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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지심도, 마음(心)과 닮은 섬에서 그대의 붉은 얼굴을 그리네

by 혜강(惠江) 2012. 2. 27.

 

거제 지심도 

 

마음(心)과 닮은 섬에서 그대의 붉은 얼굴을 그리네

 

 

글, 사진: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거제도의 대표적인 새끼섬 지심도에 들어서기 전 잠시 본섬도 살펴보자.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도. 섬이긴 하지만 통영과 부산으로 이어지는 연륙교가 있어 들어서기 수월하다.

21세기 거제도는 교통으로 따지자면 육지나 진배없다.

수도 한양과 멀찌감치 떨어진 거리 때문일까 아니면 섬의 숙명(宿命) 때문일까.

거제도나 제주도나 한반도에서 첫손에 꼽히는 섬들은 아름다운 겉모습과 달리 역사는 대체로 평탄하지 않았다.

거리가 멀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숫제 섬을 비워버리기도 했으며 (공도정책)

대역죄인 또는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이들의 유배지로 사랑받았다.

더불어 기름진 바다와 갯벌, 땅을 동시에 품은 한반도 끝자락 남도는 왜구의 침입을 무던히도 견뎌야 했던 공간.

충무공 이순신의 옥포해전부터 노량해전까지 내로라는 임진왜란 해전은 모두 이 아름다운 한려수도 물길에서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지심도 약도


 

동백꽃과 함께 하는 겨울 끝자락

 

 

  

* 지심도 최북단 벌여와 최남단 마끝에서 바라본 풍경.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넉넉하게 2시간 정도 잡으면 충분하다

 

 

 
 
신에게 허락받은 이들만 볼 수 있다는 지중해의 물빛이 이러할까.

지구의 어떤 물빛이 한반도 남쪽바다의 아름다움을 넘어설 수 있을까.

겨울 공기를 품은 바다는 여전히 거센 파도와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중이다.

조선시대까지는 한을 품은 유배지로, 근현대를 관통하던 6·25전쟁 때에는 섬 전체가 포로수용소였던 섬 거제.

여전히 굳지 않은 생채기들을 애써 외면하고 동백섬 지심도로 향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심도 뿐 아니라 거제도 섬 전체가 동백 천지였다는데

잠시 섬을 구경하는 동안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학동 동백림을 포함한 몇몇 군락지 외에는

동백을 볼 수가 없다. 다행히 지심도에는 동백이 많단다.

 

오죽했으면 동백섬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까.

반면 본섬 거제에서는 붉은 동백꽃은 커녕 진녹의 기름지고 찰진 동백잎도 찾기 힘들다.

이유는 유배지였던 거제도의 ‘역사’와 닿아있다.

 

먼저 동백을 살펴보자. 동백은 꽃봉오리가 통째로 ‘툭’ 떨어진다.

그 모습이 마치 목이 잘리는 모습 같다. 귀양 온 선비들이 동백을 꺼려했던 이유다.

행여 동백꽃처럼 목이 달아날까 불안했기 때문일까.

거제도를 가득 채우던 동백나무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 장승포항에서 15분쯤 달려가면 지심도의 배꼽 왼쪽 즈음   자리한 선착장에 닿는다.

거가대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장승여객선터미널이 부산과 거제를 잇는 물길의 중심에 있었다.

지금 지심도로 가려면 장승포주민센터 근처의 터미널가야한다 

 

 

* 이름 그대로 겨눙레 피는 동백, 추운 날시에도 기어코 꽃을 피운 이 붉은 꽃송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11월부터 4월 초순까지,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동백은 3월에 절정을 이룬다. 동백꽃길을 걷고 싶다면 기억해두자

 

                            


지심도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장승포로 향해야 한다.

거제와 부산을 잇던 물길은 지난 2010년 12월 개통한 거가대교가 대신한다.

장승포 연안여객선터미널은 외도를 잇는 장승포 유람선(055-681-6565)과 지심도 터미널(055-681-6007)로 분리되었다.

모두 예전 장승포 여객선터미널 주차장 밖 우측으로 500m 안팎에 자리한다.

지심도 터미널은 장승포주민센터 바로 옆이다.

  15분쯤 걸렸을까. 잔잔한 바닷길을 따라 지심도에 닿는다.

섬과 마주보자 오른편으로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시멘트길 사이로 야생 원시림이 울창하다.

깊은 겨울은 봄과 닿아 있어서일까.

남도 바다에 안긴 지심도에 들어서자 그 동안의 추위는 잠시 잊혀진다.

빛도 제대로 스며들지 못하는 울창한 숲에 안겨 지심도 최남단 마끝으로 향한다.


 

작은 섬도 피해갈 수 없었던 나라 잃은 슬픔

 

 

 

 

 

* 지심도 선착장에 내려서 섬으로 들어서서 만나는 첫 번째 바다 풍경. 산책코스 중 지심도 최남단에 속하는 마끝이다.

날씨는 춥지만 갯바위에서 낚시대 드리운 강태공들은 여전하다
 

 

 

 거제도의 상처를 피해 파고든 지심도 끝자락 마끝은 아릿하게 아름답다.

육지와 떨어져 그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오롯이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섬은 자유롭고 그리고 외롭다.

 

섬에 머무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섬을 그리워하며 아주 잠시 머물다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움과 반가움 그리고 다시 기다림으로 쳇바퀴 도는 섬의 기억은 파도와의 한결같은 싸움으로 날선 해안절벽에서 가장 많이 드러난다.

지심도 마끝의 표정 역시 같다.

 마끝 아래 해안절벽에는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낚시꾼들이 보인다.

이쯤, 지심도에 전해오는 독특한 낚시법인 뜰채낚시도 알아두자.

름 그대로 대나무 끝에 큼직한 그물로 뜰채를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뜰채낚시를 바다에 던져놓고 각새우나 홍합부스러기 등의 밑밥을 던져두고 물고기가 몰려들면 그물을 들어 올린다.

학꽁치·우럭·자리돔 등이 잡힌다.

지심도 김성철 총무는 “수온이 맞고 물고기가 몰려야 할 수 있다”며 “날이 좀 따뜻해야 하므로 봄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물고기를 유인할 밑밥값이 필요하다.

 너무 부지런을 떨었던 것일까.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란을 비롯해 후박나무·팔손이나무·해송 등 3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지심도.

그중 무려 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백나무의 붉은꽃을 찾기 쉽지 않다.

성질 급한 동백은 이미 피고 지기도 했건만, 그의 빛깔은 선홍색이 아니라 자주색이다.

 

 

 

 

 

* 해안선 길이가 채 십리(4km)가 되지 않는 이 작은 섬조차 일제강점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일본군은 지심도에 포를 사격하기 위한 포진지와 탄약을 저장할 수 있는 탄약고  등을 섬 구석구석에 설치했다. 섬 전체가 군사기지다. 충무공 이순신이 알았다면 뭐라 했을까 

 

 

 

 

* 일제강점기, 전쟁에 필요한 탄과 무기 등을 저장해 두었던 탄약고는 여전히 생채기처럼 지심도에 새겨져있다.


 
                          

 

 

* 섬의 우측 가운데에서 약간 북쪽에 자리잡은 전망대.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의 정체는 대한해협.

한반도 동남쪽과 일본 사이의 바다다. 현해탄이라고도 한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려면 선착장~동백섬하우스~마끝~운동장~국방과학연구소~포진지~탄약고~활주로~방향지시석~해안선전망대~망루~벌여를 지나 선착장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넉넉하게 2시간은 필요하다.

 

장승포에서 지심도로 향하는 배를 타기 전 안내책자를 챙기는 편이 좋다. 혹시 챙기지 못했더라도 섬 곳곳에 안내 표지판이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지만 기억해두자. 초행길, 지도가 있다면 주어진 2시간 내에 섬 구석구석을 살피기 수월하다.

지심도 면적은 0.356㎢(약 10만7000평)이다. 숫자로 따지면 꽤 넓어 보이지만 해안선 길이만 따지자면 3.7km. 십리가 채 되지 않는다.

또 가장 높은 지점은 해발 97m이다. 이미 걸으며 눈치 챘겠지만 자그마하고 낮은 섬이다.

장승포 남동쪽에 자리 잡은 이 작은 섬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게 되었을까. 섬을 찾을 때마다 생기는 궁금증이다.

 

 

 

 

 

* 사진찍는 포인트로 알려진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심도의 몸통.

섬의 북쪽 가까이 자리하고 있어 아래로 길게 뻗은 지심도의 가파른 해안선을 볼 수 있다. 

 

                          

 

* 지심도에 자리한 일본군 전등소 소장 사택.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으로 지심도 포대완공과 함께 준공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17세기 후반 조선 현종 때 15가구가 처음으로 지심도에 들어왔다고 한다. 초창기 입도민들의 개척과정이야 듣지 않아도 고생길이었을 터. 1936년, 일본군이 지심도를 요새로 삼기 전까지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갔으리라. 임진왜란 당시에도 격전지로 꼽히던 한려수도 물길에 안긴 섬을 일본군이 보고만 있었을 리 만무하다. 일제강점기, 지심도에는 일본군 1개 중대가 주둔했다. 섬 북동쪽의 국방과학연구소 뒤편에 남아있는 포진지와 탄약고, 서치라이트보관소 등 일제강점기의 상처는 이 작은 섬 구석구석에 새겨져 있다.

 본섬 거제도의 생채기를 피해 동백섬으로 불리는 새끼섬으로 숨어들었건만, 이 작은 섬조차 나라 잃은 설움에서 비껴날 수 없었다는 진실만 거푸 확인한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동백꽃은 남도의 겨울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눈물방울처럼 떨어진 동백꽃길을 걷고 싶다면 3월 즈음 지심도를 찾으면 된다. 겨우내 피고지고를 반복하던 동백은 3월에 만개해서 4월초까지 볼 수 있다.  
 

여행정보

▶교통

자가운전
수도권 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IC→14번국도→장승포 <서울에서 5시간 소요>
영남권 대구→대구부산간고속도로→초정IC→69번 지방도(진해 방면)→58번 지방도(가덕도 방면)→거가대교→58번 지방도→14번 국도→장승포 <2시간30분 소요>
호남권 광주→호남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나들목→14번국도→장승포 <2시간30분 소요>
충청권 대전→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통영나들목→14번국도→장승포 <3시간 소요>

대중교통
서울→고현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매일33회(06:40~24:00) 운행, 4시간20분 소요.

서울→장승포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매일 11회(07:20~23:30) 운행, 5시간30분 소요.
대전→고현 복합터미널(1577-2259)에서 매일 11회(08:00~22:10) 운행, 우등 2시간40분, 직행(12:00, 22:10) 3시간30분 소요.
대전→장승포 복합터미널(1577-2259)에서 매일 2회(12:00, 22:10) 운행, 4시간 소요(사천 ·고성·통영·고현 경유).
부산→고현 서부시외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매일 수시(06:10~21:30, 22:40, 23:10) 운행, 1시간20분 소요.
부산→장승포 서부시외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매일 30~40분 간격(06:10~21:00, 22:40)으로 운행, 1시간30분 소요.

 

배편
장승포↔지심도
지심도 터미널(055-681-6007)에서 매일 5회(08:30, 10:30, 12:30, 14:30, 16:30) 운행. 15~20분 소요. 손님이 10명 이상 모이면 언제든 운항하며 성수기(3월~10월) 휴일에는 거의 매시간 운항. 장승포에는 지심도와 외도로 향하는 터머널이 있는데 위치가 모두 다르다. 지심도에 가려면 장승포동사무소 옆에 있는 지심도 터미널로 가야 한다.  

장승포↔외도 장승포 유람선(055-681-6565)에서 매일 2회(09:40, 12:40) 이상 운행. 왕복+외도 3시간 소요, 요금 대인 2만5000원(입도비 8000원 포함), 중고생 2만3000원, 소인 1만4000원.

숙박



유인도인 지심도에서는 숙박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민박을 하기 때문. 새로 지은 펜션형 숙박시설도 제법 있다. 선착장에서 섬으로 들어서서 처음 만나는 동백하우스(011-859-7576)를 시작으로 등나무민박(011-584-8758), 갈매기민박(011-9339-3802), 황토민박(011-835-2276) 등이 자리하고 있다. 미리 전화로 문의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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