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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인도.네팔,스리

히말라야 트레킹 : 가도 가도 끝없는 고산길, 눈천지

by 혜강(惠江) 2008. 2. 26.

 

히말라야 트레킹

 

가도 가도 끝없는 고산길, 눈천지

 

 

글·사진=신범숙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 고봉들과 언제나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네팔’의 매력이다. 돌틈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오른쪽).

 

 

 

산악국가 네팔의 11월은 ‘트레커(trekker)들의 천국’이라 부를 만하다. 눈으로 뒤덮인 히말라야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날씨이기 때문이다. 네팔의 지형은 히말라야 설산(雪山)에 에둘러 싸인 분지지만, 산들이 동서로 넓게 펼쳐져 있어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다.

 

트레커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코스는 안나푸르나 산군(山群)과 에베레스트 산군, 랑탕-헬람부 산군, 그리고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로 가는 이름 없는 루트 등이다. 트레커들에게는 ‘지도만 보고 있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곳이 바로 네팔 분지다.

 

에베레스트 지역 가운데에서도 쿰부히말의 ‘고쿄리(Gokyo Ri) 루트’는 아직까지 한국인에겐 생소하다. 그러나 이 길목은 에베레스트 산군을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인 데다, 호수들이 만들어내는 절경 덕분에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고쿄리 트레킹의 들머리는 에베레스트와 동일하다. 가장 초입인 ‘지리(Jiri)’와 조금 더 들어간 ‘루클라(Lukla)’ 두 곳. 초반부터 힘을 빼기엔 체력상태와 일정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 필자는 중간 기점인 루클라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여장을 꾸려 비행기에 올랐다. 소형 국내선 비행기들이 루클라 비행장에 트레커들을 쏟아놓자마자 현지 포터들이 경쟁하듯 달려든다.

 

 

 

날씨 좋은 날 아침녘엔 에베레스트 조망할 수 있는 행운

 

 

 

*단단히 차려입은 한 서양 트레커. 히말라야 곳곳에서 티베트어가 씌어진 사원을 만날 수 있다(아래).

 

 

 

11월은 하늘이 한창 눈부실 시기인데, 설봉들이 구름에 가려 마치 트레커들과 숨바꼭질하는 듯하다. 우기가 끝난 티베트도 이상기후로 연일 비가 내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곳 네팔의 기후도 예측이 어려웠다.

 

팍딩까지는 순탄한 길. 하지만 둘째 날 남체 바자르(Namche Bazar)까지는 지루한 오르막이 계속됐다. 숨이 머리끝까지 차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3420m까지 800m 넘는 고도를 평지 하나 없이 올라가자니 당연한 일. 이럴 때는 버틸 힘이 돼줄 주문이 필요하다.

 

‘그나마 짐이 가벼우니 온갖 먹을 것을 지고 가는 지리산 종주보다 훨씬 낫지. 암, 낫고말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트레커들과 그보다 더 많은 포터들과 함께 걷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두드코시 강(Dudh Koshi River) 주변에 훌륭한 캠핑장이 있는 포르체탕가(Phortse Tanga)를 지나고, 최초로 4000m를 통과하게 되는 돌레(Dole), 그리고 마체르모(Machhermo)까지 가는 길은 날씨 때문에 희끗한 설봉들과 어깨걸이를 하며 걷거나, 앞뒤가 보이지 않는 운무에 휩싸여 발끝만 보고 걸었다.

 

루자(Luza)라는 마을에서는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 하루 종일 차를 마시며 책만 읽어도 행복할 것 같아 한참을 쉬어 갔다. 그리고 마체르모를 출발한 날, 드디어 하늘이 걷히기 시작했다. 고산의 거친 숨을 고르며 걷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었다. 그 유명한 촐라체와 타보체피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하얀 숨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아마다블람이 수려한 얼굴을 드러냈다.

 

강폭이 좁아지고 바로 옆에서 흐른다 싶더니, 고쿄리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세 개의 호수 중 첫 번째 호수가 나타났다. 마치 이름 없는 어느 연인의 사랑처럼 평범한 호수였다.

 

하지만 두 번째 타보체 초(Taboche Tsho)를 지나, 세 번째 호수인 두드 포카리(Dudh Pokhari)를 만나고 나니 왜 이 시즌에 많은 사람들이 고쿄리로 향하는지 알 것 같았다. 검고 흰 고산들에 둘러싸인 두드 포카리는 고산에서만 볼 수 있는 깊고 푸른 색을 간직하고 있었다.

 

트레커들은 대부분 하루 중 유일하게 에베레스트를 조망할 수 있다는 아침녘에 산에 오른다. 그런데 필자가 두어 시간 늦게 올랐다고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저 멀리서 “후퇴하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아쉬웠다. 하지만 에베레스트의 파노라마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내 걸음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옷섶에 눈이 쌓이고 시야가 온통 하얘질 정도로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지만 놀랍게도 저 멀리 동쪽 하늘에 시선이 쏠렸다. 어느 틈엔가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 내가 정상에 올라갈 때쯤이면 하늘이 맑아져 있겠지.

 

급히 갈 이유가 없었다. 예상대로 정상에 올라서니 이미 눈보라는 걷혔고, 흰 산봉우리들만큼이나 하얀 구름이 홀로 된 트레커를 맞이했다. 5357m의 고쿄리 정상에 서니 머리가 어지럽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구름이 기다리라고 말하는 듯했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햇볕을 즐겼다.

 

보일 듯 말 듯한 저 설산 뒤는 티베트 땅이다. 네팔의 히말라야는 티베트의 연속이나 다름없다. 에베레스트 지역의 모든 문화가 티베트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전통의상, 관습, 종교는 물론 그들의 언어까지 티베트의 판박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셰르파족의 이름 또한 ‘동쪽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의 네팔어다. 그들은 티베트의 동쪽 지역 캄(kham)에서 이주해 왔다고 한다. 다시 지도를 펼쳐본다. 오래전 최초의 셰르파족이 넘어왔다는 낭파라(Nangpa La, 5741m) 루트를 손끝으로 따라가본다. 1년에 겨우 5월부터 8월까지만 열리는 길이다. 기약할 순 없지만 어느 날엔가 그 길을 힘겹고도 행복하게 걷고 있을 내 모습을 그려보며 하산하기 시작 했다.

 

 

 

<출처> 2008.01.08 / 주간동아 618호   

 

 

 

<보충자료> 

   
에베레스트 개관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 네팔, 티벳, 파키스탄에 걸쳐 동서 약 2,400km 길이, 남북 200~300km 폭으로 뻗어 있는 거대한 산역(山域)을 말한다. 동으로 부탄의 남차바르와(7,756m)에서 서로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밧(8,125m)까지 이어지는 산맥을 히말라야산맥이라 일컫는데, 인더스강에 의해 나뉘어 있는 카라코룸히말라야까지 합쳐 히말라야 산맥이라 부르고 있다.  

 

  히말라야(Himalaya)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눈(雪)을 뜻하는 히마(Hima)와 거처(居處)를 뜻하는 알라야(Alaya)의 합성어로 '눈의 거처', 즉 '만년설의 집'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결국 만년설이 쌓여 있는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히말라야는 해발 8,000m가 넘는 고봉이 14개 솟아 있다. 그 중 세계 최고봉인 사가르마타(8,848m·에베레스트의 네팔 고유명·중국에서는 초모랑마라 일컬음), 세계 제3위 고봉 캉첸중가(8,586m), 4위 고봉 로체(8,516m), 5위 고봉 마칼루(8,463m) 등, 8개의 고봉이 네팔에 몰려 있어 등반가뿐만 아니라 일반 트레커들에게 네팔은 히말라야를 상징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네팔 히말라야에 외국인들이 발길을 들여놓은 것은 1950년 네팔 정부가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한 이후부터였다. 이후 고봉을 등반하는 수많은 등반대들에 의해 각 지역에 대한 접근방법과 자연, 풍물, 문화 등이 알려져 오고 있다.

 

   네팔 히말라야는 8개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동단 시킴과의 국경에 솟아 있는 캉첸중가 지역에서부터 마칼루 지역, 쿰부 히말, 로왈링 히말, 랑탕·주갈·가네시 히말, 마나슬루 히말, 안나푸르나 히말, 다울라기리 히말, 그리고 인도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가르왈히말에 이르기까지-. 그중 트레커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지역은 역시 세계 최고봉이 솟아 있는 쿰부히말라야와 짧은 일정으로 다울라기리(8167m)와 안나푸르나(8091m) 산군을 바라볼 수 있는 안나푸르나 지역이다. 

 

  파키스탄에는 세계 제2위 고봉인 K2(8611m)을 비롯, 가셔브룸1봉(8068m)과 2봉(8035m), 브로드피크 등 4개 고봉이 중국과 국경을 이루며 솟아 있고, 낭가파르밧(8125m)가 외따로 서서 고봉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티벳에는 네팔과의 국경에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가 솟아 있으나, 네팔과 달리 초모랑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초모랑마와 함께 역시 네팔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초오유(8201m)와, 티벳 내의 유일한 8000m급 고봉이자 14개 고봉 가운데 막내격인 시샤팡마(8027m)가 동단에 솟아 있다. 그리고 K2, 브로드피크, 가셔브룸1봉·2봉이 티벳의 서쪽에서 파키스탄과 국경을 이루면서 솟아 있다.

 

   티벳 쪽에서의 8000m급 고봉 트레킹은 접근상의 어려움과 경비 등의 문제 때문에 현재 초모랑마와 초오유, 시샤팡마 지역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 일정 짜기

 

   

  트레킹은 역동적인 등산과는 다르다. 등산은 오른다는 데에 역점을 둔 레저활동이지만 트레킹은 오른다는 것과 더불어 자연과 주변의 풍물을 즐긴다는 게 더해진다. 따라서 여유 있게 일정을 짜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일찍 출발하고 가능하면 일찍 트레킹을 마치는 것이 좋다. 대개 아침을 가볍게 먹고 오전 7시 출발, 10~11시 중식, 그리고 3시경 트레킹을 마친 다음 숙박지 부근의 자연과 풍물을 둘러보는 순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행한 셀파나 포터의 집을 들르는 것도 그들의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본다는 데에서 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러나 실상 국내 트레커들은 여행상품의 하나로 트레킹에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렇게 여유롭게 트레킹을 하기란 쉽지 않다.

 

 

 

* 트레킹 시즌  

 

 네팔의 경우 일반적으로 해발 4,000m 전후의 높이에서는 우기만 피하면 큰 무리 없이 트레킹을 마칠 수 있다. 네팔의 경우 5월말에서 9월 중순이다. 파키스탄의 경우는 5월초부터 8월말까지를 트레킹 적기로 잡고 있다. 특히 8월에 들어서면 눈이 많이 녹아내려 해발 5,000m대의 고개까지도 특별한 장비 없이 오르기도 한다. 티벳의 경우, 4~5월, 10~11월을 트레킹 적기로 일컬어지고 있다.

 

 

 

 <출처> 산야로.com / 트레킹 /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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