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남산 꽃길을 걷다.
서울 시민의 사랑을 받는 유서 깊은 공원
글·사진 남상학
* 남산 북측 순환도로를 걷는 시민들 *
4월 하순에 접어든 남산은 어지럽다. 이제 그 고운 자태를 감추려는 벚꽃의 마지막 화려함이 파랗게 돋아나는 새잎과 어울려 한 바탕 어지럽게 난장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마치 수채화 물감을 흠뻑 뒤집어쓰고 얼이 빠져 가슴을 풀어헤친 모습이다.
서울의 중심이자 한국인의 마음속 중심이 되는 산. 서울의 어디서 바라보아도 잘 보이는 남산(243m)은 그리 크진 않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크고 당당한 산인 동시에 언제나 정겹고 다정한 산으로 다가온다. 위압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만큼 느낌과 위상은 당당하다. 그처럼 남산은 서울의 도심 한 가운데 보석처럼 박혀있는 것이다.
남산은 본래 목멱산(木覓山)이라 불리며 조선 도읍초기부터 신성한 영산(靈山)으로 여겨져 왔다. 북악산, 낙산, 인왕산과 더불어 한양의 내륙분지를 형성하던 곳이고, 조선 도읍초기에는 산의 능선을 따라 성곽이 쌓여지고 봉수대도 있었다. 이렇듯 수도 한양의 방어처가 되었던 남산이 공원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 고종이 한양공원(漢陽公園)이라 명명하고 서양식 공원을 만들면서부터였다. 고종이 직접 쓴 당시의 ‘한양공원’ 석비가 남산공원을 오르는 길목에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남산 제모습찾기의 일환으로 허물어졌던 성벽의 일부와 봉수대도 복원되었다.
남산에는 원래 소나무가 울창하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국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많이 베어내고 일본 아카시아를 심어 경관을 해쳤고, 광복 뒤에는 무질서한 개발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되면서 남산의 동·서·북쪽의 사면 일대에는 자연공원인 남산공원으로 탄생되었고, 지금은 서울시민의 좋은 휴식처가 되었다.
현재 산정에는 <서울타워>라 불리는 방송탑과 팔각정이 있고,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산의 서쪽 사면에는 안중근의사(安重根義士)기념관과 동상, 백범광장(白凡廣場)과 김구(金九)의 동상, 남산도서관·교육과학연구원, 이황(李滉)·황희(黃喜)·정약용(丁若鏞)의 동상이 있고, 소월시비(素月詩碑)도 있다.
남산은 공원으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나무를 비롯해 산벚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활엽수가 많아 사계절 내내 뛰어난 수림경관을 보여주고, 오르는 길목에는 꿩을 비롯한 산새와 다람쥐 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동과 산책, 조망권, 자연친화적인 학습, 쉼터, 체육시설 등의 조화가 잘 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남산은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봄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에는 짙푸른 신록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오색 단풍이 산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하며, 겨울에는 설경이 멋진 자태를 뽑낸다. 시민들은 좋은 공기를 마시며 걷기 위해 남산을 즐겨 찾는다. 순환도로는 차량의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걷는 자들의 천국이다. 그 때문에 시각 장애를 가진 분들도 많이 이용한다. 특히 벚꽃이 피는 봄철에는 꽃길을 걷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금년 들어 북쪽 산책로에는 물을 끌어올려 산책로 옆으로 실개천을 만들고, 각종 꽃들을 심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전망대와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를 배치하여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요즘 남산은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시민들의 주말나들이 코스로 정착되고 있다. 도심 산길에서 아이들과 손잡고 물소리를 들으며 걷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 지금 남산 산책길에는 갖가지 꽃들과 파릇하게 움트는 나뭇잎으로 장관입니다.
<끝>
'국내여행기 및 정보 > - 서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 둘레길 : 걸으면 길이요, 오르면 봉우리 (0) | 2011.07.30 |
---|---|
신당 창작 아케이드 & 황학동 벼룩시장, 북적북적 장터 아래 예술마을 (0) | 2010.11.18 |
한옥 정취 살아있는 북촌 한옥마을, 100년 전 그대로 남아줘서 고마워 (0) | 2010.04.22 |
뉴욕 센트럴파크와 서울의 남산을 비교하면 (0) | 2010.04.17 |
황학동 골동품 거리, "사람들은 '도깨비 시장' 사라진 줄 알아요" (0) | 2010.04.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