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죽도(竹島)
송죽(松竹)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짐 아름다운 섬
글·사진 남 상 학
* 죽도를 소개하는 안내표지판
양양군 현남면 인구리 바로 앞에 죽도(竹島)라 불리는 산봉우리가 바닷가에 우뚝 솟아있다. 이 섬을 죽도(竹島)라고 부르는 것은 산 전체에 키 작은 대나무가 우거져 붙여진 이름인데, 지금은 섬이 아니고 죽도해수욕장의 백사장과 이어져 있다. 섬 전체가 소나무 숲으로 덮여 있고, 대나무가 사철 울창한 죽도는 높이 53m, 둘레 1km의 작은 섬으로 기암괴석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와 소나무, 죽항이 그득하다. 이 섬의 대나무는 강인하고 전시용에 적격이므로 조선 시대에는 매년 이 장죽을 조정에 진상하였다고 한다.
* 죽도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섬 전체를 뒤덮고 있다.
내가 처음 죽도를 찾은 것은 1970년대 지인의 가족들과 함께 가족 피서지로 정했을 때였다. 당시 죽도는 해수욕장에 인접한 경관이 좋은 산이었을 뿐 정상에 있다는 죽도정에 오를 생각을 못하고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죽도정 외에 섬 둘레를 도는 산책길과 죽도정으로 오르내리는 시설을 갗추어 놓았다.
* 죽도 정상으로 오르는 길, 그길에 전망대와 묘한 바위가 있다.
나는 새롭게 단장한 죽도를 기대하며 먼저 마을 성황당 옆길 오르막 비탈길로 죽도정을 향했다. 소나무가 울창한 속에 푸른 비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키 작은 대나무 숲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 길을 따라 올라서니 정상 인근에 운동기구를 설치해 지역주민들이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근처 소나무 숲 속에 에 죽도정이 있었다.
그러나 죽도정은 동해안의 여느 정자와는 다르게 앞의 전망이 소나무로 가려져 있어 파도가 깎아 만든 여려 모양의 바위와 해안 풍경을 바라볼 수 없어 양양 8경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따라서 죽도정은 방치된 느낌이었고, 관리상태도 엉망이었다. 찾는이 없이 방치된 정자를 어찌할 건가. 산림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앞쪽의 나무둘을 정리하여 죽도장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많은 돈을 들여 정자를 정비한 이유가 될 것이다.
* 새로 보수한 죽도정은 앞 전망이 가려져 있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죽도정 아래 해안 쪽으로 나무계단을 따라 해안을 연결하여 죽도정에서 해안으로 어르내리는 동선을 넓히고, 기암괴석의 해안 풍경과 바다를 전망할 수 있게 했다. 해안으로 내려서는 데크로드는 약 300여m쯤 되어 보였고, 중간에 전망 포인트와 쉼터를 갖췄다. 그리고 죽도 둘레를 순환하는 해안 산책길과 연결시켜 산책길을 걸으며 갖가지 바위의 형상과 해안 풍경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죽도정 부근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바다
* 정상에서 해안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과 전망대
* 나무 계단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바라본 주변 경치
이곳 해안의 바위들은 소돌해안처럼 부채바위 등 기기묘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바닷속에 있던 바위가 융기해 오랜 세월 파도로 여러 가지 모습을 갖게 됐다는데, 규칙적인 파도가 지나간 흔적이라고는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해안 갯바위에는 철 이른 낚시꾼들이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 죽도 해변의 각양각색 모양의 바위들
해안 산책길을 따라 해수욕장 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작은 암자가 바위 절벽에 앙증맞게 붙어 있다. 계단 아래 마당에 떠들썩한 한 떼의 사람들이 물고기 방생을 끝내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 죽도 해안절벽에 세운 죽도암(관음전). 방생행사를 끝낸 불자들이 뜰에서 식사하고 있다.
암자 앞을 지나니 곧바로 죽도해수욕장이다. 스쿠버들이 활동을 끝내고 나온 듯 했다. 이곳은 모래가 곱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피서지로 적당하면서도 스킨스쿠버, 서핑, 낚시를 즐기는 자주 찾는다. 또 모래사장 위쪽으로 캐라반 시설을 완비하여 피서지로서의 품격이 한층 돋보였다.
* 스킨스쿠버를 끝낸 다이버들이 물속에서 나오고 있다.
* 죽도 해변에 설치된 카라반 시설
* 죽도 관광을 마친 나는 카페 'Noosa'에서 커피를 마셨다. 젊은 부부는
채소 심을 밭에서 일하다가 달려와 우리를 맞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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