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Danang)
역사의 흔적 따라 한나절 펼쳐진 해변에 또 한나절
다낭(베트남)=글·사진 김원배 기자
* 밀림 속에 있는 붉은 모래 벽돌의 성전들. 13세기 까지 베트남을 지배한 참족의 유적지다.
바다와 거의 잇닿은 리조트 수영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은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모든 객실에 개인 수영장이 딸린 풀 빌라(pool villa) 스타일의 숙소였지만 사람들은 오전 7시도 되기 전부터 공용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 더위가 머리 꼭대기를 달구기 전 한적한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물을 헤치는 즐거움은 개인 수영장에서의 은밀한 호사 못지않은 쾌감이었다.
수영장 밖으로 짧은 계단만 내려가면 바로 모래사장. 안면도처럼 고운 모래가 펼쳐졌다. 멀리 건너편 해안 언덕에 있는 비밀의 사원 링엄사의 거대 관음보살상이 수영하는 사람들을 인자한 미소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베트남 중부 최대 상업도시 다낭(Danang)이 휴양과 역사 탐방을 겸할 수 있는 관광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길게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과 고급 리조트,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 주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베트남 수교 20주년을 맞아 인천~다낭 직항편이 지난해 12월 개통돼 오고 가기도 쉬워졌다.
◇베트남의 역사 어린 문화유적
베트남에 있는 7개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 중 3개가 다낭 근처에 있다. 후에(Hue), 호이안(Hoi An) 구시가지, 미선(My Son) 유적지 등이다.
후에(1993년 지정)는 베트남 마지막 응우옌 왕조(1802~1945)의 도읍으로 동아시아 봉건제국의 영화와 몰락을 생생히 보여주는 곳이다. 19세기 초 중국식으로 만든 다이노이 왕궁의 태화전 등 왕조의 전각과 선교사를 살해해 프랑스의 침공 빌미를 제공한 4대 뜨득 황제의 능 등 13대 황제들의 왕릉이 산재해 있다. 깨진 도자기를 이용한 벽 장식 등 독특한 건축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홍강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8각 7층탑이 있는 티엔무 사원이 나온다. 월남 정권 패망의 도화선이 된 팃꽝득 스님의 분신자살 당시 스님이 사이공으로 타고 간 하늘색 오스틴 자동차가 사원 경내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후에 지역은 다낭에서 북쪽으로 약 110㎞ 떨어져 있지만 베트남 남북을 가르는 경계인 하이번 고개를 넘어가면 3시간쯤 걸린다. 2006년 뚫린 터널을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영국 BBC팀이 꼽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절경 100곳'에 오른 하이번 고개의 명성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구름바다라는 뜻의 해발 약 550m 고개 정상에서는 한쪽으로 다낭 레드 비치가, 다른 한쪽으로 꼬불꼬불 찻길 너머에 랑꼬 비치가 보인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요즘 하이번 고개를 이용하는 사람은 관광객 아니면 연인이란다. 고갯길을 넘다 보면 베트남 유일의 협궤열차 철로가 내려다보인다. 산악이 국토의 80%를 넘는 베트남 지형 특성 때문에 프랑스의 식민지배 시절 생긴 협궤열차가 유일한 철도라고 한다.]
호이안(1999년 지정) 구시가지는 차분한 산책길에 적합하다. 전쟁의 참화를 피한 고옥 800여채가 잘 보존된 이 거리에서는 역사가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인 거리와 중국인 거리를 가르는 내원교가 관광 명소. 다리 위에 목조 지붕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15~19세기 중국·일본·프랑스 건축양식이 혼재된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를 자전거를 이용해 돌아볼 수도 있다. 구시가와 신시가를 가르는 투본 강변은 밤이면 각양각색의 등(燈) 장식이 펼쳐져 화려한 야경을 이룬다. 옷이나 그림을 파는 상점들과 찻집들 앞은 오가는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다낭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
호이안에서 남서쪽으로 40여㎞ 떨어진 미선(1999년 지정) 유적지는 4~13세기까지 중부 베트남을 지배했던 참파왕국의 성지이다. 참파왕국을 만든 참족은 동남아 여러 나라와 교류하며 힌두문명의 영향을 받아 시바 신을 모셨다. 미선 유적지의 유물들은 붉은 사암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쌓아올린 것이라고 한다.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탑 형식의 구조. 내부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외부 장식은 다 쌓아올린 후 조각했다고 한다. 밀림 속에 군집을 이루고 있는 유물들은 폐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1000여년 전의 유물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훼손된 곳이 많다. 현재에도 유네스코 지원으로 복원이 진행 중이다.
다낭 시내에선 동굴과 불상들이 곳곳에 있는 대리석 산으로 유명한 오행산(마블마운틴), 분홍색 외벽의 다낭 대성당, 참족 유물을 모아놓은 참파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참파박물관에서는 찾기 힘든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완전한 형태의 멀쩡한 유물. 프랑스가 쓸 만한 것들은 모두 가져가 버려서 부분적으로 훼손된 유물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또 하나 찾기 힘든 것은 '손대지 마시오'라는 표지. 오래된 유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베트남 자생 종교인 카오다이교 사원도 흥미로운 곳이다. 유불선에 기독교, 이슬람교까지 모든 종교를 혼합한 교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사원 내부에 혜안이라 이름 붙은 사람 눈이 그려진 커다란 구(球)가 있다. 다낭 외곽에 있는 바나 산(Bana Hills)에서는 5043m 길이의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 다낭 해변에서 즐기는 느긋한 아침식사.
◇바닷가에서 즐기는 스파
긴 해변을 자랑하는 다낭 바닷가는 인터콘티넨탈, 하얏트 등 유명 호텔 체인과 유럽 자본의 고급 리조트들이 줄지어 있다. 안과 밖은 하늘과 땅 차이. 다소 어지럽고 분주한 시내 모습과는 달리 모던하고 깔끔한 별천지다.
늘 비슷한 호텔에만 묵어봤다면 개별 수영장이 딸린 풀 빌라(pool villa) 리조트가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허니문 커플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에게도 만족도가 높다. 하루 종일 혹은 한나절의 역사 탐방에 지친 몸을 달래기에는 스파 마사지가 제격.
마사지요금이 숙박요금에 포함돼 있어 원하는 만큼의 마사지를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원하는 시간·장소(해변이든 수영장이든)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리조트도 있다. 일주일 이상 머무르며 느긋한 휴가를 즐기는 유럽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만 아시아 국가 투숙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여행 수첩
■인천공항에서 다낭 국제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약 4시간30분. 해변 리조트들은 대부분 공항과 30분 이내 거리에 있다. 다낭의 기온은 30도를 훨씬 웃돈다. 파라다이스티앤엘은 풀 빌라 리조트 '퓨전 마이아(Fusion Maia)'를 이용하는 다낭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출처> 2012. 6. 21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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