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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홍천 가리산 : 겨울산의 넉넉함, 그 수묵화 속을 걷다

by 혜강(惠江) 2012. 2. 6.

 

홍천 가리산

겨울산의 넉넉함, 그 수묵화 속을 걷다

 

 홍천 = 한필석 월간 山 기자

 

 

홍천 가리산 정상에서는 인근의 고봉준령들이 산수화처럼 겹을 이루한눈에 바라다보인다. / 정정현 영상미디어기자

 

 

"저게 설악산이에요? 와~ 점봉산에서 응복산을 거쳐 두로봉까지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고스란히 들어오네요. 저건 인제 방태산이고, 그럼 저 산은 홍천 공작산이겠네요."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과 춘천시 북산면 경계에 솟아오른 가리산(加里山·1051m)은 정상에 서면 누구든 가슴 벅차오를 만큼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향로봉에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을 비롯해 강원 내륙의 고봉준령이 겹을 이루며 산수화처럼 다가오는가 하면 또 한쪽으로는 코발트빛 소양호가 산자락에 파묻힌 채 산중 호수인 양 신비스럽게 바라보인다.

산세 또한 마음을 사로잡는다. 산기슭에서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빼곡하게 우거진 수림을 비롯, 정상을 중심으로 사방팔방 뻗은 산줄기는 부드럽고도 풍요로운 육산(陸山·흙이 많은 산)의 전형을 보여준다. 능선 위에 얹힌 듯 정상 쌍봉은 기묘하면서도 정겹게 다가온다.

"능선 위에 툭 튀어나온 정상이 꼭 당나귀가 귀를 쫑긋거리는 것 같네요. 어서 올라오라고요. 어어~, 어이쿠."

폭 안기고 싶을 만큼 넉넉한 산세에 콧노래 부르며 휴양림 산막촌을 벗어나 산길에 접어드는 순간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얼음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겨울 산을 가벼이 대하는 마음가짐이 못마땅했나 보다.

큰장구실골로 들어서는 사이 졸졸대며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하얀 눈이 산등성이를 덮고 골 바닥은 얼음이 꽝꽝 얼어붙었건만 생명수는 쉼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기에 발밑에서는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나고, 산 너머에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니 겨울 산 분위기가 한층 살아난다.

  
골짜기를 벗어나 지그재그 산길 따라 된비알(몹시 험한 비탈)을 야금야금 올라서노라니 숲과 흰 눈이 한데 어우러진 수묵화가 펼쳐진다. 우리는 그 수묵화 속을 걷는 겨울 나그네다. 눈 무게 탓인지 세월의 무게 탓인지 허리가 꺾인 채 솔가지를 눈밭에 묻은 소나무를 몇그루 넘어서고, 낙엽송 숲속에 들어서자 하얀 눈밭에 낙엽송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이렇듯 수채화 같은 분위기 속에서 눈길을 걷는 맛은 멋이자 즐거움이다.

눈높이가 주능선 어깻죽지와 비슷해질 즈음 휴양림 앞마당을 지난 뒤 모습을 감추었던 정상 쌍봉이 다시 쫑긋대며 유혹한다. 그와 동시에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힘을 얻고 깊은 눈을 헤치며 주능선에 다가선다. 순간 능선 너머 소양호가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슬쩍 모습을 드러내고 등 뒤로 백두대간이 솟구친다.

가섭고개를 지나면서 쌍봉은 거대한 장벽처럼 우뚝 치솟아 섬뜩게 하다가 다가설수록 점점 어여쁜 바위꽃으로 변해간다. 정상 아래 갈림목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순한 1봉 직등로 대신 험로인 2봉 직등로로 들어선다. 험로라고 해봤자 짤막한 급사면에 눈이 덮인 정도. 정상에 올라서는 사이 또다시 백두대간이 그 웅자를 드러내며 가슴 벅차게 한다. 대간은 산 너머 세상과 담을 쌓고 있으나 그 안의 산봉에게는 바람을 막아주는 어머니처럼 따스한 존재다. 그 모습에 우리는 차가운 겨울산 대신 하얀 산의 넉넉함을 깨친다. 

 

                                     

       

 

 

여행수첩

 

■ 산행 기점은 강원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 자연휴양림이나 반대편인 춘천시 북산면 물노리 두 곳이다. 소양호를 가로질러 접근하는 물노리 기점 산행은 뱃놀이 여행의 즐거움이 더해지지만, 산행이 늦어질 경우 배를 놓칠 위험이 있고 눈길이 나 있지 않을 경우가 많아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그리 추천할 만한 코스는 아니다.

휴양림 기점 산행은 두 가닥으로 잡을 수 있다. 관리사무소 오른쪽 관리도로~지능선~새득이봉(937m)~가섭고개~정상~무쇠말재~큰장구실골~휴양림 코스는 약 10㎞에 4시간30분, 휴양림~큰장구실골~가섭고개~정상~무쇠말재~휴양림 코스는 약 9㎞에 3시간30분 걸린다. 난이도 ☆☆☆(☆ 5개 기준).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을 오르려면 아이젠이 필수다.

 

■ 일단 직행버스로 홍천까지 간 다음 완행버스를 이용한다.

*동서울터미널(www. ti21.co.kr, 1688-5979)에서 수시(06:15~22:20) 운행. 1~2시간

*상봉터미널(www. sbtr.co.kr, 02-323-5885)에서 1일 8회(07:00~20:15) 운행하는 홍천행 경유 직행·직통버스 이용. 2시간

*홍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리산휴양림행은 하루 3회(06:40, 12:10, 17:20) 운행, 약 1시간 간격(06:10~19:00)으로 운행하는 두촌행 버스를 이용할 경우 입구에서 4㎞ 걸어 들어가야 한다. 금강고속(033-432-7891)

*승용차의 경우에는 서울~양양간 고속도로 동홍천IC에서 빠져나와 44번 국도를 따라 인제 방향으로 향한다. 철정검문소 사거리를 지나 4㎞ 더가면 도로 왼쪽에 휴양림 입구가 보인다. 입구에서 휴양림까지는 약 4㎞.

(지역번호 033)

 

가리산 자락에 폭 안긴 너른 분지에 조성된 가리산자연휴양림에는 산막 7평형(평일 4만원/주말 성수기 5만원) 2동, 8평형(5만원/8만원) 12동, 16평형(8만원/12만원) 4동 등의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콘도에 준한 시설에 침구와 취사도구 등이 구비돼있다.

 

야영장은 겨울철에는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휴양림을 이용하지 않는 등산객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 승용차 3000원, 승합차 4000원.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으며, 휴양림 내에 식당과 매점도 있다. 435-6034, www. garisan.kr  입구에 가리산민박(435-6788), 누룽지백숙민박(436-2250) 등도 겨울철에 민박을 한다.

■ 휴양림 진입로 변에 위치한 가리산막국수집은 홍천식 막국수와 두부전골, 제육, 민물생선매운탕 등을 내놓는다(435-2704). 가리산수산횟집(435-6926)의 송어회무침도 권할 만하다. 육질이 단단한 송어회에 야채와 들깨, 콩가루, 참기름이 섞여 나온다.

 

 

<출처> 2012. 2. 2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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