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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전남 여수 거문도, 억새물결·바다내음·파도소리·… 눈·코·귀가 호강하네

by 혜강(惠江) 2017. 3. 16.

 

 전남 여수 거문도

 

억새물결·바다내음·파도소리·… 눈·코·귀가 호강하네

 

여수=손수원 월간산 기자

 

 

  하늘이 유난히 파란 가을엔 단풍놀이가 최고의 '눈 호강'으로 꼽힌다. 하지만 북적이는 사람들이 부담스럽다면 섬으로 떠나 산행을 즐겨보자. 다도해상국립공원의 최남단 섬인 전남 여수 거문도는 나지막한 섬 산을 걷는 약 4시간 동안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망망대해의 '눈 호강'은 물론이요, 찰랑이는 파도 소리로 '귀 호강'에, 부드러운 흙길을 자박자박 밟으며 걷는 '다리 호강'까지 선사한다.

 

 

 신선바위에서 수월산으로 이어지는 해안단애. 옅은 해무가 드리워진 신비로운 남해 바다의 절경은 등산객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꼬리처럼 이어진 섬의 끝에 서 있는 것이 거문도 등대다.

바다와 능선이 만든 절경

  거문도는 고도(古島), 동도(東島), 서도(西島)를 합친 3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예전에는 삼도(三島)라고 불렀다. 그중 가장 큰 섬이 서도다.

        

  서도에서는 불탄봉(195m)에서 보로봉까지 이르는 능선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 능선에서는 봄철엔 동백꽃과 수선화가 바다와 단짝을 이뤄 절경을 만든다. 가을에는 노란 햇살을 받은 억새가 새로운 단짝이 된다. 여기에 30㎞도 채 안 되는 거리에 국가명승 제7호로 지정된 백도를 두고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산행 들머리는 덕촌마을회관 옆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지점부터다. 이곳부터 불탄봉 정상까지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경사진 바위지대를 지나 중계탑 아래에 다다라서는 왼쪽 옆 동백 숲으로 오른다. 섬 처녀의 빨간 입술처럼 소담한 거문도 동백은 늦가을부터 피기 시작해 4월 말까지 간다. 아직 동백을 볼 수 없지만 하늘을 가린 초록색 동백나무 이파리는 미지의 장소로 향하는 탐험대에 설렘을 안겨준다.

바닷바람에 출렁이는 황금빛 억새

터널 같은 동백 숲을 빠져나와 비로소 능선에 오른다. 밑에서 올려다보던 불탄봉의 밋밋한 산세와는 달리 막상 능선에 올라 내려다보는 섬의 풍광은 그야말로 '오른 자만이 볼 수 있는' 절경이다.

 

파랗다 못해 검푸른 남해 바다와 수천 년 파도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기암절벽,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를 저 너머 공간에 수제비처럼 떠 있는 이름 모를 갯바위…. 카메라로는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할 풍광들이 선명한 그림을 그려놓는다.

 

불탄봉에는 일제 침략기에 만든 구조물이 있다. 얼핏 보면 큼직한 무덤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T자형 벙커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이곳을 지나가는 배들을 관측하기 위한 관측소다. 벙커 왼쪽 봉우리가 불탄봉 정상이고 여기에도 벙커가 또 하나 있다.        

 

불탄봉을 지나 만나게 되는 억새군락지. 가을 바람과 억새가 만들어내는 풍광과 소리는 눈과 귀를 모두 기쁘게 한다.

 

불탄봉 정상을 내려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억새초원과 만난다. 바닷바람에 출렁이는 황금빛 억새는 가을의 낭만을 한껏 담아낸다. 억새밭을 지나면 '기와집몰랑'이라는 정감 있는 이름의 절벽이 펼쳐진다. '몰랑'이란 산마루란 뜻의 전라도 방언으로, '기와집 형상의 산마루'란 뜻이다. 섬에서 보면 여느 곳과 비슷한 해안절벽이지만, 바다에서 바라보면 풍채 좋은 기와집처럼 보이기에 그렇게 부른단다.

 

놓쳐서는 안될 '거문도 최고 전망대'

 

기와집몰랑을 지나면 '거문도 최고 전망대'로 불리는 신선바위에 닿는다. 1905년 4월 12일 처음 불을 밝힌 거문도등대가 서 있는 수월산(128m) 쪽으로 이어진 해안 풍광은 놓쳐선 안 될 전망 포인트다.

 

 

 

거문도 등대까지는 잘 정비된 산책길을 따라간다.
 
 
 신선바위 갈림목에서 다시 능선을 타면 이윽고 보로봉 정상이다. 거문리와 삼호대교가 바라보이는 이곳은 역시 불탄봉과 마찬가지로 일본군이 포대를 배치해 두었던 곳이다. 지금은 벤치를 여럿 만들어 두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후 보로봉과 수월산 사이의 갯바위 지대인 목넘어를 지나면 거문도 등대까지는 잘 정비된 산책길을 따라간다. 콧노래 흥얼거리며 동백숲과 어우러진 길을 걸어 거문도 등대에 이른다. 거문도 등대와 2006년 새롭게 들어선 신거문도등대가 세월의 간극을 말해주는 듯하다. 걸은 시간은 3시간 30분 남짓. 이제까지 보고 즐긴 각종 '호강'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한 가지 호강이 더 남았다. 바로 '낙조 호강'이다. 해 질 무렵 등대 뒤편의 관백정(觀白亭)에 서면 백도와 어우러진 황홀한 낙조를 바라볼 수 있다. 붉은 태양의 사금파리들이 흩어진 바다를 바라보며 낭만적인 불탄봉 산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수첩

산행 가이드
덕촌리에서 출발해 불탄봉→보로봉→거문도등대까지는 약 6㎞에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더 짧게 걸으려면 유림해수욕장에서 능선 갈림목까지 곧장 올라간 다음 신선바위~갈림목~보로봉을 지나 목넘어로 내려오면 적당하다. 약 2시간 소요.

 

 

 

섬 내 이동은 노선버스는 없고,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거문도택시 (061)665-1681.
거문, 덕촌, 서·동도, 등대 사이는 수시로 운항하는 도선 이용. 요금 편도 3500원. 거문호 (061)666-8540.

 

교통


여수→거문도. 여수항에서 오가고호가 1일 2회(07:40, 13:00) 출항한다. 거문도발 여수행은 1일 2회(13:30, 15:40) 출항. 약 2시간 20분 소요, 요금 왕복 7만2700원. 백도유람선 2만9000원. 거문도관광여행사 (080)665-7788.

서울 용산역과 부산 부전역에서 각각 출발하여 순천역에서 시작하는 1박2일, 2박3일 열차상품도 있다. 문의·예약은 거문도관광여행사(080-665-7788) 또는 용산역(02-3780-5555), 서울역(02-3149-3333), 부전역(051-440-2611) 여행센터 및 전국 주요 역.

 

숙식


거문도 고도항 주변에 여관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4만~5만원 선. 호반여관(061-665-8115), 영빈장(061-666-8150, 뉴백도장(061-666-3939), 백도민박횟집(061-666-8017). 고도리의 선착장 인근에 음식점이 많다. 모듬회, 갈치회, 산우럭탕, 갈치조림 등의 메뉴를 낸다. 10월 이후에는 거문도 근해에서 잡히는 갈치가 제철이다.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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