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 비렁길(1코스)
대한민국 최고의 트레킹 코스에서 만나는 비경(秘景)
- 섬의 해안 절벽길을 따라 걷는 환상적인 길
글·사진 남상학
* 미역널방 전망대에 설치된 안내판
금오도는 행정구역상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속해있는 금오도는 섬의 모양이 자라처럼 생겼다하여 ‘금오도(金鰲島)’라 불리며, 해안선의 둘레는 총 64.5km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섬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어 동쪽으로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서쪽으로는 급격한 절벽을 이루고 있어 그 경관이 가히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금오도 비렁길은 함구미에서 1코스를 시작하여 5코스까지 18.5㎞ 이어진다.
이러한 자연조건 때문에 지금 금오도는 도보여행자들에 의해 그 아름다운 속살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최근 개설된 ‘비렁길’은 섬의 해안 절벽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비렁’은 ‘벼랑’ 혹은 ‘절벽’을 이르는 순수한 이곳 방언으로 발아래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바다를 향하여 해안가로 뻗어 내린 거대한 바위능선을 가로지르는 절경을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다.
* 트레킹 코스 중간에 만나는 비렁길 안내표지판
금오도 비렁길은 본래 주민들이 땔감과 낚시를 위해 다니던 해안길이었다. 섬의 북쪽 함구미 마을 뒤 산길에서 시작해 서쪽 해안을 끼고 돌며 장지마을까지 구간별로 1코스에서 5코스까지 형성된 18.5㎞의 비렁길은 도보로 총6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특히 이 길은 다른 지역의 올레길, 둘레길과는 달리 숲과 바다, 해안 절벽 등의 비경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 금오도 비렁길의 특색는 해안절벽을 끼고 걷는 것이 특색이다.
금오도의 비경을 걷기 위해 우리 일행은 서울에서 새벽 6시 승용차로 출발했다. 차가 여수 돌산도 신기항에 도착한 것은 11시 30분이었다. 휴게소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계속 달려왔는데도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여수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하는 배도 있지만 이 배는 금오도 함구미까지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므로 배를 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돌산도 끝에 자리 잡은 신기항에서 배를 타기로 했다. 신기항에서는 거의 매시간 출항하며 25분 항해하면 금오도 여천항에 도착한다. 금오도 여천항은 돌산도 신기항에서 최단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 여수 돌산도 끝자락인 신기항에서 출발한 카페리는 금오도 여천선착장을 운행한다.
12시 출항하는 배를 타고 여천항에 내린 우리는 비렁길 1코스가 시작되는 함구미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다.(요금 1만원). 함구미는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한려페리호(061-665-0011)가 1시간 30분 항해 끝에 닿는 곳이다. 선착장 앞 포구에는 고기잡이 배 몇 척이 한가롭고 포구 앞에는 섬마을민박을 비롯한 집 몇 채가 옹기종기 붙어 있다.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에서 출발하므로 여천~함구미 간은 택시를이용했다.(요금 1만원)
*여천에서 함구미까지는 택시 이용, 한적한 함구미 선착장 주변 모습
좌측으로 매봉산(일명 대부산, 383m)이 올려다 보이고 산정에 정자가 서있는 보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함구미선착장과 이웃한 함구미노인회관을 지나 우측으로 비렁길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점심은 함구미 선착장 앞의 섬마을민박(061-664-9133)에서 해결했다. 바다에서 채취하는 각종 해산물과 이 지역에서 나는 방풍나물 등 올라온 반찬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집은 식당과 민박, 매점을 겸하는 집이다.
* 바다향이 짙게 풍기는섬마을민박에서의 점심식사
비렁길을 알리는 간판을 따라 함구미 노인회관 옆 산길로 오르는 길이 1코스의 시작이다. 함구미 마을에서 1코스를 출발한 것은 오후 2시 30분쯤, 두포까지 5㎞를 가려면 2시간가량 걸리는 길이다. 비렁길 1코스는 미역널방, 수달피비렁, 신선대 등 비렁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길이다.
*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 노인회관 왼쪽길에서 시작. 비렁길 표지판이 보인다.
* 숲이 우거진 길을 오르면서 시야는 점점 넓게 트이고 아름다운 바다 풍광이 펼쳐진다.
1코스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비경은 미역널방이다. 오른쪽 바다 끝으로 보이는 용두바위 부근과 미역널방의 경치는 금오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마을 주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을 지게에 지고 와 이곳에 널어놓고 말렸다고 해 미역널방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절벽은 표고가 90m나 되는 아찔한 높이를 자랑한다. 채취한 미역을 지게에 지고 이곳을 오르내렸으니 그 수고로움이란 얼마나 컸을까?
* 표고가 90m나 되는 아찔한 높이의 미역널방
* 미역널방을 옆에서 바라본 모습, 아찔한 높이에 감탄이 절로.
바다를 향해 수직으로 뻗어 내려간 날카로운 절벽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참으로 아찔하다. 미역널방 부근으로 작은 공원을 만들어 놓아 쉬어갈 수 있게 했는데 절벽 끝에 설치해 놓은 망원경을 통해 까마득한 아래쪽을 살펴보니 갯바위에 우뚝 서 대물을 노리는 강태공의 모습이 보인다.
*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촬영
미역널방에서 수달피비렁으로 이어지는 길은 금오도 비렁길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미역널방 아래로 90m나 되는 수직 절벽 위에 설치된 데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 절로 든다.
* 미역널방을 지나면서 데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
수달피비렁이다. 수달피비렁전망대 한 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운치 있게 서있다. 나무 옆 벤치에 앉아 푸르고 망한한 바다의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해안 절벽 높은 곳에 설치된 수달피비렁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환상적이다.
수달피비렁을 지나면 시야는 툭 터져서 풀이 무성한 자락에 소가 한가하게 풀을 뜯는 모습이 보이고 고개를 뒤로 돌리면 바위산이 보이기도 한다. 또 과거 송광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표지판도 보인다. 그리고 곧 섬사람들이 개간한 넓은 밭이 펼쳐진다.
금오도엔 방풍나물을 재배하는 곳이 많다. 중풍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방풍(防風)은 갯기름나물이라고도 하며 뿌리는 한약재로 쓰고 잎은 나물로 먹는다.
금오도는 95ha 규모의 전국 유일의 대규모 잎방풍 재배지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잎방풍은 향긋하면서 쌉싸래한 맛이 일품으로 최근 웰빙바람과 함께 기능성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잎방풍은 쌈으로 먹거나 나물, 부침개, 튀김, 장아찌, 죽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 수달피비렁을 지나면 시야가 넓어지고 방풍나물이 자라는 밭이 나타난다.
그리고 밭 너머로 신선대와 굴등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절벽과 매봉산, 연도의 문필봉이 겹겹이 이어진다. 걷는 동안 송광사(松廣寺)터, 간단한 음료를 파는 쉼터, 쉼터 위쪽으로 송신탑이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1코스의 비경을 감상하며 돌아나오면 방풍나물 밭과 통신탑과 쉼터가 있다.
쉼터에서 앉아 잠시 쉬며 사 먹는 아이스크림의 맛은 단순히 시원하고 단맛이 아니었다. 무공해 바람기운 때문인지 목과 내장을 씻어내는 기분이다. 잠시 쉬었다가 발길을 옮기면 초분(草墳) 제도가 있었다는 안내판과 함께 그 당시의 초분을 재현해 놓았다.
초분이란 시체를 땅속에 곧바로 묻지 아니하고 풀이나 짚으로 일정 기간 동안 덮어 두었다가 살이 다 썩은 뒤에 뼈만 골라내어 묻는 장례 방식으로 주로 전라남북도 섬지역에 있었던 장례의식이다. 그러다가 위생법이 제정되고 또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뒤에는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 초분제도가 있었다는 안내판과 재현해 놓은 초분의 모습
초분을 지나 멀리 매봉산(일명 대부산, 382m) 정상의 팔각정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곧 신선대에서 닿는다. 제법 널따란 암반이 해안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형상이다. 글자 그대로 신선들이 노닐만한 멋진 장소였다. 신선대라고 쓰인 작은 안내판 앞에 서서 벼랑아래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노라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다.
* 신선대라고 쓰인 작은 안내판 앞에 서서 에메랄드빛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았다.
신선대에서 2km 정도만 가면 두포에 닿는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심심할 겨를이 없다. 바다 건너 외나로도가 길게 이어져 있다. 문득 나로도에서 우주선이 발사된다면 비렁길만큼 좋은 전망 포인트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부푼 기대를 가지고 찾아와 걷는 비렁길이었지만 결론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다.
푸른 바다 빛깔이 안쪽으로 깊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 때쯤 두포로 가는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1코스의 소요시간이 2시간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절경에 취하여 감상하다 보면 훌쩍 시간이 갈 수 있어 시간을 적절히 안배해야 한다. 비렁길 1코스의 끝인 두포에 도착한 것은 4시 40분경이었다. 미리 예약한 한영민박(010-8623-9231)에 짐을 풀었다. 새벽부터 달려온 터라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한영민박은 민박을 겸해 식당과 매점을 겸하고 있어 편리했다. 더구나 아늑한 포구의 바닷가 바로 앞에 있어서 잠자리에서도 찰싹거리는 파도소리가 들렸다. 갯고랑 물가에까지 다가와 헤엄치는 숭어의 모습이 신기해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묵은 두포마을(위)과 한영민박(아래)
* 민박집 앞 도로 밑까지 물이 들어와 경운기 바로 아래 물가에서 카메라에 잡힌 숭어 한 마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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