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 버려
고질병 류머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 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 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 신달자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숙명여대 국문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
1964년 《女像》여류신인문학상, 1972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 『봉헌문자』『雅歌』『아버지의 빛』『오래 말하는 사이』『열애』등 12권.
수필집 『시인의 사랑』『너는 이 세 가지를 명심하라』등 다수.
대한민국문학상, 시와시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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