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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家庭)2

가정(家庭) / 이상 가정(家庭) - 이상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조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대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보다.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 《카톨릭청년》(1936) 수록 ◎시어 풀이 *제웅 : 짚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든 것(음력 정월 열나흗날 저녁의 액막이나, 무당이 앓는 사람을 위해 죽었다고 거짓 장사를 지내는 데 씀) ▲이해와 감.. 2020. 8. 7.
가정(家庭) / 박목월 가정(家庭) -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시집 《청담(晴曇)》(1964) 문수 : 신발의 크.. 2020.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