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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2

낡은 집 / 최두석 낡은 집 - 최두석 귀향이라는 말을 매우 어설퍼하며* 마당에 들어서니 다리를 저는 오리 한 마리 유난히 허둥대며 두엄자리*로 도망간다. 나의 부모인 농부 내외와 그들의 딸이 사는 슬레이트 흙담집, 겨울 해어름*의 집안엔 아무도 없고 방바닥은 선뜩한 냉돌*이다. 여덟 자 방구석엔 고구마 뒤주가 여전하며 벽에 메주가 매달려 서로 박치기한다. 허리 굽은 어머니는 냇가 빨래터에서 오셔서 콩깍지로 군불을 피우고 동생은 면에 있는 중학교에서 돌아와 반가워한다. 닭똥으로 비료를 만드는 공장에 나가 일당* 서울 광주 간 차비 정도를 버는 아버지는 한참 어두워서야 귀가해 장남의 절을 받고, 가을에 이웃의 텃밭에 나갔다 팔매질* 당한 다리병신 오리를 잡는다. - 시선집 《망초꽃밭》(1991) 수록 ◎시어 풀이 *어설퍼하다.. 2020. 10. 1.
낡은 집 / 이용악 낡은 집 - 이용악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 물려 줄 은동곳* 산호 관자*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 노루 멧돼지 족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 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 아들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 보냈다는 그날 밤 저릎등(燈)*이 시름시름 타들어 가고 소주에 취한 털.. 2020.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