가 촬영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후부터였다. 더구나 2007년 문화관광부로부터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고, 역시 2007년  세계슬로우시티연맹으로부터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선정된 뒤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완도항에서 출발한 철부선이 청산도에 도착하는 곳은 도청항이다. 도청항을 기점으로 우측으로 당리와 좌측 지리해수욕장으로 나뉜다. 어디서 출발해도 한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청산도의 관문 도청항은 주변 해역의 어장 조건이 비교적 양호하여 과거부터 수산업이 크게 발달되었다. 그러나 지금 청산도 근해의 어선 어업이 어족자원의 고갈로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지금은 몰려드는 관광객을 맞느라 북새통이다. 이곳에 지형이 험한 섬 동편 일부를 빼고는 섬을 구석구석 크게 한 바퀴 도는 42.195㎞의 청산도슬로길 11개 코스가 생기면서 슬로길을 걸으려는 매니아들이 몰려오고 있다.

 

 

 

▲도청항에 세운 고동상, 청산도를 상징한다

▲청산도 관광안내도

 

 

영화 '서편제'의 배경이 되었던 당리진터

 


  도청리에서 우측길을 따라 완만하면서도 긴 오르막을 20여 분 천천히 오르면 당리 마을 입구, 마을 복지 회관 맞은편 밭 중간에 성벽이 조성되어 있다. 양쪽에 돌담을 쌓고 그 사이에 황토를 쌓았다. 바로 청산도진성(당리진)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당리진 터는 청산도의 전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좋은 위치이기도 하다.

 

  청산도진(靑山島鎭)은 1866년(고종 3) 이곳에 당리진(堂里鎭, 일명 靑山鎭)이 설치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이곳은 서남해안을 방어하는 군사적 요충지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때 청산도진은 강진, 해남, 완도 일원을 관장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당시 규모가 큰 진이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이후 청산도진은 1895년(고종 32)에 가리포진과 함께 폐진되었다.

  언덕빼기에서 왼편으로 쭉 뻗은 길은 마을로 이어지고 오른편 주차장 뒤로 좁고 길게 뻗은 길이 서편제길이다. 일반인에게 영화 〈서편제〉의 무대로 더 많이 알려진 청산도의 중심지이자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곳 당리 언덕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숲 속에 청기와로 된 당집이 있다.

 

 그 문 앞에는 불망비가 있고, 그 옆에 초가집 4채가 있는 촬영장이 나타난다. 이곳이 〈서편제〉 촬영장이다.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돌로 만든 담장, 울퉁불퉁한 마을 길, 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들이 한번 찾아가면 오래도록 머물고 싶게 하는 고향 같은 섬이다. 

 

  서편제는 이청준의  단편이다. 한과 소리, 억압과 예술에 대한 주제를 다룬 총 8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집 〈남도사람〉 중에 제일 먼저 창작되었다.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소리꾼 남매의 가슴 아픈 한에서 피어나는 소리의 예술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임권택이 영화화하여 백만이 넘는 많은 관객이 들기도 하였다.

 

  소설은 한 사내가 전남 보성읍을 벗어난 공동묘지 옆 길목 주막 소릿재로 하룻밤을 묵으러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젊은 시절 끊은 인연의 자락이 이곳에 있을지 모른다는 소릿재 주막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찾아온 것이었다. 이곳에서 사내는 주막 여인에게 소리를 청하고 자신은 북장단을 맡는다.   여인은 ‘소릿재 주막’이라 불리는 사연이 어느 소리꾼 부녀에게서 시작되었음을 들려주었다.

 

  북을 잡은 노인과 앞을 보지 못하지만  소리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그의 딸은 어느 날 빈집이던 이 주막으로 흘러들어와 소리로 연명했다. 그러다 노인은 생을 마감했고, 아비의 묘를 지키는지 혹은 누구를 기다리는지 이 집을 떠나지 않는 그녀를 위해 그 소리를 아꼈던 대갓집에서 주막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지금의 주막 여인은 그 대갓집에서 보내 그녀를 수발들던 신분이었지만 덩달아 소리를 배워 지금에 이르렀다고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가 흐르는 동안 심한 감정의 요동을 경험하는 사내를 보던 주막집 여인. 어쩌면 그가 그토록 기다리는 듯했던 의붓오빠일지 모른다고 본능적으로 직감하게 된다는 스토리를 되뇌이는 동안 항구에서 곧장 도착한 이 윗등 ‘서편제길’로 이어졌다.

 

  몇 년 전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한 장소로 일부러 심어 놓았다는 탐스러운 유채꽃 너머로 잘 지어 놓은 유럽식 전원주택 한 채가 바로 세트장이다. 세트장 돌담에는 이 드라마에 출연한 4명의 탤런트 사진이 촬영 배경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 뒤로 체험장이 들어서 있다. 

 

  세트장 앞에는 약간 넓은 공간이 있는데 여기가  청산도에서 도청항 밑으로 펼쳐지는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위치다. 여기서는 도청항도 보이고 맞은편 도락리 포구도 발아래로 보인다.  

 

  가르마를 여러 갈래로 타 놓은 듯한 구불구불한 청산도 길과 마을, 유채꽃, 바다, 고깃배, 산 등이 어우러진 이 모습이 바로 청산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또 잔잔한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것은 청산도 사람들의 수입원을 차지하는 미역, 다시마, 전복 양식장을 알리는 부표들이다.

 

 

 

 

화랑포 가는 길


 

 세트장 앞에서 직진하면 화랑포로 가는 길이다. 세트장 앞에서 우측 1코스를 버리고 좌측 2코스길로 접어들어 화랑포로 향했다. 이 길은 걸으며 멀리 마을 위로 솟은 범바위의 웅장함을 바라볼 수 있고, 연애바위 근처 사랑의 언약을 증표로 매단 줄을 따라가면 쌈지공원 근처에서 섬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초분을 만난다.

 

   ‘초분’이란 주검을 묘지에 묻기 전에 목관이나 대발쌈에 넣어 야산에 안치한 뒤, 짚으로 이엉을 덮어 비바람을 막아 주는 임시 무덤으로,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매장 풍습이다. 이렇게 임시 무덤을 쓰고 나면 1~2년 뒤에 주검이 썩는데 그때 뼈만 추려 다시 묘지에 이장하는 것이다. 

 

 화랑포새땅끝공원으로 가는 길에서 화랑포 해안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도청리 일대의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더구나 시야에 멀리 범바위가 아스라이 들어온다. 

 

 

 

 

 

읍리 마을의 돌담길과 구석시대의 고인돌과 하마비

 

 

  세트장에서 내려간 마을의 한 가운데 위치한 경로복지회관은 건물 자체가 깨끗하다. 이 마을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마을은 골목길이 북쪽으로 이어진다. 이곳의 골목길 역시 돌담길로 꼬불꼬불하게 휘어져 들어가는 마을 길이다. 높이는 어른 키 높이 정도로 돌담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성벽 같은 돌담은 단순한 담이 아닌 건물이다. 높이가 2m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이 주위에는 대부분이 창문이 있는 돌담길이다. 물론 방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창고이고 집도 거의 슬레이트 지붕들이다. 그 속에 한 채의 허름한 초가가 있다. 바로 〈서편제〉의 주인공인 유봉이 송화에게 소리를 가르치는 장면을 찍은 곳이다. 사람은 살지 않고 영화 주인공들의 복장을 한 밀랍 인형을 설치해 촬영 당시의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읍리를 지날 때는 오른쪽으로 문화재 표지판과 함께 고인돌이 보인다. ‘독배기’라 부르는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으로 선사 시대 석기 유적이다. 몇몇 기록에 의하면 이곳에 남은 고인돌이 2개의 무리에 23기라고 하는데,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은 3기의 큰 고인돌이다. 이것이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라고 한다. 그러나 기록에는 임진왜란 직후인 17세기 초에 사람이 들어온 것으로 되어 있다.

 

  고인돌 옆에는 하마비가 서 있다. 높이는 1m 정도, 폭은 약 80cm에 이른다. 자연 화강암인 이 돌은 현재 문화재 자료 제116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이 하마비는 과거 주위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으로 조선 시대에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하마비의 뒷면에는 마애불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이는 민속 신앙과 불교가 하나로 어우러진 형태라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이 하마비를 선사 시대 때부터 신앙의 대상이 되었던 ‘선돌’로 보기도 한다. 

 

 

 

범바위에 오르다.

 

  읍리에서 신흥리로 가는 길목 마을 청계리를 지날 때  ‘범바위’ 방향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범바위를 보기 위해서는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길이 좁고 험하여 승용차는 오르기가 쉽지 않다. 종전에는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범바위 가까이 올랐으나 승용차를 타고 온 우리는 차량을 마을에 두고 오르기로 했다.

 

  범바위는 높이 155m의 작은 봉우리로 보적산 8부 능선 가파른 곳에 있다. 앞으로 돌출한 이 바위는  어미 범이 뒤따라오는 새끼 범을 돌아보는 모습으로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어흥’ 하고 포효했더니 바위의 울림이 호랑이 울음소리보다 크게 울려 호랑이가 놀라 도망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앞쪽 권덕리에서 오르는 길은 경사가 심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뒤쪽 청계리에서 오르게 된다. 돌담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청산도의 범바위 전망대는 발아래 아름다운 청산도와 남해 바다의 풍경이 펼쳐지고, 범 바위 주변이 공기 비타민이라 불리는 산소 음이온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평소에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다.

 

  특히 한 언론 매체를 통해 범바위가 '문명의 이기'인 휴대전화와 나침반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마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때 아닌 관광객을 맞느라 분주하다.범바위 주변이 전국 어느 곳보다 '기가 세다'는 소문을 듣고 기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증가한 때문이다.

 

 

화랑포공원에서 바라본 범바위
범바위와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부흥리, 다랑논과 구들장 논

 

  부흥리와 양지지마을에는 청산도 삶의 팍팍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다랑논보다 더 희귀한 구들장 논이 있다. 지금도 그리 넉넉지 않지만, 청산도에는 항상 쌀이 모자랐다. 돌이 너무 많아 농사를 부칠 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구들장 논’이란 산비탈이나 구릉에 큰돌과 작은 돌을 이용해 1m~3m 정도 석축을 쌓고, 마치 구들장을 놓듯 돌을 깔아 먼저 바닥을 만든 뒤, 그 위에다 다시 흙을 부어 다져서 논을 일군 것이다. 청산도의 계단식 다랭이논은 농토가 작은 섬의 명물이 되었다. 

 

  청산도에는 돌이 많아 물이 고이지 않기 때문에 농사를 짓기 위한 방편으로 돌을 깔았다. 또 물이 부족한 것을 감안하여 관개시설인 통수로를 조성한 것이 이색적이었다. 특히 물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진흙을 퍼와서 수십 차례 다져 물을 잡은 후 그 위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흙을 덮은 구조는 농사지을 흙과 물이 부족한 섬의 특성을 반영한 조상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또 윗논에서 아랫논으로 이어지는 통수로를 통해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물길의 흐름에 따라 연속적으로 구들장논이 만들어졌다. 한 톨의 쌀이라도 더 얻기 위한 섬사람의 노고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대봉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천수답 구들장을 논 흔적이 있었다니······.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구들장논이 2013년, 우리나라 최초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제주의 밭담과 함께 세계 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구들장농이 있는 마을에 세운 안내판과 아래 사진의 구멍이  윗논에서 아랫논으로 이어지는 통수로. 가뭄으로 메말라 있다.

 

 

신흥리해수욕장

 

   바닷가 마을인 신흥리는 해수욕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순한 포구처럼 보인다. 이곳은 사리 때 간조가 되어야 바로 앞의 목섬까지 약 2km에 이르는 기다란 모래밭이 생겨난다. 밀물이 들면 백사장이 조금밖에 드러나지 않지만 썰물 때에는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밭을 걸으며 해초와 조개를 줍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청정하고 아름다운 바다 앞에 서니 바람이 불어온다. 하늘과 맞닿은 주변 풍광이 시각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듯하다. 바로 옆에 있는 항구는 별로 쓸모없을 것 같은 무인도인데 방파제로 연결되어 있어 오고 갈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아마도 풍랑의 흐름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상서마을 돌담

 

  신흥해수욕장에서 큰길을 두고 우측 상서마을로 향했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으나 명품 청산도의 또 하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청산도 내에서도 자연자원의 보존가치가 높아 2009년 12월,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환경부에서 지정됐다.

 

  특히 지방등록문화재 제279호로 지정돼 있는 상서마을의 돌담길은 마을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호젓한 감응을 선사하는 곳으로 청산도의 매력을 더욱 크게 배가시키고 있다. 옛 고향의 정취을 느끼며 느릿느릿 돌담길을 걷는 맛이 그만이다. 돌담길을 조성하기 위해 기존 담을 그대로 두고 돌을 붙인 흔적들이 보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마을에서는 마늘, 고사리, 콩을 수확하고 있으며 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건미역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초봄에 대부분을 수확하는 해풍마늘은 상서마을의 주력 특산품으로 매우 각광받고 있다. 

 

 

                      

 

해 뜨는 마을 진산리와 국화리

 

 

  상서마을을 둘러보고 신흥리 해수욕장으로 다시 나와 언덕길을 넘으면 전망대로 이곳에서 보면 덕우도, 황제도, 거문도까지 다가선다.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가면 섬의 북동쪽에 해당하는 ‘해 뜨는 마을’ 진산리가 나타난다. 이곳이 지리와 신흥리 중간 지점이다. 진산리에는 갯돌이 깔린 몽돌해변이 600m 정도 펼쳐져 있다. 돌의 크기는 손톱만 한 것에서부터 어른 머리만 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그 색깔도 검은색, 흰색, 노란색 등 가지가지다. 이곳의 갯돌밭은 청산도 바닷가에 있는 일곱 군데의 갯돌밭 가운데 가장 곱고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진산리 갯돌밭은 아름다운 해돋이로 이름나 있다. 지리의 낙조처럼 이곳의 해돋이도 다도해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 푸름 사이를 뚫고 솟아오르는 붉은 해의 모습은 지리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풍경에 견줄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포구는 해변 왼쪽에 조그맣게 조성되어 있다. 방파제 뒤로 조그마한 섬이 있는데 이 섬이 바로 해돋이 광경이 아름답고 경관이 좋아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노적도이다. 날씨가 좋으면 거문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청산도의 가장 북쪽인 국화리. 국화리라는 명칭이 참 좋다. 마을 주변에 국화가 많이 자생해 가을이면 들국화가 만발하여 국화리로 이름 붙였다는 설이 있다. 마을 뒤편으로는 까마귀 오산, 우측으로는 방마산, 어형 형태로 된 금산이 초변의 협곡으로 병풍 치듯 둘러싸여 호위하고 있다.

 

 

해뜨는 마을 진산리의 이모저모
국회리는 작은 어항에서는 멸치가 많이 잡혀 멸치 손질을 하고 있다.

 

해송과 낙조가 아름다운 지리해수욕장

 

  국화리에서 나와 진행방향으로 달리면 바로 지리마을이다. 지리 마을 옆에 도로가에 큰 소나무를 중심으로 열녀각이 두 개 있다. 두 개 다 ‘김해 김씨 효열각’이다. 이것을 뒤로 하고 우측으로 들면 해변이 펼쳐진다. 청산도에는 해수욕장이 세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 해수욕장으로서 자연조건이 좋고 사람들도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청산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 중의 하나인 지리해수욕장이다.

 

  1km가 넘는 은빛 모래밭을 따라 수령 200년이 넘는 800여 그루의 해송이 부채처럼 펼쳐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포 해변에 인력으로 둑을 쌓아서 해수를 막고 소나무를 식목하여 현재와 같은 방풍림이 육성되었다.

 

  청산도에서 진산리가 ‘해 뜨는 마을’이라면, 청산도에서 낙조 하면 지리해수욕장을 꼽을 만큼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해가 질 무렵이면 양식장 부표 위로 온통 붉게 물든 다도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아쉬운 마음으로 지리해수욕장을 나서면 청산도 일주 여행이 끝나는 셈이다. 바로 배가 닿는, 청산도 여행의 출발지점인 도청항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리해수욕장의 노송

 

 

 

  청산도는 아직도 섬 곳곳에 초가집들이 많이 남아 있어 찾는 이들을 과거의 한때로 이끌고 간다. 옛 풍습인 초분이 있으며, 농사도 거의 손으로 짓는다. 그 흔한 경운기를 가진 집도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섬은 바다를 논밭으로 여기며 살면서 무궁무진한 바다에서 산업을 낳는데 그런데도 바다보다는 논과 밭을 이용하여 삶을 일궈왔다. 그래서 다른 섬들과는 생활양식이 판이하게 다르다.

 

 

돌담위에 늘어놓은 늙은 호박이 인상적이다.
완두콩 꽃

 

 

 

  청산도는 아름다운 비경도 자랑거리이지만, 삭막한 도시 생활 속에서 그리워했던 고향의 아늑함과 편안함을 되찾아 준다. 정부의 문화재 보호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모습이 그 자체로 남아 있어, 그야말로 섬 전체가 ‘살아 있는 민속 박물관’이다. 섬 곳곳에는 청산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초가집, 흙돌집, 돌담길, 구들장 논, 고인돌 등과 같은 옛 풍물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가장 흔한 돌이 가장 귀한 생활 방편이 된 것이다. 이런 것들이 고즈넉한 옛 고향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청산도 여행을 정리하면서 박종영이 쓴 <청산도>를 옮겨 본다.

  
세월이 만든 길을 따라 흘러가는 청산도
   언제나 나그네의 마음 안에 바다가 있는 곳                 
   그래서 청산여수(靑山旅愁)라 했던가                 
   땅에서 별까지 걸어가는 길                 
   굵은 파도는 수평선을 당겼다가 놓아주고
   창망대해, 그 아래 시간의 더께가    
   돌담으로 서 있는 황톳길에
   흐린 눈물로 신명 나는 서편제, 
   그 길 위에 낭랑한 육자배기 한가락 들썩이고 
   짙은 봄날 사래 긴 밭고랑 유채꽃 너울져 
   처녀 가슴으로 부푸는 청산도
   산은 바다가 되어 출렁이고 바다는 산이 되어 의젓한
   굽이치는 물결의 숨바꼭질   
   어이 살아감의 광대가 아니던가
   물새떼 춤추는 길을 따라 구불구불 줄 서는 산간 육답, 
   저거, 생명의 목줄이려니 
   외로움 타며 더욱 푸르게 익어가는 청산도
   옹기종기 떠 있는 섬 위로 높은 구름이 서럽다.

 

  청산도는 ‘느림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은  장소 중 하나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걸음이 절로 느려진다는 뜻의 청산도 슬로길은 현재 11개 코스 42km가 만들어졌다. 청산도 입구인 도청항에서부터 1코스가 시작돼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도록 11개 코스가 짜여 있다. 슬로길은 이정표와 지렁이처럼 꼬물거리는 파란 화살표만 따라가면 된다. 속도에 짓눌린 현대인에게 ‘느리게 살기’ ‘느리게 여행하기’란 화두를 던진 가장 한국적인 슬로시티 청산도에서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맛보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음미해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여행정보

 

느린섬 여행학교


주소 :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 청산로 541, 문의 : 061-554-6962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강진IC에서 강진, 월출산 방면으로 빠져나와 영풍교차로에서 보성, 강진 방면 좌측 방향으로 나온다. 남포교차로에서 진도, 완도 방면으로 우회전하고 계라교차로에서 완도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남창교차로에서 다시 좌회전 후 완도대교를 건너 완도로를 따라가면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 닿는다.

 

* 대중교통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청산도행 배를 타면 된다. 하루 8차례 운행하며 약 45분 소요된다. 문의 061-552-9388(청산농협)

 

2.주변 음식점

 

청운수산식당 : 돼지국밥, 해초비빔밥, 내장국밥 / 완도군 청산면 도청3길 17 / 061-555-3598

섬마을식당 : 전복죽․매운탕 / 완도군 청산면 청산로3번길 5-2 / 061-552-8672
부두식당 : 성게알비빔밥․멍게비빔밥 / 완도군 청산면 청산로3번길 11 / 061-552-8547

뚜버기 : 햄볶음밥, 소고기덮밥, 오무라이스 / 완도군 청산면 청산로 1619-7 / 061-552-3146

 

3.숙소

 

바다향기민박 : 완도군 청산면 도락길 55 / 010-5570-2226

섬이랑나랑민박 : 완도군 청산면 청산로672번길 27-1 / 061-555-3344
솔바다펜션 : 완도군 청산면 청산로1405번길 10 / 061-552-9323

청산도에코펜션 : 완도군 청산면 상동길 15 / 061-553-7119

청산도광주펜션 : 완도군 청산면 지리 883-2 / 061-552-8500

청산도힐링하우스 : 완도군 청산면 청산로 80 / 061-555-951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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