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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한옥 정취 살아있는 북촌 한옥마을, 100년 전 그대로 남아줘서 고마워

by 혜강(惠江) 2010. 4. 22.

 

북촌 걷기

 100년 전 그대로 남아줘서 고마워 

 

 

황희연 여행·영화 칼럼니스트

 

 

 

 

 

* 중국 후퉁거리

 

 

중국 후퉁과북촌 한옥마을

 

  중국인들이 허름한 골목길에 불과한 후퉁(胡同)의 가치를 깨달은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크고 웅장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제국의 수도를 좀 더 요란하고 번지르르하게 꾸미기 위해 안달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도시, 기상천외한 건축물들이 촘촘히 들어선 동네, 동양 최대의 쇼핑몰. 심장을 멎게 할 만한 으리으리한 관광지들이 몇 년 사이 베이징 수도를 가득 메워나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정작 베이징을 찾은 이방인들이 매혹된 것은 싼리툰의 화려한 건축물이나 동방신천지의 세련된 쇼핑몰이 아니라, 한낱 골목길이었다.

  "후퉁을 보지 않으면 베이징을 알기 힘들고, 후퉁에 가보지 않으면 베이징을 보았다고 하지 말라."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은 보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지만 후퉁을 보지 않으면 베이징을 봤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관광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퍼져나갔다.

  중국의 골목길 중 가장 볼 만한 곳은 스차하이(什刹海) 근처에 있는 후퉁. 지하철 2호선 고루대가 역에서 내려 스차하이 방면으로 나가면, 손으로 대충 그린 지도를 든 삼륜차 기사가 후퉁 안내를 돕겠다고 성화를 부리며 쫓아다닌다. 못이기는 척 그를 따라가면 자동차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골목과, 역사책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집으로 부지런히 안내해준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여전히 눌러 사는, 베이징 최고의 생활사 박물관이다.

  13세기 중국 원나라 때 형성되기 시작한 후퉁은 원래 몽골어로 우물을 뜻하는 말. 베이징의 마을들이 워낙 우물을 중심으로 군락을 지어 발달하다 보니 자연스레 후퉁이 골목의 의미를 띠는 단어로 변했다. 회색 기와와 부서진 담벼락, 잡초가 우거진 지붕, 칠이 다 벗겨진 문설주. 도시 환경 미화 차원에선 부수고 갈아엎어야 마땅한 골목길이 분명하지만, 요즘 후퉁은 자금성보다 더 각광받는 베이징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다.



북촌 사람들은 현대화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서울의 금쪽같은  한옥마을을  지켜냈다. /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기자  

 

◆한옥 정취 살아있는 북촌한옥마을



  한국의 북촌한옥마을도 이와 비슷한 수모를 견뎌낸 끝에 비로소 서울 최고의 관광지로 재정비된 역사적인 곳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대부분의 한옥이 헐리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서양식 집들이 매끈하게 들어섰지만, 다행히 북촌 사람들은 그 분위기에 빨리 동참하지 않고 서울의 금쪽같은 한옥마을을 지켜냈다.


  조선시대 상류층의 주거지로 시작해 1930년대 서울 중산층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정체성을 바꿔나간 북촌한옥마을. 말은 많이 들었지만 서울 사람 중에 북촌이 어디인지, 입구가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출입문이 따로 있는 유적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촌이 어디 있는지 헛갈린다면, 안국동 현대건설사옥이나 중앙고등학교를 북촌의 표지판으로 삼을 만하다.

 

  현대건설사옥과 북촌 문화센터 사이 큰 길을 따라 중앙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계동길에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예쁘고 아담한 카페, 옛날 정취 가득한 목욕탕과 분식점, 문구점 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곳이 바로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 북촌의 초입. 입구를 제대로 찾았다면 이것으로 북촌 여행 준비는 모두 끝났다. 마음에 드는 한옥을 지표 삼아 발길 닿는 대로 가다보면 북촌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관람할 수 있다.

 

 

중국 스차하이 근처에 있는 후퉁. / 황희연

  

 

 좀 더 세심하게 북촌을 감상하고 싶다면 취향에 맞게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의 근대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은 문화유산 해설사와 함께 하는 도보 코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제격. 둘 이상의 친구를 모아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문화유산에 정통한 해설사가 북촌을 함께 거닐며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들려준다.

 

  북촌 도보여행은 1, 2코스 모두 운현궁에서 시작하며 1코스는 한국불교미술박물관과 가회동 민화공방, 자수공방, 매듭공방, 한옥체험관 등 주로 북촌의 왼쪽 길을 더듬고, 2코스는 서울무형문화재교육전시장과 옻칠공방, 가회동 한옥촌, 장신구박물관 등 주로 북촌의 오른쪽 길을 더듬는다. 이 길을 느릿느릿 걷는 데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누군가의 설명을 들으며 다니는 것이 조금 거북하다면 북촌의 5개 박물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끊어 혼자 이곳저곳 훑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북촌에 있는 작은 박물관들은 우리 전통문화를 옆에서 생생하게 곁눈질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 매듭 짜기, 자수 놓기, 옻칠하기 등 큰 박물관에선 도저히 해보기 어려운 아기자기한 전통문화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북촌 8경을 자유롭게 유람하며 제 카메라에 북촌 풍경을 꼼꼼히 담아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추억이 될 만하다. 북촌한옥마을이 지정한 북촌 8경은 창덕궁이 내다보이는 돌담길과 가회동 11번지, 31번지 일대, 삼청동 돌 계단길 등. 이곳에 서서 한옥 정취를 즐기면 왜 21세기 북촌한옥마을이 서울 최고의 명승지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후퉁도 그렇고 북촌도 그렇고, 현대화의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이렇게 옛것 그대로 남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나간 도시의 마천루 사이에서, 오직 이곳만이 편히 숨 쉴 수 있는 아늑한 우리 집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현대건설 사옥을 오른편에 두고 좌회전. 중앙고등학교 방면으로 올라가면 계동, 가회동 일대의 한옥들이 즐비하게 펼쳐진다. 지선버스 7025번, 간선버스 109, 151, 162, 171, 172, 272, 601, 공항버스 602-1도 이용가능하다.   

 

 

 <출처> 2010. 4. 21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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