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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광주. 전남

섬진강 꽃구경 명소 , 쉬엄 쉬엄 봄꽃들의 수다 들어보세요

by 혜강(惠江) 2009. 3. 25.

 

섬진강 꽃구경 명소

 

        

쉬엄 쉬엄… 봄꽃들의 수다 들어보세요

 
                                                           박경일 기자

 

 

지리산 자락 구제봉 중턱에 자리 잡은 산간마을인 경남 하동의 먹점마을은 이즈음 매화로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먹점마을의 매화는, 잘 정비된 매실농원에 빽빽하게 꽃을 피우는 섬진강 건너 전남 광양 쪽의 매화와는 달리 휘어진 길과 오래된 집, 그리고 다랑이밭이 꽃과 함께 어우러진다. 먹점마을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매화꽃 흐드러진 길을 따라 하교하고 있다.
 

 

   상상해오던 것과 실제 당도했을 때의 느낌이 다른 곳이 간혹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찾았던 여행지가 막상 도착하고 보니 상상과는 달라 실망스러웠던 경험, 아마 몇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그럴 때의 허탈함이라니…. 그중 짜증스러운 게 조용한 풍경을 기대하며 찾아갔던 여행지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적한 봄 여행을 꿈꾸다가 온통 밀려드는 차량들로 도로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을 만나는 것만큼 짜증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요.

  이렇듯 인파로 뒤덮인 여행지는 대개 ‘시간을 딱 맞춰서’ 찾아가야 하는 곳들입니다. 피크 시즌의 여름 휴가지도 그렇고,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룬 내장산도 그렇습니다. 봄꽃 여행도 마찬가지지요. 봄이면 매화와 산수유, 벚꽃이 순서대로 화려하게 피어나는 섬진강 일대의 이름난 관광지들은 북새통을 이룹니다. 밀려든 관광객들로 거리는 붐비고, 길은 온통 주차장이 됩니다. 장사치들의 좌판이 어지럽게 펼쳐지고, 귀에 거슬리는 트로트 음악까지 쿵작거립니다.

  그건 사람들이 다들 관성처럼 이름난 관광지만을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산수유라면 죄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을 찾아가고, 매화라면 전남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앞에 줄을 길게 서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디 꽃이 그곳에만 있으려고요. 인파로 미어터지는 이런 곳들보다 산수유와 매화가 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고즈넉한 마을이 있습니다.

  그런 마을들을 돌아봤습니다. 호젓하게 봄꽃을 보러 섬진강에 간다면 다들 바쁘게 가닿는 지름길을 놔두고 지리산 도로를 따라 넘어가는 것이 낫지 싶습니다. 바쁘게 달려가는 쭉 뻗은 고속도로나 국도를 버리고 연두색 봄이 막 당도한 지리산의 품으로 들어 쉬엄쉬엄 가는 길. 꽃구경이란 잰걸음보다는 이렇듯 느긋하게 걷는 것이 더 맞춤하답니다.

  그렇게 당도한 섬진강변에서 꽃구경인지 사람 구경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몰리는 곳 말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의 고즈넉한 정취를 호젓하게 만끽할 수 있는 그런 곳들을 찾아봤습니다. 산수유 꽃들이 마치 수채화물감처럼 번지는 마을. 전남 구례군 원촌리 현천마을입니다.

  지리산 온천 부근의 상위마을은 산수유 구경을 나선 행락객으로 북적북적합니다만, 지척에 있는 현천마을은 가득 고인 봄만 출렁거릴 뿐 고요합니다. 마을 앞 저수지는 노랗게 핀 산수유꽃을 거울처럼 비추고, 황토흙을 이겨 바른 토담집 처마에는 봄나물이 볕을 받아 말라가고 있습니다. 이뿐인가요. 대숲 울창한 마을 뒤 언덕 위의 전망대에 오르면 노란 산수유꽃이 안개처럼 마을을 휘감은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경남 하동의 먹점마을은 자연스럽게 마을과 어우러진 매화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좌판에다가 트로트 가락으로 흥청거리는 광양 쪽의 매실농원들은 산자락을 다 매화나무로 뒤덮은 과수원에 가깝지만, 먹점마을의 매화는 오래된 집들과 굽어진 길, 누추한 계단밭과 함께 산수화 같은 풍경을 빚어냅니다. 광양의 매화가 화려한 도시처녀 같다면, 이곳 먹점마을의 매화는 깊은 산골의 순박한 시골처녀 같은 느낌입니다.

  이즈음 봄꽃들로 꽃대궐을 이룬 남도에 간다면 이렇듯 발길이 덜 닿은 곳들을 찾아보시지요. 북적거리는 관광지에서 벗어나 조용한 시골마을 돌담을 기웃거리며 봄꽃들의 수런거림을 들어보시지요.

 

 

          하양·노랑·빨강 세상… 꽃 속에 마을이 파묻힌 듯
 

    ‘꼭꼭 숨은 꽃구경 명소’ 구례 현천마을-하동 먹점마을

 

◆ 봄꽃을 보러 지리산을 넘어가는 길



  봄꽃 구경의 명소는 단연 섬진강변이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전남 구례와 광양, 경남 하동에는 해마다 봄소식을 알리는 꽃들이 릴레이로 피어난다. 섬진강변의 매화에서 출발한 꽃소식은 구례의 산수유로 이어지고, 쌍계사 길의 벚꽃이 마지막 봄꽃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겨우내 무채색의 풍경에 지친 도회지 사람들에게 봄꽃만큼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러나 문제는 섬진강변의 봄꽃 명소라면 죄다 인파와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이다. 꽃구경의 행락객들이 한곳으로 몰리면서 꿈꿨던 호젓한 봄 여행은 시끌벅적한 행락이 되기 일쑤다.

  봄꽃이 화사한, 고요한 봄풍경을 만나겠다면 일단 행로부터 바꾸자. 곧바로 섬진강변에 가닿는 지름길보다는 에둘러 지리산을 넘는 길을 택한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서 861번 지방도로를 타고 지리산 성삼재를 넘는 길이다. 봄이 늦게 당도하는 지리산 깊은 골에도 이즈음에는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계곡의 물색도 연초록으로 빛나고 있다.

  지리산 도로를 따라 해발 1090m 성삼재 휴게소에 오르면 멀리 전남 구례의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능선 너머로 펼쳐지는 초록의 보리밭을 내려다보노라면 계절을 가로질러 봄으로 향하는 기분이다. 아직 봄꽃을 만나지 못했어도 이렇듯 멀리서 보는 들판의 풍경만으로도 여행자들의 마음은 설렌다.

  성삼재를 넘어 전남 구례로 들기 전에 천은사가 있다. 경내에 이슬처럼 맑고 찬 샘이 있어 한때 ‘감로사’라고 불렸던 절집이다. 절집의 위세는 구례 화엄사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풍경소리 그윽한 봄날의 절집 풍경을 즐기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천은사에서는 일주문 현판을 유심히 보자. 조선 4대 명필 중 한 명인 원교 이광사가 쓴 ‘지리산 천은사(智異山 泉隱寺)’ 글씨는 마치 물 흐르듯 씌어 있다. 수체(水體)란 글씨체의 이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섬진강 건너 지리산 자락에 숨어 있는 매화마을



  그곳의 매화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지리산 산자락의 마을에 매화가 화선지에 번지듯 화르르 피어난 곳. 지리산의 남쪽 능선이 굽이치면서 솟구친 구제봉(767.6m) 아래 자리 잡은 경남 하동의 먹점마을이다.

  대개 봄 매화를 찾는 사람들은 섬진강을 끼고 있는 전남 광양시 다압면 일대의 매실농장을 주로 찾아간다. 이곳의 농원들은 매화나무가 밀생해 자라는 과수원이자 드넓은 꽃밭이다. 농장마다 빽빽이 밀생한 나무의 매화는 화려한 꽃보자기를 펼치듯 피어난다. 온통 매화로 뒤덮인 농원의 풍경은 감탄사가 터질 만큼 화려하긴 하지만, 매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운치’는 모자란다. 거기다 이즈음 같은 매화 개화기에는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차량은 꼬리를 물고 줄을 서서 움직일 줄 모르고, 길가 좌판에서는 트로트 가락이 울려 퍼진다. 고즈넉한 봄 정취와는 거리가 먼 행락지의 분위기다.

  반면 섬진강 건너편 가파른 능선을 힙겹게 치고 올라가서 만나는 해발 400m의 먹점마을은 산골마을의 정취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황토흙을 이겨 바른 집들이 있고, 돌담이 있다. 유려하게 휘어진 길과 다랭이 밭들도 있다. 게다가 이쪽의 매화는 대부분 토종이라서 꽃송이가 다닥다닥 붙은 개량종과는 다른 품격이 느껴진다. 광양 일대의 매화들은 서로 저만 봐달라고 아우성치지만, 이곳의 매화는 자연스럽게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진다. 섬진강변의 매화들이 화려한 유화라면, 이곳 매화의 느낌은 산수화라고 할 수 있겠다.

  먹점마을로 오르는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한쪽 사면이 온통 분홍빛 홍매화로 가득한 풍경. 매화는 대개 꽃받침의 색깔로 나누는데 초록빛의 꽃받침을 가진 것은 청매화, 붉은 꽃받침을 가진 것은 홍매화, 꽃받침의 색이 두드러지지 않아 꽃잎이 순백으로 빛나는 것은 백매화라 부른다. 대부분 매화농원들은 홍매화와 백매화, 청매화를 두서없이 심어 홍매화 군락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 안개 같은 산수유가 고즈넉한 현천마을을 휘감다

  온난화 탓일까. 올해 봄꽃들은 두서가 없다. 매화가 만개한 뒤 하나둘 꽃잎을 떨어뜨릴 때면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이 순서지만, 올해는 섬진강 일대의 매화와 산수유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났다. 덕분에 이번 주말쯤 섬진강변의 봄꽃을 보러 나선다면 광양과 하동의 매화와 더불어 구례의 노란 산수유가 절정에 이르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겠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은 예부터 산수유로 유명한 곳이다. 구례가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구례군 생산량의 85%를 산동면에서 수확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산수유 마을’이라 할 만하다. 산동면의 산수유 명소로 알려진 곳은 지리산 만복대(1433m) 서남쪽 기슭의 위안리 상위마을이다.

  떠들썩한 축제나 북적이는 인파 대신 조용한 봄맞이를 원한다면 상위마을 보다 현천마을을 찾아가보자. 지리산 온천 쪽에서 바라보자면, 상위마을 반대쪽 구릉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다. 현천마을은 상위마을 못지않게 산수유나무가 마을을 온통 감싸고 있는 곳이다.

  현천마을의 노란 산수유꽃은 특히 지난 가을 채 수확하지 않은 붉은 산수유열매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마을 곳곳에서 겨우내 익어 붉게 빛나는 산수유열매와 노란 산수유꽃이 한 가지에 붙어 있다. 특히 산자락의 산수유는 노란 꽃보다 붉은 산수유열매의 빛이 더 강하다.

  현천마을에서 또 눈길을 잡는 것은 자그마한 저수지. 봄 가뭄으로 물이 마르긴 했지만, 물가의 산수유나무가 물에 비쳐 그려내는 반영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을 옆으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는데, 개울물을 마을 담 밖 작은 물길로 끌어들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돌담과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설치해놓은 무당벌레 모양의 조명도 눈길을 끈다. 밤이면 무당벌레 모양의 은은한 조명이 산수유꽃을 비춘다.

  현천마을에서는 낡은 옛집을 끼고 있는 돌담길을 느릿느릿 산책하며 전망대에 올라보자. 마을에는 두 곳의 전망대가 있는데, 제각인 영모제 쪽의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에서 보는 전경이 으뜸이다. 붉은 산수유열매와 노란 산수유꽃. 여기다가 영모제 뒤편의 진초록 대나무숲이 색깔을 보탠다. 

 

 

‘시원~한’재첩국 ‘칼칼~한’ 갈치조림… 입맛 당기네
 

묵을 곳 & 먹을 것

 

   봄꽃여행의 명소답게 섬진강 일원에는 다양한 숙소들이 많지만, 이즈음에는 주말 방 잡기가 쉽지 않다. 가족 단위라면 구례 화엄사로 드는 한화리조트 지리산이 가장 추천할 만한 곳. 인근의 운치 있는 한옥펜션인 ‘쌍산재’와 ‘곡전재’에 묵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즈음에는 좀처럼 방을 잡기 어렵다. 화개에서 쌍계사로 드는 길 주변에도 숙소들이 모여 있다. 먹점마을로 드는 길에는 황토로 지은 아담한 민박집이 있다. 집주인이 화개 쪽에서 찻집을 해 ‘묘향찻집’(055-884-7247)으로 불리는 곳이다. 언덕에 지어진 숙소에서 한옥 창호문을 열면 백운산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발밑으로 흐드러진 매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하동에서는 섬진강의 특산물인 재첩으로 끓여내는 재첩국이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업소에서 중국산 재첩을 쓰는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국도변의 ‘달마식당’은 중국산과 국산 재첩국 가격을 따로 표기해놓았고, 하동읍내의 ‘여여식당’은 아예 간판에 ‘100% 섬진강 재첩’이라고 써붙여놓았다. 구례읍내의 ‘영실봉식당’(061-782-2833)은 갈치구이와 갈치조림 등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칼칼한 갈치조림이 입에 딱 붙는다. 현지 주민들로부터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쌍계사 입구의 ‘단야식당’에서는 들깨와 메밀, 표고 등으로 만든 사찰국수를 내놓는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 갈끔하고 담박하다.

 

 

대전 ~ 통영 고속道 함양분기점→ 88고속道→ 지리산도로
 
가는 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나와 전주-순천간 산업도로로 진입해 19번 국도를 따라가면 전남 구례와 경남 하동으로 가닿는다. 국도에서 섬진강을 건너면 전남 광양 땅이다. 지리산도로를 타고 가려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나와 인월면소재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인월면에서 전남 구례로 이어지는 지리산도로는 굽은 길이 많은 데다 경사도 가팔라서 운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산수유가 만개한 현천마을을 찾아가려면 지리산도로를 넘어와 19번 도로에서 우회전, 산동면소재지를 지나 도로 왼편이다. 마을로 찾아드는 국도 아래 굴다리를 찾기가 까다로우므로 인근 주민들에게 물어서 찾아가야 한다. 먹점마을은 19번 도로로 구례에서 화개를 지나 하동읍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가 하동읍 못 미쳐 왼쪽으로 흑룡리 먹점마을 이정표를 따라 산자락을 오르면 된다. 해발 400m의 먹점마을에 오는 시멘트 포장길에는 좁고 가파른 경사가 많다. 먹점마을 매화는 섬진강 건너편 광양에 비해 개화 시기가 좀 늦은 편이라 이번 주말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옥룡사지는 섬진강 남쪽에 우뚝 선 백운산의 반대편 기슭에 있다. 구례에서 가자면 17번 국도를 타고 가다 호남고속도로 광양나들목으로 나와 백운산 휴양림 쪽으로 찾아가면 된다. 하동에서는 섬진강을 건너 2번 국도를 따라 호남고속도로 옥곡나들목으로 들어 광양나들목에서 나오면 된다.

 

 

<출처> 2009. 3. 18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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