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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영월 동강 야생화와의 만남 / 박상문

by 혜강(惠江) 2008. 4. 12.

 

영월 동강 야생화와의 만남

추위도 바위도 아랑곳 않고 피어나는 ‘경이로움’

 

박상문의 포토 애새이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이 활짝 꽃을 피워 화사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 정선 등 동강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동강할미꽃은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동강에는 동강할미꽃이 있다. 강원도 태백산의 검룡수와 오대산 우통수의 물줄기가 합쳐 천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동강. 4억5000만 년 동안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동강의 기암절벽에 동강할미꽃이 다소곳한 자태로 피어났다. 깎아지른 암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동강할미꽃은 전 세계적으로 오로지 동강 주변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사랑의 배신’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할미꽃은 열매 주변을 감싸고 있는 흰 깃털이 할머니의 머리모양을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손녀 집을 눈앞에 두고 쓰러진 할머니의 넋이 피어난 꽃이라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동강할미꽃이 일반 할미꽃과 다른 점은 꽃이 땅을 보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며 핀다는 사실이다.

  동강할미꽃처럼 요즈음 산과 들에서는 자연의 위대함을 알 수 있는 봄꽃들을 만날 수 있다. 매화, 산수유가 이미 활짝 꽃을 피웠고, 벚꽃과 개나리 등이 봄이 깊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아무런 보호도 받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힘에 의해 피어난 들꽃, 즉 야생화와의 만남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한결 따스해진 날씨와는 달리 영월, 평창, 정선 등 산간지방은 아직 초봄이다. 일부 고산지대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다. 겨울 정취가 남아있는 그곳에서 뽀얀 눈 속을 비집고 고개를 내민 야생화를 보면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선군 고한읍에서 영월군 상동으로 넘어가는 만항재(해발 1330m)는 국내에서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봄의 전령 복수초(福壽草)를 눈 내린 만항재 주변 산자락에서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복수초는 생명력이 특히 강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른 봄 산에서 제일 먼저 펴 원일초(元日草), 눈과 얼음사이를 뚫고 핀다고 해 얼음새꽃, 눈을 뚫고 새순이 나고 꽃이 피어나 설련화(雪蓮花)라 부르기도 한다.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만 같은 여린 꽃이 어쩌면 그리도 강한 힘이 있어 차디 찬 잔설을 뚫고 나오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복수초를 바라보면서 잠시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고 있는 동안 또 다른 들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 속을 헤집고 나오는 복수초 옆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생명의 용솟음으로 분출하고 있는 괭이눈과의 만남이었다. 너무 작아 하마터면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고 나의 흉포한 등산화로 무참히 짓밟을 뻔했다.

  괭이눈은 ‘골짜기의 황금’이라는 꽃말처럼 햇빛을 받자 마치 순금을 발라 놓은 듯 노란 꽃이 유난히 밝아 보였다. 그래서 괭이눈의 이름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고양의 눈과 비슷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릴 적 봄 소풍을 나섰을 때 본 노란색의 그 꽃들이 바로 괭이눈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내가 얼마나 무지했나를 새삼 알았다.

  영월의 삼각산 계곡에서 만난 노루귀는 함평 이씨와 노루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멋진 들꽃이다. 가느다란 줄기에 길고 흰 털이 많이 나 있는 노루귀의 연보랏빛 꽃잎을 보면서 이른 봄 계곡의 찬 바람을 뚫고 올라 온 그의 생명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봄철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다양한 수백여 종의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개울가 바위틈에서 자라는 돌단풍을 비롯해 제비꽃, 얼레지, 현호색, 매발톱꽃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꽃의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노란색, 흰색, 붉은색, 보라색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산과 계곡, 들판을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멋지게 꾸며놓고 있다.

  누구의 보살핌도 없이 산과 들에서 스스로 자라는 이러한 식물들은 본래 인류에게 아주 귀중한 자원이었다. 식량으로는 물론 생약, 향료, 공업용 등으로 그 쓰임새도 무궁무진하다. 최근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봄을 열며 비록 하찮게 보이는 이름 없는 들꽃일지라도 내 목숨처럼 더 아끼고 사랑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노루귀 줄기에 흰 털이 빽빽이 나 있는 노루귀는 잎사귀가 노루의 귀가 연상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복수초 눈과 얼음사이를 뚫고 핀다고 해 얼음새꽃으로도 불리는 복수초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괭이눈 잔설을 헤치고 나온 괭이눈이 햇빛을 받아 마치 금을 발라 놓은 듯 노란꽃이 더욱 밝게 보인다.

 

현호색 현호색은 산의 낮은 지대에서 자생하는 독특한 꽃으로 5~10송이의 꽃이 줄기 끝에 열매처럼 매달려 핀다.

 

절벽에 핀 꽃 동강 주변 절벽 바위틈에 꽃을 피운 동강할미꽃이 맑고 푸른 동강과 어울려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돌단풍 바위 틈에서 피어나는 돌단풍은 잎 모양이 단풍잎과 비슷하다고 해 돌단풍이라고 한다.

 

 

 


<출전> 2008-04-12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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