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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완주 고종시 마실길, 감 익어가는 산길을 걷는다

by 혜강(惠江) 2012. 8. 29.

 

완주 고종시 마실길

감 익어가는 산길을 걷는다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임도를 따라 걷는 고종시 마실길 *

 

  내 앞에 길 하나가 놓여 있다.  높은 산봉우리 사이로 하늘을 향해 난 길. 그 길을 따라 하늘을 향해 오른다. 여름 폭염을 견뎌낸 나무들이 온몸을 흔들어 환영한다. 적막한 가운데 계곡 물소리 우렁차고, 고요 속에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 생기롭다. 여행하며 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유며 교류다. 

 

  철과 소음의 감옥인 자동차보다 훨씬 느긋하고 자연과도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다. 걷기가 끝난 후에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올라온다. 그래서 길을 걷는다. 걷기 여행은 나를 위한 시간이며, 느리게 사는 삶의 슬기로움 또는 너그러움의 한 형태이다. 잠시 물러났다 재충전해서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삶의 휴식인 셈이다. 가을이 시작되는 길목, 감 익어가는 풍경이 매력적인 완주군 고종시 마실길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길에서 우리는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꿈꾼다.

 

 

6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장관

 

 

 전북 완주군에 걷기 좋은 둘레길이 있다. 소양면 위봉산성에서 동상면 거인마을로 이어지는 18km 구간의 고종시 마실길이다. 고종시라고 해서 처음에는 완주군에 행정구역상 시가 있나 하고 의아해하게 된다. 고종시의 '시'는 도시를 의미하는 '시(市)'가 아닌 감나무 '시(枾)'다. 고종시란 조선시대 고종 임금이 동상곶감을 즐겨 먹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종시 마실길은 동상곶감의 생산 과정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생태문화 탐방로인 셈이다.


  고종시 마실길은 2개 코스로 이뤄졌다. 1코스는 위봉산성에서 출발해 위봉폭포를 거쳐 송곶재를 넘은 다음 학동마을로 내려온다. 총 11.5km 구간으로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2코스는 학동마을에서 대부산재를 넘어 거인마을로 이어진다. 총 6.5km 구간으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마실길 종주가 아니라면 위봉폭포에 차를 세우고 송곶재를 넘어 학동마을로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해서다. 이때 위봉산성과 위봉사는 차로 이동하면 된다. 거인마을까지 걸으면 다시 되돌아올 방법이 없다. 걸어서 오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버스도 하루 두 편에 불과하다.


  1코스 시작점인 위봉산성은 조선 숙종 원년(1675)에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포곡식 산성이란 넓은 계곡을 둘러싼 산줄기를 따라 축조한 성벽을 말한다. 축조 당시에는 산성의 둘레가 약 16km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였으나, 현재는 도로 양쪽으로 성벽 일부와 성문, 포루, 여장, 총안, 암문 등이 남아 있다. 위봉산성은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과 조경묘에 있는 태조의 초상화와 선대의 위패를 피란시키려고 축조했다. 실제 동학농민봉기로 전주가 함락되었을 때 초상화와 위패를 이곳으로 모셔왔다.


  걷는 즐거움은 위봉폭포에서 시작된다. 위봉폭포 입구에 차를 세우면 웅장한 모습으로 낙하하는 물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멋진 폭포를 볼 수 있기에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폭포의 높이는 약 60m. 2단으로 떨어지는 폭포수가 우거진 숲, 바위 벼랑과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비가 내린 후에는 더욱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도로에서 폭포까지는 나무 계단을 설치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계단을 한 단 한 단 내려갈수록 폭포수가 쏟아내는 사자후가 시원하게 귓전에 닿는다.


  계단을 내려 위봉폭포 앞에 서면 길가에서는 보이지 않던 작은 폭포가 나타난다. 나무에 가려져 숨어 있던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도 차마 침범하지 못할 듯 나무가 울창하다. 10m 남짓한 높이에서 물이 떨어지고 아래에는 작은 소가 형성되어 있다. 소 주변 바위에 걸터앉아 발을 담그고 탁족을 즐기면 그대로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일 것만 같다. 

 


 

* [왼쪽/오른쪽]조선 숙종 때 축조한 위봉산성 / 위봉산성의 서문지 *

 

*  완주팔경의 하나인 위봉폭포 * 

 

* [왼쪽/오른쪽]위봉폭포로 내려가는 계단 /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위봉폭포 *



길 위에 동상곶감이 주렁주렁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계곡을 이루고 마실길은 계곡 옆으로 이어진다. 수목이 우거진 탓에 계곡은 보이지 않지만, 거센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물줄기가 여행자와 함께한다. 10여 분을 계곡과 함께 걸으면 송곶재 정상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마실길은 산을 넘는 길이지만, 그렇다고 등산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임도를 정리해서 둘레길을 조성했기 때문에 승용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넓고 편안하다. 그렇기에 마실길 걷기는 산행이라고 하지 않는다. 천천히 편안하게 걸으며 자연과 만나고 호흡하는 길이다.


  마실길에도 단점은 있다. 중간에 쉬어 갈 지점이 마땅치 않다. 그늘을 찾기도 쉽지 않다. 고갯마루에 있는 시향정에 도달해야 그늘도 있고 앉아 쉴 수 있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간 중간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 물가에서 한낮의 태양을 피할 수는 있다.

 

 

 

*  호젓하고 걷기 좋은 고종시 마실길 * 

 

 

* [왼쪽/오른쪽]호젓하고 걷기 좋은 고종시 마실길 / 마실길의 전망대인 시향정 *

 

 

 

  시향정 뒤로는 다자미마을, 학동마을로 내려서는 산길이 열린다. 하산길도 임도이긴 마찬가지다. 길가에 작은 폭포가 형성되어 있고, 짙푸르게 우거진 녹음이 눈을 맑게 한다. 하산길에는 감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마실길의 주인공인 고종시다. 고종시는 보통 감보다 알이 잘고 씨가 없으며 맛이 달다. 다른 지역에 심으면 특유의 성질을 잃어버려, 유독 동상면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완주 곶감이 유명하다. 동상면의 4개리 17개 마을이 모두 곶감마을이다. 전국의 대표적인 곶감으로 상주 동시, 청도 반시, 의성 사곡시, 산청 단성시, 고령 수시, 완주 고종시, 논산 월하시, 임실 먹시, 장성 비단시 등이 있다.


가을철 마실길이 있는 동상면에 접어들면 달큰하게 풍기는 감 향기만으로 동상면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여름에는 풋풋한 파란색을 띠고 있다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 선홍빛을 띠며 마실길을 더욱 풍성하게 수놓는다.

 


 

* [왼쪽/오른쪽]산정에서 내려다본 다자미마을 / 길가에 달려 있는 고종시 *


 

진하고 시원한 국물 맛, 화심순두부

 

 

   뜨거운 태양 아래 오랜 시간을 걷고 나면 얼큰하고도 뜨거운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싶어진다. 이럴 때는 주저 말고 소양면 화심리로 발길을 옮기자. 화심리에 이르면 길 양편으로 너도나도 '원조 순부두집'임을 강조하는 간판이 즐비하다.


  화심순두부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부공장을 운영하던 부부가 잘 팔리지 않던 두부를 놓고 고심하다가, 공장 근처에 천막을 치고 순두부찌개를 끓여 팔던 것이 시작이다. 운장산 산행을 위해 화심리를 지나던 등산객들에게 깊고 진한 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다. 이후 '화심리 순두부찌개'라는 이름을 달고 영업하는 음식점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순두부 동네가 되었다.

 

 화심리 순두부집들은 시장에서 판매하는 두부를 사다 쓰지 않고 저마다 옛날 방식을 고집하며 두부를 만든다. 다소 거친 듯하지만 몽글몽글한 느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돼지고기 간 것과 바지락을 함께 넣고 끓여서 고소한 듯 진한 맛과 시원한 맛이 어우러진다.

 

 

 

 * 직접 만들어 고소한 맛이 일품인 화심순두부 *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익산포항고속도로 → 소양IC → 전진로(26번 국도 진안 방면) → 해월1교차로에서 좌회전 → 전북체육고등학교 → 송광사 → 위봉산성 → 위봉폭포

* 대중교통

서울→전주 : 센트럴시티터미널(02-6282-0114), 1일 113회(05:30~24:00), 5~10분 간격, 2시간 45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02-521-8550) 1일 35회(06:00~21:30), 20~30분 간격, 2시간 40분 소요
대전→전주 : 대전복합터미널(1577-2259) 1일 32회(06:30~22:30), 30 분 간격, 1시간 30분 소요
부산→전주 : 부산종합터미널(1577-9956) 1일 12회(07:00~22:30), 1시간 10분~1시간 30분 간격, 3시간 20분 소요

2.맛집

화심순두부 : 소양면 화심리 / 순두부찌개 / 063-243-8268 원조화심생두부 : 소양면 화심리 / 순두부찌개 / 063-243-6775
화심두부마을 : 소양면 화심리 / 순두부찌개 / 063-243-0515
토배기산장 : 동상면 수만리 / 흑돼지장작구이 / 063-243- 9567

3.숙소

거인산촌생태마을펜션 : 동상면 신월리 / 063-245-6611 홍시갤러리펜션 : 동상면 신월리 / 070-4244-9094
해돋이마을 : 동상면 수만리 / 063-243-9939

 

<출처> 2012. 8. 29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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