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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2

낙화(落花) / 이형기 낙화(落花)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적막강산》(1963)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순환을 인간의 ‘사랑’과 ‘이별’이라는 삶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꽃이 떨어지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이별의 아픔이 영혼의 성숙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는 시이다. 화자인 ‘나’는 꽃이 지는 현상을 .. 2020. 3. 15.
낙화(落花) / 조지훈 낙화(落花) -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섬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촟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안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마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출전 《청록집》(1946) 주렴 : 구슬 따위를 꿰어 만든 발. 성긴 : 드문드문한 귀촉도 : 두견새. 우련 : 보일 듯 말 듯 은은하게. 저어하노니 : 두려워하니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세상을 피해 은둔하며 살아가는 화자가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삶의 무상감과 비애, 절망감을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밤→새벽→아침’의 시간의 흐름과 ‘외부→내부’의 시선의 이동에 따라 .. 2020.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