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도비산
352m 바다 위로 나는 섬 같은 산
글·사진 김홍주 소산산행문화연구소 소장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도비산(都飛山)은 ‘본군 남쪽 18리 지점에 있다’로 되어 있고, 한자 이름이 ‘도읍, 모으다,모두,우아하다’의 뜻이 있는 ‘도(都)’자와 ‘날다’의 뜻인 ‘비(飛)’자를 쓰고 있다. 옛 서산군지 호산록에도 같은 한자를 쓰고 있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섬’이라는 뜻의 ‘도(島)’자를 써서 ‘도비산(島飛山-섬이 날다)’으로 쓰고 있다. 그 까닭은 천수만쪽에서 보면 도비산이 바닷물 위로 떠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간월도에서 본 도비산은 바다 위에 떠있는 섬처럼 보였다.
또 다른 이야기는 옛날 도비산에 복숭아 나무가 많아 봄에는 복숭아꽃이 수북하게 쌓였다. 해서 복숭아 ‘도(桃)’자와 살찔 ‘비(肥)’자를 쓰기도 했다는 것이다.
도비산에서는 천수만과 해안국립공원인 태안의 아름다운 해안을 조망할 수 있다. 도비산은 숲이 울창한 육산이지만 산 곳곳에 큼직한 바위무더기가 있고 더러는 벼랑을 이루고 있어 좋은 조망대가 되기도 한다. 도비산에서는 천수만과 해안국립공원인 태안의 아름다운 해안을 조망할 수 있다. 도비산은 숲이 울창한 육산이지만 산 곳곳에 큼직한 바위무더기가 있고 더러는 벼랑을 이루고 있어 좋은 조망대가 되기도 한다.
▲ 도비산에서 본 서산 팔봉산.
도비산의 동서에 차로 오를 수 있는 훌륭한 해돋이 해넘이 조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묘한 것은 차가 오를 수 없는 산머리 부분의 동서에도 바위 무더기가 벼랑(턱)을 이루고 있어서 그 또한 훌륭한 천연 조망대가 되고 있다.
특히 서쪽 해넘이 조망대 위쪽의 거대한 큰바위듬은 도비산 제일의 명소인 동시에 천연의 해넘이 조망대다. 여기에는 집채만한 바위 수십 개가 모여 있는 곳으로 그 자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또 이 바위무더기의 서쪽 끝은 천연요새처럼 거대한 바위 성문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도비산에는 유서 깊은 부석사와 동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북면에는 거대한 바위벼랑 아래 물맛이 좋다는 석천암이 있다.
▲ 도비산에서 본 서산 A, B 지구 방조제와 바다.
도비산은 서산 지역에서 연암산(441m-고북면), 팔봉산(362m-팔봉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고려 말엽에는 우리 나라의 해안 일대에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 도비산이 천수만과 태안 안면도 등 서해안을 감시하기에 매우 좋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도비산에 봉수대가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1416년 조선조 태종이 아들 충녕(뒤에 세종)과 함께 7천여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내려와 도비산을 중심으로 사냥몰이를 했다 한다. 사냥몰이는 군사훈련의 일종으로 강무(講武·조선조에서 임금의 주관으로 벌이는 군사훈련)라 하는 것이다. 태종은 왜구에 대비하여 바다를 감시하기 좋은 도비산에서 주위 상황을 살피며 강무를 했던 것이다.
부석사의 이름은 이 지역 부석면의 이름과 함께 물에 뜬다는 뜻의 ‘부(浮)’자와 돌 ‘석(石)’자로 ‘물에 뜨는 바위’라는 뜻이다. 부석사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천수만에 ‘검은녀’라는 바위가 있었다. 조수와 상관없이 언제나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바위인데, ‘부석’이라 하기도 했다. 그것이 이 지역과 절의 이름이 된 것이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천수만이 메워지면서 검은녀가 묻혔기 때문에 지금은 검은녀의 상징석을 세워놓고 일대 주민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한다.
▲ 도비산 부석사 전경.
부석사의 창건연대나 내력은 확실하지 않지만,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신라 문무왕 17년(677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려 말의 충신 유금헌(柳琴軒)이 나라를 잃은 한을 품고 내려와 도비산 중턱에 별당을 짓고 독서하며 지냈는데, 유금헌이 죽자 적감(赤感) 스님이 그 별당을 고쳐 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석사를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이야기에는 검은녀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딸려 있다. 의상대사가 중국 지장사에서 수도에 전념하고 있을 때, 절 아래 마을에 살고 있었던 예쁜 선묘낭자가 의상대사를 사모하게 되었다. 선묘낭자는 의상대사가 귀국하게 되자 자기와 결혼할 것을 애원했으나 거절당했고 함께 배를 타고 가겠다는 소원까지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
▲ 도비산 고스락에서 찍은 한별산악회 회원들.
죽어서 바다의 용이 된 선묘낭자는 의상대사가 탄 배를 거센 파도로부터 잘 지켜주었고, 의상대사가 귀국한 뒤에도 계속 의상대사를 따라다녔다 한다. 의상대사는 자기 때문에 죽은 낭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도비산 중턱에 절을 짓고자 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절 짓는 것을 방해하고 불까지 지르려 했다. 이 때 크나큰 바위가 하늘에 떠다니며 ‘만일 절 짓는 일을 방해하면 이 바위를 너희들 머리 위로 떨어뜨리겠다. 당장 물러가라’고 크게 꾸짖었다.
마을 사람들이 몹시 놀라 물러가자 공중에 뜬 바위는 도비산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천수만에 내려 앉았다. 뒷날 사람들은 그 바위를 검은녀 또는 뜬바위라 부른 것이다.
▲ 큰바위듬의 거대한 바위문을 지나고 있는 회원들.
부석사 원점회귀산행
대전의 한별산악회(회장 이재선)는 1970년대에 창립된 이름있는 산악회다. 세월은 많이 변했지만 한별산악회 회원들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산행을 즐기고 있다. 무더위가 한참 때인 8월 중순에 한별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도비산의 산행에 나섰다.
부석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주차장에 있는 안내판에는 부석사 0.5km, 해넘이 0.8km라 적혀 있다. 우리는 먼저 부석사로 올라가 넓은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정진선원 뒤로 산길에 들어섰다. 좀 가파르기는 하나 나무계단이 잘 되어 있다.
부석사에서 채 15분도 되지 않아 고스락에 올라섰다. 고스락에는 잘 지은 정자가 있다. 소문대로 천수만 일대 방조제 안팎의 너른 바다가 조망되어 좋았다. 서쪽 태안쪽의 바다는 뿌연 연무로 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해넘이로 돌아가고 김광진 박사와 몇 사람은 등성이를 따라 동으로 나아갔다. 석천암을 거쳐 임도를 타고 해넘이로 돌아갈 심산이다. 등성이로 뻗은 길은 내내 숲속이었다. 가끔 크나큰 바위무더기도 보였다. 길은 편안하고 좋았다. 동사(東寺)로 내려가는 길이 오른편에 보였고, 이어 석천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은 왼편에 있었지만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 행글라이드 활공장.
고스락을 떠나 25분쯤 되어 바위무더기로 이루어진 봉우리에 이르렀다. 여기서는 천수만 일대는 물론 서산시가지, 동쪽의 가야산 일대 뭇산들이 잘 보였다. 저 아래에 해돋이 조망대도 내려다보였다. 사실은 여기 끝봉이 해돋이 조망에 가장 좋은 자리일 것 같았다. 여기서부터 길은 가파르게 해돋이 조망대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되돌아서서 고스락쪽으로 가다 석천암으로 내려섰다. 거대한 바위벼랑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석천암은 규모도 꽤 컸고 자리도 좋았다. 암자의 이름이 된 벼랑 아래의 석천은 마실 수 없는 물이 되어 있었다.
▲ 석천암에서 본 조망. 멀리 가야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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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은 석천암에서 임도를 따라 해넘이로 가려는 것이었으나 임도를 타고 해넘이로 가려면 너무 멀다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내려온 길로 되짚어 등성이로 올라갔다. 등성이 길에서 석천암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제자리로 오는 데 25분 정도 걸렸다.
우리는 다시 등성이 길로 고스락에 이른 다음 정자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점심을 먹었다. 해넘이 조망대로 하산하는 길도 거의가 숲속이다. 도중에 엄청난 바위무더기 지대인 큰바위듬을 지난다. 아마 여기가 도비산 제일의 명소일 것 같았다. 여기서는 서해도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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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지대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경주 왕릉과 비슷한 행글라이더 활공장이 있다. 잔디가 푸른 이 활공장 바로 아래에 임도가 지난다. 임도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해넘이 조망대가 나선다.
해넘이 조망대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돌고 돌며 내려가면 부석사로 오르는 길과 만난다. 거기가 바로 주차장이기도 하다. 산행시간은 석천암~큰바위듬~해넘이 조망대를 들려도 3시간 정도면 된다.
<출처> 2008. 10 / 월간산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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