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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 정보/- 맛집

천수만으로 떠나는 맛있는 겨울 별미기행

by 혜강(惠江) 2011. 1. 15.

                                            천수만 별미기행

 

       천수만으로 떠나는 맛있는 겨울 별미기행

 

 

                                         스포츠조선=김형우 기자

 

 

       

          

서해안 겨울바다의 묘미는 해넘이 감상이다. 사진은 천수만 궁리포구의 낙조.

 

 

  동장군의 위세가 겨우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땐 산도 좋지만 겨울바다의 낭만 속에 젖어드는 것도 운치 있다. 호젓한 백사장을 만날 수 있는가 하면 조롱박만한 포구에 깃들어 황혼의 노을과도 마주할 수 있다. 겨울바다는 을씨년스러운 대지와는 달리 의외로 별미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안면도와 마주하며 천혜의 어장을 형성하고 있는 충남 홍성, 보령 등 천수만 일원은 이즈음 새조개, 뻘굴, 간재미 등 겨울 별미가 즐비하다. 특히 내륙으로 살짝 파고들면 흔히 맛볼 수 없는 건복국 등 토속 미각도 찾을 수 있어 발품이 아깝지 않을 '식도락(食道樂)' 기행을 즐길 수 있다.

 

 ◆운치 있는 천수만의 해넘이 '궁리 포구'

 국내 대표적 리아스식 해안을 꼽자면 단연 태안반도가 으뜸이다. 이곳은 풍광도 아름답지만 서해안 최고의 어장을 이룬다, 특히 태안반도의 아랫녘인 안면도와 충남 서해안이 만나 이루는 천수만은 생명의 원천인 기름진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맛난 어패류가 가득한 천혜의 어장으로 꼽힌다. 이맘때 천수만을 찾으면 다양한 겨울 별미를 만날 수 있다.

 

 우선 가을철 대하로 유명한 남당항에서는 겨울별미 새조개가 제철이고, 살짝 내륙으로 파고들어 홍성 갈산면을 찾으면 시원한 건복국도 맛볼 수 있다. 또 남당항 아래 장은포구에서는 싱싱한 뻘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아랫녘 오천항은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간재미 찜을 맛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젓갈로 유명한 광천에서는 밥상 위의 감초격인 '광천 돌김'도 구할 수 있어 포만감 넘치는 겨울별미 기행을 즐길 수 있다.

 별미기행을 후 서해 겨울바다 기행의 진수격인 해넘이 감상은 남당항 위쪽에 자리한 궁리포구가 분위기 있다. 장은포구, 남당리, 간월암 모두 일몰이 아름답지만 한적한 궁리 포구 또한 서해 일몰의 장관을 감상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포구 아랫녘에 돌출한 작은 언덕과 소나무를 걸쳐 화각을 잡으면 멋진 낙조 사진도 한 컷 건질 수 있다.


◆천수만의 웅숭깊은 겨울 별미

▶건복어탕(홍성군 갈산면 상촌리)

 

      ◇천수만 기행의 중심 충남 홍성에서 모처럼 깊은 손맛을 맛봤다. 어디에서나 쉽게 맛 볼 수 없는 '건복어탕'은 시원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듯 부드러운 졸복맛이 일품이다.
 
 

  흔히들 복국하면 생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천수만 기행에서는 마른 졸복으로 시원한 복국을 끓인 '건복어탕'을 맛볼 수 있었다. 홍성군 갈산면 상촌리 갈산시장 인근에 자리한 43년 전통의 삼삼복집이 그곳이다. 1968년 문을 연 이래 주인 이정옥 할머니(74)와 막내딸 김용주씨(38)가 수 십 년 동안 시원한 건복어국을 끓여내고 있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건복어국은 예전 이정옥 할머니의 시아버지가 집안 식솔들에게 보양식으로 끓여준 것이 유래로, 일종의 가양식인 셈이다. 생복의 육질은 부드럽지만 이 집의 건복은 쫄깃한 듯 부드럽다. 우럭젓국의 속살보다 더 보들보들하다. 특히 마른 생선 특유의 큼큼한 향이 살짝 배어 있어 미각을 더한다. 일반적으로 생선은 말리는 과정에서 발효의 효과가 더해져 음식에 깊은 풍미와 중독성을 지니게 된다. 건복어국이 전형적인 경우다.

 

  식재료를 살펴보면 우선 건복어는 조막만한 졸복을 해풍에 시나브로 1달 이상 말려 사용한다. 마치 황태를 말리듯 눈과 찬 바닷바람을 고스란히 맞게 한다. 이를 다시 건조창고에서 1년에서 길게는 3~4년씩 숙성시켜 탕거리로 사용한다. 오래 숙성된 것일수록 깊은 국물맛을 낸다.

 

  끓이는 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선 된장에 갖은 양념을 가미한 소스를 풀어 육수를 만든다. 이후 콩나물과 아욱, 마른 복을 넣은 후 고추 가루를 섞어 센 불에 한소끔(5분 가량)을 끓인다. 이후 불을 줄여 은근히 끓인다. 불을 줄인 후 야채를 먼저 건져 먹고, 촉촉해진 마른 졸복도 함께 맛본다. 밥은 남은 국물에 볶아 먹는다.

 

  고기 맛은 어떨까? 생복은 부드럽지만 이 집의 건복은 쫄깃한 듯 부드럽다. 특히 마른 생선 특유의 미각이 배어 있어 향수를 자극하는 그런 맛이다. 국물 맛도 여느 복국과는 다르다. 된장과 고추 가루가 어우러져 일단 구수한 맛과 함께 복국 특유의 시원한 맛이 배어 있다. 특히 본래 시원한 졸복이 마른 생선 특유의 시원함까지 더해졌으니, 그 맛은 기대 이상이다. 이를테면 훈제 가스오브시 국물로 육수를 낸 복국과는 또다른 맛이다.

 

  미나리 대신 아욱이 들어가는 것도 여느 복국과 다른 점이다. 아욱은 푹 삶지 않는다. 살짝 데쳐 먹다 보니 미끌 거리는 질감 대신 아삭해 또 다른 맛을 낸다. 특히 초록의 색깔이 선명해 싱싱한 야채를 곁들이는 느낌이 강하다. 굳이 아욱을 넣는 이유는 간단하다. 복어 특유의 미각을 지키기 위함이다. 미나리는 특유의 향이 강하다. 따라서 복어 특유의 은은한 맛을 반감시킨다. 하지만 아욱은 복어 고유의 맛과 향을 살려 국물이 더 시원구수하다.

 


   

졸복을 말린 건복어.

 

  딸 김용주 씨는 "건복어국을 끓이는데 특별할 건 없다"고 말한다. 다만 "딸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 어머니의 된장양념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밑반찬은 3가지로 단출하다. 이즈음엔 배추김치, 깍두기, 동치미, 봄이면 열무김치가 상에 오른다. 이 집은 복어를 뺀 배추, 무, 아욱 등 식재료는 직접 재배를 한다. 복어도 생졸복을 구입해 직접 건조해서 사용하니 절반은 만들어 쓰는 셈이다. 된장은 집 된장과 구입한 것을 반씩 섞어서 쓴다.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함이란다.

 

  오랜 세월 복국을 끓여 오다보니 온 가족이 복요리 자격증을 지닌 복요리 전문가들이 다 됐다. 이 집의 단골들은 홍성 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지인들도 상당수다. 건복어탕 1만5000원. 생복어탕 1만5000원. (041)633-2145

 

 

 

▶남당항 '새조개'(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 새조개. 모양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

 

  천수만 미식기행 1번지는 홍성 남당리 포구이다. 가을이면 싱싱한 대하소금구이가 불판위에 벌겋게 익어가고, 한겨울이면 뜨근한 국물에 새조개 샤브샤브가 별미로 등장한다. 천수만에서 12월부터 3월초까지 형망(끌방)으로 잡히는 새조개(속살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동 시 물을 뿜으면서 거의 1m 정도 날아가기도 한다. 이번 겨울은 지난여름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씨알도 작고 작황도 다소 부진한 편이다. 하지만 1월 중순부터는 더 씨알 굵은 새조개가 많이 날 것으로 어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남당리 바닷가에 키조개, 대하, 굴을 비롯한 온갖 해산물을 내놓고 관광객들을 맞아들이던 포장마차촌이 이제는 간이 건물에 깔끔한 횟집촌을 형성하고 있다. 수년전 어촌계 시람들로만 모여 횟집촌을 꾸렸다. 널찍한 주차장에 들어서면 "잡숫구 가유~"라는 호객 소리와 함께 구수하고 깊은 새조갯살 데쳐 먹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일명 '새조개 샤브샤브'. 주말이면 밀려드는 관광객들의 발길로, 말 그대로 새조개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하지만 요즘은 구제역 여파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하다. 구제역과는 전혀 상관없는 해물이건만 사람들이 이동 자체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당리가 새조개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지난 1991년 갑자기 새조개가 나기 시작했고, 외지에서 배가 들어와 채취를 하면서야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됐다. 어촌계 이은양씨(55·광수네수산 주인)의 회고.

 

 "가만히 보니께 외지에서 온 배가 하루 4000~5000만원씩 돈을 긁어가드라구유. 새조개루다가. 안돼겄드라구. 배들을 다 내쫓구선 마을 어촌계에서 어로권을 접수했지유. 그럭허구선 남당리가 새조개로 유명하게 된 거지유. "

 


                                           ▲ 새조개 샤브샤브

 

  새조개는 살집이 크면서도 부드러워 통째로 물에 데쳐 먹거나 구워 먹는데, 입안 가득 연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남당리 먹거리촌에선 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를 많이 낸다. 냄비에 무, 대파, 팽이버섯, 마늘 따위 야채를 듬뿍 넣고 펄펄 끓인 뒤 여기에 새조개살을 담가 살짝 익힌 뒤 초고추장에 찍어 김에 싸서 한입에 먹는다. 조개를 데쳐 먹은 야채국물엔 칼국수나 라면을 넣어 끓여 먹는데, 이 맛 또한 별미다.

 

  남당리에선 해마다 1월 중순부터 2월초 사이 '남당리 새조개 축제'를 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축제 형식을 빌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요량이다. 이 또한 구제역 여파다. 축산 농가의 시름에 잔치상을 펼치기가 마뜩치 않기 때문이다.

 

  값비싼 새조개는 그 해 작황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한 편이다. 대략 껍질을 깐 새조개 1㎏(2인분, 20마리 정도)이 4만5000원 수준이다. 1㎏을 주문해도 내장을 빼고 실제로 냄비에 들어가는 양은 600g 정도 된다. 광수네 수산(041-634-3276)의 경우 바닷물에 절인 싱싱한 김치를 내놓는다. 데친 새조개를 잘 익은 아삭한 김치에 싸먹는 맛도 별미다.

 


▶장은 포구 '굴구이'(보령시 천북면)


                                         ▲ 천북 장은포구의 생굴.

 

  겨울철 별미를 들자면 단연 굴을 꼽을 수 있다. 굴은 제철 음식으로 값도 저렴한 데다 맛까지 좋아 그야말로 보배와도 같은 미식거리이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굴은 주로 통영 등 남해와 천북 등 서해안 것이 주류를 이룬다. 제 각기 산지마다 특성이 있어 맛 또한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데 미식가들은 뻘에서 자란 '천북굴'을 최고로 친다.

 

 천북굴이 최고의 평판을 얻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장은리 등 천수만 일원은 서해로 향하는 지천이 많다. 이는 해수와 담수가 고루 섞인 뻘이 발달해 굴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고, 미네랄이 풍부한 곳에서 자라다 보니 맛또한 좋다. 특히 양식굴과는 달리 뻘에서 자라 일조량이 많은 것도 천북굴을 최고의 별미로 만들어 주는 요소이다.

 

 천북굴은 덩어리 형태가 많다. 크기가 작은 여러 굴개체가 따개비 등과 함께 붙어 있다. 또 딱딱한 굴껍질을 까면 토실하면서도 노르스름 회색빛을 띠는 속살이 드러나고, 맛은 짭조름 쫄깃 거린다. '뻘밭의 화초'로도 불리 우는 천북굴은 12월부터 4월까지가 시즌이다. 굴 채취는 장은리 포구 앞바다 뻘밭에서 이뤄진다.


                                                          ▲ 굴구이

 

  포구 앞에는 천북수산 등 100여 개의 굴 전문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굴을 숯불에 구워 먹는 석화구이와 굴밥, 굴회가 주 메뉴다. 살이 통통하게 밴 굴을 즐기려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포구와 가게는 발 디딜 틈이 없다. 굴 구이 외에 구수하고도 담백한 국물이 일품인 굴 칼국수도 색다른 맛이다. 뚝배기에 굴을 넣고 지은 굴밥도 제철 별미다. 또 3일 침전 시킨 말금한 바닷물에 생굴과 배, 당근, 오이 등을 채썰어 넣고 고춧가루 한숫가락풀어 저어먹는 새콤 달콤 굴물회도 일품이다. 3~4명이 2만~3만원어치면 실컷 먹는다.


▶ 홍어보다 더 맛난 '간재미'(오천항)


  일명 '갱개미'로도 불리는 간재미도 겨울 별미로 그만이다. 간재미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고르게 서식하지만 유독 천수만, 태안반도 인근해역에서 많이 나는 심해성 어종이다. 생김새가 가오리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맛도 홍어에 견줄 만 해 겨울철 진미로 통한다. 굳이 '겨울 간재미'로 불리는 것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육질이 얇고 질겨지는데다 뼈도 단단해져 특유의 오돌오돌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업도 연중 12~4월 사이 집중된다.

 


                                                   ▲ 간재미찜.

 

  간재미는 춥고 눈 올 때 살아 있는 싱싱한 것을 막 조리해 먹어야 제 맛이다. 활어 회는 껍질을 벗긴 후 살과 뼈째 알맞게 썰어 초고추장을 찍어 먹게 되는데, 오들오들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홍어처럼 톡 쏘는 맛이나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 평소 회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쉽게 입맛을 붙일 수 있다. 무침은 고추장에 식초와 참기름, 대파, 배, 오이 등을 썰어 넣고 발갛게 버무려 상에 올리는데, 매콤 새콤한 양념과 쫄깃, 오들오들 씹히는 맛이 어우러져 감칠맛을 더한다. 한마리를 통째로 쪄내는 찜은 양념이 밴 속살과 연골이 입에서 사르르 녹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간재미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탕을 즐겨 찾는다. 간재미를 토막내 신김치와 함께 넣고 푹 끓여낸 국물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보령 오천항, 태안 등지에서 맛볼 수 있다. 작황에 따라 가격차가 있지만 대체로 4만원 선이면 넷이서 먹을 만하다 .


 

▶미식기행의 마무리 '광천김'

  천수만은 본래 김의 산지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에서 채취한 돌김은 '광천김'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식탁으로 배달됐다. 이제는 양식 환경이 바뀌어 김 생산지의 명성을 내줬지만 지금도 그 명맥이 남아 집산지로서의 명맥을 잇고 있다. 따라서 광천에는 유명 김 생산 메이커가 즐비하다.


                                                 ▲ 광천원김

 

  이들 업체 중 '광천 원김(041-641-2970)'의 경우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수출 등으로 성가를 거두고 있다. 죽염돌김, 여행용김, 갓구운 파래김 등 다양한 포장단위와 기능성 김을 생산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갓 지은 따끈한 쌀밥에 싸먹는 바삭 고소한 돌김 맛이 일품이다. 광천 사람들은 "광천 김 한 번 맛들이믄 딴 데 것은 못먹어유"라며 맛만큼은 자신하고 있다. 따라서 천수만 여행객들에게 광천의 젓갈과 돌김은 연중 인기 쇼핑상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지역의 김 가공 업체들은 전국 택배도 하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안면도 방향~궁리포구~남당항~장은포구/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홍성읍~갈산

 

<출처> 2011. 1. 14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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