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에서 띄우는 영상편지

 

 

제부도에서 띄우는 영상편지

 

 

 

 

 

 

 

 

 

아침에 문을 열어보니

밤새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나뭇가지에 지붕에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였고

길은 녹은 눈으로 질퍽댑니다.

 

 

올해에는 눈이 자주 내리는 편이지만

아직 바닷가 설경은 한번도 찍은 적이 없어 작년 가을에 찾았던

제부도의 풍경을 담고 싶어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제부도를 가는데 가장 어려운 것은

바닷길이 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오늘 같은 날 바닷길이 열리지 않아 들어 갈 수 없다면

속상할 겁니다.

 

확인을 해보니 종일 열려 있는 날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 갯벌 위로 난 길을 달려 제부도 매바위에 도착했습니다.

 

갯벌 가득 덮은 눈도 아름답지만 매바위 주위의 풍경이

정말 그림 같았습니다. 

 

 

 

 

 

 

 

바람이 조금 센 편이라 사진 촬영할 때

몸이 흔들려 혹여 실수할까 두 장씩 찍기도 했습니다.

 

매바위까지 이어진 눈길 왼편은 갯벌이고,

오른편은 바닷물이 찰랑대고 있고,

 

눈이 만들어낸 카페트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 같았습니다.

간혹 구름 사이 햇살이 비쳐

아름다움을 더해주었습니다.

 

 

 

 

 

조금 가까이 가서 본,

눈으로 덮힌 매바위 모습입니다.

 

 눈이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많이 내려

걷기가 힘들었는데 매바위 근처는 눈이 녹아

갯벌이 드러난 곳이 있었습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갈매기를 담았습니다.

 높은 곳에서 보는,

눈이 내린 바닷가의 모습은 어떨까.

아마 땅에서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답겠지요

 

 

 

 

 

 

흰 눈으로 덮인 갯벌 위로

매바위의 모습을 담았는데

정말 아름다운 한 폭 그림입니다.

 

마치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의 모습 같지 않은가요?

 말을 하지 않아도

손을 내밀지 않아도

조금 떨어져 있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을 하는 연인들처럼 말입니다.

 

 

 

 

 

 

 

 

 

 

작은 키에 말뚝은

흰 눈에 반쯤 묻힌 발이 시리지도 않은지

코끝이 찡한 바람이

아프지도 않은지 그냥 저렇게 서있습니다. 

 

 잔잔히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푸른 들판에 서 있는 한그루 나무의 꿈을

 

 

 

 

 

 

 

 

 

 

조금 멀리서 매바위 전체 모습을 담았습니다.

 

겨울, 특히 흰눈이 내린 날 보는

바닷가 작은 바위섬의 모습은

 

다른 계절에 보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마음에 담게 합니다.

 

 

이런 아름다움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눈밭에 놓여진 의자 색상이

흰눈에 더 곱게 보입니다.

 

 

너와 나의 둘이 아닌

 

우리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네 개의 의자입니다.

 

 

이 중 한 곳에 앉기를 권한다면 어느 의자에 앉고 싶으세요?

 

친구에게 의자를 권한다면 어느 의자를 권해주고 싶은가요?

 

 

 

 

 

 

 

 

 

 

 

선착장 일부의 모습입니다.

모래사장을 뒤덮은 눈을 넘어

바다로 이어진 선착장 길

하지만 그 길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굽어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해도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거기 출렁이는 바다가 있듯이 말입니다.

 

 

 

 

 

 

소복 눈에 덮혀 있는 탁자입니다.

차갑다는 느낌보다 솜털같이 포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망가트리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사진만 담고

가만가만 그 곁을 돌아 왔습니다. 

오랫동안 그 모습 그대로이길 바라면서

 

 

 

 

 

개구쟁이 모습 같은

낮은 나무 울타리와 키 작은 가로등

 

그 너머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깊은 바다의 소라며 게 그리고 문어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소란스럽고

 

옆에서 거드는 바람소리는

옷깃을 다시 여미게 만들기도 합니다.

 

 

 

 

 

 

제부도 뒤편에

바다 위로 만들어진 산책로입니다.

 

하얀 눈길로 바뀐 이곳도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들게 하고

이 길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산책로 다리 위의 모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으면
참 좋겠습니다.

아마 행복이 그냥 폴폴 피어날 것 같습니다.

 

근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런 연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행복했었나 봅니다.

마음이 아프도록

 

 

 

 

 

 

산책로 위의 모습입니다.

나무 난간에 쌓인 눈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풍경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며

열심히 마음에 담고 사진으로 담았는데

달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끝이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

길은 그렇게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때론 행복을 나누며 걷던 이 길입니다.

 

  

 

 

 

 

제부도 선착장에서 본 섬의 모습입니다.

구름 사이 잠시 드러난 햇살에 바다가 금빛으로 물들고

 

눈 내린 제부도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바다를 가득 메운 금빛 물결입니다.

백사장 흰눈과 어우러져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저 눈 위를 걸으면 어떤 소리가 들릴까요?

 

 

 

 

 

 

구름 사이로 살며시 드러난 해의 모습입니다.

제부도의 눈 내린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갔습니다.

 

찬 바람과 발목까지 빠지는 눈으로 발이 시리긴 했지만

그냥 행복함으로 잊을 수 있었습니다.

올 겨울에 남길만한 하루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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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부도에서 한 편의 시(詩)를  당신에게 띄워드립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살다가 이유 없이 답답하거든

 

사랑하는 사람끼리
토라진 마음 되돌리고 싶거든

이 곳으로 오십시오.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오직 하나
섬에서 나오는 길도
오직 하나

바다를 가르고 열리는
갯벌 사잇길
시원스레 뚫린 바닷길 따라
출렁이는 가슴 열고
단숨에 달려 오십시오.

 

물살이 잡은 손길 뿌리치고
거센 기세로 달아나지만

열 번 백 번 어김없이
처음인 듯 새롭게 손을 잡듯이

 

갯벌 위에 난 발자국들
서로 팔짱을 끼고 걸어오고
그 발자국은 발자국들끼리
서로 뜨겁게 한 몸 이루다가
자취 없이 녹아 사라지듯이

 

우뚝 솟은 매바위

휘휘 돌아
날개 접고 둥지 튼 바닷새가
뾰족한 주둥이로

한 몸임을 확인하듯이

우린 서로 한 몸인 것을
사랑인 것을

 

사랑하는 이여,
살다가 이유 없이 답답하거든
토라진 마음 되돌리고 싶거든

가슴 활짝 열고
갯벌 사이 바닷길 건너
이 곳 제부도로 오십시오"

 

 

 

- 남상학의 '제부도'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