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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호주, 뉴질랜드

호주 타즈매니아,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보석 같은 섬

by 혜강(惠江) 2007. 7. 11.

 

호주 타즈매니아(Tasmania)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보석 같은 섬 

 


· 사진 남상학

 

 

* 호주 지도(맨 아래 섬이 타즈매니아) *  

 

 

  호주에 딸린 섬 타즈매니아(Tasmania)가 요즘 여행가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여행광이라면 남극으로 가는 징검다리 격인 호주 최남단의 타즈매니아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호주사람들도 우리의 제주도처럼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섬이 바로 타즈매니아다. 

 

  2002년 1월, 나는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숭의여고 교사 해외연수단」의 일원으로 호주 주요도시를 탐방하면서 타즈매니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 흥미진진한 섬에 발을 들여놓은 것 자체가 축복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타즈매니아는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산소 같은 섬이었는데, 그 때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려보며 타즈매니아의 여행기를 적어본다.   

  호주 여행의 절반 정도가 지난 7일째 멜버른 관광을 마치고 호주 본토와는 약 240km정도 떨어져 있는 섬 타즈매니아로 가기 위해 멜버른 항구로 향했다. 태즈메이니아 섬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야만 하는데 그 거점은 멜버른이다.

 

  물론 항공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여행경비도 절약할 겸 특별한 경험을 위하여 배를 타기로 한 것이다. 승선 수속을 마친 나는 '과일은 타즈매니아로 반입할 수 없다고 '해서 승선하기 전 모두 먹어치우느라 고역을 치렀다. 그들 나름의 자연을 잘 보존하고 간직하려는 정책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1) ‘스피리트 오브 타즈메이니아호’에 몸을 싣고

 

 

 

 * 우리가 타고 간   ‘스피리트 오브 타즈메니아호(Spirit of Tasmania)’호(상)와 우리를 환영한다는 표지판(하) *    

 

 

 

  저녁 6시 TT 라인사의 페리 ‘스피리트 오브 타즈메니아호(Spirit of Tasmania)’호에 승선했다. 우선 배의 크기가 엄청난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큰 배는 처음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 연수단을 환영한다는 표지판, 이 글귀에서 이들의 세심한 배려에 놀랐다.

 

스피리트 오브 타즈메이니아호는 멜버른과 타즈매니아의 데번포트항을 주 3회 왕복하고 있다. 약 14시간 30분의 시간이 걸리지만 배 안에는 4개의 레스토랑과 바, 게임 룸 등이 있어 각자의 취향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멜버른 항구를 빠져나온 배는 배스 해협(Bass St.)의 물결을 힘차게 헤쳐 나갔다. 갑판에서 나는 붉은 색, 보라색, 검정색 등으로 하늘을 채색한 황홀한 석양을 생전 처음 경험하였다. 나는 섬에서 자라면서 수평선 너머 바다로 지는 석양빛을 수없이 보아온 터이지만 그토록 가슴을 울렁이게 한 적은 없었다. 넓은 대양 한가운데 떠있는 여객선 갑판 위에서 이런 장관을 보다니! 황홀한 광경에 도취하여 탄성을 지르다가 우리 일행은 선상 뷔페식 저녁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 바에서 음료를 들며 호주 여행의 즐거움과 타즈매니아에 대한 기대를 안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지정된 침대에서 잠시 눈을 부치고 일어나니 새벽 6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 8시 30분, 14시간 30분 만에 예정대로 타즈매니아의 출입구 데번포트(Devon Port)항에 도착했다.  데본포트는 1890년에 세워진 도시로 호주대륙과 연결되는 배들(Spirit of Tasmania)이 기항하는 항구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데본포트에는 에보르지니(호주 원주민)박물관과 센터, 해양박물관 돈리버박물관 같은 건물들이 있으며, 호주 수상 Joseph Lyons가 결혼했을 때 지은 집도 유명하다.

 

 

 

*갑판 위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 ‘스피리트 오브 타즈메니아호' 위에서의 우리 부부 *

 

 

*'Spirit of Tasmania'호 선상에서 바라본 일몰*

 

 

(2) 산소 같은 섬 타즈매니아 

 

 

  호주 최남단에 위치한 타즈매니아는 단일 섬이 하나의 주를 이루고 있는 유일한 곳이며, 배스(Bass) 해협을 가로질러 빅토리아주에서 남쪽으로 240km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많은 산지와 미개척 우림지대, 풍부한 농토로 이루어져 있다.   

 

  타즈매니아는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섬이다. 동서로 315㎞, 남북으로 286㎞. 남한보다 조금 작은 면적에 인구는 50만 명이 채 안 된다. 타즈매니아는 호주대륙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타즈매니아는 사막이나 거친 땅이 아닌, 둥글고 푸르른 초지와 산들, 굽이쳐 흐르는 강 등, 주로 자연 그대로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잘 조화된 땅으로 멋진 전망이 타즈매니아의 자랑이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유서 깊은 곳이 많고 와인과 맛난 먹을거리, 친절한 사람들이 모여 편안하게 사는 땅이다. 또한 이곳은 2,000km떨어진 남극으로 가는 남쪽 관문 역할도 한다.

  타즈매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자연이 때묻지 않아 탐험하기에 이상적인 곳이며, 또한 1803년에 유형지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서 타즈매니아의 독특한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깨끗한 공기, 맑고 오염되지 않은 물, 비옥한 토양덕분에 고급 와인이 생산된다. 사과의 산지로도 유명하며 섬의 모양도 사과와 비슷하여 '사과의 섬'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일년내내 강수량이 풍부하고, 자연 그대로의 숲과 비옥한 농토가 많아 호주에서 가장 푸르른 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립 공원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도 호주에서 가장 넓다. 지역적인 고립성으로 인해 다른 주에 비하여 상업화가 덜 이루어졌고, 독특하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특히 식민지 시대의 역사와 유적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타즈매니아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상징적인 동물인 '데블' *

 

 

  호주에서 가장 작은 주이지만 역사적인 명소들과 타즈매니아 데블 같은 야생동물 등 독특한 볼거리가 많다. 때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어 관광객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타즈매니아를 묘사할 때, 버드나무가 줄지어 선 개울과 푸른 초원이 융단처럼 깔려 있는 곳, 그래서 영국의 시골 풍경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종종 이야기들 하지만, 한편으론 거칠고 장엄한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남부 지역은 숲이 너무 울창하고 습하며 접근 또한 어려워 아직까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이와 같은 환경으로 인해 이 지역은 모험 스포츠를 즐기기에 이상적이며 래프팅, 송어 낚시, 부시 워킹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또 타즈매니아는 호주에서 가장 독특한 생활 분위기를 간직한 곳이다. 운전자들이 서로 손을 흔들며 지나가고, 자동차 문을 잠그고 다닐 필요도 없고, 한가롭고 단순하며, 아직도 정겨웠던 과거의 전통이 고스란이 남아 있는 곳이다.   

 

 

* 배가 닿는 데본포트, 호주의 위쪽이며, 우리가 가려는 호바트는 섬 남쪽에 있다.*

 

 

(3) 여행의 기점 데번포트에서 호바트까지



 우리 일행은 곧장 버스를 타고 호바트(Hobart)로 향했다. 우리를 태운 버스기사는 타즈매니아 토종 으로 앤드류(Andrew)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한국인의 안내는 처음이라며 순진하고 농담을 즐기는 친구였다.  버스를 타고 달리는 타즈매니아의 평원은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타지 않아 자연이 자연답게 보존된 상태였다. 타즈매니아국립공원(National Tasmanian's Park)을 가로지르는 길은 비포장도로의 연속인데, 야생동물 특히 파충류의 이동을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타즈매니아는 섬의 약 20%에 달하는 부분이 세계 자연유산이며, 10%가 국립공원과 보호지역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자연다움은 어디 산뿐이랴! 우리가 잠시 들른 Baker's Beach는 정말 때 묻지 않은 청정 그대로의 해변이었다. 고운 모래사장의 모래들이 파도에 쓸리면서 햇빛에 반짝였다. 신발을 벗고 물가를 걸으며 행여 사람의 발 때가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을까 염려될 지경이었다. 

 

 

 

*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타즈매니아 풍경 *

 

* 때 묻지 않은 해안 'Baker's Beach' *

 

 

* Beauty Point에 도착하여 ‘SEAHORSE WORLD' 앞에서 기념촬영(위), 해마(아래) *

 

 


  Tamar Valley의 Beauty Point에 도착하여 ‘SEAHORSE WORLD'에서 해마를 구경했다. 그곳에서 양식되고 있는 해마는 여러 종류였다. 해마는 여러 마리의 암컷이 수컷에게 알을 주고 3주 정도 수컷이 알을 품고 다니다가 200~300마리의 새끼를 부화시킨다고 한다. 해마의 독특한 부성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ROSEVEARS ESTATE'에서 식사를 마치고 강줄기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 *

 

 

 

  타즈매니아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깃든 좋은 전망을 많이 가진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타마르강을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ROSEVEARS ESTATE의 식당에서 타즈매니아산(産) 와인을 것들인 훈제연어 요리와 불루체리 푸딩 아이스크림을 들었다. 최고의 식사와 후식으로 그야말로 우아하고 멋진 식사를 했다. 식사를 끝내고 장미가 핀 전망 좋은 정원에서 강줄기가 돌아 흐르는 평원을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도 찍었다. 

 

 

 

* 로스빌리지 베이커리 앞에서 주인 내외, 앤드류와 찍은 사진 *
(중앙에 있는 세 사람이 베이커리의 가족, 맨 우측이 운전사  앤드류) 

 

 

 

  호바트로 향하는 길에서  ROSS의 차와 함께 빵을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앤드류의 성화에 못 이겨 우린 잠시 ROSS에서 특유의 차와 빵을 나누며 쉬면서 주인집 내외, 딸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 집은 한때 스쿨버스기사였던 앤드류가 자기가 태우고 다녔던 학생의 집이어서 잘 아는 사이였다. 주인집 내외는 멀리 한국에서 찾아온 낯선 손님들을 위하여 포즈를 취해 주고 버스가 떠날 때 배웅해 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로스빌리지 베이커리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빵집이었다.  

  앤드류는 계속 신이 나서, 호바트의 캐스캐이드로드에 있는 캐스캐이드 양조장 이야기며,  클레어멘트의 캐드베리 로드에 있는 호주 최대의 과자 제조 공장인 캐드베리 슈엡스 초콜릿공장에 대하여 열을 올리며 설명해 주었다. 타즈메니아에서의 첫날은 데본 포트를 출발하여 호바트까지 버스로 네 시간, 내셔널 파크로부터 뷰티 포인트 거쳐 산과 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론세스톤 마을을 지나 로스 베어에서의 그 진한 포도향에 흠뻑 취해보기도 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보낼 수 있었다.   



(4) 아름다운 항구 호바트에서의 우아한 식사  

 

 

  호바트에 도착한 우리는 Adelphi Court YHA에 짐을 풀었다. 여행경비를 아끼느라 주로 유스호스텔을 이용해 왔는데 그 중에서 이곳은 아주 깔끔하고 잘 정돈된, 마치 카톨릭 피정의 집을 연상하게 하는 숙소였다. 섬인 탓인지 머무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짐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위하여 호바트항구로 행했다.

  호바트는 타즈매니아 남동쪽 반도 끝에 있는 타즈마니아 제일의 관광지이다. 호바트 항의 저녁풍경은 정말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유럽인들이 가장 먼저 정착하게 된 곳 중에 하나여서 작지만 매우 현대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웰링턴 산(Mount Wellington) 아래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 호바트는 타즈매니아 주의 수도이며, 호주에서 두 번째로 1803년에 유형지로 건설되어 활력 있고 다채로운 역사를 지닌 도시이다.

 

  하나의 섬이자 주이기도 한 타즈매니아는 아일랜드보다 약간 작은, 호주에서 가장 작은 주이다. 타즈메니아에서 유럽인들의 역사는 시드니에 있던 악명 높은 죄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유형지가 세워지던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섬 곳곳에 당시 죄수들이 세운 건물과 교회, 다리 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 

 

   웰링턴 산기슭에 펼쳐지는 시가지는 매우 아름다우며, 항구는 일찍이 포경기지였는데 지금은 원양어업의 전진기지로서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또 유럽인에게 호바트는 요트경기로 유명하다. 해마다 외신을 통해 보도되는 시드니 앞바다의 요트레이스 출발점이 바로 호바트다. 수백 척의 요트가 정박한 항구는 지중해와 비슷하다. 호바트는 남극투어의 기점이기도 하다. 남극까지 배로 12일이면 갈 수 있다.

 

 

 

* 배가 정박해 있는 아름다운 호바트항구 *

 

* 호바트 항구의 접안시설과 항구의 부속 건물들 *     

 



   산을 배경으로 그 아래 형성된 항구도시는 아름다운 풍경 그 자체였다.  조지 왕조 시대의 건물(항구 쪽에 있는 창고들조차 상당히 아름답다)들이, 편안한 분위기의 여러 공원 및 아름다운 가옥들과 어울려 호주 전체에서도 가장 즐겁고 매력적인 도시의 모습을 선사한다. 대도시 사람들은, 호바트를 보수적이고도 시골 풍 짙은 마을쯤으로 생각할 지 모르지만 풍부한 예술품 및 공예품도 생산되고 있다.

 

   역사적 진실이 살아있는 이 곳 분위기에 푹 빠져들어 산책하고 느끼다 보면 누구나 다른 어느 도시에서는 체험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호바트는 철도, 주요 간선도로, 공항과 연결이 잘 되어 있어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시로 성장하였다. 

 



* 우리 일행은  이곳 'Upper Deck Sea Food'에서 해물 요리로 우아한 저녁식사를 했다. *

 

 

   우리는  저녁 햇살 아래 정박되어 있는 소형 어선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호바트 항구,  Upper Deck Sea Food에서 해물 요리로 우아한 저녁식사를 했다. 마침 그날이 여행 동료의 생일이어서 이국에서의 생일축하 파티를 겸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더구나 우리와 친해진 앤드류는 우리의 저녁식사 자리에 합류하여 마치 자기의 생일이라도 되는 듯이 맥주를 마시며 흥을 돋웠다.  호바트 항구가 어둠에 잠길 무렵 흥겨운 파티는 끝이 나고 우린 행복에 겨워 숙소로 돌아왔다. 



(5) 아픔이 묻힌 곳, 포트 아서(Port Arthur)   

 

 

  다음날 아침, 우린 타즈맨 페닌슐라의 포트 아서(Port Arthur, www.portarthur.org.au,)로 출발했다. 포트 아서는 호바트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역사적인 볼거리로서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인데, 호바트에서 자동차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해안을 따라 포트 아서 (Port Arthur)로 가는 도중, 그 옛날 포트 아서에서 탈출한 죄수들을 체포했다는 Eaglehawk Neck을 바라보며 사진 한 컷을 찍었다.  


  포트 아서는 원래는 유형지로서 1830~1877년에 영국으로부터 1만 명 이상의 죄수가 압송되어 왔는데, 특히 흉악범만 수감되어 공포의 유형지로 알려졌다. 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형적으로 죄수들을 수용하기에 적합한 곳이어서 이곳이 죄수들을 가두는 유형지가 되었다고 한다.

 

  포트 아서에 도착한 우리는 짧은 머리로 단장한 여자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곳곳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붉은 벽돌로 지은 교도소와 독감방, 호주에서 제일 오래된 교회 등의 건물이 남아 있다. 이 밖에 감시탑과 탄약고 등의 두꺼운 벽이 유형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지금은 주변이 잔디를 깔고 잘 정돈되어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였다.  두 차례나 큰 화재를 만나 완전히 폐허가 되었으나, 교도소 일부는 복원, 박물관이 되어 있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 배어 있는 곳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1시에 배에 올라 Port Arthur 앞 바다 크루즈. 이곳에는 죄인들의 무덤이 있다는 조그마한 섬이 있다. 섬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아픔이 묻힌 현장이라는 것은 실감할 수 있었다.  가족의 품을 떠나 먼 이역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고혼(孤魂)들이 잠들어 있는 곳, 나는 섬을 돌며 무명의 넋을 위해 잠시 머리를 숙였다.

  포트 아서는 방문자 숫자에 비하여 식당의 규모가 적어 다소 불편하기도 하고 시간이 잘 맞지 않아 빵을 구입하여  Eaglehawk Neck 주변 바닷가에서 점심을 대신했다. 마치 당시 죄수들의 삶을 체험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간단한 점심을 끝내고 바닷가를 산책하던 중 횡재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동료가 바닷가 웅덩이에서 장어 한 마리를 움켜잡았다. 길이는 짧지만 손아귀로는 쉽게 잡을 수 없는 크기였다. 그날 저녁식사는 우리가 마련해야 할 처지였으므로 소중한 노획물이라 생각하며 가져 왔다. 

 

 

* 포트 아서로 가는 도중 멀리 Eaglehawk Neck을 배경으로 *

 

 

*토트 아서의 팜플릿*

 

 

* 벽돌로 지은 감시탑과 교도소, 독감방을 배경으로 하여 *

 

* 포트 아서 앞 바다, 죄인들의 무덤이 있는 섬을 배경으로하여 선생님들과 함께 *

 

 

(6) 유럽풍의 배터리 포인트와 살라망카 

 

 

   흥분된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 되돌아오는 길에 어제 시간이 없어 돌아보지 못한 호바트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먼저 배터리 포인트(Battery Point). 배터리 포인트는 호트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곳이다. 항구의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마을은 1804년에 처음으로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배터리 포인트로 올라가면 식민지 건설 초창기의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배터리 포인트 주변에는 150년이 넘는 건물들이 많다. 영국 조지왕 때 유행한 스타일로 화려한 치장은 없으나 깔끔하고 담백한 조지언스타일의 건축물이 많다. 마치 영국의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은 40여개의 유적 건물들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 옛날 어부들의 오두막과 근사한 도시 주택들, 오래된 선술집들도 찾아 볼 수 있다.  살라만카 플레이스 가까이 있는 식당들과 미술 공예품 화랑들을 둘러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다.

 

  이곳에 있는 밴 디멘스 랜드 기념박물관 (Van Diemen's Land Memorial Folk Museum)은 1836년에 세운 대 저택에 수집품들을 모아 놓았다. 밴 디멘스 랜드는 타즈매니아 섬의 옛 이름이며, 건물 가득히 식민지 시대의 가구와 도자기, 완구, 옷가지 등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생활을 눈여겨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살라망카 플레이스 (Salamanca Place). 설리반스 만 (Sullivans Cove) 깊숙한 곳에 블루 스톤으로 지은 주의 사당이 있고, 그 앞에서 설리반스 만을 따라 프린세스 부두 (Princes Wharf)에 면한 지역이 살라망카 플레이스다. 주 의사당은 1840년에 지은 고전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이다. 식민지 시대에 지은 창고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지금은 새로 단장하여 레스토랑과 화랑, 민예품 가게 등이 들어서 관광객을 끌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봄부터 가을에 걸쳐서 노천 시장이 열려 (8:00 ~14:00)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식료품과 토산물 등 갖가지 물품이 진열되며 6~9월의 겨울에는 창고 안에 시장이 선다.  

 

  살라망카 벼룩시장은 호바트에서 가장 이름난 명소로 매주 토요일에 살라망카 시장이 열린다.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자신이 직접 재배한 과일과 꿀을 들고 나온 농부에서부터 독특한 의상, 조각이나 미술품까지 파는 물건도 종류가 다양하다.

 

  좌판은 약 300여개나 된다. 상인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연주솜씨를 뽐내는 미래의 아티스트도 많다. 열 살이 채 안 되는  어린 소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초등학교 정도의 소년 기타리스트가 팝송을 부른다. 연주 솜씨는 아직 서툴지만 여행자들에겐 훌륭한 구경거리. 기타박스에 동전을 던져주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준다. 시장 귀퉁이의 카페에 커피나 막 구워낸 소시지를 들며 시장 구경 하다보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 식민지 건설 당시 고관이 지냈다는 저택 *

 

 

* 화려한 치장이 없고 담백한 조지언스타일의 건축물로 들어찬 배터리 포인트 *

 

 

* 상품과 사람들로 붐비는 살라망카 시장 풍경 *

 

 


(7) 타즈매니아에의 특별한 만남 - 순진하고 유머 넘치는 친구 ‘앤드류’

 

  마지막으로 호바트에서 22km 거리에 있는 웰링턴 산(Mount Wellington, 1,270m)을 오르기로 했다. 이곳 전망대는 호바트 항과 더웬트 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를 뿌리던 날씨가 갑자기 돌변하여 주변이 짙은 안개로 덮이더니 장대비를 줄기차게 쏟아 부었다. 전망대까지는 가파른 산기슭을 돌아가야 하므로 우린 웰링턴 전망대에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서 하산해야 했다.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이틀 동안 운전하며 친해진 앤드류는 저녁 후에 정식으로 작별인사를 하겠다며 돌아갔다. 공동식당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한국에서 1년간 살았다는 스위스 부부를 만났다. 그들도 여행 중에 이곳을 숙소로 정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차리고 이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무척 반가워했다. 마침 그날은 쌀이 넉넉지 못하여 저녁식사가 부족했으나 인심 좋은 우리는 그들과 음식을 즐겁게 나눠먹었다. 음식이 부족했던 차에 그날 Eaglehawk Neck 주변 바닷가에서 잡아온 장어로 만든 요리는 최고의 별미였다. 하나님이 미리 예비해 주신 것이라고 믿었다.

  얼마 후 다시 찾아온 앤드류는 선물을 들고 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물로 작별인사를 했다. 한국인을 처음 만나서 이틀 동안 운전하며 동행한 것은 자기에게 최고의 행복이었노라고.  그의 얼굴에는 때묻지 않은 타즈메니아의 순수함과 친절함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숙소를 정리하고 막 호바트 공항(Hobart Airport)으로 출발하려는데 어젯밤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간 앤드류가 다시 찾아왔다. 떠나는 우리를 다시 보고 싶어 그날 일을 뒤로 미루고 왔다는 것이다.  어찌 이럴 수가!  뜨거운 포옹의 시간이 흐르고, 손을 흔드는 앤드류를 뒤에 두고 미련을 남긴 채 10시 30분 멜버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떠났다. 나는 서울에 돌아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한편의 글을 그에게 보냈다.  

 


    지구 남반부 타즈매니아의 하늘 
    드넓은 들판에 늘어선 파인 츄리처럼 
    청청하고 싱그럽던 친구여 
    진지한 너의 눈망울은 젊은 오스트랠리아의 
    끓어오르는 열정에 불타고 있었지 

    데본 포트에서 호바트까지 버스로 네 시간 
    내셔널 파크로부터 뷰티 포인트를 거쳐 
    산과 강 어우러진 아름다운 론세스톤 마을 
    로스 베어에서의 그 진한 포도향에  
    흠뻑 취한 탓이었을까 

    그 저녁, 고즈넉한 호바트 항구 
    빅토리아 도크에 어스름 내릴 때 
    시끌벅적한 뮤러스 어퍼 데크에서 
    이처럼 푸짐한 시 푸드는 처음이라고 
    능청 떨며 처음 만난 코리안 젊은이들과 
    한 마음으로 어울렸지              

    다음 날 빠비용 죄수들의 유형지 
    포트 아서를 돌아보고 와서 
    비 내리는 살라망카 시장 거리와 
    넬슨 전망대, 배터리 포인트를 누빌 때 
    이별이 아쉬운 네 얼굴에도 가는 비 내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네 얼굴은 
    이별이 아쉬워 일그러지곤 했었지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떠나던 
    다음날 아침 다른 일정 미뤄두고

 

    숙소로 다시 찾아와 
    아쉬움의 눈물 글썽이던 순진하고 커다란 너의 눈망울 
    너는 귀염 받는 타즈매니아의 새끼호랑이 
    때 묻지 않은 우리의 친구 
    
    지구 남반부 타즈매니아 하늘 아래 
    싱그런 파인 츄리처럼 
    영원히 우리 가슴에 기억될 이름 
    정겨운 '앤드류', 너에게 행운이 있기를.

    - 졸고 <타즈매니아의 기억 - 앤드류에게>

 

 

 

 

  비행기 트랩을 올라 좌석에 앉았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타지 않아 자연이 자연답게 남아있는 섬. 꾸미지 않아 더 가슴을 파고드는 섬 타즈매니아. 그리고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사람들을 만난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 우리가 묵었던 숙소 유스호스텔 앞에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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