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과달라하라
마리아치 악단과 테킬라 댄스
류수한
▲ 중세풍의 산 후안 데 디오스 성당과 2층 테라스의 화분들
멕시코에 도착했다. 과달라하라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시내 센트로로 가는 택시 안에서 본 밤 풍경은 의외로 조용하고 차분했다. 이곳 과달라하라는 멕시코 할리스꼬주(州)의 주도로 멕시코 시티에 이은 멕시코 제2의 대도시이며, 시내 도심은 잘 정비된 넓은 길에 대도시다운 현대적인 건물들과 16세기 식민시대의 건물들이 혼재해 있어서 '서부의 진주'라고도 불린다.
여기서 잠깐! 참 인간사에 진주가 상당히 귀한 보석은 맞나 보다. 흔히 특별한 도시 또는 국가를 지칭할 때에 '어디 어디의 진주' 이런 식으로 표현들을 많이 하곤 하니 말이다. 여기 과달라하라도 멕시코 서부의 진주, 쿠바는 '카리브해의 진주'. 여기에 뒤질세라 자메이카는 '서인도 제도의 진주'.
과달라하라는 해발고도 1,567m에 위치해있어 기후가 온화해 휴양지로도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직접 와보니 왠걸 아직 4월 하순. 봄인데도 불구하고 30도가 훨씬 넘는 기온 때문에 맥이 다 풀릴 지경이다.
과달라하라는 결혼 무도음악 ‘마리아치’(mariachi)의 고향이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 하면 주로 연상되는 이미지인 카우보이, 테킬라 등도 이곳 할리스꼬주가 발상지다. 특히 마리아치는 19세기 최초로 과달라하라에서 태동해 멕시코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며 라틴 국가 전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유행이 되었다. 불어(佛語)로 결혼이라는 뜻인 '마리야지'에서 파생된 말로 연주자들이 결혼식이나 무도회에서 음악이나 노래를 연주하면서 생겨난 음악이다.
악단은 주로 기타, 바이올린, 만돌린 등 현악기들의 앙상블에 트럼펫 등의 관악기를 곁들인 편성으로 대소의 차이는 있지만 7~10명 정도로 구성되며 해가 지는 저녁 무렵 멕시코 특유의 챙이 넓은 모자 ‘솜브레로’를 쓰고 화려한 전통의상 ‘차로’를 잘 차려입은 악사들이 거리에 몰려 나와서 열정적으로 때로는 애수어린 곡조의 볼레로로 낭만의 선율을 전해준다.
▲ 한낮의 더위를 피해 서로 잡담을 하는 마리아치 광장의 사람들
물론 이들은 일정의 금전적 사례를 받고 연주나 노래를 부르곤 하지만(대략 100페소 즉, 한화 11만원 정도) 이 역시 멋과 낭만을 즐길 줄 아는 멕시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원조격인 이곳 과달라하라 외곽 뜰라께빠께(Tlaquepaque) 소칼로 주변에 가면 항상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1995년 영화 <데스페라도>가 기억난다. 영화 초반 술집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부르는 장면이 떠 오른다. 또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1992년 영화 <엘 마리아치>도 떠 오르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마리아치 음악과는 별 상관없이 두 영화 다 왜들 그렇게 기타 케이스속에 무기를 넣고 다니는지 원. 하여튼 이러한 영화들로 저 지구 반대편 나라의 음악문화인 마리아치를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한낮의 강렬한 햇빛과 더위가 대조되는 시원스런 푸른빛 분수 그리고 더 욱 더워 보이는 과달라하라 광장 주변
사실 뜰라께빠께 외에 과달라하라 센트로의 마리아치 광장(Plaza de los Mariachis)에도 마리아치 악단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어서 먼저 가 보았다. 시간이 아직 한낮의 높은 기온이라 마리아치의 활동을 보기가 어려웠다. 인접해 있는 산 후안 데 디오스(San Juan de Dios) 교회의 테라스 난간을 도배하듯이 걸려있는 화분들의 중세풍의 모습과 주변의 넓은 도로와 차들이 묘한 대조를 보이는 느낌이다.
▲ 손님의 부름을 기다리는 노년의 마리아치
뜨거운 태양 볕이 한풀 꺾인 저녁 무렵 도착한 뜰라께빠께의 소칼로 광장에는 이 고장의 명성답게 많은 특산 민예품 상점가와 노점상, 레스토랑 카페 등이 즐비해 있었다. 특히 레스토랑 카페 거리에는 손님의 부름(?)을 기다리는 노년(老年)의 마리아치들이 대기하며 잡담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광장 옆 공원에는 오늘 저녁에 있을 다채로운 마리아치 콘서트를 위해서 한창 준비 중이었다. 이윽고 완성된 무대위로 오늘의 사회자가 등장하며 콘서트가 시작됐다. 사실 거리 레스토랑에서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듣는 마리아치 공연도 있지만, 이번 공연은 과달라하라의 유명한 테킬라(Tequila) 회사가 후원하는 공연으로 마리아치 뿐 아니라 댄스 공연 등 행사들이 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이 술 테킬라는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한 술로 우리나라의 소주만큼이나 이 나라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다. 이곳 과달라하라에서 1시간 거리인 '테킬라'라는 도시에서 유래해서 오늘날 세계적인 명주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 테킬라는 최대 제조 도시이며 세계 100개 국가에 수출한다고 한다.
사회자의 노래와 인사로 시작된 공연은 멕시코 북쪽 치와와 지방의 전통 댄스 공연에 이어 오늘의 하일라이트로 마리아치 10인조 악단이 등장했을 때에는 광장에 모인 많은 시민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로 응하는 것을 봐서는 이곳 사람들에게도 마리아치 악단의 인기는 대단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마리아치 악단이 주로 하는 음악은 볼레로이지만 맘보, 손 등 거의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이 주로 하는 마리아치 음악은 대부분의 카리브해 주변 라틴 음악들이 아프리카 흑인 리듬을 뿌리에 두고 탄생된 음악인데 반해, 이 마리아치 음악은 인디오와 백인들의 음악이 상호 접목된 혼혈 메스티소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장
어느새 무대 위에서는 애절한 사랑의 볼레로와 즉흥 랩 같은 대화를 주고 받는 듯한 '손'과 같은 장르의 곡으로 공연되는 동안 오늘의 이 무대를 후원하는 유명한 과달라하라 테킬라 회사의 테킬라 시음회가 열리고 있는데, 말이 시음회지 우리나라에서처럼 일정한 부스에서 테킬라를 조금씩 주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보고 있는 청중들 사이로 판촉을 담당하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술병과 술잔을 직접 들고 돌아다니며 한잔씩, 한잔씩 돌리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회식문화의 술잔 돌리듯. 어둠이 짙게 깔려있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공원에서 콘서트를 보면서 테킬라 한잔.
그리고 마리아치의 달콤하고 서정적인 음악 선율을 즐기는 이곳 과달라하라 시민들의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서정에 어느새 나도 빠져 드는 것 같다. 그러나 술이 좀 약한 필자는 이제는 어지러울 뿐이고! 이곳 사람들도 좋아하는 그 유명한 '베사메무초'로 마무리하는 피날레 타임. 이미 너무 늦은 시간 이 낯선 곳에서 숙소로 어떻게 돌아가야 할 지 한없이 걱정만 될 뿐이고!
▲ 한낯의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과달라하라 광장 주변
※ 류수한은 누구?
여행을 좋아하는 386세대로 유수 IT회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거쳐 현재는 광고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 공연 홍보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 예술과 관련된 테마 여행을 즐겨 지금까지 전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했다. 작년 남미의 문화와 삶의 모습을 다룬 기행문 '남미, 열정의 라세티'를 출간했고, 지금도 신문, 잡지, 방송 등에 여행과 관련된 글을 기고하며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출처> 2009. 4. 28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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