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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여름옷을 차려입은 부안 내소사(來蘇寺)

by 혜강(惠江) 2008. 4. 18.

부안 내소사

여름옷 차려입은 부안의 대표 사찰

 

글·사진 남상학

 

 

 

 

 채석강과 더불어 변산반도 국립공원에서 가장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곳이다. 내변산 등산의 기점이기도 한 내소사는 곰소와 모항이라는 천혜의 바다 밭까지 끼고 있어 이래저래 변산 반도 여행의 중심역할을 해내고 있다. 적벽강, 채석강을 둘러보고, 모항을 거쳐 내소사를 찾았다.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있는 내소사는 능가산 자락에 위치하여 병풍처럼 둘러진 바위산으로 더욱 아늑하고 편안함을 주는 절이다. 더구나 봄의 전령사인 꽃들이 절 경내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어 더욱 화려한 옷을 입었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혜구두타(惠丘頭陀)가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창건 당시에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으나 대소래사는 없어지고 소소래사가 지금의 내소사로 남아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려 때의 사적은 전해지지 않고, 조선 인조11년(1633)에 청민선사가 중건했고, 고종 때 관해선사가 중건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선계사, 실상사, 청림사와 함께 변산 4대 명찰로 유명했으나 다른 절들은 전란 중에 모두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내소사만이 남아있다.

  소래사였던 이름이 언제부터 내소사로 바뀌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나당연합 때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이 절에 들러 시주했기 때문에 소래사가 내소사로 되었다는 말이 있지만 근거로 삼을 만한 기록은 없다. 성종 17년(1486)에 간행된 동국여지승람에도 소래사라고 적혀 있으므로 내소사로 된 것은 그 후의 일이라고 한다.

  내소사는 일주문 겸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일주문 앞에서부터 대웅전 앞까지 500여m 거리가 전나무 길이다. 내소사를 가장 유명하게 하는 바로 이 전나무 길이다. 전나무 숲길 안에 야영장도 있고 끝머리에는 부도탑도 있다.

 

 


  전나무 숲을 지나면 연이어 벚나무가 길을 안내하고 그 뒤로는 단풍나무들이 서 있다. 때문에 봄에는 왕벚꽃이 볼만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내소사를 온통 물들이기도 한다. 벚나무를 지나면 바로 봉래루다. 아래는 매점, 위는 누각인 이곳을 지나야 비로소 대웅전 안마당에 들어서게 된다.

  대웅전에 닿기 전에 큰 나무 하나가 온통 대웅전 앞을 가리고 있다. 이 나무는 이 마을의 당나무였다고 전해진다. 본래 당나무는 두 그루여서 하나는 할아비당나무요 하나는 할미당나무가 있는 법인데, 내소사 대웅전 앞의 나무가 할아비 당나무와 일주문을 들어서서 바로 만나게 되는 작은 당나무가 할미당나무다. 가을이면 이 할아비 당나무에 단풍이 들어 내소사를 온통 노랗게 물들인다.

 

 



  당나무 앞에는 3층 석탑이 하나 서 있다. 내소사 삼층석탑(전북 유형문화재 제124호)은 고려시대에 만든 것이나 신라 탑의 양식을 따르고 있으며, 높이는 3.46m이다. 맨 아래의 받침대는 하나의 돌을 이용한 것이다. 몸체도 층마다 하나의 돌을 사용하였으며 각 면마다 기둥을 새겼다. 몸채와 지붕돌은 위로 올라갈수록 그 크기와 높이가 급격하게 줄었으며, 지붕돌의 경사도 심한 편으로 날렵한 느낌을 주는 탑이다.

 

 


  삼층석탑 뒤로 능가산(변산)의 큰 바위봉우리를 병품 삼아 대웅전이 서 있다. 화려하지도 볼품없거나 천해보이지도 않는 단아하면서도 위엄 있는 풍경이다. 개암사와 쌍둥이 건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모습이 닮았다.


  대웅보전은 다포계 양식에 팔작지붕으로 된 불전이다. 전면 3칸은 개방되어 꽃살무늬를 조각한 문짝을 달았는데 이들은 모두 정교한 공예품들이다. 공포는 내 5출목, 외 3출목으로 화려하게 결구되었으며 외부로 빠져나온 각 제공(諸工)의 쇠서는 겹쳐져 매우 장식적이다.


  전나무 숲길만큼이나 내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바로 대웅전의 문살. 연꽃, 국화꽃, 해바라기꽃 등의 문양이 문살을 구성하고 있는데 마치 커다란 문 전체가 하나의 꽃밭인 듯싶다. 채색이 다 지워지고 나무 결 무늬만 남아있는 모습이 오래된 역사성과 옛 선인들의 손재주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대웅전 내부는 제공의 뒤 뿌리를 일일이 연봉형(連峯形)으로 새겨 화려하게 장식하였으며 단청도 매우 장엄한 금단청으로 채색하였다. 추녀 아래의 귀한대와 내부 충량머리는 용머리를 조각하여 화려함을 더해 주고 있다. 전내 후불벽에는 「백의관음보살좌상」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후불벽화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내소사 고려동종(보물 제 277호)은 원래 내변산에 있는 청림사(靑林寺)에서 고려 고종 9년(1222)에 만든 것으로, 조선 철종 원년(1850)에 이곳으로 옮겼다. 전형적인 고려 후기의 종으로, 높이는 1.03m,직경은 67cm, 무게는 420kg이다.


  종을 매 다는 고리에는 용을 새겼고, 종 가운데에 세분의 불상을 조각하였다. 가운데 본존불은 연꽃위에 앉아 있고, 좌우 협시상은 서 있는 모습이다. 종의 위부분과 아래 부분에는 화려한 식물문양을 새겼으며, 해바라기처럼 뾰족한 끝을 가진 연꽃무늬가 종을 때리는 자리(당좌)이다. 표면의 묘사수법이 정교하고 사실적인 이 종은 통일신라시대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고려시대 범종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봄꽃으로 치장한 내소사를 둘러보고 나와 절 입구에 있는 내소식당(063-582-7281)에서 비빔밥과 청국장으로 점심을 했다. 길 양옆으로 조성된 식당가는 깔끔하고 토속적인 음식 맛으로 어느 집이나 수준급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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