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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청포도(靑葡萄) / 이육사

by 혜강(惠江) 2007. 7. 2.

 
                   

 청포도(靑葡萄)  


 
- 이육사 (李陸史)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및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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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매가 영그는 7월이 되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포도가 익어갈 때입니다.   7월이 되면 제일 먼저 이육사의 <청포도>가 떠오릅니다.  
 
  이 시에는 청포도, 하늘, 푸른바다, 청포 등 청색 이미지와 흰 돛단배, 은쟁반, 하이얀 모시수건 등 흰색 이미지가 대비되어 있습니다. 이들 소재들은 이상적인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상징적인 것들입니다. 특히 풍요로운 고향에 대한 정겨운 정서가 듬뿍 담긴 '청포도'는 전설이 풍성하게 연결된 매체로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 고달픈 몸으로 돌아올 손님에 대한 기다림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시를 쓴 이육사는 1925년 항일투쟁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하여 독립운동 대열에 참여한 이래 40살의 나이로 중국의 베이징(北京) 감옥에서 숨질 때까지 고향인 경북 안동을 등지고 중국 등지를 떠돌아 다녔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과 조국의 독립에 대한 희망을 고향에 대한 향수의 이미지로 잡아냈다. 그 무렵 그는 스물 네살 되던 해인 1927년 처음으로 감옥에 갇혔을 때의 죄수번호가 '264번'이어서 그 끝 두 글자의 발음을 따서 육사'(陸史)라는 이름으로 시를 썼습니다.  비록  어두운 역사 가운데 괴로움을 겪고 있지만 언젠가는 청포를 입고 찾아올 것이기에  그는 미래의 삶을 향한 순결한 소망을 꿈꾸며 그날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걷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 걸쳐서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그러나 앞에 가려진 먹구름을 걷어내고 언젠가 밝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이 시인처럼 '우리 식탁의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하는 심정으로 뜨겁게 기도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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