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명성황후도 반한 신비의 섬 '금오도'

by 혜강(惠江) 2012. 2. 1.

 


명성황후도 반한 신비의 섬 '금오도'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금오도의 비렁길에 오르면 자라 모양의 섬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수 돌산도 신기항에서 뱃길 따라 15분 거리에 위치한 금오도는 뭍에서 멀지 않지만 이름처럼 신비에 둘러싸인 섬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며 예로부터 자연의 보고였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임금의 관을 짜거나 판옥선 등 전선(戰船)의 재료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던 황장봉산이었을 만큼 원시림이 잘 보존됐다. 고종은 금오도를 명성황후가 살고 있던 명례궁에 하사했으며, 명례궁에서는 이곳에 사슴 목장을 만들어 사람의 출입과 벌채를 금했다. 때문에 사람들에 의해 금오도가 본격 개척된 지는 120여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금오도가 신비의 베일을 벗었다. '비렁길' 때문이다. 비렁길은 해안 기암절벽을 따라 개설된 트레킹 코스다. 절벽의 순우리말 '벼랑'의 전라도 사투리 '비렁'에서 유래했다. 본래는 주민들이 땔감과 낚시를 위해 다니던 길이었다. 최근 비렁길이 유명해지자 외지 관광객과 등산객의 왕래가 늘어나고 있다.

 

여수 돌산도 신기항에서 뱃길 따라 15분 거리에 위치한 금오도는 해질녘도 아름답다



 

선착장에 내리자 먼저 눈에 들어온 이 섬의 자랑거리인 '비렁길'. 아찔한 해안절벽이 그 자태를 드러냈다. 이 비렁길은 함구미마을 뒤 돌담이 쭉 늘어진 산길에서 시작한다. 산성 같이 쌓인 이 돌담은 제주도 돌담과는 색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돌담을 더 높고 견고하게 쌓아 올렸다. 한 40분쯤 걸었을까. 날씨가 좋을 땐 나로도 우주센터까지 보인다는 굴등전망대에 도착하자 남해 바다의 장관이 펼쳐졌다.

비렁길에서 내려와 솔고지 섬마을축제가 열리는 송고마을로 향했다. 약 40가구가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이 동네는 마을전체가 송림과 백림으로 우거져 '솔고지'라고 불렸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마을회관 옆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타 지역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자연산 광어와 금오도의 쌀 막걸리로 한가득 채워진 저녁상이 나왔다. 한창 그 맛에 푹 빠졌을 무렵 마을회관에 몇몇 어르신들이 모여 그동안 못 다한 얘기를 나누며 당제에 쓸 연을 만들고 있었다. 한지로 만든 방패 모양에 얇게 다듬은 대나무 살과 이야기 살을 하나씩 붙여나갔다.

 

 

여수 유송리 송고마을 '당산제'와 '솔고지 섬마을축제'

 

남면 유송리 송고마을은 작은 어촌이지만 매년 음력 정월 사흗날 마을 주관으로 당제와 마을축제를 연다. 전통문화 계승과 마을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여수의 도서지방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 문화다. 행사는 마을 당제를 모시는 것부터 시작된다. 송고마을 김성일(43) 이장은 "예전에는 정월 초이튿날 시작해 사흗날 헌식제를 지냈으나 5년 전부터는 육지에서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설 연휴 마지막 날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당주가 마을의 평안과 바다에서의 무사고 등을 기원하는 소지(燒紙)를 마지막으로
상당제는 끝이 난다

 

 


마을에서는 당제를 모시는 것을 '제만 모신다'라고 부른다. 장소는 상당과 하당 그리고 선창에서의 헌식제로 모두 세 곳에서 이뤄진다. 당제는 음력 정월 초하루 자시(23시)부터 시작되는 상당제와 이튿날 오전에 행해지는 헌식제까지 이틀 동안 치러진다.

 

 

 

헌식제가 모두 끝나고 짚으로 만든 주머니에 상의 제물을 조금씩 담아 헌식한다


 

 

제가 열리기 전날 마을에는 불빛이 사라지고 적막이 흘렀다. 부정 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밤 10시까지 모든 마을을 소등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김병호(61) 센터장은 "당주는 집에서 찬물로 몸가짐을 깨끗이 한다"며 "뿐만 아니라 정신을 집중하고 잡념을 버리기 위해 쌀 한 톨 한 톨을 물에 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만 봐도 얼마나 정성을 들여 제를 지내는지 알 수 있다.

25일 날이 밝자 마을 앞 선창가에서 헌식제가 진행됐다. 바다의 용왕에게 한해의 풍어를 빌며 음식을 올리는 헌식제는 당주 집에서 장만한 제물상과 각 가정에서 차려온 음식상을 마을 회관 앞 선창가에 줄줄이 늘어놓는다. 제의 진행은 제주가 술잔을 각각의 상에 한잔씩 붓고, 바다를 향해 꽹가리를 치면서 절을 한다. 제가 모두 끝나면 각각의 상에서 제물을 조금씩 떼어내어 주머니에 담아 바다에 헌식한다. 그리고 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음복한다. 제가 끝나자 풍물패들은 꽹가리를 치면서 집집마다 방문해 제액을 막는 마당밝기를 하며 한바탕 흥겹게 논다. 축제에 참여한 매영답사회 김옥균(47) 회장은 "여수의 많은 지역에서 마을 굿과 당제가 전승되어 왔지만 지금은 대부분 명맥이 끊어져 버렸다"며 "이런 우리의 고유의 것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2012. 1. 2 / 조선일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