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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제주도

제주 외돌개(올레 7코스), 웅장하고 장대한 자연의 서사시

by 혜강(惠江) 2010. 2. 5.

 

 

제주 외돌개 (제주올레 7코스)


웅장하고 장대한 자연의 서사시

 

- 20m 높이의 홀로 외로운 기둥바위 -

 


 

 

  올레 길 나흘째. 오후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오전에 일정을 끝내야 한다. 일정이 빡빡하여 7코스를 걷지 못할 경우에는 7코스의 첫 출발지인 외돌개만이라도 둘러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오전 중에 그 뜻을 이루게 되어 다행이다. 어제와 달리 날씨마저 쾌청하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짐을 꾸렸다. 제주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가 서귀포항에서 출발하므로 꾸린 짐을 모텔에 두고 걷기로 했다. 새섬으로 가는 길목에서 프린스호텔 쪽으로 언덕을 올라가니 외돌개 안내판이 보였다. 서귀포 시내에서 약 2㎞쯤 서쪽에 삼매봉이 있고, 그 산자락 해안에 수려한 절벽기암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외돌개다.

 


  외돌개 전망대를 향해 바다 쪽으로 시작되는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면 꽤나 넓은 초지와 오래된 소나무 숲 사이로 짙푸른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꾸미지도 꾸밀 것도 없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곳으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 놓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을 듯하다. 그리고 외돌개 왼쪽으로 조성되어 있는 잔디공원을 지나 해변 쪽으로 가다 보면 소머리 바위라는 해안 기암이 나온다. 그 모양이 삼매봉에서 바다를 향해 치닫는 소의 머리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남서쪽 해안가에는 일본군 진지굴인 황우지 12동굴이 있다. 속칭 '황우지굴', '열두 굴' 등으로 불린다. 이 12개의 갱도는 당시 일본군이 미군상륙에 대항하기 위한 회천(回天)이라는 자폭용 어뢰정을 숨기기 위해 만든 방어용 인공굴로 동굴이 하나로 통하게 되어 있다. 언덕 위에서도 구멍이 크게 보이는 것으로 볼 때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곳 언덕 위에는 황우지해안 무장간첩 섬멸 전적비가 있다. 1968년 발생했던 서귀포시 남성해안 무장간첩선 침투사건 완전 섬멸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이다. 그 해 8월 20일 북한은 북한 제753부대 제51호 무장간첩선을 황우지로부터 약 500m 떨어진 해상에 정박시키고 고무보트로 안내원 2명을 침투시켜 공작원 이문규와 접선, 복귀할 목적으로 상륙했다. 침투했던 간첩은 미리 잠복해 있던 서귀포경찰서 작전부대원에 의해 사살됐으며 공작모선은 해공 입체작전 중 아군 함정에 의해 다음날 새벽 격침, 2명이 생포되고 12명이 사살됐다. 이들 사건은 아름다운 자연을 자연만으로 즐길 수 없게 하는 어두운 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튼 외돌개만 돌아보고 지나쳐 버려서는 안 될 역사 유적지인 셈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광 역시 빼어난데, 특히 범섬의 모습이 눈앞에 잡힐 듯 또렷이 보인다. 그 풍광이 너무나 빼어나서 마치 남의 나라에 와 있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파도소리가 바다와 기암절벽이 어울어져 마치 교향곡을 읊어내는 것 같다.  다시 올라와 조금 더 돌아가면 엄청나게 넓은 바위마당이 펼쳐진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바다 한가운데 범섬 하나가 점을 찍어 멋을 부렸다.  이 마당바위에 앉으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진다.

   이건 김삿갓과의 대작인데
아니 연작인데
   영월서 시작해서
화순 동복 초분지에 이어
   제주도로 건너와
서귀포 칠십리 외돌개 앞
   하지만
지금 김삿갓은 없고
   내가 쓰고 온 삿갓을 외돌개에 씌우고
술을 권한다
   이번엔 외돌개가 웃는다
웃고 우는 돌
   그는 전설이 아니라
술 마시는 돌이다

  이것은 이생진 시인이 쓴 <외돌개와 막걸리 한 잔>이다. 이생진 시인은 서귀포 칠십리길을 지나며 펑퍼짐하게 넓은 바위에 주저앉아 멋진 풍광에 취해 문득 방랑시인과 대작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자신을
김삿갓이라고 여겼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그가 기암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20m 높이의 기둥바위 외돌개와 희롱하고 있는 격이다. 

 

   이 외돌개는 약 150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섬의 모습을 바꿔놓을 때 생성되었다고 한다. 꼭대기에는 몇 그루 작은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으니,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뭍과 떨어져 바다 가운데 외롭게 서있다 하여 외돌개(孤立岩)라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속은 모양도 신기하지만, 외돌개의 참 매력은 외돌개 자체라기보다는 그 외로운 바위를 둘러싸고 펼쳐져 있는 검푸른 바다와 갖가지 해안 기암들이다.

  내가 감탄하고 서 있는 것을 보고 40대 후반의 남성이 말을 건넨다. 그는 이곳 최고의 아름다움은 석양에 붉게 물드는 범섬과 외돌개의 장엄한 모습이라고 한다. 이 ‘비경 중의 비경’을 잊지 못하여 자기는 일년에 몇 차례 이곳을 찾는데, 이 번에는 대학생 아들 둘을 데리고 왔다고 자랑한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제주도를 강점했던 목호(牧胡)의 난을 토벌할 때 외돌개 뒤에 있는 범섬이 최후의 격전장이었는데 전술상 외돌개를 장대한 장수로 치장시켜 놓았다. 그러자 목호들이 이를 보고 대장군이 진을 친 것으로 오인하여 모두 자결하였다 한다. 그래서 이 외돌개는 '장군석'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또한 바위가 된 할머니와 고기잡이 할아버지 사이의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 있어 '할망바위' 라고도 불린다.

  서귀포 시내에서 약 2㎞쯤 서쪽, 수려한 해안가에 우뚝 서 있는 외돌개는 올레 7코스의 시작점이다. 공항으로 떠나기 전 오전 한 때에 찾게 된 것은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7코스를 다 걷지 못했지만 서귀포칠십리의 핵심인 7코스 출발점의 절경을 감상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바다와 기안절벽과 솔숲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그곳. 우리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이번 올레걷기의 마지막 선물로 안고 돌아가게 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앞으로 외돌개에 가시는 분들은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산책을 즐기는 여유로움을 갖는다면 외돌개의 진정한 매력 속에 깊이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오후 3시 20분, 짐을 꾸리고 배낭을 멨다.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곳, 서귀포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게 된 것도 큰 행운이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중문단지의 호텔들을 모두 경유하므로 눈요기를 할 수 있는 보너스가 주어진다. 이곳에 여행을 다녀간 사람에게는 지나간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아직 미혼인 젊은이들에게는 미래를 설계하는 꿈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40여분 걸리는 공항까지의 탑승시간은 차창으로 제주도 겨울 산하를 음미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좌석 앞자리에 앉은 나는 기사님을 통해 공항 근처 음식점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공항 내에 있는 음식점은 언제나 별로였으므로.  그 음식점은 마침 공항버스 회사주차장 옆에 있었다. 우리는 공항에 승객을 내려놓고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향토음식점 <덤장>에는 제주도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소문난 맛집인 듯 싶었다. 꽤 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린다. ‘배부른 상’, '덤장 한상‘을 차려내는 음식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했다. 앞으로 제주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라면 방문해 보시라. 결코 실망하는 일은 없을 터이니.  

 

 



 
  3박 4일의 올레걷기, 불확실성의 겨울철 여행에 별 어려움 없이 대장정을 마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 좌석에 앉으니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일행의  얼굴은 지친 모습이 아닌, 활기찬 모습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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