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눈꽃여행
은빛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인제에 가면 눈 시린 겨울 눈꽃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손때 묻지 않은 맑고 순수한 눈꽃세상을 만날 수 있다. 눈 내린 마을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평온하기만 하다. 깊은 겨울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인제로 떠나보자.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기린면 진동리다. 곰배령, 아침가리, 진동계곡 등을 품고 있는 진동리는 인제에서도 오지마을로 손꼽히는 곳. 대관령, 진부령과 함께 대표적인 폭설지역으로 손꼽히는데 한번 눈이 내리면 1m 이상씩 내린다.
이곳 주민들은 겨울이 되면 물푸레나무와 소가죽으로 만든 설피라는 독특한 눈신을 신고 다닌다. 설피는 눈위를 걸을때 빠지지 않도록 넓적하게 만든 겉신이다. 그래서 진동리 이름도 아예 ‘설피밭’으로 바뀌었다. 겨울철 진동리 마을을 찾으면 설피를 신고 눈꽃이 활짝 핀 마을과 인근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서 겨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조침령, 아침가리, 방태산자연휴양림, 방동약수 등 관광명소를 따라 고즈넉한 눈꽃산행도 나설 수 있다.
▲ 설피 <사진촬영: 여행작가 최갑수
진동리에서 양양으로 통하는 조침령 옛길은 새해 해맞이 장소로 유명하다. 조침령은 ‘새도 자고 넘는다는’ 백두대간 고갯마루로 진동리에서 양양 서림까지 통하는 옛길이며 구룡령에서 설악산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조침령 정상까지 임도가 있는데, 지금은 양양과 연결된 터널이 완공되어 사람 흔적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백두대간 능선과 계곡의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맑은 날이면 동해까지 한눈에 잡힌다.
▲ 조침령 가는 길 <사진촬영: 여행작가 최갑수>
설피마을을 지나 좁은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막다른 길이 나온다. 여기까지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이다. 이곳에서 계속 길을 따라가면 강선리 계곡 입구. 여기서 곰배령까지 약 4km 거리인데 2시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다.
진동리로 들어가기 전에 만나는 아침가리도 오지 트레킹 명소다. 아침가리는 ‘아침에만 밭을 갈 정도의 해가 비치고 금세 져버리는 첩첩산중’이라 해서 이름 지어진 곳.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림과 계곡의 눈꽃이 선경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름답다.
▲ 진동리 가는 길 <사진촬영: 여행작가 최갑수>
한 여름 이단폭포의 물줄기가 시원한 방태산자연휴양림의 설경도 괜찮다. 휴양림 인근의 방동약수는 눈꽃 트레킹 뒤의 갈증을 풀기 알맞다. 물에 탄산 성분이 많아 설탕만 넣으면 사이다 맛이 난다. 철, 망간, 불소가 함유돼 있어서 위장병에 특효가 있고 소화 증진에도 좋다고 한다. 인제를 찾은 여행객이라면 꼭 한 번 들르는 곳이다.
인제 내설악의 용대리는 황태가 익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용대리 골짜기엔 크고 작은 황태 덕장이 수십 개가 있다. 그래서 얼어붙은 북천을 끼고 국도를 달리다보면 흰 눈을 뒤집어쓴 채 익어가는 황태를 구경할 수 있다. 눈꽃은 겨울 나무에만 핀 것이 아니라 황태에도 소담하게 피었다.
◈ (좌) 방태산 자연휴양림 (우) 눈 내린 황태덕장<사진촬영: 여행작가 최갑수>
내장을 제거한 명태를 영하 10℃ 이하로 춥고 일교차가 큰 덕장에 두 마리씩 엮어 걸어놓으면 12월말부터 3월말까지 3개월간 밤낮으로 꽁꽁 얼고 녹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자연건조 과정을 거치면 속살이 노랗고 육질이 연하게 부풀어 고소한 맛이 나는 황태가 탄생한다. 제대로 된 황태를 만들려면 눈도 적당히 내려야 하고 바람도 잘 통해야 하는데 용대리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가 가깝다. 만해 한용운의 흔적이 또렷한 곳이다. 만해는 열여덟살의 나이에 동학혁명에 뛰어들었다가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스님으로 시인이며 철학자이기도 하다. 만해는 20세 때 처음 백담사에 들어와 인연을 맺었고, 잠시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25세 때 다시 백담사로 돌아와 이듬해 출가했다. 만해가 <님의 침묵>을 탈고한 절 역시 백담사다.
▲ (좌) 백담사 (우) 백담사 수심교 <사진촬영: 여행작가 최갑수>
용대리에서 백담사로 올라가는 수려한 계곡이 백담계곡이다. 백담이란 이름은 조선 정조 때 붙여졌다. 백담사 주지 스님이 꿈에 나타난 백발노인의 지시대로 청봉에서 계곡까지 이르는 연못을 세어보니 100개나 돼 이름을 백담(百潭)이라 했다고 한다.
계곡에는 불자들이 쌓은 수많은 돌탑들이 가득하다. 섬세함 절묘함 그리고 수려함까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모자랄 정도로 얼음장과 백설로 뒤덮인 백담계곡은 아름답다. 마을버스가 다녀 걷는 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더 한적하고 오히려 걷기 좋다. 약 7km, 1시간 30분 정도 한적한 눈꽃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백담사 경내 한쪽에 자리한 만해기념관에선 만해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1997년 개관한 만해기념관엔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불교대전>, <불교유신론> 등 10여 권의 작품 원본과 글씨 11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 만해 흉상 <사진촬영: 여행작가 최갑수>
인제에는 산촌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산촌민속박물관이 있다. 인제산촌민속 박물관은 인제군의 사라져 가는 민속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고 있는 산촌민속 전문박물관이다. 산촌사람들의 생업·신앙·음식·놀이 등을 모형·실물·패널·영상매체 등으로 2개실 36개 코너에 전시하고 있다.
겨울은 빙어낚시의 계절이다. 인제 소양호 일대는 빙어낚시의 메카다. 300만평의 거대한 얼음광장이 형성돼 빙어낚시꾼을 부른다. 빙어(氷魚)라는 이름은 얼음 밑에서 돌아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낚시대와 채비(바늘묶음 등)도 간단해 가족 나들이 낚시로 인기다. 맛도 좋아서 산 채로 초장에 버무려 한 입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한동안 입 속에 가득찬다. 날로 먹는 것이 익숙지 않으면 튀김을 해 먹어도 괜찮다.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 빙어낚시 <사진제공: 인제군청>
<여행정보>
◦ 문의전화
-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1 / - 백담사 033)462-6969
- 만해마을 033)462-2303 / - 산촌민속박물관 033)460-2085
- 방태산자연휴양림 033)463-8590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인제 : 동서울/상봉터미널에서 인제터미널까지 첫차 06:15, 막차 19:50분. 소요시간 2시간 10분
◦ 자가운전 정보
[서울-인제] 춘천고속도로-동홍천IC-속초,인제방향-인제 / 중앙고속도로(홍천,춘천방향)-홍천IC-인제방향-인제
[대구•부산-인제] 대구부산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홍천,춘천방향)-홍천IC-인제방향-인제
◦ 숙박정보
- 기린초관광펜션 :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011)479-0921
- 아침뜨락황토마을 :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033)462-2944 www.mgarden.co.kr
- 솔잎향기 :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285, 033)463-0340, www.solvalley.co.kr
◦ 식당정보
- 감자네식당 :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 민물매운탕 033)462-5766
- 한국관 : 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쇠고기, 033)461-2139
- 황태마을 :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구이, 033)462-2580
◦ 축제 및 행사정보
- 내린천여름축제 : 매년 7~8월, 인제앞강
- 황태축제 : 매년 2월, 미시령삼거리
- 빙어축제 : 매년 1~2월, 남면 부평리 신남선착장 인근
◦ 주변 볼거리 : 십이선녀탕, 합강정, 내린천번지점프, 필례약수, 장수대, 미산계곡
<출처> 2011. 1. 12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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