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메드 발리’
시큰둥하던 아이도 눈이 반짝
발리=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이런 상상을 해본다. 어느 날 난데없이 외계인과 조우하는 사건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외계인이 던진 질문이다. 지구로 휴가를 왔는데 지구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곳을 알려달라는. 글쎄. 여행전문기자인 내게도 이건 좀 과하다. 한두 곳이라면 몰라도 지구촌을 두루 둘러보겠다는, 그것도 다른 행성에서 온 초짜 지구여행자에게. 그때 번득 머릿속을 스치는 기막힌 아이디어. ‘클럽메드가 좋겠는데요. 지구 곳곳에 한 90개나 되고 말만 하면 일사천리로 도와주는 지오(GO·General Organizer)라는 별종의 기막힌 지구인도 사니까. 그 덕분에 거기서는 누구나 금방 친구가 됩니다. 아참, 혹시 애들 있나요. 그러면 거기가 딱입니다. 애도 알아서 봐줘요. 게다가 하도 여러 나라 사람이 오니까 당신이 외계인인 줄 모를 겁니다.’ 외계인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외계인’은 주변에도 있다.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냐며 힐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외계인이란 다름 아닌 10대 중반∼20대 초반(중고교생 및 대학생)의 자녀다. 도무지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사춘기라면 특히 더 할 테고. 외계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휴가철이 왔다. 반갑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올 가족휴가는 또 어떻게 꾸릴지로. ‘외계인’급 자녀를 둔 가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클럽메드가 그런 가족에게 솔루션(해결책)이 될지. 올해는 그리로 한번 가보자. 밑지는 셈 치고.》
○ 에피소드 1: 면세점 물건에 세금을 맞다
오전 1시 인도네시아 발리의 덴파사 공항. 만 스무 살과 열아홉 살 두 아들을 둔 50대 초반 부부가 입국수속을 한다. 긴 줄은 비자발급 수수료 접수대. 입국수속을 마치고 세관을 통과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관원이 가방을 뒤져 한국면세점에서 산 화장품이며 선글라스를 찾아낸 것. 125달러가 세금으로 부과됐다. 유치시켰다가 귀국 시 찾아가겠다고 하자 대답이 걸작이다. ‘유치실에 쥐가 많아 물건이 못쓰게 될 수도 있는데 책임 못 진다.’ 이쯤 되면 알아들어야 한다. 드디어 거래가 시작됐다. 1분 후. 세금은 50달러로 낙찰됐다.
○ 에피소드 2: 마중 나온 직원과 컵라면
오전 2시. 공항터미널이 한산하다. 그때 반가운 이가 나타난다. 클럽메드 현지 직원이다. 늦게 나온 이유를 설명하자 빙긋 웃는다. 무슨 의미일까. 너무 많이 줬다는 건가, 안 줘도 될 걸 줬단 건가.
20분 후 가족은 클럽메드 발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예쁘고 젊은 한국인 여성 GO의 환대를 받았다. 그녀는 오후 11시 이후까지 일한 뒤 잠깐 눈 붙였다가 한국인 고객의 체크인 수속을 돕기 위해 밤잠 설치고 나온 터다. 이렇듯 친절한 GO라면 초짜로 지구여행 중인 외계인도 감동할 거다.
피곤한 몸을 끌고 들어선 객실. 거기서 작은 기쁨을 맛봤다. 테이블에 놓인 컵라면 4개. 배도 출출하고 입도 궁금한 오전 3시의 호텔. 거기서 이보다 귀한 선물이 또 있을까. 이렇게 발리에서의 첫 밤은 지났다.
○ 에피소드 3: 게을러도 먹는 덴 지장없네
두 아들과 부부의 가족여행. 객실은 당연히 두 개가 필요하다. 커넥팅 룸은 이럴 때 필요하다. 별도 문으로 옆 객실과 통한다. 아이들이야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러나 부모는 다르다.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평소처럼 온갖 것을 참견할 수 있으니까.
클럽메드 발리의 아침. 그것은 천국의 그것이다. 새소리에 잠을 깼으니. 오전 7시. 햇빛은 밝아도 사방은 조용하다. 들리나니 새소리와 낙엽 쓰는 소소한 빗질소리뿐. 1층 객실은 그 아침 맞기에 그만이다. 정원을 향해 놓인 객실테라스의 선 베드에 기대어 평화를 온몸으로 만끽한다.
‘신들의 섬’이라는 발리. 하지만 난개발의 지존답게 섬은 소란스럽고 복잡하다. 개미떼처럼 몰려다니는 수많은 오토바이, 좁은 길을 메운 낡은 차량의 긴 행렬로. 하지만 해변과 숲의 리조트만큼은 천국이다. 클럽메드도 그중 하나다. 천국이란 게 사람마다 다르다. 내 경우에는 내 마음대로 자고 깨며 언제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맘대로 하는 곳이다. 10년쯤 전 클럽메드의 마케팅 슬로건이 그랬다. ‘모든 것을 할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그 해석은 이렇다. ‘게으름이 미덕인 곳.’
게으른 사람도 먹는 데는 부지런하다. 그런 게으름의 미학을 제대로 파악한 곳이 클럽메드다. 온종일 어디선가 식사를 제공하는 식음료 서비스가 그중 하나다. 오전 7시에 시작되는 메인레스토랑 아궁의 아침식사는 10시면 끝난다. 그래도 굶지 않는다. 정오까지 다른 레스토랑에서 브런치(Breakfast와 Lunch의 합성어·아침 겸 점심)를 낸다. 브런치란 주말을 상징하는 말. 매일 매일이 주말이라면 그곳은 틀림없이 천국이다. ‘행복이 세상 그 자체를 의미하는 곳(Where happiness means the world)’이라는 클럽메드의 지금 슬로건을 보자. 천국을 지향하는 클럽메드 전략의 한 표현이다.
○ 에피소드 4: 어른-아이 따로 즐길 수 있다
두 외계인과 함께 보내는 클럽메드 발리에서의 가족휴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하모니(화음)다. 그 열쇠는 ‘자유의지’다. 다시 말해 제각각 자기방식대로 즐기는 것이다. 가족이니 함께해야 하지 않겠냐고 할지 모르겠다. 물론이다. 하지만 ‘함께’라는 개념은 클럽메드 발리라는 공간으로 제한한다. 자녀와 부모가 즐기는 방식, 즐거움의 대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클럽메드 발리에서 가족 스케줄은 오직 하나. 식사뿐이다. 세 끼 식사만 함께할 뿐 나머지는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피트니스센터로, 윈드서핑 배우러, 또 축구와 워터폴로(수구)시합으로 온종일 바쁘다. 부모는 스파로, 풀 사이드의 코바나(Cobana·평상을 깐 사각텐트)에서 책 읽고 낮잠 자고 수영하며 온갖 게으름을 즐긴다. 저녁식사 때는 그래서 할 이야기가 많다. 온종일 뭘 했는지, 내일은 무얼 할 건지.
그날 저녁은 식사도 따로 했다. 아이들이 ‘쌍둥이’파티에 각각 GO의 파트너가 되어서다. 큰아이는 해적, 작은아이는 브루스 리로 GO와 똑같이 쌍둥이로 분장했다. 그리고 손님들 테이블에서 그들과 어울려 식사를 했다. 클럽메드 발리에서는 매일 밤 다른 주제로 이런 이벤트를 연다. 최근 개시한 클럽메드 앙비앙스(Ambiance·주제의 표현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부가물을 덧붙이는 것)가 이것이다.
그날 부부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댄싱파티를 아이들이 태어난 후 처음으로 함께 즐긴 것이다. 파티는 저녁 식사 후 풀 사이드의 메인 바에서 열렸다. DJ가 틀어대는 신나는 음악, GO가 가르쳐주는 율동에 맞춰 한 시간 반이나 신나게 놀았다. 거기에는 두 아들도 있었다. 물론 또래 GO들과 어울렸지만. 연방 칵테일을 마시며 야외에서 즐긴 모처럼의 격한 파티. 부부는 오후 11시경 곯아떨어졌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이날 만난 외국인 젊은이들과 어울려 클럽으로 직행했다.
생각이 다르면 사는 세상도 다르다. 사는 세상이 다르면 즐기는 방식도 다르다. 갈등은 그런 제각각 세상의 사람들 생각을 무시할 때 생긴다. 그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를 보자. 각기 다른 소리와 톤을 지닌 악기로 이뤄진다. 그런 악기들이 제 소리만 내면 그것은 소음이다. 반면 서로를 위해 음과 톤, 박자를 맞추면 화음을 이룬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클럽메드는 서로 다른 세대로 이뤄진 가족의 휴가를 즐거움으로 이끄는 지휘자다. ‘외계인’과의 여행까지도 그렇게 만들 만큼 유능한.
|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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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항공 편=인천 직항, 7시간 소요.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www.garuda.co.kr 080-773-2092) 대한항공(www.koreanair.co.kr 1588-2001)
▽입국비자=현장 발급(미화 10달러)
▽통화=루피아. 미화 1달러당 약 1만 루피아(약 1242원). 현지에서는 미국달러를 받지 않으니 출발 전 환전. 인천공항에서도 가능. 통화변환기 ko.coinmill.com
▽공항이용료=출국 시 현지 통화로 납부. 미리 준비해두자. 국제선 10만 루피아(약 10달러).
▽기후=열대우림, 연중 20∼33도. 계절은 건기(4∼10월)와 우기(11∼다음 해 3월). 우기에는 매일 한두 시간 소나기 내리는 정도.
▽종교=인도 힌두교와 다른 발리식 힌두교. 인도네시아 주민의 88%는 이슬람교인.
▽발리 섬=제주도의 2.8배, 300만 명 거주.
▽위치=남위 8∼15도.
◇클럽메드 발리
▽위치=덴파사 공항에서 20분 거리(14km)의 누사두아 비치. 전용해변 갖춤.
▽시설=1998년 개장, 지난해 리노베이션을 마친 ‘올 뉴’ 리조트. 객실은 해변가 정원에 있다.
▽GO=10여 개국 90여 명 상주. 한국인 5, 6명.
▽클럽메드 앙비앙스=로맨틱 디너, 서프라이즈 파티, 선다운 칵테일 등 추억이 될 만한 이벤트가 고급스럽게 매일 밤 펼쳐진다. ▽객실=399개. 스위트, 딜럭스 등 네 종류.
▽스파=국제적 명성의 만다라 스파가 있다. 전용 풀, 더블 룸 갖춤.
◇클럽메드 코리아 (문의=www.clubmed.co.kr 02-3452-0123)
▽특별할인
△여름방학(11일∼8월 26일)=15일까지 예약 시 어른 20만 원, 어린이 10만 원 할인.
△로맨틱 허니문(9월 1일∼11월 30일)=출발 60일 전 예약 시 4박 이상 1박 무료, 3박은 커플당 30만 원 할인.
<출처> 2009. 7. 10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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