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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제주도

제주도 올레 7코스, 기기묘묘 현무암 해안길 '명품'을 걷다

by 혜강(惠江) 2011. 6. 2.

                                            

제주도 올레 7코스

 

기기묘묘 현무암 해안길… '명품'을 걷다

 

 

서귀포=김성윤 기자

 

 

 

 

 

  '명품(名品) 올레'라고 부른다. '올레의 백미(白眉)'라는 이들도 있다. 다 제주 올레 7코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서귀포 외돌개에서 법환포구를 거쳐 월평마을까지 이어진 해안올레이다. 롯데호텔까지 제주의 A.C.E.(전문 레저 도우미) 김진억씨의 안내를 받아 올레 7코스를 걸어봤다.

  출발점은 외돌개. 버스나 택시를 타면 삼매봉 아래 외돌개 주차장에 내린다. 푸른 소나무숲 뒤로 더 푸른 바다가 출렁인다. 숲 사이 계단을 내려가면 외돌개가 보인다. 외돌개란 바다 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바위라는 뜻이다. 김씨는 "외돌개의 다른 이름은 장군섬"이라고 했다.

 

 높이 20m쯤 되는 당당한 풍채를 보면서 그럴듯하다 수긍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고려시대, 최영 장군이 마지막 남은 몽골 세력을 토벌하러 제주에 왔답니다. 이 몽골 잔당이 피신한 곳이 외돌개 앞 범섬이었죠. 최영 장군이 외돌개에 갑옷을 입히고 횃불을 밝혀 그림자를 만들고, 북을 울려 거인 발걸음으로 속였습니다. 몽골인들이 이를 보고 기겁해 자결했다고 합니다."

 

 

 

제주 . 뜨거운 용암이 바닷물에 흘러들어 식으면서 굳고 갈라지고 구멍 난 현무암 덩어리들이 이 세상이 아닌 듯한  별천지 풍경을 만들었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외돌개 쉼터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절벽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면 탤런트 이영애의 얼굴이 나타난다. 김진억씨가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라고 했다. "대장금 촬영지라고 많이 찾지만, 일출 보기 좋은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장금이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오른쪽으로 나무데크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돔베낭길이 시작하는 지점이다. 제주말로 '돔베'는 도마, '낭'은 나무를 뜻한다. 김씨는 "도마 만들기 좋은 해송(海松)이 많다고 해서 돔베낭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올레 가이드북이 "돔베처럼 잎이 넓은 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돔베낭"이란 설명과 다르다.

 

   하늘로 뻗은 소나무와 파도소리 시원한 바다가 섞이는 풍광이 훌륭하다. 길은 오르막으로 변했다. "손님들 모시고 걷다 보면 대화가 갑자기 멈추는 지점이 있어요. 바로 여기죠." 그의 말마따나 떠들면서 걷기에는 경사가 가파르다. 체력이 좋은 건지 손님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인지,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올레가 그렇게 유명한데도 아직 '올레길'이라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올레는 제주말로 '마을 입구에서 집 앞까지 이르는 길'이란 뜻입니다. 그러니 '올레길'은 맞지 않는 거죠."

  약간 목이 마르다 싶었는데 기가 막히게 음료와 과일 따위를 파는 노점상 네댓이 길을 따라 좌판을 벌였다. "작년 말부터 노점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요. 올레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돼요." 노점상들을 지나자 왼쪽으로 나무계단이 보인다. 나무데크 길에서 해안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계단을 내려서자 이 세상 풍광이 아닌 듯한 '별세계'에 도착했다. 크고 작은 구멍이 숭숭 뚫린 기기묘묘한 현무암이 해안을 따라 끝없이 펼쳐졌다.

 

 

 

올레 순방향 파랑색 화살표

 

   "돌 좋아하시는 분이 '수천만원짜리 돌 위에서 걷는 것'이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돌들이 크고 듬직해 보이지만 미끄럽거나 흔들릴 수도 있으니 걸음을 옮길 때 조심해야 한다. 김진억씨가 "'때 탄 돌'이 안전하다"고 알려줬다. 그러고 보니 표면이 누렇게 혹은 회색빛으로 변색된 현무암이 드문드문 보였다. "많이 밟고 지나가서 그렇거든요. 맑은 날이면 더 뚜렷하게 드러나요."

  현무암을 조심조심 밟으며 40분쯤 걸으니 속골이다.

 

 

올레 역방향 주황색 화살표

 

   제주에서 드물게 물이 많고 바다까지 이어지는 계곡이다. 재미있고 색다른 경치이긴 하지만 걷기가 편하진 않은 돌길이 꺼려진다면 계단으로 내려가지 않고 나무데크 길을 그대로 따라 걸으면 서귀포여고를 왼쪽으로 끼고 돌아 속골로 내려올 수도 있다.

  김씨가 호텔 손님을 안내해 이 길을 걸을 때는 대개 속골에서 마무리한다. 대략 5㎞ 정도이고, 1시간30분쯤 걸린다. 올레 7코스는 속골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 호근 위생처리장을 지나수봉로, 법환포구, 썩은섬 앞, 중덕바닷가, 강정포구, 월평포구를 거쳐 월평마을 아왜낭목에서 끝난다. 이 중 수봉로와 '일강정 바당올레'가 빼어나다. '올레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자연생태길'로 꼽히는 수봉로는 2007년 올레지기 김수봉씨가 염소가 다니던 험한 길을 삽과 곡괭이로 개척했다. 썩은섬 앞과 월평포구 사이 '일강정 바당올레'는 현무암 지대에 자갈과 돌을 깔아 걸을 수 있게 만든 길이다. 강정포구~월평포구 구간은 약간 지루하다.

  거의 매일 올레를 걷는 김진억씨에게 "지루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같은 코스를 매일 걷지만 매번 다른 분들과 걸어요. 매번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그래서 다른 길이 되지요." 올레는 그 자체보다 누구와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는 말로 들렸다.

 

 

여·행·수·첩

 

총거리: 13.8㎞(외돌개~속골은 약 5㎞)
총시간: 4~5시간(외돌개~속골은 약 1시간30분)
출발지 찾아가기: 서귀포에서 외돌개까지는 택시가 편하다. 제주시에서는 서귀포행 리무진버스를 타고 서귀포 뉴경남호텔 앞 정류장에서 내린다. 여기서 외돌개까지는 택시로 기본요금 거리다.
종점에서 돌아가기: 서귀포 시내로 가는 시내버스 정류장이 월평마을에 있다. 속골에서는 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제주시는 8코스 진행 방향으로 20분쯤 걸으면 약천사 앞에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버스 정류장이 있다.
콜택시: 서귀포택시콜 (064)762-0100, 서귀포OK콜택시 (064)732-0082, 서귀포칠십리콜택시 (064)767-1660
올레지기: (064)762-2190

근처 숙소: 7코스 종점과 8코스 시점 사이 오름이야기(010-5447-6930·사진)가 예쁘다. 오름이 좋아서 제주에 정착한 주인이 일주일에 두 번 손님과 함께 오름 트레킹을 하고 안내도 해준다. 올레는 잘 정비돼 있어 따로 안내할 필요가 없다고. 성수기(연휴, 여름방학 등) 15만·20만원, 비성수기 10만·18만원. 스위트 제주(sweet-jeju·010-2001-4851), 뜨레피아(064-738-5848) 등도 괜찮다.

 

<출처> 2011. 6. 2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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