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도봉산 여성봉-오봉, 음양의 조화인가, 조물주의 짓궂음인가 !

by 혜강(惠江) 2009. 9. 17.

 

도봉산 여성봉-오봉

음양의 조화인가, 조물주의 짓궂음인가!

 

 

엄주엽 기자

 

 

▲ 속살 드러낸 여성봉, 도봉산 여성봉으로 오르기 직전 입구. 다소 가파르지만 안 오를 수

없다.

 

 

▲ 여성봉 바라보는 오봉,  여성봉  암반 위에서 중년여성들이 오봉능선을 감상하고 있다. 건너편 봉우리들이 오봉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의 반쪽인 도봉산에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찾지만 경기 양주시에 속하는 송추 방면에서 올라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무래도 교통편이 북한산국립공원을 한바퀴 돌다시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송추방면 등산로가 한산하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런데 지난 주말(11일)부터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서울 강북구 우이동~경기 양주시 교현리/4.46km)이 개방되면서 북한산과 도봉산의 경계를 중심으로 등산 풍속도가 상당히 달라질 것 같다.

   1968년 1·21 사태 이후 처음 개방된 우이령길은 아마 누구나 한번 맛보려 할 것이다.(참고로 우이령길은 27일부터는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다) 산꾼들은 서울 우이동 유원지 입구나 또는 반대편 양주시 교현리에서 출발해 우이령길을 돌아본 후 분명히 백운대나 도봉산 능선으로 붙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백운대 쪽은 상장능선이 출입통제 지역이라 오를 수 없고, 기존에 해왔듯 선운사에서 육모정고개로 해서 올라야 한다. 반면 도봉산 방면은 송추계곡 입구를 들입목으로 하는 송추남능선의 여성봉과 오봉을 연계산행할 수 있다. 아직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발길을 덜 탄 이 두 봉우리가 앞으로 인기코스가 될 것 같다. 좀 아쉽기도 하다.

   ‘도봉산’하면 보통 포대능선과 최고봉인 자운봉, 만장봉, 성인봉을 떠올리는데, 오봉과 여성봉이 알려진 것은 그다지 오래지 않다. 특히 여성봉이 그렇다. 오봉은 그 웅장함 때문에 그래도 일찍 알려졌지만 여성봉은 이름없는 봉우리에 불과했다. 송추계곡 코스도, 주로 계곡이 한 여름 물놀이 피서지로 유명했을 뿐, 등산로로 빈번이 이용되기는 근래의 일이다. 송추남능선은 더 말할 것이 없고. ‘북한지(北漢誌)’를 비롯해 옛 문헌과 현대의 자료를 뒤지고 지자체에 문의를 해봐도 ‘여성봉’(女性峰·495m)이란 이름이 올라있는 자료는 없고 그 유래를 아는 이도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여성봉’이라는 이름은 요 몇년 사이에 이름없는 등산객들에 의해 지어진 ‘품위있는’이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품위있는’이라고 굳이 말하는 것은 ‘품위없는’ 이름도 여럿이기 때문인데, ‘째진 바위’라든가 하는 것들이다. 어쨌든 대중의 은근한 ‘골계(滑稽)’는 알아줘야 한다. 8일 여성봉을 찾았을 때 평일이어서인지 40, 50대 여성들만 봉우리에 눈에 띄었다.

   송추유원지 입구에서 깊게 들어가지 말고 오른쪽으로 가다 오봉탐방지원센터를 찾으면 그곳이 여성봉 들입목이자 송추남능선의 시발점이다. 여성봉까지는 2.1㎞. 잔잔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약간 가팔라지면서 본격적으로 능선에 붙게 된다.

   능선상에서는 왼쪽으로 송추북능선과 사패산이 보이고 도봉산 꼭대기 봉우리들이 죽 이어지면서 다시 오른쪽으로는 북한산 상장능선과 백운대, 인수봉이 바라 보인다. 여성봉까지 이르는 길은 심하게 가파르지 않고 좌우 풍광이 이처럼 좋다.

   여성봉 직전에 조금 가팔라진다. 여성봉은 큰 바위덩어리다. 드디어 여성봉 직전 입구.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면 “조물주의 조화일세!”라는 탄사가 나옴직하다. 마치 다리를 벌리고 은밀한 부위를 드러낸 채 누워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여성봉에 남자는 기자 혼자뿐이었는데, 50대 여성 서넛이 “아느냐?”면서 여성봉과 관련된 얘기를 들려준다. 근거는 하나도 없는 얘기들이지만 옮겨보자.

   오봉 남서쪽 방면 작은 암자인 석굴암이 있는 능선 꼭대기쯤에 ‘부처바위’라고 있는데 여성봉을 내내 훔쳐보는 모양이라고 한다. 또 여성봉 북쪽면 아래에 ‘남근석’이 있는데 “이게 다 음양의 조화”라는 것이다. 확인해보진 못했다.

   여성봉 입구의 갈라진 틈 위쪽에는 바위 위에 절묘하게도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살아남아 있다. 그런데 쓰러질 듯 위태하다. 사람들도 그 위태한 모양이 안됐는지 지나가면서 “잘 살아남아라”하며 쓰다듬어준다. 여성봉을 뜰 무렵 한 초로의 여성이 동료들과 올라오며 호남 사투리로 한마디 한다. “바짝 마르진 않았구만, 잉?”

   여성봉 자체가 도봉산 전체를 보기에 좋은 전망대지만 이곳에서 오봉까지 가는 능선은 웅장한 오봉능선 전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감상하며 오르면 된다.

   오봉은 말할 것도 없이 도봉산 봉우리 중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명품’이다. 다섯개의 암봉이 각각 머리 위에 거대한 바위 하나씩을 이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생각에 잠겨 있는 다섯명의 ‘군상(群像)’같다. 오봉의 두번째 봉우리까지는 리지화만 있으면 가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위험하다. 두번째 봉우리까지도 조심해야 한다.

   여성봉과 관련된 오봉의 전설도 있다는데, 불행하게도 한 여인을 사랑하는 오형제가 바위를 던져 만든 것이 오봉이고 이 다섯봉우리가 여성봉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나 어쨌다나….

   송추남부능선 코스는 오봉까지 두 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오봉에서 자운봉으로 치고 더 오를 수도 있지만 하산을 한다면 오봉고개~삼거리~우이암으로 코스를 잡아도 좋다. 무엇보다 평이하게 이어지는 낮은 능선길이 비교할 데가 많지 않을 만큼 좋은 길이다.

<코스>
▲ 송추계곡 입구~오봉탐방지원센터~여성봉~오봉~오봉고개~삼거리~우이암

<대중교통>
▲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 내려 의정부 혹은 양주시행 버스를 타고 송추정류소에서 내리면 바로 유원지 입구가 들입목이다.

 

 

 

<출처> 2009. 7. 17 / 문화일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