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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부산. 경남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로 오르는 ‘영남알프스’ - 120만평 사자평 억새밭의 장관

by 혜강(惠江) 2012. 10. 31.

 

밀양 사자평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로 오르는 ‘영남알프스’


 -  120만평 사자평 억새밭의 장관 -


 

글· 사진  남 상 학



 

 * 오색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 얼음골 *

 

 

  경남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95-1 (얼음골1길 13-4), 산내(山內)라 함은 ‘산의 안쪽’을 말함일 텐데, 그건 밀양시내에서 언양 쪽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보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방팔방이 그야말로 첩첩 산들이다. 치솟은 산과 산의 틈으로 국도가 흘러간다. 산내면 일대는 지금 온통 붉게 익어가는 사과밭으로 가득하다. 어찌나 사과나무들이 많은지 열어놓은 차창으로 달큰한 사과 향기가 밀려들어온다. 인근의 단장면 일대는 주렁주렁 열린 파란 대추들이 한가득이다. 

 

 

 *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 얼음골 사과 *



  해발 1,189m의 천황산 북쪽 중턱 해발 600m~750m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얼음골 계곡은 삼복 한더위에 얼음이 얼고 처서가 지날 무렵부터 얼음이 녹는 신비로운 이상기온 지대이다. 약 3,000평쯤 되는 이 돌밭에는 해마다 6월 중순부터 바위틈새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하여 삼복더위가 한창일 때 그 절정에 이르고 반대로 가을철에 접어들면서부터 얼음이 녹기 시작하여 겨울철에는 바위틈에서 얼음 대신 더운 김이 올라오고 계곡을 흐르는 물도 얼지 않는 이상기온 지대이다.

  골짜기를 이루는 암석은 중생대 말엽에 분출한 안산암으로, 안산암의 많은 틈이 얼음골 생성의 요인이 된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풍혈현상(風穴現象)이라 하여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진다. 더운 바깥 공기가 바위틈의 구멍을 통해 땅속으로 스며들어갈 때 차가운 바위 표면을 스치면서 공기의 온도가 매우 낮아진다. 이렇게 차가워진 공기가 땅속을 흐르는 찬 지하수와 함께 흐르다가 다시 좁은 바위틈으로 나오면서, 높은 바깥 기온에 부딪힐 때 단열냉각현상이 일어나, 그 공기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며 얼음이 맺힌다. 그러므로 외부 온도가 높을수록 얼음이 어는 현상은 더욱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반면에 겨울이면 따뜻한 공기가 나오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여름 자연이 얼음을 만드는 곳은 비단 밀양뿐만은 아니다. 경상북도 청송군·강원도 정선군 같은 곳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형이 제각각이라 그에 따른 과학적인 설명도 달리 곁들여진다. 밀양얼음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근거가 뒷받침되기는 하나, 이 모든 것 제쳐놓고 '자연의 신비'에 몸을 맡기려는 이가 더 많은 듯하다.

 

 

* 영남알프스 하늘정원 주변 주요 산 및 등산로 * 

 

얼음골에서 오르는 케이블카


  밀양의 얼음골을 찾아나서는 길. 폭염의 기세가 다 수그러든 지금 다 늦게 얼음골을 찾아가는 이유는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다. 케이블카 설치는 14년 전부터 추진돼 온 사업. 그러나 환경 훼손 여부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착공이 늦춰지다가 지난 2010년 4월에야 공사가 시작돼 금년 10월에 들어서야 완공했다.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구연마을에서 진참골 계곡까지 연결된 케이블카는 1.8㎞로 국내 최장이다.

  개통한지 얼마 안 된 케이블카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만원이다. 하루에 2, 3천 명, 주말에는 4, 5천명이 몰린다고 한다. 이렇게 붐비는 이유는 가을철을 맞아 등산 인구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영남 알프스’ 산군(山群)들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가장 높은 재약산 정상 동남쪽에 펼쳐진 사자평 억새밭의 장관을 보기 위해서다. 케이블카를 개통하기 전에는 사자평에 오르려면 표충사에서 시작하여 2시간가량 힘든 코스를 올라야 했지만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단번에 재약산의 거대한 능선 위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해준다. 운행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5시까지. 능선의 상부 승강장에서 사자평까지는 왕복 3시간, 요금 왕복 9,500원이다.

  8시 30분부터 운행한다고 해서 운행 한 시간 전 무렵에 도착했는데 벌써 10여명이 줄을 서 있다. 우리는 일행 중 한 명이 줄을 서고 나머지는 인근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교대하여 첫 번째 운행하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1회 최대 탑승인원이 50명인 케이블카는 우람하게 솟은 산에 물들기 시작한 단풍을 바라보는 사이 상부 승강장에 닿는다. 

 

* 얼음골 케이블카 매표소 *

 

* 능선 위의 상부승강장까지 케이블카는 15분 간격으로 70명씩 실어나른다 * 

 

 

주변 전망이 좋은 하늘정원길

  해발 1,020m 위의 능선으로 단숨에 올라서 마주하는 초가을 무렵의 아름다움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상부승강장에서 우측으로 천황산(사자봉)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은 능선을 따라 데크를 깔아 오르기 쉽도록 했다. 데크길의 양옆에는 각종 동물과 새들의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 천황봉 쪽으로 이어지는 하늘정원길 *

 

* 등산로 길가에 갖가지 새, 동물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

 

 

   그런가 하면 ‘하늘정원’ '하늘억새길'이라 명명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전망하기 좋은 곳에는 전망대를 만들어 주변의 아름다운 정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게 했다. 여기서 잠시 발길을 멈추고 사면을 바라보면 왜 이 일대의 산들을 ‘영남 알프스’라고 부르는지, 그리고 왜 재약산(수미봉, 해발 1108m)을 영남알프스의 중심으로 부르는지 비로소 실감이 된다.

 

  뒤쪽으로 가지산과 능동산, 백운산, 운문산, 억산이 우뚝 솟아있고, 전면으로는 270도로 시야가 펼쳐진다. 앞으로는 멀리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시선 안으로 중중첩첩의 산이 그려내는 선들이 끝도 없다. 

 

 

*전망대에 서면 산아래 동네와 영남알프스의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 * 

 

* 전망대를 뒤로하고 샘물산장까지는 억새와 철쭉들이 등산객의 벗이되어 준다. *   



  샘물산장을 지나 천황산의 정상 천황봉(해발 1,188m,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좁은 오르막길은 진달래와 철쭉나무 숲길을 거쳐 천황봉에 닿는다. 천황봉은 흔히 사자봉으로 불리는데 사자봉은 바로 아래 사자 형상을 한 바위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사자평을 보기 위해 암반으로 경사진 능선을 따라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털보산장이다. 털보산장 주변은 억새가 춤추는 광활한 평원이다.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재악산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 샘물산장에서 천황봉(사자봉까지는 계속 오르막길, 안테나가 있는 언덕을 지나는 동안

나무는 별로 없고 온통 억새풀 뿐이다.  숨가쁘게 올라간 정상의 천황산 표지석 *  

 

*가파른 길을 계속 오른다*

 

*드디어 천황봉에 도착했다*

 

* 천황봉을 넘어 내려오는 길은 바윗길이고 경사가 있다 *  

 

 

 * 천황봉 정상에서 털보산장까지 내려오는 길은 아래쪽 평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암반이다. * 

 

 

영남 알프스의 장쾌함과 사자평의 억새


  밀양, 울산, 청도 일대 해발 1,000미터 이상의 준봉들로 이루어진 영남알프스 산군중의 하나인 재약산(1,108m)은 산세가 부드러우면서도 정상 일대에는 거대한 암벽을 갖추고 있다.  재약산의 아름다움은 보통 세 가지로 나뉘어 불린다. 그 하나가 사자봉 동남쪽 기슭의 사자평 고원지대 너른 초지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사자광평’이다.

  사자봉 일대의 억새대평원은 경관이 수려해 등산객들은 펼쳐진 억새장관을 대하곤 환상과 풍요의 탄성을 자아내기 일쑤다. 이는 예로부터 바다의 물결로 묘사되면서 재약산 8경중 첫손에 꼽히는 절경이자 ‘영남 알프스’로 불린다. 사자평은 10년여 전까지만 해도 화전민이 밭을 일구어 고랭지 채소와 약초를 재배했다. 일제 때는 목장으로, 눈이 많이 오면 산상스키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120만평에 이르는 광할한 분지가 온통 억새풀로 뒤덮여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억새벌판이 되었다.

  바람결에 이리저리 춤추는 억새의 물결이 장관인 사자평은 억새풀이 밀집해 있는 곳만도 5만평에 이른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이 가을햇살을 받아 은빛벌판으로 변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억새는 단풍과는 또 다른 가을의 색깔이다. 단풍이 화려하다면 억새는 수수하다. 단풍과 비슷한 시기에 제철을 맞는데도 억새가 다소 밀리는 것도 소박함 때문일 것이다.  

  솜같은 꽃이 가을바람에 흘날리면서 줄기와 잎이 금은 빛으로 파도치며 반짝일 때가 가장 환상적이다. 이즈음 억새밭은 햇빛의 향연을 연다. 은색빛을 머금은 벌판에 바람이 몰아쳐도 억새는 하늘거릴 뿐 꺾이지 않는다. 등산객들은 하늘거리는 억새의 장관을 대하곤 환상과 풍요의 탄성을 자아내기 일쑤다.

 

* 사자평 고원대지의 너른 초지의 억새들이 바람결에 춤추듯 일렁인다. *

 

 

  재약산을 제대로 즐기려면 재악산 동쪽 층층폭포와 폭포로 대표되는 산 동쪽의 옥류동천을 거쳐 표충사로 내려설 터이지만 케이블카 하부 승강장에 차를 세워놓았기에 하는 수 없이 다시 원점회귀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야 했다. 케이블카의 창문으로 보이는 오색단풍의 아름다움이 악새풀과 오버랩 되면서 뇌리는 스치는가 했더니, 어느새 사과 향기가 내 코를 간질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얼음골에서 케이카를 타고 올라 보는 영남알프스의 장관과 억새의 물결은 두고두고 내 머리에서 둥지를 틀 것이다.    

 

 

♣ <참고> 억새와 갈대의 차이

억새는 대개 산이나 뭍 등 건조하고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고 억새 꽃은 은빛이나 흰빛을 띠고 키는 1~2m쯤 된다. 이에 비해 갈대는 갯벌, 간척지뿐만 아니라 강가나 연못가에서 잘 자라며 대 잎은 억새 잎보다 한결 부드러워 소의 여물로도 쓰인다. 갈대의 키는 2~3m로 사람보다 훨크다. 가을에 갈대나 억새 끝에 매달린 것은 꽃이 아니라 깃털이 씨앗에 붙어 있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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