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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안면도, 천상병 시인의 생가와 꽂지해변

by 혜강(惠江) 2011. 2. 17.

 

안면도

천상병 시인의 생가와 꽂지해변

 

 

글·유연태 여행작가 / 사진·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안면도 나문재 펜션에서 본 일출. 80살 팽나무와 눈이 그려낸 수묵화의 풍경 속, 해가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부담없이 다녀오기 좋은 곳이 충남 태안의 안면도이다. 천수만 방조제를 건너 77번 국도를 따라 십리만 내려가면 안면도에 닿을 수 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향해 죽죽 곧게 뻗어 오른 안면도 휴양림의 토종 소나무, 언제 찾아가도 좁은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꽃지 해변의 낙조, 그리고 식욕을 자극하는 다양한 별미들…. 그러나 이것만이 안면도의 전부는 아니다. 그 섬에는 시인의 생가가 복원돼 있고 일출감상 명소도 곳곳에 숨어 있다.

 

 

첫째날 오후: 천상병 시인 생가

 

 

'시인의 섬' 펜션 앞에서 본 일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아침 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로 시작되는 고(故) 천상병(1930∼1993) 시인의 시 '귀천'. 설 연휴를 지나 안면도를 찾아가는 날, 카메라 가방에 '귀천' 시편이 실린 시집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을 담는다. 서해안 고속도로 서산휴게소에서 차를 세우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시집 50쪽을 펴고 '귀천'을 읽어본다. 특히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는 마지막 연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돈시켜 준다.

 안면대교를 건넌 다음 천 시인의 생가를 찾아가는 섬 종단 길 풍경이 하나같이 시화전에 걸린 액자처럼 눈에 들어온다. 안면도 휴양림 입구, 상촌 삼거리, 지포 저수지를 차례로 지나 누동 삼거리에 이르자 대야도 어촌체험마을 입구를 알리는 대형 안내판이 서 있고 그 아래에 시인 천상병 고택으로 가는 화살표가 보인다.

  드디어 만나는 천 시인의 옛집. 단순함의 극치를 이루는 일(一)자 집. 남향한 고택의 지붕에는 슬레이트를 얹었다. 가운데 여닫이문 달린 방을 중심으로 서쪽에 여닫이문 하나를 단 건넌방, 동쪽에 미닫이문을 단 안방. 방 3개짜리로 여간 단출하지 않다. 호기심이 발동한 여행자는 가운데 방문부터 잡아당긴다. 궤짝을 이용한 책상 위에 먼지 앉은 문예지 몇 권이 올려져 있고 오른쪽 벽에 시 '귀천'이 걸려 있는가 하면 시 '강물'이 방바닥 위에 앉아 있다. 시인의 사진은 양쪽 방에 하나씩 걸려 방문객들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천상병 시인의 집
펜션 '시인의 섬'


  특히 눈길을 떼기 어려운 것은 가운뎃방 앞 부뚜막에 놓인 양은냄비와 솥단지다. 가난한 시인의 아내는 비바람 가리기 어려운 이곳에서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가며 솥단지에 꽁보리쌀을 안치고 냄비에 두부 한 모 썰어 된장찌개를 끓였으리라. 천상 시인인 남편은 아랫목에 들어앉아서 막걸리 잔을 기울였을 것이고. 문득 뒤를 돌아 남쪽으로 눈길을 주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천수만의 살진 갯벌이 보인다.

  1993년 4월 의정부의료원에서 세상과 작별한 천 시인의 옛집은 어떤 사연으로 안면도에 복원됐을까. 안면도 토박이로 이 옛집 위에서 5대째 농사를 지으며 한편 '시인의 섬'이라는 펜션을 운영하는 농사꾼 모종인(57)씨가 사연을 들려준다.

  "선친이 1960년대 이곳에서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여, 저는 부농의 자식으로 잘살아왔죠. 시를 좋아해서 천상병 시인과 부인 목순옥 여사와는 친부모와 친자식처럼 지냈습니다. 2004년 9월 펜션을 개업할 때 목 여사가 다급하게 전화를 하셨어요.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있는 시인의 집이 아파트 건설 때문에 없어지게 됐다는 말씀을 듣고 제 고향 땅으로 옮겨 복원해 놓은 것입니다."

  모씨는 천 시인 고택 옆에 자그마한 갤러리도 지어놓았다. 돌아가신 중광 스님과 김점선 화백, 소설가 이외수 등의 작품이며 천 시인과 목 여사의 소장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주말이면 가끔씩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독주회가 열리기도 한다. 이 갤러리는 토요일 오후 1시부터 7시,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평일에는 펜션(010-3002-7273)에 연락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첫째날 밤: 나문재 펜션에서 추억의 하루

 

 

 

 

 

  꽃지 해변은 낙조감상 명소로 유명하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낙조의 풍경을 한껏 살려준다. 그래서 이 해변은 평일에도 일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낙조의 감동을 가슴에 담고, 게장백반이나 활어회로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 숙소로 돌아갈 시간. 안면도에는 펜션이 '밤하늘 별처럼' 많다. 2010년 말 기준 펜션 수가 약 800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2003년 문을 연 '나문재' 펜션(안면읍 창기리·041-672-7634)은 풍광 좋기로 소문났다. 천수만을 바라보는 안면도 북동부의 쇠섬에 자리 잡았다. 나문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유석준 대표는 "갯벌에 사는 염생식물로 봄에는 녹색을 보이는데 이때는 뜯어서 나물로 먹을 수 있고 여름과 가을에는 빨간색, 겨울에는 검은색을 띤다"고 말한다.

  34개 객실 중 몇 개만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방의 발코니에서 천수만 건너 홍성군의 야산 뒤에서 솟아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다. 바닷가에는 수령 80년 정도 되는 팽나무 20여 그루가 자라고 있어 일출 장면의 훌륭한 소도구 구실을 한다. 침대까지 아침 햇빛이 들어와 늦잠을 잘 수 없게 만든다.

  해안을 따라 산책길도 만들어져 걷기에도 좋다. 이름하여 '나문재 둘레길'.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족하다. 해넘이 소금길에서는 염전 뒤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고 잔디광장과 객실 주변에 설치된 철 조각품이며 석고 조각상을 만나보는 재미도 좋다. 봄부터 피어나는 100여종의 야생화도 대단한 볼거리이다. 1단지의 안내실 옆 갤러리에서는 원두커피, 매실차, 주스를 마실 수 있다.

 

 

 

둘째날 오전: 안면암 부교 걷기나 백사장항 쇼핑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산책을 즐긴 뒤 오전에 가볼 만한 곳은 안면암(안면읍 정당리)이나 백사장항이다.  소나무가 반겨주는 길을 따라 바다를 향해 10여분 달리면 천수만 바다와 만나는 곳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조계종 사찰 안면암을 만난다. 안면암은 기도 도량이기도 하지만 바로 앞에 떠있는 조구널과 여우섬을 조연 삼아 천수만 일출을 촬영하기 좋은 곳이라서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다. 또 갯벌 위에 두 개의 섬까지 부교가 놓여 밀물 때면 물에 뜨고 썰물 때면 갯벌에 안착하는 '부교 걷기'를 체험하려는 여행객들도 많이 들른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우럭 같은 활어나 냉동 꽃게, 건어물, 젓갈류를 사고 싶다면 백사장항으로 간다. 안면도에서 가장 큰 포구인 백사장항에는 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점도 많고 횟집도 40여개 된다.

 

 

여·행·수·첩

 

 

 

손수운전: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으로 나가서 천수만방조제를 건넌다. 원청사거리에서 좌회전, 7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간다. 안면대교를 건너 안면읍까지는 약 11㎞ 거리다.

대중교통: 태안버스터미널에서 오전 9시 10분부터 오후 9시 5분까지 안면도행 버스가 하루 21회 운행한다.

일송꽃게장: 꽃게를 이용한 간장게장 하나만으로 안면도 내에 간장게장 식당 개업 붐을 일으킨 맛집이다. 간장게장백반 1인분 1만9000원. 문의 (041)674-0777

대성식관: 안면도 사람들이 섬 안에서 최고의 바지락칼국숫집으로 손꼽는 식당이다. 안면도 일대에서 나는 바지락만 식재료로 쓴다. 육수는 강원도 인제의 황태 머리, 전남 완도산 다시마 그리고 무·양파·대파로 만든다. 국수가 익는 동안 손님들은 보리밥에 무 생채·콩나물·시금치를 섞어 고추장에 쓱쓱 비빈 비빔밥을 맛본다. 1인분 5000원. 문의 (041)674-1156

 

 

<출처> 2011. 2. 10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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