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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경북. 울산

경북 영덕 봄 기행, 복사꽃 흐드러진 마을이 무릉도원?

by 혜강(惠江) 2010. 4. 29.

 

경북 영덕으로 떠나는 봄 기행

복사꽃 흐드러진 마을, 이 곳이 무릉도원이련가

스포츠조선=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지품면 삼화리 일대 '분홍 꽃사태' 

트레킹 코스'블루로드' 선보여 … 바닷가 따라 굽이굽이 절경

 

 

 

◆복사꽃 잔치가 펼쳐진 영덕 삼화리는 '무릉도원'

 

4월의 하순,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봄꽃이 진 자리는 과일꽃이 대신한다. 아이보리 배꽃이며, 백색의 사과꽃, 핑크빛 복사꽃 등 구릉에 펼쳐진 과수원 마다 풍성한 꽃 잔치가 펼쳐진다. 그중 연분홍 여린 꽃잎이 화사한 복사꽃의 자태란 가히 '꽃 중의 꽃'이라 할만하다. 이즈음 우리의 산하 곳곳에서 복사꽃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장호원, 경북 청도 등 전국 복숭아 산지마다 꽃 잔치가 한창이다. 하지만 여행지로 추천할 만큼 멋진 풍광을 자아내는 곳으로는 영덕 지품면이 단연 으뜸이다.

  영덕의 4월은 한마디로 싱싱하다. 바닷가 언덕배기엔 훌쩍 자란 청보리가 바람에 일렁이고, 구릉 곳곳에 펼쳐진 복숭아밭마다 핑크빛 복사꽃이 쪽빛 하늘과 맞닿아 피어오른다.

  경북 내륙에서 영덕을 찾으려면 황장재라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안동에서 청송을 지나 영덕으로 이어지는 34번 국도에 위치한 험한 고갯길이다. 하지만 차창 밖으로 짙은 소나무 숲과 산벚꽃, 조팝나무, 진달래 군락이 이어져 풍광이 일품이다.

  4월 중하순 이 고개를 넘자면 별안간 펼쳐지는 무릉도원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삼화리, 황장리, 지품리, 복곡리 등 영덕군 지품면 일대 산과 들에서는 때를 맞춰 핑크빛 복사꽃이 만발한다. 가파른 산비탈에도, 물가의 평평한 밭에도 온통 복사꽃 천지이다. 특히 쪽빛 하늘과 분홍빛 복사꽃, 초록색 보리밭의 어우러짐이 압권이다. 복사꽃 물결은 강구항을 통해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을 따라서 계속 이어진다. 영덕읍과 인접한 화개리 오십천변을 따라 번져 오르는 분홍의 꽃사태는 지품면 삼화리 언덕배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특히 올해는 삼화리 일대의 복사꽃이 볼만한데, 이들 지역은 최고의 사진 촬영 포인트로 통한다.

 

  경북 영덕이 복사꽃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아픈 내력이 있다. 50년대 후반 사라호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을 때, 영덕의 전답도 완전 폐허로 변했다. 농민들은 태풍의 상흔에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때문에 영덕의 4월에 피어나는 복숭아꽃은 농민들이 아픈 상처를 딛고 일어선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청정 동해와 함께 하는 트레킹 코스 '블루로드'

  최근 몇 년 사이 불고 있는 걷기 열풍이 뜨겁다. 이 같은 열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각 지방마다 이른바 '올레길' '둘레길' 하나 없는 곳이 없다. 하지만 저마다 순 우리말로 비슷한 길 이름을 짓다보니 어느 지역의 것인지 도통 구분이 안 간다.

  경북 영덕군은 최근 '블루로드'라는 트레킹 코스를 선보였다. 영덕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50km의 가슴 툭 트이는 걷기길이다. '블루로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입을 모은다. 비록 순우리말은 아니라지만 해변을 끼고 걷는 코스의 특성을 곧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덕 블루로드는 세 코스로 이뤄져 있다. 각 구간 마다 색다른 풍경과 정취를 담아낸다. A코스(17.5km)는 강구항에서 고불봉과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창포리 해맞이공원에 이르는 산길이다. 싱그러운 피톤치드 속에 멀리 펼쳐진 동해의 푸른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숲길이다. 아울러 해맞이공원~대탄~석리~경정~차유~축산항을 거치는 B코스(15km)는 영덕 해안의 진수를 맛보는 코스이다. 아름다운 바닷길을 굽이돌며 표주박처럼 들어선 갯마을 포구를 경유하는 그림 같은 트레킹 길이 펼쳐진다. 마지막 C코스는 축산항~대소산 봉수대~목은 이색(고려시대 학자)의 산책로~괴시리 전통마을~고래불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문화유산 답사길이다. 아름다운 자연 이상으로 영덕의 내력과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다.

  블루로드의 시작은 영덕대게의 집산지 강구항이다. 포구 뒤편 산등성이 마을로 올라가는 좁은 길이 그 출발점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부터 길바닥에 노란색 화살표를 그려두었다.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10분 남짓이면 마을 뒤 언덕배기에 오를 수 있다. 자그만 오두막이며, 빈집이 섞여 있는 전형적인 바닷가 산동네의 모습이 정겹다. 집주인의 알뜰함을 엿볼 수 있는 한 뼘 만 한 텃밭들은 냉장고 야채칸에 다름없다. 텃밭 옆에는 벤치도 마련해 두었다. 다리쉼을 하며 강구항의 전경을 굽어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인 셈이다.

 

  '강구(江口)'는 강의 입구, 오십천과 동해가 만나는 접점이다. 강구 앞바다에서 자란 황어는 이 봄 오십천을 거슬러 영덕읍까지, 은어는 달산 옥계계곡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강구항 전망포인트에서 고불봉(해발235m) 까지는 3시간 남짓. 문화생태탐방로답게 다양한 식생을 관찰 할 수 있다. 도중에 금진도로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도 놓여 있는데, 편안한 흙길 주변에는 요즘 야생두릅, 고사리 등 싱싱한 봄나물이 지천이다.

  영덕의 전망대 격인 고불봉을 내려와 24기의 거대한 피조물이 쉬익쉬익 바람을 가르며 쉼 없이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에 들어서면 마치 한편의 공상과학영화 속에 빠져 드는 느낌이다.

  대게를 형상화한 창포말등대가 이색적인 해맞이공원에서 대게원조마을을 거쳐 축산항에 이르는 B코스는 블루로드 중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표주박만한 작은 포구가 인상적인 석리는 편안하게 머무르고 싶은 호젓한 갯마을이다. 어촌 체험마을인 이곳은 주변 경관도 아름답거니와 방파제 구조물로 바다를 막아 갖춘 해수풀 등이 있어 가족단위 여정을 꾸리기에도 알맞다. 마을 어귀 석동횟집은 영덕블루로드 스탬프를 받는 포인트. 해변에 몽돌이 많아 '석리(石里)'로 불리게 된 이 마을은 이름값이라도 하듯 돌김이 유명하다. 1장에 2000원을 호가 한다고 하니 엄청 비싼 김이다.

  석리를 지나 40여분 바닷길을 걸으면 대게의 원조마을격인 경정리 '차유마을'에 이른다. 석리~차유마을 가는 길은 비경 못지않게 학꽁치, 졸복, 고동 등 풍성한 어패류가 서식하는 꾼들의 포인트이다. 차유 마을 입구에는 대게의 원조임을 알리는 비석이 있다. 고려시대부터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가 마치 대나무 마디를 닮았다하여 '대게'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경정리 해안 북쪽에는 흰색 등대가 자리한 죽도산이 있다. 대나무가 많은 산이다. 경정리에서 축산에 이르는 길은 작은 해변이 이어진다. 마치 조롱박처럼 앙증맞은 해변이 운치 있다. 영덕 토박이들이 으뜸으로 치는 트레킹 코스이다.

  축산을 벗어나 조선시대 '봉수대'로 사용된 대소산 정상(해발 282m)으로 향한다. 오르는 길은 그다지 험하지 않다. 봉수대 앞에 서면 지나온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풍력발전단지가 보이고 그 아래 해안길이 이어진다.

  산을 내려와 괴시리 전통마을에 이르는 길은 고려시대의 학자 목은 이색선생의 체취를 따라 걷는 산책길이다. 고택이 늘어선 괴시 마을은 제법 규모가 큰 전통마을이다. 대진해수욕장, 덕천해수욕장을 지나면 명사 이십리가 펼쳐진 '고래불' 해수욕장이 나선다. '고래불'은 목은 이색선생이 고래들이 하얀 분수를 뿜으며 노는 것을 보고 '고래가 노는 뻘'이란 뜻으로 붙인 이름에서 유래했다. 블루로드의 마침표를 찍는 곳이다.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안동~34번 국도 청송~진보~영덕읍(7번 국도)~강구항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안동을 경유, 영덕으로 향하는 시외버스 1일 9회 운행. 4시간 30분 소요. 영덕읍과 강구항을 오가는 시내버스가 자주 있다.

 ▶코스 정보
◇소요시간=A코스 6시간, B코스 5시간, C코스 6시간.
◇강구터미널 대합실, 강구항 관광안내소에서 블루로드 안내서를 구할 수 있다.

 ▶미식거리
영덕으로 떠나는 여행은 대게 맛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더 즐겁다. 부드러운 듯 고소하면서도 간간한 대게 살은 서해안 꽃게와는 또 다른 풍미가 있다. 4~5월 영덕은 최고의 대게시즌이다. 대게는 통상 11월부터 5월말까지 조업이 이뤄지지만 이즈음에 잡은 대게 살이 가장 실하게 오른다. 강구항의 아침은 대게 경매로 분주하다. 사나흘 밤을 새고 돌아온 대게 잡이 배가 싱싱한 대게를 부려댄다. 강구항 일대에는 대게 전문점이 100여 곳 이상 된다. 올 봄은 기상이 고르지 못해 전반적으로 어패류의 가격이 일정치 않다. 대게는 크기에 따라 대체로 마리당 1만~10만 원 선으로 천차만별이다


 

<출처> 2010. 4. 28 /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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