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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사상 최대 규모의 시화전, 그림과 붓으로 읊었노라.

by 혜강(惠江) 2007. 2. 6.

 

        그림과 붓으로 읊었노라, 한국시 100년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 100년

                  현대시 이정표 세우자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 박영진 서예, 노재순 그림.

 
사상 최대 규모의 시화전이다. 시인 550명의 시에 화가.서예가 380명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7~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1~4전시실에서 열리는 '시가 다시, 희망이다'전이다(02-399-1111). 한국 현대시 100년 기념사업회(회장 신경림)가 주최하고 계간 열린시학사, 계간 시조시학사가 주관한다.

   취지는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를 기점으로 삼아 한국 현대시사의 이정표를 세우자는 것이다. 문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 시인협회가 후원하는 범문단적 행사다. 화단에서도 한국미술협회, 상형전, 한국현대미술창작협회 회원이 동참했다.

   면도 자국이 꺼칠한 중년 사내가 허공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짙은 눈썹 아래 울퉁불퉁한 코가 자리하고 얇은 입술이 고집스럽게 다물려있다. 주먹을 쥐어 거기 얼굴을 기댄 것은 불의에, 생활고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아닐까. 시대의 어두움과 답답함을 고민하고 비판하는 자. 다만, 먹고살기 넉넉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풀리는 일이 없는, '생활에 무능한 지식인'의 모습.

   아하, 김수영이구나. "왜 나는 작은 일에만 화를 내는가"라고 한탄하던 지식인 시인. 고암 정병례씨가 돌에 새기고 한지에 찍어낸 작품(큰 사진)은 시뿐만 아니라 시인의 삶과 행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낸다.

김수영 ‘풀’ / 전각 전병례

  

    시는 '풀'. "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구절이다. 검은 바탕에 희게 파내려간 전각으로, 누런 바탕에 직접 써내려간 추상화 같은 검은 글씨로도 나타난다. 시화전이라면, 명품 시에 붙이는 그림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시화는 또 어떤가. 서예가 박영진씨가 글을 썼고 노재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이 그림을 붙였다. 글은 예스러우면서 엄정한 기품을 느끼게 한다.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 풍경은 시원하면서도 강한 힘을 나타내고 있다.(맨 위 그림).

   '시가 다시, 희망이다'전에 나온 시화 550점 중 100점은 이처럼 시 내용에 맞춰 그림을 새로 그린 것들이다. 전시의 백미에 해당한다.

   나머지 시화들은 따로 따로 출품한 시와 그림을 서로 분위기가 맞는 것으로 골라 각각의 액자에 넣어 연결전시했다. 그림은 상형전의 경우 "시화를 하기 좋은 작품으로 출연해달라"는 공고를 내서 모집했다. 한국미술협회와 한국현대미술창작협회 등도 회원들에게 취지를 알려 그림을 받아왔다.

   글씨는 일도 박영진 한국서예가 협회 회장, 학정 이돈흥 미협 부이사장, 이주형 씨 등 50명 가량의 서예가가 썼다. 서예에 조예가 있는 시인 정진규.이상범.나태주씨 등은 본인이 직접 붓글씨 작품을 보내기도 했다.

   100년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은 신경림 시인은 "사람들의 가슴에 빛과 희망, 따스함을 심어줄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짧은 시 중 대표작 감상회 = 출품된 시는 550편이란 숫자가 말해주듯이 한국 현대시 전체를 아우르는 규모다. 작고 시인 34명의 시는 행사를 주관한 열린시학사의 이지엽 편집주간(경기대 교수)이 골랐다. 한용운.주요한.김소월.이상화.서정주.김수영.유치환 등 큰 자취를 남긴 시인들의 작품이다.

   생존 시인의 작품은 본인이 보내온 것을 대상으로 했다. 계간 '시와시학'에 실린 공고문은 "본인의 짧고 좋은 시(10행 정도)를 우송"하라는 것이다.

   고은.신경림.정희성 등 민족문학 진영, 오세영.이승훈.정진규 등 모더니즘 계열, 황병승.문태준 등 1970년생 소장파에 이르기까지 구분없이 참여하는 열기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이번 전시는 '시인 본인이 꼽는 짧은 시 대표작' 한 편씩을 경향성에 관계없이 폭넓게 감상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화는 전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일반 화랑가격의 절반에 판매한다고 주최 측은 밝히고 있다. 전시작을 모두 담은 750쪽 분량의 시화집도 현장에서 50% 할인된 가격(2만5000원)에 판매한다. 시와시학사는 작품 및 시화집 판매 수익으로 '한국예술상'을 제정, 해마다 시인과 미술가 한 명씩을 시상할 계획이다. -조현욱 기자

 

                                                          -  2007. 2. 6 /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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