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해인사, 마음에 해인사(海印寺) 두다

합천 해인사

마음에 해인사(海印寺) 두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염원을 글자에 담은 팔만대장경,

그 염원이 '오늘'이란 꽃을 피운 것은 아닐까? 합천 가야산을 둘러 역사와 맛을 챙기고 해인사로 가자  

 

 

   모두의 마음에는 짐이 매달려 있다. 이 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 걱정 등이 쌓여 어깨를 쳐지게 한다.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전에 떼야 할 텐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여행이다. 여행하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총량만큼 짐이 "뚝- 뚝-" 떨어지면서 심신이 가벼워진다.   

 

  그 총량이 크면서 알찬 여행에 어디가 좋을까. 싱그러운 녹색 세상이 끊김 없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합천이 좋겠다. 특히 조선 8경 중 하나였으며 합천 8경 중 제1경인 가야산이 보이는 곳에서는 경치가 더욱 좋다.

 

  

 

*성주가야산로가 끝나고 야천로가 시작되는 고갯마루 쉼터에서 보이는 가야산

 

 

 

  가야산은 뾰족하게 솟은 산이 아니다. 우람한 풍채와 넓은 어깨를 지닌 두루 솟은 산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능선이 여럿이며 그 비탈에는 누군가 손가락으로 무심하게 긁은 듯 골이 났다. 선조는 이런 모습을 두고 '심산유곡(深山幽谷)'이라 읊조렸다.

 

   그 구석구석에 오랜세월에 걸쳐 쌓인 불심이 가득한데, 북-남 방향 주능선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해인사가 있고, 동쪽에는 법수사가 있었다. 두 곳 모두 규모나 오랜 역사에 있어 대가람으로 평가받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해인사밖에 볼 수 없다.

 

 

  

 

*범수사지 삼층석탑

 

 

  해인사로 가기 전에 범수사지 삼층석탑에 들러보자. 옛 대가람의 모습을 석탑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근처의 전망대 겸 쉼터에선 가야산 고운 자태를 조망하기 좋다. 이번여행은 가야산 어딘가 남아있는 천년 전 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전에 들려볼 곳이 있고 먹어볼 것이 있으니 따라오시라. 

 

 

들려볼 곳 '대장경 천년관'

 

 

*대장경 천년관

 

 

  해인사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 드물 것이며, 해인사를 못 가본 사람도 드문드문하지만, 일단 가본 사람은 여러번에 거쳐 찾는다. 그만큼 유명하면서 가본 사람의 발길을 잡아당겨 다시금 찾게 만드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사찰이다. 그에 한몫을 하는 것이 해인사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이다.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에 얽힌 이야기는 상당히 방대하다. 한번 방문으로 이곳 풍경은 담겠지만, 그 내면세계와 역사는 어느 수준 이상의 깊이로 들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대장경 천년관'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기는 여행, 첫출발로 박물관이 좋은 이유다.

 

 

  * 천년관 한편에 사람들 희망사항이 걸렸다

 

   후문 주차장에서 본관으로 가는 길, 비닐하우스 뼈대처럼 마련된 철골구조물에 팻말이 여럿 달려있다. 팻말에는 쓴 이의 희망사항이 적혀 있다. 팔만대장경 한글자 한글자에 담긴 그것처럼. 

 

 

 

*대장경 천년관의 도입공간

 

   내부로 들어서면 중심에 원통형 공간으로 이어진다. 외벽을 따라 나선형 길을 가며 사방으로 투사된 팔만대장경 영상과 경판조형물 등을 볼 수 있다. 천년관의 상징적 공간인 듯 싶다. 이후 코스는 불교의 전반적인 내용에서 팔만대장경의 세부적인 내용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팔만대장경이라는 문화유산이 생길 수 있었던 배경과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팔만대장경이 있기 전 초조대장경이라는 것이 먼저 만들어졌다. 거란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려에서 약 77년에 걸쳐 작업한 대장경인데, 몽고의 침입으로 없어졌다. 거란에 이어 몽고 등 여러 침입 속에 고려는 혼란스러웠지만,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더욱 단단해져 갔고 그 결과 만들어지게 된 것이 팔만대장경이다. 몽고군의 침략을 피해 강화로 도읍이 옮겨졌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16년 동안 한글자 한글자 새겨서 만든 것이다.

 

 

 

[왼쪽/오른쪽]몽고군과 관련된 전시실 / 의자에 앉으면 팔만대장경에 관한 음성설명이 들린다

 

 

   그렇게 탄생한 팔만대장경은 강화도 선원사에 보관됐으나 <고려사> 에서 알 수 있듯이 고려 후기에는 왜구의 노략질이 심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팔만대장경을 옮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대안으로 선택된 곳이 심산유곡 가야산의 해인사다. 

 

 

 

*대장경 신비실 모습

 

   미스테리했던 대장경의 제작과정(벌목-치목-판하본-제지-판각-인경-제본)이 실물 크기의 조형물과 설명으로 알기 쉽게 전시돼 있다. 벌목과정에서는 산벚나무, 돌배나무 등 10여 종의 나무가 주로 사용됐으며 뒤틀림과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운 겨울에 주로 벌목했다고 한다.

 

   벌목한 나무도 바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1~2년 정도 나무를 바닷물에 담가놨다고 하는데, 그 제격지가 남쪽 땅끝 남해다. 그렇게 나무를 가공하고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조에만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본판으로 가공하기까지 약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된다. 정성도 정성이지만 그 속에 담긴 선조의 지혜가 대단하다. 이외에 제작과정 속 입이 쩍 벌어지는 방법들이 나열돼 있으니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라.

 

 

 

 *대장경 천년관 주변은 산책하며 경치를 즐기기에도 좋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내부만 보게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외부에 마련된 산책로가 좋은 선물처럼 마련돼 있다. 주변 경치가 워낙 좋고 길지 않는 코스여서 부담 없이 걸어본다. 이 정도 발품을 팔면 배에서 신호가 온다. 해인사 일대를 부지런히 둘러보려면 끼니를 잘 챙기는 것이 좋겠다. 주변 먹거리를 찾던 중 합천군에서 만든 '대장경 밥상'이라는 곳이 눈에 띈다. 해당 메뉴 중 '채식나물 밥상'을 맛보기 위해 지정음식점 중 해인식당을 가봤다. 마침 해인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여정이 순조로웠다.

 

먹어볼 것, 합천을 닮은 '채식나물 밥상'

 

 

  하나씩 반찬이 식탁 위에 자리잡으면서 완성된 밥상이 일단 정갈하면서 이쁘다. 채식나물 밥상은 합천군에서 재배된 산채와 버섯 등을 위주로 구성된다. 사찰음식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지만, 밥상에 고기가 빠지면 서운한 법. 육전과 멸치도 곁들어 있다. 평소 고기를 선호하는 본기자지만 채소를 피사체로 촬영하는 동안 후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반찬에 침을 수도 없이 삼켰다.

 

 

* 맨 윗줄부터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 차례로 마늘종 장아찌, 양배추 장아찌, 더덕, 볶은 콩, 말린 도토리묵, 돼지감자 장아찌, 참죽 장아찌, 엉겅퀴, 멸치볶음, 깻잎, 데친 무순, 깻잎 튀김, 배추김치, 표고버섯, 파프리카 잎사귀, 매실 장아찌, 말린 취나물, 깻잎전, 한우 육전, 양파전, 부추전, 느타리버섯, 곰취 장아찌, 새송이버섯, 고사리, 팽이버섯, 무채, 석이버섯, 생취나물 장아찌, 밥, 콩나물국

 

 

  [왼쪽]돼지감자 장아찌 [가운데/오른쪽]파프리카 잎사귀 / 육전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 가득한 밥상이다. 돼지감자 장아찌는 달달하면서 시큼한 맛에 아삭이는 식감이다. 시금치인 줄 알고 먹은 파프리카 잎사귀는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하나씩 맛보는 사이 금방 밥이 금새 동난다 "사장님 밥 한그릇 더 주세요"

 

 주인이 주방에 있어야 안 카겠습니까

 

 

  홀에 아무도 없어서 주방에 있는 사람에게 사장님을 불러 달라 했더니 그 사람이 사장이었다. 주방이 편하다는 주인장은 "10년 전, 장사 시작할 즈음에 밥 먹고 나가는 손님한테 돈 받기가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주방에 있게 되고 계산대로는 잘 나오지 않게 됐네요. 그게 벌써 10년이 됐고요"라며 사연을 풀어놨다.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에는 막힘없는 태도를 보이던 주인장이지만, 살아온 이야기에서는 소녀처럼 수줍어하신다. 계산 후 문밖을 나서는 데 갑자기 부르시더니 한마디 당부를 남기신다. "계절마다 반찬이 달라진다고 꼭 써주세요 제철음식이 맛있으니까요"

 

 

 

종착지, 청정도량 해인사와 팔만대장경

 

 

  든든히 배를 채웠다. 해인사로 가는 동안, 마음으로 음미할 것이 있다. 화엄경의 '해인삼매(海印三昧)'와 '해인사'의 공통어 '해인'이다. 해인삼매란, 청정한 마음을 가리키며 그런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세계도 해당한다. 이런 가르침이 이곳에 해인사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청정도량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왼쪽/오른쪽]해인사 일주문과 당간지주 / 일주문 뒤로 이어진 운치있는 길

 

 * 대적광전 앞 풍경 *

 

  산사는 모두 좋고 사찰마다 다른 매력을 풍기니 기대 찬 걸음이 절로 가볍다. 드디어 만난 해인사, 서가의 대가로 불리는 해강 김규진이 쓴 '가야산 해인사' 현판이 걸린 일주문 앞에 섰다. 이 문으로 강화도 선원사에서 떠나온 대장경을 머리에 인 수많은 이들이 들어갔으리라.

 

   그들을 따라 가본다. 대적광전을 지나 장경판전 앞, '나무라는 것이 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태어나 자라고 죽어서 거름이 되고 그 위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대표적 상징이거늘, 어찌 저 너머의 나무는 천년을 버텨냈을까' 어릴 적 의문을 품고 높지만 높지 않은 계단을 올랐다.

 

 

*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는 장경각,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국보 52호로 지정된 장경각은 팔만대장경이 해인사로 옮겨진 시기가 1397년임을 미뤄볼 때 조선시대 초기 약 1488년으로 추정된다. 여러 차례 부분적 중수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남은 조선시대 건축물 가운데 양식과 과학적 가치가 우수하고 양호하다는 평이다.  

 

  장경판에 들어서면 땅부터 다르다. 숯, 횟가루(산화칼슘), 소금, 모래를 깔아놓은 것인데, 이 덕분에 일정 습도로 유지·조절돼 경판의 변형을 줄일 수 있다. 또 음지와 양지, 지형을 고려한 통풍 구조는 오늘날 건축술로도 따라 하기 어려운 지혜가 담겨있다고 한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팔만대장경이 오늘날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지켜온 사람들이다. 임진왜란 때에는 근방의 의병과 승려가 왜적을 막았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폭격명령을 거부하면서 팔만대장경을 지킨 김영환 대령이 있었다. 무엇보다 팔만대장경이 생겨나 지금까지 각별한 관리에 힘써 온 이름 모를 스님에게도 감사함을 마음에 새겨본다.

 

  어느 사이에 마음 속 짐이 떼어졌는 지, 심신이 가볍다. 합천 제1경 가야산, 팔만대장경, 채식나물 밥상 덕분이다. 특히, 해인사를 돌아본 후부터 형언할 수 없는 파동이 마음에 일렁인다. 곧 가을에 다시 내려오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음식취재 협조

 해인식당 : 경남 합천군 가야면 구원리 104-1 (가야산로 1340) / 055-933-1117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성주IC (고령, 합천 방면) → 수륜삼거리 (가야산, 해인사 방면) → 범수사지 삼층석탑 → 고갯마루 쉼터 → 야천로 (3㎞) → 야천삼거리 (우회전) → 대장경 천년관 → 가야산로 (해인사 방면, 1.7㎞) → 해인식당 → 가야산로 (3㎞) → 해인사

2.대장경밥상 지정업소

해인식당 : 055-933-1117 / 백운식당 : 055-932-7393

 3.맛집

금호관 : 산채비빔밥, 해물전골, 055-933-3292
청마루 : 갈비찜, 청국장, 055-934-2035
황태마을식당 : 황태구이, 055-931-7787

4.숙소

해인사호텔 :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055-933-2000
국일장모텔 :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 055-931-9001
민들레모텔 : 합천군 대병면 유전리, 055-931-1004
하얏트모텔 :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 055-931-4533 

 

 

<출처> 2012. 8. 27 /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