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의 강호(强豪)를 찾아서
냉면마니아들이 평가한 진짜 평양냉면 맛집은?
빼어나게 잘 생기거나 예쁘지는 않지만, 내면에서 우러나는 온화한 성격이나 정감 있는 모습을 지닌 이들을 보고 우리는 흔히 ‘볼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첫눈에 호감을 사기 보다는 ‘볼수록 매력적이다’라는 뜻이다.
음식에서는 마치 평양냉면을 두고 하는 말 같다. 평양식 냉면은 불필요한 감미료 넣을 것 없이 오랜 시간 푹 우려낸 육수(肉水)와 고루 잘 삶은 고기 몇 점, 투박하게 뽑아낸 순수 메밀 면의 삼박자만으로 맑고 담백한 맛이 난다. 첫맛은 싱겁다 못해 밍밍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두세 번 먹고 나면 나중에는 그 특유의 밍밍함이 자꾸만 생각나고 당긴다.
별 거 아닌 듯해도 육수와 면발, 고명의 밸런스가 잘 맞아야 ‘중독성 있는’ 밍밍함이 된다. 육향의 정도와 메밀 함유량에 따른 면의 촉감이 얼마만큼 조화를 잘 이루는지가 중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냉면의 어느 요소도 허투루 생각해선 안 된다. 결국엔 본질이 중요하다.
맵거나 짠, 또는 지나치게 단 음식에 입맛을 고스란히 내준 요즘의 외식문화에서 그래도 평양식 냉면의 ‘無’에 가까운 맛은 순수하면서도 정직해서 고맙다. 냉면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평양식의 담백한 냉면이 가장 핫한 메뉴로 손꼽힌다.
냉면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들과 함께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평양냉면 집들을 찾아다니며 각각의 냉면 맛을 비교, 분석했다. 냉면 자체의 맛은 물론 ‘선육후면’의 순서로 고기(수육, 만두 포함)를 먹고 난 후 냉면으로 마무리 했을 때의 맛까지도 골고루 평가했다. 개중에는 2대, 3대가 이어가고 있는 유서 깊은 곳들도 있고 앞서 설명했듯 육류와 심심한 평양냉면의 조합을 구성한 고깃집들도 있다.
평양냉면 로드 평가단
-건다운(박태순): 맛집 파워블로거이자 음식칼럼니스트. 쌀 한 톨도 못 삼킬 정도로 아픈 지독한 몸살감기 중에도 평양냉면은 한 그릇을 꼬박 비워야 낫는다는 진정한 냉면마니아다.
-아포리아(김인규): 맛집 파워블로거 김인규씨는 평소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평양냉면 로드를 기획해 다닐 정도로 냉면을 사랑한다.
-나나(서연지):요리전문 블로거로 만만치 않은 면요리 마니아. 주부인 나나 씨는 집에서 직접 담근 동치미 국물에 소면을 말아먹는 일이 일상이다.
-면장(최완재): 평양냉면 로드 당시 가는 집마다 국물 한 점 남기지 않고 다 마셔버렸을 정도로 냉면을 사랑하는 남자. 앉은 자리에서 기본으로 국수 세 그릇을 쉬지 않고 먹는다.
-한식요리전문가 <더함>의 김인복 대표: 만만찮은 주당과인 김인복 대표는 평양냉면을 식사와 동시에 술안주로도 자주 즐긴다. 자극적이지 않은 육수와 담백한 메밀 면은 소주 안주로 최고라고.
은은하게 올라오는 육향과 터프한 식감의 면이 인상적
서울 장충동 <평양면옥>
서울시 장충동에 위치한 <평양면옥>은 유독 색이 맑은 육수와 은은하게 올라오는 육향이 매력적인 집이다. 면요리 전문 블로거인 면장은 “이 집의 냉면의 첫 맛은 마치 맹물에 면을 타 먹는 것처럼 육수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젓가락, 세 젓가락 이상 먹다 보면 탱글탱글한 면의 식감 속에 은은하게 올라오는 육향이 느껴져 전체적으로 깔끔하다”고 설명한다. 조미료를 최대한 배제하고 육수를 좀 더 우려내 깔끔한 육향을 더했고 고명으로 올린 소 편육과 돼지 제육의 삶김 정도로 훨씬 좋아졌다는 평이다. 면은 약간 아쉬웠다. 면 삶김 정도의 평균 수치가 ‘5’라고 가정했을 때 이날 <평양면옥>의 면은 7~8정도로 더 삶겼다. 약간 불어있는 듯하다는 평가였다.
제육 한 접시(2만3000원)와 만두(한 접시 1만원)도 주문해 맛을 봤다. 만두 속의 잘게 간 고기와 숙주나물의 식감의 조화가 훌륭하다. 이북식 손만두 특유의 심심한 맛이 냉면과 잘 어울린다. 제육의 경우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도 적당하고 부드럽게 잘 삶겼다. 냉면과 함께 먹었을 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무난한 느낌이다.
총평: 은은하게 올라오는 육향으로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돈돼 있는 맛. 제육이나 만두의 퀄리티도 훌륭한 데 반해 ‘가격대비’를 생각한다면 글쎄올시다. 평양냉면 접시만두 각각1만원, 제육 2만3000원
짭짤한 풍미의 대중성 짙은 평양냉면 그러나 옛 명성은 어디에?
서울 입정동 <을지면옥>
<을지면옥>의 냉면은 비교적 대중화된 맛에 가깝다. 보통의 평양냉면의 공식은 ‘첫 맛은 밍밍하다’는 것인데 이집의 냉면은 육향이 진하게 올라오고 촘촘하게 뿌린 고춧가루와 파채의 알싸한 향이 잘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간이 돼 있는 듯한 느낌이다. 요리 전문 블로거인 나나는 “조미료의 맛이 강하다는 느낌도 든다.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우동이나 잔치국수의 국물 맛과 흡사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면은 비교적 가는 편이고 메밀 함유량도 높지 않다. ‘소면’처럼 부담 없이 후루룩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굵기와 맛이다. 건다운은 ‘예전의 명성을 찾을 길 없이 급락하고만 정통 평양냉면집’이라고 잘라 말했다. 통속적인 국물 맛의 냉면도 그렇지만 화학조미료의 풍미가 느껴지는 편육도 마찬가지라고.
‘선육후면’의 기준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돼지고기 편육은 잘 삶아서 식힌 고기라 여름에 먹기에 괜찮은 편. 차갑게 내는 편육에 짭짤한 물냉면을 먹는 조화로 봤을 때는 무난하다는 평이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삶아 내는 편육과 차별성은 확실히 있다.
총평: 차갑게 식힌 편육과 비교적 짭짤한 냉면 육수의 조화는 괜찮은 편. 그러나 조미료 맛이 강하다. 간혹 육수나 면발의 질감에 있어 기복이 심한 집들도 있게 마련이니, 다시 괜찮아질 날을 기대해본다. 평양냉면 9000원 편육 1만4000원
시원한 얼갈이김치와 묵직하게 감기는 담백한 육수의 완벽한 밸런스
서울 방이동 <봉피양>
<봉피양>은 2대, 3대가 이어가고 있는 냉면집들에 비해 역사가 깊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평양냉면 맛을 구현한 ‘고깃집’으로는 최초가 아닐까 싶다.
결과는 명불허전이다. 이집 냉면의 특징은 담백한 듯 하면서 구수한 맛이 깊게 우러난다는 점이다. 마치 우유를 먹을 때 느껴지는 구수함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집들에 비해 면을 굵게 뽑아내는 편이다. 그래서 면발이 투박하면서도 묵직하다. 구수한 육수와 함께 메밀 면 특유의 향과 터프한 식감을 제대로 맛보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새콤하게 무친 얼갈이김치와 부드러운 수육을 곁들여 먹으면 한 그릇 냉면에서 ‘요리’로 옷을 갈아입는 듯한 느낌이다.
돼지갈비의 가격은 비교적 비싼 편(270g 2만4000원)이다. 평가단 중 일부는 “냉면의 명성에 비해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하기도 했다. 과하게 짜거나 달지 않아 맛있는 양념에 비해 고기가 빨리 말라 쉽게 텁텁해진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냉면의 품질이 받쳐주기 때문에 ‘선육후면’의 구성에 맞게 돼지갈비와 냉면을 함께 맛본다면 훌륭한 수준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총평: 담백하면서도 깊게 우러나는 구수한 육수의 육향이 살아있다. 얼갈이김치는 이집 냉면의 확실한 트레이드마크다. ‘선육후면’ 키워드를 살리려면 돼지갈비에 더 신경 써야 할 듯. 평양냉면 1만2000원 돼지갈비 2만4000원
- 경기도 의정부 <평양면옥>
개운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국물, 변하지 않는 이 맛이 진리
경기도 의정부 <평양면옥>
냉면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 냉면 맛집의 계보는 세분류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가 ‘파 송송 고춧가루 팍팍’ 들어간 스타일의 냉면이다. ‘파 송송 고춧가루 팍팍’ 스타일의 본가이기도 한 경기도 의정부의 <평양면옥>을 찾았다. 이집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꾸준한 맛으로 참가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적당하게 쫄깃한 면발에 차고 맑은 육수, 그리고 고춧가루와 파의 알싸하고 매운 향이 잘 어우러져 나름의 독특한 맛을 낸다. 간혹 고춧가루의 맛 때문에 육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의견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유향이나 여건에 휩쓸리지 않고 이집만의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해나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칭찬할 만한 요소다.
맛집 파워블로거 아포리아는 이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차갑게 식힌 시원한 콩나물국을 먹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미묘한 육수 맛 때문에 자다가도 생각나는 집이라고 덧붙였다. 고명으로 돼지고기 제육과 소고기 수육을 골고루 올려준다. 부드럽게 씹히는 맛은 부족하지만 찬 냉면에 곁들여 먹기에 충분히 고소하다.
평안도식 구수한 만두에 질 좋은 제육까지 곁들여 먹었다. 담백한 만두와 따뜻한 제육을 먹고 난 후 고춧가루의 매콤한 향이 감도는 시원한 냉면으로 마무리하니 입안이 개운하다.
총평: 시원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육수 맛이 포인트. 무엇보다 언제 방문하더라도 맛이 일정하다는 강점이 있다. 평양냉면 9000원 접시만두 8000원 제육 1만2000원
- 서울 주교동 <우래옥>
60년 전통의 평양냉면 名價
서울 주교동 <우래옥>
<우래옥>은 서울·경기 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정통 평양냉면 집들 중에서도 꽤나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곳 중 하나다. <우래옥> 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진하게 올라오는 육향이다. 그래서 다른 집들에 비해 싱겁거나 밋밋한 맛이 덜 한 편이다. 짙은 육수와 순면의 밸런스가 거의 완벽할 정도로 잘 맞기 때문에 마니아도 마니아지만 평양냉면 초보자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고명으로 오이지와 수육을, 그리고 배가 맛있는 계절에는 배를 채 썰어 올린다. 각 식재료가 지닌 고유의 향과 식감이 메밀 면과 개성 있게 잘 어울려 어느 계절에 먹어도 우래옥 스타일의 진한 냉면을 맛볼 수 있다. 기호에 따라 같이 나오는 동치미 국물을 섞어 좀 더 시원하고 맑게 먹어도 별미다.
냉면을 먹기 전 불고기(150g 2만9000원)를 먼저 주문해 맛을 봤다. 가격이나 명성에 비해 특별한 맛을 찾아내긴 힘들었다. 사실 어느 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그럭저럭’ 수준의 평이한 불고기다. 합리적인 가격에도 충분히 맛있는 불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실속 있는 집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가격대비 만족도’를 느끼기에 아무래도 부족함이 있다. ‘선육후면’의 조화는 훌륭한 편이다. 야들야들한 불고기를 먹고 난 후 육향 짙은 우래옥 스타일의 냉면으로 마무리하는 동안 적어도 입이 심심하지는 않다는 것이 절대적인 평.
총평: 밍밍하거나 싱겁기 보다는 짙은 육향으로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정통 평양냉면이다. 주머니가 두둑한 이들에겐 불고기와의 조화가 반갑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담스러운 건 사실. 평양냉면 1만1000원 불고기 150g 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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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의동 <서북면옥>
담백한 육수와 착한 가격은 Good, 면발은 글쎄…
서울 구의동 <서북면옥>
<서북면옥>도 서울 지역에서는 60년 이상의 전통 있는 평양냉면집이다. 육수나 고명은 그럭저럭 평이한 수준(사실 고명은 조금 박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슬라이스 한 무와 오이 고기 한두 점이 전부다). 면은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터프하면서도 거친 질감과 식감이 나름대로 개성 있다는 의견과, 면을 충분히 헹궈내지 않아 밀가루의 냄새와 맛이 올라온다는 의견이 있었다. 굵고 강한 느낌의 식감은 매력적일 수 있으나 메밀 면에서 우러나는 특유의 고소한 메밀 향은 부족하다는 것. 요리블로거 나나는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만족스럽겠지만 투박하고 매끄럽게 끊어지는 식감을 좋아하는 이들의 입맛에 어떨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만두나 돼지편육은 평범하고 무난한 편이다.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냉면과 함께 주문해 나누어 먹기에는 맛이나 가격 등에서 부담 없다. 그러나 평이한 만두와 편육, 그리고 굵고 거친 느낌의 평양냉면의 조화에 있어서는 딱히 정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가격대비 만족도를 생각하면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가치 있는 집이 분명하나, 정통 평양냉면의 완전한 마니아라면 가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더 잘하는 집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부 참가자의 평이기도 하다.
총평: 가격이 착한 편이라서 부담 없이 방문하기에 좋다. 그러나 까다로운 입맛의 냉면마니아들의 기대치엔 2%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 함정. 평양냉면 7000원 접시만두 7000원 돼지편육 1만원
- 경기도 부천 <삼도갈비>
질 좋은 한우갈비와 수준급의 평양냉면, 가장 완벽한 ‘선육후면’ 구현
경기도 부천 <삼도갈비>
경기도 부천의 <삼도갈비>는 평양냉면계의 신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곳이다. 우선 국물의 염도가 현저히 낮다. 그래서 첫 맛은 싱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먹으면 먹을수록 고기 육수를 제대로 우려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간이 갈수록 육향이 은은하고 진하게 올라온다. 방문한 집들 중 조미료의 인위적인 맛이 가장 제로에 가깝다. 그만큼 재료 본연의 맛으로만 순수 냉면의 맛을 냈다는 부분에서도 점수를 많이 받았다. 면의 메밀 함유량은 70% 이상. 메밀 면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식감이 골고루 잘 나타난다. 그 중간점을 찾고자 업주는 면의 굵기에도 제법 신경을 썼다.
우선 <삼도갈비>의 냉면은 전체적으로 푸짐하고 넉넉하다는 강점이 있다. 건장한 성인 남자가 먹기에도 양이 제법 많다. 여성 동지라면 한 그릇을 주문해서 나누어 먹어도 충분하다. 백김치와 오이지, 배, 그리고 푹 삶은 소고기 5~6점을 고명으로 얹어주는데 이 역시도 푸짐하다.
이집의 가장 큰 강점은 ‘선육후면’ 키워드에 있다. 1인 기준 2만원대의 한우마늘갈비는 야들야들하고 촉촉한 육질과 적당히 달착지근한 양념 맛이 포인트. 갈비 부위 특성상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별미기 때문에 마블링이 과하게 촘촘한 기타 부위보다 덜 느끼하고 고소한 육즙은 최대한으로 느낄 수 있다. 한우갈비를 먹고 난 후 시원하고 담백하게 넘어가는 냉면으로 마무리하기엔 최적인 곳이다. 육류와 냉면 퀄리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를 맞추면서 조화를 이룬다는 점도 강점이다. 점심시간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선육후면을 즐기기 위해서는 불고기정식을 주문해도 좋다. 단돈 1만원에 한우 등심 불고기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고 평일 오후 3시까지는 산채비빔밥도 서비스한다.
총평: 냉면 로드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후한 점수를 받은 집이다. 서울·경기 지역의 수준급 냉면집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상품력을 검증할 수 있는 단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한우갈비까지 더하면 ‘선육후면’으로는 오히려 기존의 평양냉면 명가들보다 뛰어나다는 평. 평양냉면 9000원 한우마늘양념갈비(200g) 2만8000원
- 충북 청주 <소순주의 한우마당>
‘냉국’ 스타일의 시원한 육수, 개성 있는 평양냉면
충북 청주 <소순주의 한우마당>
‘개성 있다’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다른 집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강점이 있거나 혹은 퀄리티는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그 집만의 색깔은 분명하거나인데 <한우마당>은 전자다.
우선 고기 육수에 비교적 가늘게 뽑은 메밀 면을 잘 틀어 올렸다. 백김치와 채 썬 오이, 편육을 푸짐하게 넣은 부분도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다녔던 집들 중 생 오이채를 넣은 경우는 처음이다. 시원한 육수에 오이채를 곁들이니 얼핏 보면 ‘냉국’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기육수에 백김치 국물을 배합해 시원한 맛을 가미했다. 구수하고 묵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김치 국물 특유의 라이트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감돌아 전반적으로 ‘시원하고 개운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고명으로 얹은 편육은 양이 푸짐하다는 점에서는 만족도가 좋으나 일부는 ‘식감이 너무 딱딱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면의 굵기는 비교적 가는 편이고 부드럽다. 목 넘김이 편안하다. 한우갈빗살은 마블링의 정도나 고기의 질은 물론 작업 상태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생갈빗살과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돋보이는 냉면의 조화를 봤을 때는 후한 점수가 가능하다.
총평: 담백하고 구수하기보다는 시원한 맛에 가깝다. 청주시민들의 입맛을 고려해 여러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한 결과다. 오이 특유의 풋냄새가 육향을 가린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싼 가격도 생각해볼 문제다. 생갈빗살(150g 2만9000원) 평양냉면 1만1000원
- 경기도 양주 <평양면옥>
꿩 육수의 감칠맛과 투박한 메밀 면의 조화
경기도 양주 <평양면옥>
냉면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우선 꿩 육수를 사용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혹자는 ‘마치 조미료를 넣은 것 같은 느낌의 감칠맛’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구수하게 당기는 맛이 강하다.
면발은 거칠거나 투박하지 않고 비교적 쫄깃한 편이다. 메밀 함유량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외진 곳에서 먹는 평양냉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수준이다. 더구나 뼈까지 씹히는 꿩고기 완자가 들어간다는 점은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집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가까이 사는 지역민들이 한 번씩 들르기엔 무난한 맛과 가격이라는 평이었다.
기본적인 완성도가 있는 냉면과 달리 돼지고기무침이나 초계탕 등과 같은 단품메뉴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낮았다. 돼지고기무침과 닭고기무침은 우선 양념 간이 과하게 셌다. 달거나 새콤한 정도가 강하고 자극적이어서, 오히려 육류 특유의 풍미나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건다운은 “초계탕의 경우 묵직한 닭 육수와 개운한 김치국물의 배합을 기대했는데, 파인애플통조림 국물이 들어가 있는 듯한 새콤달콤한 맛이 각 재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총평: 결과적으로 이집에서는 ‘선육후면’의 완성도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오히려 자극적인 육류요리를 먹고 나면 심심한 평양냉면에서는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할 수 있으니 냉면에만 비중을 두는 편이 낫겠다. 평양냉면(꿩냉면) 9000원 돼지고기무침, 닭고기무침 1만2000원 초계탕 2만2000원
- 서울 마포 <을밀대>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살얼음’ 냉면, 해장으로 그만이요!
서울 마포 <을밀대>
냉면마니아들 중에서는 유독 <을밀대>를 격하게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 중 상당수가 주당이다. <을밀대> 스타일의 냉면은 식사로도 좋지만 해장으로 더할 나위 없다. 살얼음을 동동 띄워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육수가, 과음한 다음날 쩍쩍 갈라지는 목을 축이기에는 제격이다. 육수 자체의 깊은 맛보다는 시원한 맛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욱 좋겠다는 평이다. 전분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쫄깃하면서 굵은 면발은 얼음 가득한 육수를 만나며 탄력성이 생긴다. 면을 처음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질감은 거치나, 씹을 때는 쫄깃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면의 양을 좀 더 많이 달라’고 주문하면 같은 가격에도 곱빼기의 양을 먹을 수 있으니 이러한 인심은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다.
‘선육후면’을 즐기기에도 꽤나 매력적인 집이다. 냉면 투어를 다니면서 ‘수육’에 있어서는 참가자들의 가장 후한 점수를 받은 곳이다. 부드럽게 삶아 얇게 썰어 나오는 수육과 잘게 썬 돼지고기를 넉넉하게 넣어 노릇하게 구워낸 녹두전 또한 별미. 삼삼오오 방문해 갖가지 메뉴를 골고루 시켜 시원한 냉면과 맛보기에 탁월한 구성이다.
총평: 살얼음을 넉넉하게 넣어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육수가 강점이나 포인트다. 육류 메뉴의 품질도 뛰어난 편이라 선육후면을 즐기기에 탁월한 곳이다. 평양냉면 9000원 수육 2만5000원 녹두전 8000원
<출처> 2013. 6. 11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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