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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문화일반

80년대 팝 속에 영근 사랑의 하모니,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by 혜강(惠江) 2007. 3. 12.

* 영화 *


80년대 팝 속에 영근 사랑의 하모니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and Lyrics) 

 

글 남상학

 

 

 

장르: 멜로/ 애정/ 로맨스/ 코미디 / 휴 그랜트·드루 배리모어 주연

 

 

월요일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로 한 날이다. 12시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인근 영화관에서 로맨틱 코미디「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감상했다. 꽃샘추위가 세찬 바람의 영향으로 완전히 가시지 않아 날씨는 다소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이 음악을 소재로 한 코믹한 영화가 주는 경쾌함이 우리를 한결 밝고 명랑하게 해주었다. 

 

이 영화는<노팅 힐>의 휴 그랜트와 <첫 키스만 50번째>의 드류 베리모어를 커플로 내세운 로맨틱 코믹 드라마다. 출연진으로는, 로맨틱 코메디 장르의 이상적 커플이라고 할 수 있는 휴 그랜트와 드류 베리모어를 중심으로(이 둘은 극중에서 직접 노래도 부른다), TV <에브리바디 러브스 레이몬드>의 브래드 가렛, <오스틴 파워>의 크리스틴 존스턴, <프로듀서스>의 제이슨 안툰 등이고,  연출은, 본인의 극영화 감독 데뷔작 <투 윅스 노티스>를 통해 휴 그랜트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마크 로렌스가 담당했다.
      
  혹시 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 중에 왬(Wham)이나 듀란듀란(Duran Duran)의 왕팬이 있는지. 가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 잡지 사진을 모아 책받침을 만들고, 팬클럽 티셔츠를 입고, 친구들과 라디오 앞에서 빌린 아버지 라이터를 켜서 흔들었던 기억이 나는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코미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and Lyrics)은 벌써 20년이 지나버린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준다. 

 

 



  미국 내에서 밸런타인데이에 개봉되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80년대 인기 절정이었던 영국 듀오 ‘팝’(PoP)의 (지금 보면 유치찬란한) 뮤직비디오로 시작한다. MTV 초창기 시절 프로덕션 가치가 전혀 없이 만들어졌던 수없이 많은 비디오처럼 팝의 비디오(제목 )는 간단한 댄스에 신시사이저, 선글라스, 립글로스, 아이라이너, 헤어스프레이, 퍼피 블라우스가 잔뜩 투입된 말 그대로 전형적인 80년대 팝음악을 상징한다.
  
  듀오 중 한명은 계속 인기를 구가했지만, 다른 한 명은 솔로로 데뷔한 친구 뒤에 홀로 남게 된다. 80년대 최고의 인기듀오인 ‘팝’의 멤버였던 알렉스(휴 그랜트)는 21세기인 지금은 ‘젊은 오빠’로서의 칭송만을 간직한 기억 속의 가수다. 아줌마가 된 팬들의 환호는 여전하고 달라붙는 가죽바지도 아직은 쓸 만한 뒤태를 선사하지만, 골반의 힘은 예전만큼 리드미컬하지 않다. 

 

 



  그 뒤 20년. 한물 간 팝스타 아저씨 알렉스(휴 그랜트)는 놀이공원과 동창회 파티, 박람회 등지에서 옛 노래를 부르면서 나름대로 만족을 느끼고 이제는 아줌마가 돼버린 팬들이 던진 커다란 속옷 세례를 받는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현대 팝 디바 코라 콜만의 제안으로 듀엣곡을 만들 절호의 찬스가 그것이다. 단, 알렉스가 직접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 그리고 기간은 이번 주말까지. 디바 코라콜만은 한 마디 말을 던진다.

 

 “아 참, 알렉스 아저씨, 아저씨 말고도 여러 명에게 같은 부탁을 했으니, 힘내세요. 파이팅!” 

  작곡은 손 뗀지 오랜 그에겐 기회이자 위기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알렉스는 작곡 전문이지 작사에는 젬병이다. 작사가도 고용해보지만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작사에 골머리를 앓던 알렉스는 어느 날 자신의 집 화초에 물을 주러 오던 수다쟁이 아가씨 소피(드루 배리모어)가 작사가로서의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시끄럽기만 한 말소리가 듣고 보니 하나같이 주옥같은 노랫말일 줄이야! 상큼 발랄한 그녀는 말 그대로 ‘입만 열면 옥구슬’이었다. 중얼거리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알렉스의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혼자 흥얼거리고 있었다. 알렉스는 정신이 번쩍 들어 소피에게 함께 멋진 팝송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한편 소피는 알렉스의 동업 제안에 머뭇거린다. 그녀는 한 때 작가지망생이었지만, 대학 시절 연인이었던 영문학 교수가 그녀를 소재로 한 소설에서 동명 주인공 소피를 능력 없고, 자질 없는 작가 지망생이라 쓴 악평을 접한 뒤 집필을 포기한 터였다. 

  그러나 이들은 며칠 밤낮을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물론, 둘이 함께할 때 서로의 숨은 능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각각 피아노와 노트를 손에 쥐고 한곡의 노래를 완성시킨다. 이로써 이들의 자포자기 인생은 한 곡의 노래로 인하여 뒤바뀌게 된다. 

  그 사이 그들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건강한 두 남녀가 하루 종일 붙어 생활하는데, 남녀가 사랑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그들은 순탄하게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서서히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일을 하다, 잠시 산책을 나가고,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조금씩 서로를 보듬으면서 말이다.
 
    

  “내 생애 최고의 히트작은 바로 당신이야!”(휴 그랜트)
 “당신은 정말 멋져요~ 꽉 끼는 바지만 빼고 ~”(드류 베리모어)
 

 

 



  이들의 사랑은 시작 단계부터 별다른 약 처방을 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별 다른 에피소드를 굳이 만들어 내지 않아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할의 중심에 드류 베리모어와 휴 그랜트가 있다. 

  그들의 연기는 멋진 앙상블을 이룬다. 토끼 같은 큰 눈으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때론 수다스럽고 때론 귀여운 소피의 모습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역대 드류 베리모어가 자신의 로맨틱 영화중에서 가장 멋진 연기라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휴 그랜트는 또 어떠한가. 

   나이가 들어도 멋진 눈웃음은 여전하고, 소심한 남자를 연기하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세련된 유머는 세월이 들수록 더욱더 섬세해졌다. 그래서 영화는 밝게 뛰어 노는 드류 베리모어와 이를 적절히 조화한 휴 그랜트가 있어 로맨틱 코미디로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들의 사랑도 알콩달콩 하지만 그보다 영화를 보는 쏠쏠한 재미는 다른 데 있다. 바로 80년대 흘러간 음악들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하이틴 스타 가수의 이미지가 엿보이는 캐릭터 코라 콜만도 그렇지만 추억의 스타를 데리고 복싱경기를 시키는 프로그램 혹은 80년대 팝음악의 재현이 흥미를 끈다. 

    특히, 극중에 나오는 뮤직비디오에서 웸과 듀란듀란을 완벽하게 패러디하는 등 우리로 하여금 80년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영화는 뜻밖에 우리에게 80년대의 추억을 건드려 그들의 사랑도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 귀여운 커플이야기 말고도 충분히 음악이 있어 모처럼 극장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미국 개봉 시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그럭저럭 양호하다는 반응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필립스는 "경쾌하고, 달콤하며, 봐줄 만큼의 뻔뻔함도 갖춘 작품"이라고 호감을 나타내었고,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전서의 윌리암 아놀드는 "대단히 위트 있고 지적인 이 로맨틱 코미디는 최근 몇 년 동안 나왔던 발렌타인데이 개봉 할리우드산 로맨틱 코미디들 중 최고."라고 치켜세웠으며, 릴뷰스의 제임스 베랄디넬리는 "로맨틱 코미디 평균작 이상인 것은 확실하다."고 요약했다고 한다.

 

 


  또, USA 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퓨즈는 "이 영화는 무절제하게 상투적인 내용을 남발하는 것을 철저히 배제한 채, 장르의 형식을 따라가는 호소력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리조나 리퍼블릭의 빌 멀러는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완벽한 하모니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법을 주위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들 것."이라고 평했으며, 버라이어티의 토드 맥커시는 "80년대 팝스타 출신의 퇴물 싱어를 연기하는 휴 그랜트를 지켜보는 것은 본능적인 즐거움."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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