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는 바다여, 타오르는 혼불이여
―故한주호 준위 영전에
이근배 시인
바다가 일어섭니다
서해에서 동해에서 남해에서
태평양에서 대서양에서
세상의 바다가 일제히 일어서서
대한민국 해군 준위 한주호 영웅의
늠름하고 씩씩한 개선의 행진에
충성! 소리 높이 승전가를 부르며
거수경례를 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다에서 당신은 천하무적이었습니다
몰아치는 태풍도, 사나운 물살도
칠흑의 어둠도, 살을 찢는 추위도
당신에게는 어머니의 품속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바다의 싸움터에 나아갔고
마침내 승리를 이끌고 돌아오셨습니다
바다 속 깊이 천안함에 갇힌
아들이고 아우이고 부하인 병사들을 구하러
당신은 지옥보다 더 캄캄한 물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지옥에서 살아오라!”
부하들에게 다짐했던 천둥 같은 호령을
스스로에게 내렸고 따랐습니다.
분명코 당신은 살아서 돌아오셨습니다
비록 목숨은 당신의 영원한 대지인
바다에 두고 오셨지만
대한민국 해군의 이름으로
백전백승 UDT의 이름으로
이 나라 아들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남편의 이름으로
당신의 투혼은, 용맹은 불멸의 전설로 되살아나셨습니다
심청이가 몸을 던져 애비의 눈을 띄우고
연꽃을 타고 두둥실 떠오른 그 인당수에서
당신은 해보다 밝은 빛으로 떠올라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에게 희망과 광명을 주셨습니다
저 신라 문무왕이 스스로 동해에 묻혀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었듯이
당신은 서해의 용왕으로 등극하여
이 땅의 자유, 평화의 수호자가 되셨습니다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당신의 나라 사랑과 참군인의
불굴의 정신은
신화가 아닌 전설이 아닌 살아있는 역사로
길이길이 받들어질 것입니다
남해에서 왜적을 모두 수장시키고
나라를 구한
세계 해전사의 가장 위대한
이순신 장군도
손수 당신의 가슴에 충무무공훈장을 달아주신 것입니다
영웅이시여, 참군인이시여
당신이 계시어 우리는 이제 죽음이 삶보다
더 높고 큰 것을 알았습니다
당신으로 하여 대한민국 국민됨이 자랑스럽고
당신으로 하여 억눌린 가슴을 펴게 되었습니다
부디 살아오소서.
호랑이보다 사납고 용보다 날랜
그 용맹 그 호령을 다시 들려주소서
일어서는 바다 타오르는 혼불로
하나되는 조국, 영원한 승리의 깃발 올리며
귀환하소서
개선하소서
<애도> 천안함 침몰사고로 실종자된 장병을 구조하다 희생된 고 한주호 준위의 유가족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편집자)
<츌처> 2010. 4. 5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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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 김덕규(동아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교수)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 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 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 UDT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갈 때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대한민국을 보우(保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救援)하소서.
우리 마흔여섯 명의 대한(大韓)의 아들들을 차가운 해저(海底)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듯한 집으로 생환(生還)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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