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거제도로 떠난 남쪽바다 섬 여행(장사도, 지심도, 소매물도 탐방)

by 혜강(惠江) 2013. 10. 7.

 

거제도로 떠난 남쪽바다 섬 여행 

장사도 ․ 지심도 ․ 소매물도 탐방


                                 

글·사진  남상학

 

 

 

* kt거제수양관에서 바라본 덕원해수욕장 앞 바다

 


  
내가 거제를 방문하기는 네 번째가 된다. 한 번은 소매물도에 이어 거제 학동의 한 펜션에서 좋은벗님네와 하루를 지냈다. 두 번째는 통영의 청마문학관을 방문한 김에 내처 거제도의 청마생가와 기념관을 보기 위해서였고, 세 번째는 부산나들이 때 새로 개통한 거가대교를 건너 거제의 몇 곳을 둘러보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인 이번에는 학동과는 정반대쪽인 거제 서쪽의 가배량성 인근의 kt거제수련관(거제시 동부면 가배리 29)에서 이틀을 묵으면서 주변 섬을 탐방하기로 한 것이다.  

 

 

* kt 거제수련관

 

 

   kt거제수련관은  4만여 명이 넘는 kt직원 및 가족들의 복지를 위하여 거제에 마련한 수련관인데, 조선 세종 2년(1420년) 경상좌도 안무사가 오아포에 처음으로 만호진을 두고, 세조11년(1465년) 경상우수영을 두어 축성한 가배성 인근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에 지형의 고저차를 이용하여 지하 1층 지상 8층으로  자연경관과 조화되도록 건축한 건물이다.

  거제는 700리 해안 곳곳이 백사장, 몽돌,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천태만상의 절경과 태평양으로 이어진 벽파수도(碧波水道), 명승2호로 지정된 해금강, 동백림과 팔색조도래지 등 천연기념물, 세계전쟁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포로수용소유적지, 임진왜란 당시 옥포해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옥포대첩기념공원이 있다. 그리고 주위의 바다는 크고 작은 10개의 유인도서와 52개의 무인도서가 있어서 그 어느 곳 하나 빼놓을 수없는 절경이다.

   4시간 30분 걸려 거제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거제에 거주하는 지인의 친척 내외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우리는 이분들이 가지고 나온 두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거제시 동부면 가배리에 위치한 kt수련관으로 직행했다. 숙소에 여장을 풀자마자 그분들이  포장을 풀고 신선한 회와 삶은 문어, 과일을 내놓았다. 우리가 점심을 먹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정말 지극한 정성이다. 

 

 

여차-홍포 구간 길 환상적인 드라이브

   늦은 점심을 끝내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남부면 망산 남쪽 해안 비경을 자랑하는 여차-홍포 구간 길을 드라이브했다. 이곳은 거제 해안 드라이브 코스 중 가장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다도해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는 홍포-여차구간은 경사면을 차고 오르는 비포장도로지만, 거제시가 행여 풍경을 그르칠까 염려해 앞으로도 이 구간 도로를 포장하지 않기로 한 것만 봐도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비포장 길이지만 속도를 내지 않고 조심조심 달린다면 승용차로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우리가 타고 이동한 승용차는 조카 사위되는 박상백(朴相伯) 사장이 처삼촌을 위해 선뜻 내준 체어맨 승용차여서 더욱 안전하고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병대도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해바다에는 왼쪽으로부터 대병대도, 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가왕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차를 몰아 다포삼거리를 지나 도장포로 향했다. 도장포는 거제도 동남쪽으로 거제가 자랑하는 이름난 여행지가 많다. ‘바람의 언덕’ 맞은편 바닷가엔 신선대가 있고, 1km 거리 바다에는 우리나라 명승 2호 해금강이 자리하고 있다. 5km 내외에는 학동흑진주 몽돌해변이 있어 여행자를 불러 모은다.

 

   모두 거제 8경에 속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이지만 먼발치로 잠시 바라보고 차를 돌려야 했다. 숙소까지의 좁고 익숙하지 않은 길을 야간에 초행자가 운전하는 것은 위험을 동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숙소에 돌아와 내일 섬 여행에 대한 기대 속에 단잠을 청했다.    


* 실제로 병대도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 전망

 

* 거제 도장포에 있는 바람의 언덕, 주차장  쪽에서 풍차가 서 있는 이국적인 풍경을 담았다.

 

 

장사도해양공원 까멜리아

   둘째 날 새벽 일찍 눈을 뜬 우리는 수련관 뒤편에 조성한 산책로를 따라 아침 산책을 했다. 눈 아래 펼쳐진 아침바다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수련관 식당에서 3,000원에 제공하는 정갈하고도 푸짐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곧바로 아침 8시 30분에 출항하는 장사도행 유람선을 타기 위해 가배항으로 향했다. 장사도행 유람선은 굴 양식장 부표들이 꽃처럼 피어있는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달려 20여분 만에 장사도선착장에 도착했다. 

 

「장사도해양공원 까멜리아」라는 간판이 우리를 맞이했다. 동백이 많아서 ‘까멜리아’ 로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긴 섬의 형상이 누에를 닮았다고 하여 잠사도라고 불리기도 하고, 뱀의 형상을 닮아 진뱀이섬이라고도 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잠사도가 장사도(長蛇島)로 변했다. 폭이 400m, 길이가 1.9㎞의 작은 섬 장사도는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이지만 거리상으로는 거제에서 훨씬 가깝다.

   이 섬에는 한 때 14채의 민가와 83명의 주민이 살았고, 장사도분교와 작은 교회가 있었다. 또, 섬에는 10만여 그루의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풍란과 석란, 팔색조와 동박새가 사는 자연공원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섬을 거제에서 중소기업을 하던 어느 사람이 바다낚시를 하러 이 섬에 왔다가 섬의 매력에 끌려 이 섬을 사들였고, 전 재산을 모아 이 아름다운 섬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자연친화적 해상공원으로 꾸며 2011년 12월 개장했다. 

   될 수 있는 대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폐교된 학교 운동장은 분재공원으로, 주민이 살던 집과 작은 교회는 예전 모습으로 그 자리에 복원하여 볼거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필요한 건축물은 지형지물을 그대로 살려 나무가 없는 빈 공지를 활용하고, 옛길은 섬 내의 산석을 이용하여 멋을 살렸다. 


   해상공원 장사도 안에는 중앙광장, 장사도분교 분재원, 무지개다리, 온실, 야외공연장, 섬 아기집, 수생식물원, 작은 교회, 미로정원, 맨발정원, 동백터널, 장미터널, 야외갤러리, 5개의 전망대가 있고, 스넥, 식당으로 이용하는 누비하우스, 카페테리아가 있다. 그리고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조각 작품과 시비(詩碑)를 배치하여 예술적인 멋을 한껏 살렸다.

   장사도에는 숙박시설이 없으므로 여행자는 2시간 동안 체류하다 타고 들어온 곳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거제의 외도 보타니아가 지나치게 인공적이라면 이곳 장사도는 자연을 잘 살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지심도의 동백 숲과 대나무 숲

   우리는 거제로 다시 돌아와 2시30분 지심도로 떠나는 배를 타기 위해 섬의 반대편 장승포항으로 차를 몰았다. 시간이 촉박하였지만 장사도에서 충무김밥과 유자빵으로 점심을 때웠기에 식사시간을 줄여서 가능했다. 일행의 운전을 맡아준 김삼봉 교장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생각이 든다.   본래 여행은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인데, 나는 언제쯤이나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늦지 않게 도착한 우리는 지심도행 유람선을 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배는 20분이 채 못 되어 지심도선착장에 도착했다. 일명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 불리는 지심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생긴 모양이 마음심(心) 자를 닮았다고 하여 지심도라 불린다. 면적은 0.36㎢, 최고점은 97m, 바다로 이어진 해안은 가파른 절벽으로 그 경관이 압권이다.  

 

   그러나 지심도의 자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백숲, 장사도나 그 밖의 남해안 섬들이 동백나무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남해안 섬들 중 묘목 수나 수령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이어서 ‘동백섬’이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린다. 한낮에도 동백 숲으로 들어가면 어두컴컴한 터널을 걸어가는 것처럼 원시상태가 잘 유지되어 있다. 

   우리는 지심도 안내도를 따라 비스듬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 동백하우스와 해피하우스 펜션을 지나 우측 해안절벽 전망대로 향했다. 이곳이 지심도의 한 자락 끝이라는 마끝, 전망대에 서니 유난히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해안절벽에 파도가 하얗게 부서져 장관을 이뤘다.  

 

   우리는 되돌아 나와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시작하면서 설치했던 포진지와 탄약고를 둘러보았다. 일제의 잔재는 지심도 정상 활주로를 거쳐 반대편으로 향하는 길에도 여러 개 있다. 서치라이트보관소, 방향지시석, 일본군 욱일기 게양대가 그것이다.

 

  동백꽃 아름다운 이 섬을 침략을 위한 전쟁기지로 점유했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해안전망대와 망루에서 한 걸음 더 나가면 ‘그대 발길 돌리는 곳’이라 붙인 섬의 맨 끝지점이다.

 

   발길을 돌려 대나무 우거진 길을 따라 나오는데 아담한 일본식 집 한 채가 보였다. 집 앞 정원에는 차를 마시는 테이블에 색이 바랜 붉은 파라솔이 접혀 있다.  얼핏 보아도 전망 좋은 찻집이라 생각하며 옆에 세워놓은 간판을 보니 ‘구 일본군 전등소 소장댁’이라 써 있다.  세월 지나 일본인 소장댁이 찻집으로 변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탐방객들은 이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독도까지 자신의 소유라고 억지를 부리는 침략자의 근성에 커피의 쓴맛이 더욱 쓰게 느끼지나 않았을까.

   대나무와 동백 우거진 숲길을 걸어 나오며 생각해 보았다. 대나무 숲은 겨울 추위 속에서도 푸름을 자랑하는 강직한 지조와 절개의 표상이다. 또 동백(冬柏) 역시 겨울 추위 속에서 붉은 꽃잎을 피우는 인고의 정신을 가졌다. 지심도의 대나무 숲과 동백 숲이 나를 새롭게 깨운다.

 

 

 

비취빛 바다 위에 떠있는 등대, 소매물도

 

   오늘 일정은 소매물도를 탐방하는 것이다. 거제 저구항에서 뜨는 첫배를 타기 위하여 아침도 거르고 차를 몰았다. 표를 끊어놓고 출발 시간에 쫓기며 선착장에서  먹던 라면 맛 또한 여행의 추억거리가 되리라. 저구항에서 소매물도까지는 육지에서 최단거리다. 나는 소매물도를 세 번째 찾아가는 길이다.

   파도를 가르는 배 위에서 나는 소매물도에 대한 남다른 추억을 되새겨 보았다. 2005년 좋은벗님들과 동행했던 여행, 2010년 김삼봉 교장 내외와 동행했던 여행,  이런 추억을 더듬는 동안 우리가 타고 온 배가 소매물도 선착장에 닿았다.

 

  소매물도는 옛날 인근 대항, 당금부락에서 매물(메밀)을 많이 생산하였다 하여 일컬어진 지명(1934년 간행 통영군지에는 ‘매미도’로 되어 있음)인데, 매물도 옆에 있는 작은 섬이라하여 ‘소매물도’라 한다. 1904년 경 김해김씨가 섬에 가면 굶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육지에서 이곳으로 이주 정착하여 마을을 개척해 나갔다.

 

  소매물도는 섬의 형상이 수려하여 해마다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망태봉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은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절경 때문인지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가고 싶은 섬'의 하나로 선정했다.  또 TV여행프로나 신문을 통해 여행가들이 어김없이 등대섬의 아름다운 절경을 다루면서 소매물도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한 철에는 배를 타기가 쉽지 않은 곳이 되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기암괴석과 총석단애가 특히 절경이며, 썰물일 때는 이 두점이 연결되어 건너다닐 수 있다.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글씽이굴은 대자연의 걸작품이다.

 

  볼거리를 하나 더 추가한다면 등대섬에서 소매물도를 바라보면 기암괴석으로 이어진 바위 전체가 거대한 공룡이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소매물도의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남매바위는 두 바위가 남매처럼 아래위로 있는 것에서 유래되어 쌍둥이 남매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위에 있는 바위가 조금 크고 검다고 해서 숫바위, 아래에 있는 바위를 암바위라고 한다.

 

   그러나 소매물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겉모습과는 달리 주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너무나 깊게 패여 있다. 그 갈등은 24년 전인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매물도엔 36가구가 해산물을 채취하여 판매하며 옹기종기 사이좋게 살았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뭍으로 나가고 노인들만이 한적한 마을을 지키고 있을 때 한 업체가 섬을 몽땅 사들였다. ‘계약자 당대에는 그대로 살아도 된다’는 조건에 돈을 후하게 받은 주민들은 소매물도 섬을 통째로 넘긴 것이다.
  
  하지만 군대를 제대한 한 청년이 이 매매계약에 반대하고 나서자 일부 동조자가 가세했다.  이후 외지인의 펜션이 잇따라 들어섰고 마을의 전기와 물 사용은 물론 쓰레기 처리와 선착장 사용 문제를 두고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에 충돌했다. 이로 인해 고소·고발·민원 등으로 갈등이 증폭되었고, 통영시 중재도 무산되어 해결은 미궁으로 빠져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쓰레기가 선착장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되돌아 나오는 배 위에서 나는 생각해 본다. 남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소매물도가 인간의 탐욕으로 더 이상 더럽혀져서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섬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람결에 스치고 지나간다.  

 

 

폐교된 학교, 잡초만 무성하다.
관세역사관과 내부 전시물

 

가배만 언덕위의 ‘시인의 마음’

 

 

  우리는 거제에 머무는 동안 우남일 교장의 조카내외의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장소는 숙소에서 가까운 가배량성에 있는 ‘시인의 마음’(경남 거제시 동부면 가베리 784번지, 055-635-2090). 식당의 이름도 그렇고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경관이나 주변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으로 현관에 들어서니 밀랍인형이며 찻잔 세트, 각종 시화액자를 걸어놓은 내부 인테리어가 시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단아하고 전통의 멋스러운 분위기가 깃든 창밖으로는 멀리 통영 한산도와 용초도를 잇는 연육교 위로 석양이 붉게 물들어 있다.

 식사 전에 내놓은 파전과 진된장에 각종 나물을 섞어 비벼먹는 비빔밥의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은 좋은 숙소와 배려 깊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값진 여행이었다. 환대와 후의는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식당 '시인의 마음' 외관과 내부

 

'시인의 마음'에서 내다본 바다경치
맛있는 저녁식사

 

※ 식사대접을 해 주신 거제도 박상백님 내외분께 감사드립니다.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