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손, 로댕 >& <그리스의 신과 인간> 展
풍부한 감정의 로댕 조각, 건강한 육체미의 그리스 조각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인간은 조각을 창조했다. 신이 훅~하고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 넣었다면 인간은 이상(理想)과 미(美)를 담아냄으로써 조각에 생명력을 더한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일찍이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인간의 신체를 주제로 한 조각상이 많이 만들어 졌다. 조각들은 대부분 나체였고 이상적인 신체의 모습을 표현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시대의 미술하면 비너스상과 같은 조각이 떠오를 정도로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조각활동이 활발히 이뤄졌었다.
그러나 조각은 중세시대를 거치며 회화에 밀려 공공기념물의 장식적인 요소로 하락돼 갔다. 조각은 19세기 중반 독자적인 예술장르로 다시 격상될 수 있었는데 이는 로댕(A. Rodin, 1840~1917)이란 조각가의 등장으로 가능했다. 로댕은 자기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조각 작품을 만들었고 현대 조각의 포문을 열었다.
조각의 절정이었던 그리스 시대의 작품과 조각의 부활시대를 열었던 로댕 작품의 전시가 각각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 로댕의 조각, 감정을 담아 인간다워지다
<신(神)의 손, 로댕>展 (~8월 22일, 서울시립미술관)
그리스인들이 표현한 인간은 균형과 비례가 너무 잘 맞아 떨어져 오히려 인간스럽지 않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로댕은 바로 이러한 고대 그리스 조각상의 박제돼 있는 듯 한 인간의 모습을 거부했다. 그의 조각은 사실적이며 감정적이었고 조각계의 혁신을 일으킨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8월 22일까지 <신(神)의 손, 로댕>展을 개최한다. 로댕의 '지옥문'을 필두로 110여 점에 달하는 청동, 대리석, 석고 등의 다양한 조각 작품과 40여 점의 종이작품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파리의 로댕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것으로 로댕을 세상에 알리게 되는 초기작 '청동시대'부터 '생각하는 사람', '입맞춤', 근대조각의 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발자크'상과 '신의 손', '깔레의 시민'까지 로댕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발자크 기념상
이번에 전시된 '발자크 기념상'은 로댕이 "나의 전 생애의 결산"이라 불렀지만 1898년 완성됐을 때 대중과 평단의 혹평을 받았다. 외모의 과감한 단순화와 왜곡된 표현으로 발자크와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댕은 "나는 발자크의 외양을 사진 같이 조각할 마음이 없다. 나의 원칙은 형태 뿐만 아니라 생명력까지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열로 들끓는 진짜 영웅적인 발자크 상이다"라고 말했다. 로댕은 정확하고 섬세하게 묘사하기보다 대상을 단순화시켜 보는 이들의 상상을 자극했다.
로댕은 인체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입맞춤', '깔레의 시민',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작품들은 사랑, 괴로움, 고독의 감정들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줄 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생각하는 사람'은 대중에게 익숙한 청동 작품이 아닌 작가가 손으로 직접 빚어낸 석고작품으로 최초로 해외 반출이 이루어지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로댕의 대리석 작품 가운데 진수로 손꼽히는 '신의 손'이 서울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해외 반출됐다.
* 청년디오니소스
그리스 조각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몸을 누드로 표현했는데 미술품 속에 최초로 누드를 도입한 것이 그리스인이었다. 그리스인들이 표현한 인간의 몸은 균형, 비례, 리듬을 중시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생각한 이상적인 인간상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리스 사회의 이상적인 인간상은 이성과 체력증진으로 단련된 육체가 조화된 인물이었고 건강한 신체의 묘사를 통해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건강한 신체를 강조했던 그리스 사회에서는 신체단련이 하나의 의무였고 여러 운동장면이 조각을 통해서 보인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원반 던지는 사람'으로 마치 조각상의 인물이 움직이다 멈춘 듯 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는 신체의 무게 중심을 옮기는 원칙인 콘트라포트스토(Contrapposto)의 발견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스 조각에서 보이는 자연스런 운동감은 콘트라포스트토의 발전에 의한 것이다.
*원반 던지는 사람
전시에는 로댕과 그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테마로 특별 섹션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까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1864-1943)은 조각가이기 전에 로댕의 연인으로서 로댕예술에 영감을 준 여인이다. 로댕은 까미유 클로델에 대해 "나는 황금을 찾으려다가 그녀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녀가 바로 그 황금이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로댕과 결별하고 생의 반을 정신병원에서 지내며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그러나 까미유 클로델은 로댕의 예술에서 사랑이란 테마의 등장을 가능케 해주었고 전시된 '영원한 우상', '입맞춤', '웅크린 여인' 등은 사랑에 빠진 로댕이 만들어 낸 에로스적 표현이 농후한 작품들이다.
# 고대 그리스인들이 표현한 이상적인 신체의 아름다움
<그리스의 신과 인간>展(~8월 29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오는 8월 29일까지 세계문명전 <그리스의 신과 인간>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품 외에도 그리스인의 모습이 그려진 도기, 투구와 갑옷, 장신구 등 영국박물관으로부터 온 총 136점이 유물이 전시돼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각품이다. 제우스, 헤라, 헤라클레스 같은 올림포스 신들의 모습을 통해 그리스인들이 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품에서는 그리스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신체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유니온프레스=손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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