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
발 얼얼한 낯선 계곡에 포도, 예술이 깃들다
*월성계곡 / 튼실하게 익은 거창의 포도
무더위 속, 도시인의 '바캉스 로망'은 다소 이중적이다. 시원한 계곡에 발도 담그고 싶고, 모처럼의 휴가를 맞아 그윽한 예술에도 몸을 기대고 싶다. 시원한 계곡은 이왕이면 인적이 좀 뜸하면 좋겠고, 연극이 끝나고 난 무대에 별빛과 풀벌레 소리가 어우러지면 만족지수는 한층 더 치솟는다.
거창의 숨겨진 계곡에서는 도시인을 위한 일석이조의 바캉스가 가능하다. 남덕유산 자락의 한적한 계곡에는 8월이면 제철 먹을거리와 시원한 야외무대가 곁들여진다. 한여름 거창에 가면 얼얼한 계곡과 꿀맛 포도, 감동이 깃들었던 연극 무대의 여운이 기다리고 있다. 계곡, 맛, 예술이 어우러진 꿈의 바캉스에 푹 빠질 수 있다.
[왼쪽/오른쪽]내계폭포 / 월성계곡 통나무찻집
남덕유산에 숨겨진 월성·빙기실계곡
거창 월성계곡은 수도권 바캉스족에게는 다소 생소한 계곡이다. 월성계곡은 남덕유산과 지리산, 가야산 등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남덕유산 삿갓골 샘의 물줄기가 동쪽 자락을 따라 5.5km 이어져 흐르는 계곡으로 이곳 고로쇠 작목반 반장이 추천하는 명소는 이렇다. 시원한 풍경을 감상하려면 황점에서 갈계숲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를 더듬을 것. 이곳에는 거창 북상면의 13경 중 사선대, 장군바위, 강선대 등이 늘어서 있다. 층층바위가 계곡을 에워싼 사선대가 그 중 최고의 명소다.
바위 밑에는 '사선대'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갈계숲은 20여 m 솟은 소나무, 느릅나무 등이 군락을 이룬 곳이다. 월성계곡을 흐르는 물줄기가 섬을 만들며 에돌아 흐르는 자리에 넓은 숲이 형성됐다. "계곡에는 꺽지, 쉬리 등이 살지만 물이 워낙 차가워 낚시를 즐기기는 힘들다"는 게 이곳 주민의 귀띔. 갈계숲 일대는 계곡 트레킹에 알맞고, 널찍한 바위와 모래톱이 많아 지친 몸을 쉬어 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쿨'한 드라이브를 끝냈으면 샛길로 접어든 후 본격적으로 계곡의 비경을 감상할 차례다. 내계마을을 지나면 나타나는 내계폭포는 이곳 토박이도 "아무나 알려주면 안 된다"며 공개를 꺼렸던 곳이다. 폭포에 다가가면 작은 물줄기를 따라 냉풍이 엄습하는 곳을 발견하게 된다.
마학동 계곡 역시 남덕유산 일대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계곡이다. 백두대간의 덕유산 자락에 위치한 무룡산이 빚어낸 계곡으로 거창에서 산수가 가장 아름답다고 입소문이 난 곳이다.
원시 숲을 이룬 상류에는 불영폭포가 자리 잡았으며, 상류 병곡리에 이르면 길은 등산로 초입의 빙기실계곡으로 이어진다. 옛날 보부상들은 덕유산을 사이에 두고 빙기실계곡을 따라 영호남의 끈을 이었던 동업이재를 오르내렸다는 사연이 이곳에 전해 내려온다. 빙기실계곡 인근에는 보부상들에게 막걸리를 빚어 팔았다는 주막터와 덕유산 선승들이 살았던 산수암 절터가 남아 있다.
[왼쪽/오른쪽]수승대 관광지 / 포도를 수확하며 즐거워하는 가족
무대의 여운이 서린 계곡과 8월의 포도
숨겨진 계곡 트레킹을 끝냈으면 예술이 깃든 숲과 계곡에서 몸을 추스를 차례다. 북상면에서 위천면으로 넘어서면 거창이 자랑하는 수승대 관광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승대는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사신을 전별했다는 사연이 담긴 곳으로 '속세의 근심도 털어내는 절경'의 의미도 함께 간직한 계곡이다. 이 수승대 일대에서는 매년 여름 거창국제연극제의 막이 오른다.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연극제에는 총 12개국 53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번 국제연극제는 '쉿, 연극이 사랑에 빠졌어요'라는 주제로 8월 12일까지 계속된다. 수도권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지만 연극제는 연중 이어진다. 국제연극제 외에도 실버, 대학생, 겨울 연극제가 사계절 내내 막을 올리며 예술의 분위기를 돋운다.
자연 속에 깃든 예술을 음미했으면 하룻밤도 특별하게 묵어보자. 수승대 유원지 인근에는 옛집을 테마로 한 민박촌과 캠핑이 가능한 숲이 들어서 있다. 황산마을은 황산 신씨 집성촌 중 10여 가구를 이색 민박 지구로 꾸며놓은 곳이다. 100여 년 된 기와집 외관은 그대로 두고 안을 깔끔하게 다듬었다. 민박집에서는 주인 할머니와 함께 텃밭에 난 상추며 채소도 직접 캐먹을 수 있다. 황산마을 대청마루에 앉으면 수승대 유원지와 덕유산이 바라다 보인다. 송림이 우거진 장풍숲은 옛 거창 원학동의 선비들이 물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닦고 시를 지었다는 곳이다. 숲속에서 캠핑을 하며 옛 선현들처럼 사색에 빠져보아도 좋다.
거창의 8월 여행이 더욱 달콤해지는 것은 포도 때문이다. 거창은 내로라하는 포도 산지다. 계곡을 벗어나 거창 읍내로 내려서면 거창읍 상살미 일대에 포도밭이 지천으로 펼쳐진다. 보랏빛으로 잘 익은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여행자들의 입과 코를 달콤하게 유혹한다. 일교차가 큰 기후 조건에 비옥한 거창의 황토는 농익은 포도 맛의 비결이 됐다. 이곳 포도는 당도가 높은 꿀맛 포도로 유명한데, 읍내나 길 곳곳에서 갓 수확한 포도를 구입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가조면 가조온천에서 피로를 말끔히 털어낸다. 알칼리성 온천으로 남덕유산 등산객들에게는 효과가 좋기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탕에 누워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신선놀음을 즐길 수 있다.
[왼쪽/오른쪽]장풍숲 / 거창국제연극제 <사진제공-거창국제연극제>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분기점 → 88고속도로 → 거창IC
월성계곡은 대전통영고속도로 서상IC를 이용하면 가깝다.
* 대중교통
서울→거창 : 서울남부터미널(02-521-8548)에서 고속버스 1일 13회(08:40-23:00) 운행. 동서울종합터미널(1688-5979)에서 1일 8회(08:30-22:10) 운행, 3시간 30분 소요. 수승대까지는 거창터미널에서 직행 버스가 다닌다. 거창터미널에서 북상면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2.맛집
원동별미갈비찜 : 갈비찜 / 거창읍 서변리 / 055-942-1850
대운식당 : 아귀찜 / 가조면 마상리 / 055-942-0242
금호추어탕 : 추어탕 / 거창읍 송정리 / 055-944-8005
3.숙소
금원산 자연휴양림 : 위천면 상천리 / 055-211-6781
신외범 가옥 : 위천면 황산리 / 055-943-0322
뉴거창호텔 : 거창읍 송정리 / 055-944-5555
글, 사진 : 서영진(여행작가)
<출처> 2012. 8. 13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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