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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서울 성곽길에서 만나는 드라마 촬영지 ‘종로 <옥탑방 왕세자> 촬영지’

by 혜강(惠江) 2012. 8. 27.

 

서울 성곽길에서 만나는 드라마 촬영지  

 

‘종로 <옥탑방 왕세자> 촬영지’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옥탑방 왕세자>는 300년 세월을 거슬러 오르며 펼쳐지는 타임 슬립 드라마다.지금은 세트장이 철거되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등장인물들이 걷던 길, 뛰어오르던 계단길, 아름드리 단풍나무 아래로 펼쳐지는 서울의 풍광 등 주변에는 드라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교남동 골목길과 600여 년 한양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서울성곽길이 드라마 촬영지를 곱게 품고 있다.


 

기상청 송월동 별관 앞 단풍나무와 서울 도심 풍경

   기상청 송월동 별관 앞 단풍나무와 서울 도심 풍경

 

왕세자의 흔적을 찾아라, <옥탑방 왕세자> 촬영지

 

  조선시대 왕세자가 300년이란 길고 긴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의 서울에 나타났다. 300년 후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분명 충격이었을 터. 근엄하게 왕세자임을 밝히는 모습에는 옹색함만이 가득했다.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왕세자 이각과 그의 측근 3인방이 펼치는 좌충우돌 이야기는 로맨틱 드라마 속에 깨알 같은 재미를 점점이 뿌려줬다.


 

세트장이 있던 다세대 건물과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계단길

 [왼쪽/오른쪽]월암근린공원에서 본 <옥탑방 왕세자> 세트장이 있던 다세대 건물(좌측의 3층 건물) /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계단길
 

  <옥탑방 왕세자>의 주무대가 되었던 곳은 종로구 송월동 일대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내리면 가장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맨 먼저 만나는 곳은 기상청 송월동 별관이다. 드라마에서 왕세자 이각과 박하가 커다란 단풍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다. 서울복지재단을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면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기상청 별관 건물을 만난다. 

  건물 앞에는 벚나무, 코스모스, 진달래, 매화 등 계절 관측 표준목이 남아 있다. 오른쪽 끝에 우아하게 서 있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이각과 박하가 서울의 풍광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벤치는 지금 남아 있지 않지만, 단풍나무와 어우러진 서울의 풍광은 그대로다. 나무 아래에 서면 서울 안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복원된 서울성곽의 일부가 길게 꼬리를 드리우고 있다. 

 

서울 도심과 서울성곽 풍경

 기상청 송월동 별관 앞 단풍나무 밑에서 본 서울 도심과 서울성곽

 

  잔디밭 한쪽에는 '기상청 옛터'라 적힌 표지석이 있다. 긴 아치형 창문과 새하얀 외벽, 갈색 지붕을 이고 있는 기상청 송월동 별관은 1933년 경성측후소로 세워졌다. 1998년 기상청이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인근으로 이전했지만, 대부분의 기상 관측은 이곳에서 이뤄진다.    기온, 강수, 풍향, 습도뿐 아니라 첫눈, 개화 시기, 황사까지도 측정한다.

몇 해 전 서울 일부에 첫눈이 내렸음에도 첫눈으로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유인즉 이곳 송월동 별관에서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상청 송월동 별관은 한마디로 서울 기상 관측의 표준인 셈이다.  


 

기상청 송월동 별관 건물 외관

 이국적인 풍경을 간직한 기상청 송월동 별관 건물

 

   <옥탑방 왕세자>를 촬영한 옥탑방은 홍난파 가옥과 월암근린공원 인근에 있다. 기상청 별관에서 나와 길을 따라 올라가면 홍난파 가옥 안내표지판과 함께 우측으로 오르막길이 나 있다. 100m도 채 안 되는 이 길은 왕세자 이각이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박하가 살던 곳이고, 왕세자 일행과 기묘한 동거를 한 옥탑방은 월암근린공원 앞 의류보관함이 있는 다세대 주택이다. 옥탑방 세트는 드라마 종영과 함께 철거되어 흔적 하나 남지 않아 아쉽다. 사람이 살아가는 실거주 공간이다 보니 옥탑방이 있던 옥상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인근에는 부산 중앙동 40계단이나 서울 이화동 벽화골목 계단을 닮은 가파른 계단길이 있다. 교남동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드라마에서 왕세자 일행은 이 길을 오르내렸다. 계단길 좌우로 오래된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계단 끝자락에서는 계단 좌우로 우뚝 선 건물들 사이로 또 다른 서울의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옥탑방 왕세자> 세트장이 있던 곳으로 가는 길

 <옥탑방 왕세자> 세트장이 있던 곳으로 가는 길 

 

드라마 세트장이 있던 다세대 건물과 계단길 끝자락에서 본 풍경

   [왼쪽/오른쪽]드라마 세트장이 있던 다세대 건물. 왼편에는 월암근린공원이 있다 / 계단길 끝자에서 본 풍경


 <옥탑방 왕세자> 촬영지를 따라 걷는 교남동 골목길

 

  종로구에는 10여 개가 넘는 골목길 탐방 코스가 있다. 그 중 교남동 코스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서울성곽길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옥탑방 왕세자> 촬영지가 교남동 골목길 코스에 있어 어느 테마로도 정겹고 흥미로운 도보 여행이 된다. 교남동 골목길은 돈의문 터, 경교장, 홍난파 가옥, 딜쿠샤, 권율 장군 집터를 거쳐 서울성곽 안팎을 둘러보는 코스다. 서울성곽을 포함해 약 2.7km 구간으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교남동 골목길 탐방 코스에는 1920∼1930년대에 지어진 3곳의 근대 건축물이 있다. 경교장, 홍난파 가옥, 딜쿠샤가 바로 그곳. 돈의문 터를 지나면 금세 경교장(사적 제465호)이다. 강북삼성병원 안에 초라하게 남은 경교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 광복 후 중국에서 돌아와 머물렀던 곳이자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서거한 안타까운 현장이다. 현재는 원형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광복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환국한 11월 23일에 맞춰 정식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교장 전경

   강북삼성병원 내에 있는 경교장 전경

 

  등록문화재 90호인 홍난파 가옥은 월암근린공원과 인접해 있다. 1930년대 독일 선교사가 지은 집으로, 홍난파가 1935년부터 6년간 거주하며 말년을 보냈던 곳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녹색 담쟁이덩굴이 뒤엉켜 제법 고풍스럽다. 피아노와 벽난로가 있는 거실은 홍난파의 삶과 업적을 엿볼 수 있는 전시실로 활용되고 있다. 

  홍난파는 우리나라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다. <봉선화>, <봄처녀>, <고향 생각>, <성불사의 밤> 등 주옥같은 가곡과 <고향의 봄>, <퐁당퐁당>, <개구리>, <옥수수하모니카> 등 제목만 들어도 생각나는 100여 곡의 동요를 작곡했다. 홍난파 가옥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동절기에는 오후 4시) 문을 열며, 초인종을 누르면 문을 열어준다(문의 010-3728-7419). 

 

홍난파 가옥 외부와 내부

   [왼쪽/오른쪽]홍난파가 말년을 보낸 홍난파 가옥 / 홍난파 가옥 내부는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홍난파 가옥에서 사직터널 위를 지나면 독특한 이름을 가진 딜쿠샤가 기다리고 있다. 딜쿠샤는 힌두어로 '이상향' '행복한 마음'을 뜻하는데, 인도의 딜쿠샤 궁전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동안 대한매일신보의 사옥으로 추정되어 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지만, 건물의 기초에 새겨진 'Dilkusha 1923 '의 명문을 밝히지 못해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2006년 딜쿠샤를 지은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집에 관한 실마리가 풀렸다. '딜쿠샤 1923 '은 1923년 앨버트 테일러가 딜쿠샤를 짓고 난 뒤 기념으로 새겨 넣은 명문이었던 것이다. UPI통신사 특파원이었던 앨버트 테일러는 3·1운동을 전 세계에 타전한 인물로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결국 1942년에 미국으로 추방되면서 딜쿠샤의 역사도 끊겼다.  딜쿠샤 옆에는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을 이끌었던 권율 장군의 집터와 그가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450여 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서 있다. 

 

앨버트 테일러가 지은 '딜쿠샤'와 권율 장군 집터

  [왼쪽/오른쪽]1923년 앨버트 테일러가 지은 '딜쿠샤' / 권율 장군 집터와 은행나무

 

조선의 울타리, 한양도성을 걷다

 

  딜쿠샤에서 되돌아 나와 송월1길을 따라 양의문교회를 지나면 한양도성을 가장 가깝게 만난다. 교남동 골목길 탐방 코스에 포함된 한양도성은 성곽의 안쪽과 바깥쪽을 동시에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사직근린공원 입구에서 시작해 왕복 1km 남짓 되는 거리로, 산책하듯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서울 도심 경관도 꽤 잘 보이는 편이다.


 

성곽 바깥길 풍경

  교남동 골목길 코스 가운데 성곽 바깥길

 

   성곽 바깥길은 암문까지 아스팔트길로 이어진다. 성벽의 높이도 낮은 편이어서 성곽길이란 느낌이 별로 들지 않지만, 암문을 지나면서 성벽도 높아지고, 새로 쌓은 돌보다 조선시대 쌓은 돌이 더 많아 제법 성곽길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빛바랜 돌과 빛나는 돌로 쌓은 성벽이 한없이 이어진다. 빛바랜 돌은 조선 건국 이후 오랜 세월을 겪으며 온전히 남은 흔적이고, 빛나는 돌은 오랜 세월의 흔적 위에 덧씌운 새로운 역사이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조화이지만, 또다시 오랜 시간을 생각하면 부조화 속의 조화다.


 

성벽 구간과 성곽 바깥길 풍경

   [왼쪽/오른쪽]조선시대 쌓은 돌이 더 많은 성벽 구간 / 성곽 바깥길은 아스팔트길과 블록길에 이어 숲길이 이어진다
 

  성곽길을 걷다 보면 서대문독립공원과 인왕산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갈림길 위에 서면 지나온 성곽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성곽 너머로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는 서울 중심부의 고층 빌딩과 남산 위에 우뚝 서 있는 N서울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선바위, 매바위를 거쳐 인왕산으로 오르거나 황학정, 단군성전을 거쳐 사직공원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서대문독립공원까지는 700m 거리다. 


 

갈림길에서 바라본 성곽과 서울 도심 풍경

  갈림길에서 바라본 성곽과 서울 도심

 

  안길을 걸어보자. 서울 도심을 바라보며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다. 어느 정도 걷다가 뒤돌아보니 암벽투성이의 인왕산과 멀리 날카로운 북한산 능선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좌측으로 북악산과 청와대 푸른 지붕이 언뜻 보인다. 경관 조망 장소를 지나면 처음 출발했던 사직근린공원 입구에 이른다.


 

성곽길 풍경

  [왼쪽/오른쪽]성곽을 따라 인왕산, 북한산, 북악산,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 사직근린공원 입구로 가는 길에서 본 풍경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한남IC → 한남대교 → 남산1호터널 → 종로2가 사거리 좌회전 → 시청삼거리 지나 덕수궁길 → 정동사거리에서 직진 → 강북삼성병원 → <옥탑방 왕세자> 촬영지

* 대중교통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돈의문 터를 지나 강북삼성병원 내 경교장으로 좌회전한다. 송월길로 들어선 뒤 250m쯤 가다 보면 기상청 서울관측소로 오르는 길을 만난다. 기상청 서울관측소에서 송월길을 따라 조금 가면 우측으로 홍난파 가옥 표지판과 함께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옥탑방 왕세자> 촬영지를 만날 수 있다.

 2.맛집

고려식당 : 종로구 평동 / 불낙콩나물밥 / 02-739-5293
문화식당 : 종로구 신문로2가 / 칼국수 / 02-730-8941
떡삼시대 : 종로구 관철동 / 불고기정식 / 02-737-3692
38번가김치찌개 : 종로구 관철동 / 고기 주는 김치찌개 / 02-734-9024

3.숙소

호텔썬비 : 종로구 관훈동 / 02-730-3451

아미가모텔 : 종로구 연지동 / 02-3672-7970

리스호텔 : 종로구 연지동 / 02-762-4343

가회한옥체험관 : 종로구 계동 / 02-595-4939

 


 <출처> 2012. 8. 21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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