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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금오도 비렁길(2~3코스), 트레킹 코스에서 만나는 비경(秘景)

by 혜강(惠江) 2012. 6. 19.

 

금오도 비렁길(2~3코스)

최고의 트레킹 코스에서 만나는 비경(秘景) 

 

- 섬의 해안 절벽길을 따라 걷는 환상적인 길 -

 

·사진 남상학

 



    오늘은 어제에 이어 비렁길 2코스(3.5km, 1시간 예정)와 3코스(3.5km, 1시간 30분 예정)를 걷기로 했다. 바람도 없고 날씨도 상쾌하다. 오후에 여수에 나가야 할 일이 있어서 나머지 4코스, 5코스는 다음 기회로 남겨 둘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비렁길 2코스(두포에서 직포까지)

-굴등전망대와 촛대바위

 

* 두포마을에 세워놓은 안내표지대 * 

 

 

  두포마을은 포구에 감싸여 아늑한 느낌이다. 아침잠에서 깨어 방파제 위를 걸었다. 왼쪽 해안에 이어 쌓은 방파제에서는 이른 시간인데도 낚시꾼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고 있었다. 

 

 

 

* 아늑한 포구마을 두포 *

 

 

  두포는 금오도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 금오도는 예로부터 신비의 섬이자 자연의 보고(寶庫)였다. 조선시대부터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임금의 관(棺)을 짜거나 판옥선 등 전선(戰船)의 재료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던 황장봉산(黃腸封山)이었을 만큼 원시림이 잘 보존된 곳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고종(高宗) 금오도를 명성황후(1851~1895)가 살고 있던 명례궁에 하사했으며, 명례궁에서는 이곳에 사슴농장을 만들어 사람의 출입과 벌채를 금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885년 큰 태풍으로 소나무들이 쓰러지자 봉산(나라에서 벌채를 금지하는 산)을 해제해 사람들이 금오도에 정착, 본격 개척된 지는 120여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두포에는 지난 1985년에 세운 ‘금오도개척100주년기념비’가 서 있다.

 

 

* 두포마을에 세운 금오도개척100주년기념비 *

 


   민박집에 이른 아침을 부탁하여 7시에 아침을 들고 비렁길 2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2코스인 두포에서 직포까지는 약 3.5km로 1코스보다 짧다. 안내판에 보면 1시간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 오늘 11시 여천에서 여수 신기항으로 나가는 배를 탈 예정이어서 3코스까지 걷기로 했다. 

  두포에서 직포로 이어지는 길에는 굴등전망대와 굴등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두포에서 굴등마을까지 1.7km 구간은 농로이다. 원래는 이 농로 위로 비렁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길이 비렁길을 대신하고 있다.

 

  비록 시멘트로 다진 길이지만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굴등마을 사람들이 농한기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나와서 닦아놓은 애환이 깃든 길이다. 남자는 길을 닦고, 여자들은 밥과 새참을 져 날랐다고 한다. 

 

 

* 길가에  빨갛게 익은 딸기를 따먹기도 하고,  자유롭게 뛰어노는 토끼와 희롱하기도 하고, 우리는 청정해역의 멋을 만끽했다.

 

 

  굴등마을은 수량이 풍부한 우물이 있고, 느릅나무와 팽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등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어 돌담을 쌓고 살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뭍으로 나가서 몇 채의 집만 마을사람들의 별장처럼 이용되고 있다. 이 마을은 영화 <혈의 누>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집들은 폐가가 되어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굴등전망대 역시 2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무계단을 따라 50m쯤 내려가면 벼랑 위에 전망대가 있다. 여기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확 트인 바다가 시원스럽게 안겨온다.  

 

   

* 집들이 있는 곳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50m쯤 내려가면 벼랑 위에 굴등전망대가 있다. 

 

 

         * 굴등전망대, 시원스레 내다보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촬영 


   굴등전망대에서 다시 50m를 올라와 진행하면 코발트색의 바다가 촛대바위 아래 있는 촛대바위전망대에 이르기가지 계속 시야에 들어온다.  

 

 

 * 눈이 시리도록 시원하게 펼쳐지는 해안 풍광 *



   좁은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또 하나의 전망대가 갑자기 숨었다가 나타나듯 우리를 맞이한다. 바로 촛대바위 전망대다.

 

 

* 촛대바위 전망대에서 또 다시 인증샷 한 컷, 안내판에 '솟대'라 된 것은 획이 떨어져 나간 것(좌로부터 김삼봉, 우남일, 오용환 교장)

 

 

  촛대바위 전망대에서 위를 쳐다보니 나무가 무성한 숲속에 거대한 바위가 마치 촛대처럼 솟아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옆광이라 어둡게 나온다. 전망대를 돌아 나와 바라보니 사자가 거대한 암반 위에 돌아앉은 형상이다. 

 

 

* 앞에서 본 촛대바위(상)와 뒤에서 본 촛대바위(하)

 

 

  촛대바위를 지나 나무계단이 연속되고 내리막길에서 내려다보는 직포해안은 정말 아름답다. 길가에 칡넝쿨과 으름넝쿨 등이 우거지고 엉겅퀴 푸른 꽃들도 지천이다. 마을에서 촛대바위 전망대를 지나면 직포에 닿는다. 

 

 

* 촛대바위를 지나 나무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멀리 직포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직포는 해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다. 바닷가 해송이 늘 그렇지만, 오래된 노송은 모진 바람을 이기고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잘 버티고 있다. 범상치 않은 소나무 밑에 염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가 아스팔트길로 나와 낯선 방문자를 맞이한다. 해안 콘크리트 바닥에는 마늘을 널어놓고 말리는가 하면 아낙네가 금오도의 주소득원인 방풍나물을 손질하고 있다.

 

 

 * 직포 마을에 들어서는 길, 노송이 늘어진 길가와 해변에 방풍나물, 마늘 등을 널어말리는 광경도 보인다. 

 

 

* 직포마을 해변에 거대한 소나무가 금오도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인상적이다.

 

* 2코스의 종점, 3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직포마을에서 일행이 지도를 살피고 있다.

 

 

 

비렁길 3코스(직포에서 학동까지)

- 갈바람통전망대와 매봉전망대 

 

 

 

 

   비렁길 2코스는 직포에서 끝나고 이어 비렁길 3코스에 접어들었다. 함구미-두포-직포를 잇는 비렁길 1, 2코스에 이어서 2012년 3월 3, 4, 5코스와 함께 새로 열린 구간이다.   안내판에는 직포에서 학동까지 3.5㎞로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쓰여 있다. 1코스가 1시간 걸리는 것에 비하여 30분이 더 걸리는 것을 보면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 3코스로 접어드는 계단길, 갈바람통전망대를 향하는 동안 동백마무 숲을 지난다.

 

 
  3코스는 나무계단을 올라 계속 이어지는 길인데 길옆으로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동백나무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으로 한참을 걷다보니 우측 해안 쪽으로 말뚝을 박고 밧줄을 매어 놓았다. 심상치 않다 싶어 고개를 돌리니 나뭇가지 사이로 가파른 벼랑이고 그  아래는 짙푸른 바다다. 아찔한 지역을 벗어나면 곧 갈바람통전망대에 이른다. 

 

 

* 3코는 동백나무가 우거진 숲이 특징이다. 동백꽃은 3월 초순을 지나면 개화의 절정기가 된다.

 



  갈바람통전망대 역시 전망대답게 시원스럽게 바다가 펼쳐진다. 전망대가 서있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고깃배 한척이 닻줄을 내리고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그림 한 폭을 연상케 했다.

 

  금오도 일원은 사시사철 감성돔, 참돔, 돌돔, 고등어, 노래미, 도다리, 장어, 갑오징어, 갈치 등의 짜릿한 손맛을 즐길 수 있는 낚시의 천국이어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 짙푸른 바다를 배경삼아 사진찍기에 좋은 갈바람통전망대,  사진은 우남일 교장(좌), 김삼봉 교장(우) 

 

 

*절벽 아래 바다에선 낚시꾼들의 배와 유람선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름이 갈바람통전망대인가? 왼쪽으로 깊은 바위절벽이고 오른쪽으로는 시원스레 뚫린 바다뿐인데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생각하며 발길을 돌리는 순간 곧 해답이 나왔다. 깊은 절벽이 틈이 벌어진 채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벌어진 두 암벽 사이로 시퍼런 바닷물이 보였다. 어쩌면 갈라진 암벽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다 갈라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 갈바람통전망대 옆에서 깊은 암벽이 갈라져 있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부터 매봉전망대까지의 1.1㎞는 거의가 오르막길이다. 그런데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해안절벽과 또 하나의 거대한 암반을 만나게 되는데 주변 풍광이 심상치 않다. 

 

* 암반 끝은 바다로 향한 절벽이어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 전망대 아닌 해안 암반에서 바다를 가까이 하는 것은 더없는 즐거움이다.
  

 

구불구불 벼랑길을 에둘러 가는 듯하면서도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했다. 자갈길도 많고 나무계단도 많았다. 매봉전망대까지 오르는 오르막길이 가장 숨이 차올랐다. 

 

 

* 매봉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은 계단과 가파른 길이다. 고지에 이르기 위한 행진이 필수인 코스

 

 


  드디어 거대한 암반이 보이고 그 위에 설치한 매봉전망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글자 그대로 매가 둥지 틀고 서식할 만큼 높다란 지역이었다. 가장 높은 지역에서 바다를 굽어보는 기분은 더할 수 없을 만큼 상쾌했다.  

 

 

 * 거대한 암반 위에 설치한 매봉전망대가 올려다 보이고, 꼭대기까지는 또 계단을 올라야 한다.

 

 * 지금까지의 전망대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매봉전망대(좌로부터 오용환,김삼봉, 본인)

 


  매봉전망대에서 데크 길을 휘돌아 내려오는 1.6㎞의 구간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해안을 끼고 각도를 달리하며 눈 아래 펼쳐지는 해안 풍경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학동 삼거리까지 내려와 보니 이미 11시가 되어 있었다. 주인이 집을 비운 바닷가 집마당의 평상에 걸터앉아 잠시 쉬면서 택시를 기다렸다.

 

 

 * 매봉 전망대가 워낙 높아서 계단을 휘돌아 한참을 내려와야 한다.  

 

* 매봉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카메라로 잡은 좌우 양방향의 해안 풍경들 

 

 

* 학동마을로 내려오는 길도 아름답다.

 

 

 * 학동삼거리에서 3코스의 트레킹을 마치고 택시를 부르고 있다. 

 

 

  3코스까지 트레킹을 마친 우리는 택시를 탔다. 택시는 여천항으로 올라가면서 우학리를 거쳐 금오도 동쪽 해안의 아름다운 해안길을 달렸다. 이 코스는 자전거하이킹 코스로 정평이 나 있었는데, 물목섬, 수향도가 그림처럼 떠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멋진 드라이브를 만끽했다.

 

 

* 학동에서 여천까지 올라오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에서 차량 두 대를 가지고 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강기천씨(51세)는 금오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금오도는 육지에서 접근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면서도 그 어느 곳보다도 청정한 섬이라고 했다.

 

  일찍부터 섬에 삼림이 울창하여 검게 보였기 때문에 거무섬이라 부렸을 정도로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자연 풍광을 지녔다.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되었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국보위 시절 무차별한 벌목이 있었지만 아직도 금오도는 동백나무를 비롯한 상록수가 울창하다. 해마다 3월 15~20 사이에 동백꽃의 개화시기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때 묻지 않은 자연만큼이나 이곳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다고 했다. 또 금오도의 물은 수량도 풍부하고 수질이 뛰어나다고 했다. 두포에서 집수되어 섬 전체가 이용하는 금오도의 물은 매봉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로서 정화가 필요 없는 1급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사철 어족이 풍부하여 굳이 강태공이 아니더라도 선착장에서도 낚시가 가능하고, 방풍나물의 산지로서 소득이 높다고도 했다. 

 

 

 * 금오도는 섬 전체가 사철 숲으로 덮혀 검게 보일 만큼 청정지역이다. 옛날 한 때 금오도는 '거무섬'으로 불렸다.

 

 

  우리는 일정상 4코스(학동~심포까지 3.2㎞), 5코스(심포에서 장지까지 3.3㎞)를 다 걷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12시 30분 돌산 신기항으로 떠나는 배에 올랐다. 언제 기회를 다시 만들어서라도 금오도에 와서 남은 두 코스와 다리로 연결된 안도의 상산 트레킹코스를 걸으며 금오도의 진면목을 샅샅이 만끽하고 싶다.         
    

 

<여행정보>

 

 

* 가는 길


  금오도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여수여객선 터미널에서 차와 함께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행 배를 타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돌산 신기항에서 차와 함께 금오도 여천 선착장행 배를 타는 것이 있는데, 돌산 신기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약 25분이 소요된다. 돌산 신기항-여천항까지는 한림페리호(061-666-8092)가 뜬다. 1일 7회 운행(7:45, 9:10, 10:30, 12:00, 14:30, 16:00, 18:00), 20~25분소요. 요금 편도 5,000원, 차량 편도 13,000원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뜨는 함구미행은 한려페리호(061-665-0011)가 간다. 함구미행 3회(6:10, 9:40, 14:20) 운행, 1시간 30분소요(제도, 개도, 자봉, 송고 등 경유).


* 맛집

 

할매맛집 : 남면 금오로 / 서대회 / 010-9741-6665

여남식당 : 남면 우학리 / 해물정식 / 061-665-9546

상록수식당 : 남면 우학리 / 생선회 / 061-665-9506

 

 

* 숙소


섬마을민박(함구미) : 061- 664-9133 / 한영민박(초포-두포) : 010-8623-9231
해오름민박(직포) : 061-665-9800 / 명가모텔(우학리) : 061-665-9520 
이슬민박(우학리) : 061-665-1616 / 상록수민박(우학리) : 011-641-9506
돋을볕민박(심장리) : 061-665-9632 / 해변민박(두모리) : 061-666-4590
진작지민박(장지) : 061-664-9631 / 백송민박(안도) : 010-4728-9391
남도민박(연도) : 061-666-960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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