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붓으로 읊었노라, 한국시 100년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 100년
현대시 이정표 세우자
취지는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를 기점으로 삼아 한국 현대시사의 이정표를 세우자는 것이다. 문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 시인협회가 후원하는 범문단적 행사다. 화단에서도 한국미술협회, 상형전, 한국현대미술창작협회 회원이 동참했다. 면도 자국이 꺼칠한 중년 사내가 허공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짙은 눈썹 아래 울퉁불퉁한 코가 자리하고 얇은 입술이 고집스럽게 다물려있다. 주먹을 쥐어 거기 얼굴을 기댄 것은 불의에, 생활고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아닐까. 시대의 어두움과 답답함을 고민하고 비판하는 자. 다만, 먹고살기 넉넉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풀리는 일이 없는, '생활에 무능한 지식인'의 모습. 아하, 김수영이구나. "왜 나는 작은 일에만 화를 내는가"라고 한탄하던 지식인 시인. 고암 정병례씨가 돌에 새기고 한지에 찍어낸 작품(큰 사진)은 시뿐만 아니라 시인의 삶과 행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낸다.
시는 '풀'. "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구절이다. 검은 바탕에 희게 파내려간 전각으로, 누런 바탕에 직접 써내려간 추상화 같은 검은 글씨로도 나타난다. 시화전이라면, 명품 시에 붙이는 그림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 2007. 2. 6 / 중앙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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