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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스크랩]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by 혜강(惠江) 2006. 2. 8.
 
▲ 옹달샘 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걸 사랑하라고 또한 다른 이들이 헐뜯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고.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까지도 고귀하게 만든다는 걸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는 사랑이 가까이에 피어난 두 꽃 사이의 거미줄과 같았네. 그러나 이제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후광(後光) -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것을 감싸고 앞으로 있을 모든 것을 에워싼 채 영원히 빛날 후광과도 같다네. ▲ 풀륫을 부는 여인 2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형태와 색채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라고 또한 추해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일 때까지 잘 살펴보라고. 내 영혼이 이렇게 충고하기 전에는 아름다움을 연기기둥 사이에서 흔들리는 횃불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연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불타고 있는 모습만을 볼 뿐이라네. ▲ 보금자리 3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혀끝도 목청도 아닌 곳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그 날 이전에는 나의 귀가 둔하여 크고 우렁찬 소리밖에는 듣지 못했네. 그러나 이제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으니 시간과 우주를 찬송하며 영원의 비밀을 드러내는 침묵의 합창을 듣는다네. ▲ 동경 4 내 영혼이 나에게 말했네 잔에 따를 수도 없고 손에 들 수도 입술로 느낄 수도 없는 포도주로 나의 갈증을 풀라고. 그 날까지 나의 갈증은 샘에서 솟아난 한 모금으로도 쉬이 꺼지는 잿불 속의 희미한 불씨였네. 허나 이제 나의 강한 동경(憧憬)은 하나의 잔이 되었고 사랑이 나의 포도주로 그리고 외로움은 나의 즐거움으로 변하였다네. ▲ 월식 5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보라고. 우리가 매달려 온 것은 우리가 갈망하는 것들이었음을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 나는, 겨울에는 따스함으로 여름에는 서늘한 미풍으로 만족했으나 이제 내 손가락들이 안개처럼 되어 붙잡았던 모든 것들을 떨어뜨려 보이지 않는 나의 갈망들을 뒤섞어버리려 하네. ▲ 분노 6 내 영혼이 나를 초대했네 뿌리도 줄기도 꽃도 없는 보이지 않는 나무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예전에 나는 정원에서 향기를 찾았었고 향긋한 풀잎이 담긴 항아리와 향기로운 그릇에서 그걸 찾았었네. 그러나 이제 타버리지 않는 향기만을 느낄 수 있네. 지구의 모든 정원과 우주의 모든 바람보다도 더욱 향기로운 공기를 숨쉬고 있네. ▲ 까치가 본 환상 7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미지의 것이 나를 부를 때 "나는 따르겠다." 대답하라고. 지금까지는 시장에서 외치는 목소리에만 대답해왔고 잘 닦여진 길로만 다녔었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깨달음을 한 마리 말로 삼아 미지의 것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또한 길은 그 험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놓인 사닥다리가 되었다네. ▲ 까치가 본 풍경 8 내 영혼이 나에게 시간을 헤아리라고 훈계했네 "어제가 있었고, 또 내일이 있을 것이다. 말하면서 그 때까지 나는 과거란 단지 잃어버린 채 잊혀질 시대라고 생각했었고 미래란 내가 얻을 수 없는 시대라고 여겨왔었네. 이제는 이것을 배웠다네. 덧없는 현실 속에서도 모든 시간이란 시간 속에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언젠가는 얻어지는 것이며 마침내는 실현되리라는 것을. ▲ 하늘에서 9 내 영혼이 나에게 말하였네 "여기에, 저기에, 또 너머에."라는 단어들에 의해 나의 자리가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나는 언덕 위에 서 있었고 다른 모든 언덕들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서 있는 언덕이 실로 모든 언덕이기도 하다는 것과 내려가는 이 골짜기도 모든 골짜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네. ▲ 자유 10 내 영혼이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자고 있을 때 깨어서 보고 그들이 깨어 있을 때 베개를 찾아 나서라고. 내 생애 동안 나는 그들의 꿈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들 역시 내게 그러했었네 그러나 이제, 낮에는 내 꿈 속을 날아다니고 사람들이 자는 밤에는 그들이 자유로움을 보며 그들의 자유를 함께 누리게 되었네. ▲ 설경 1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지나친 칭찬에 우쭐해 하지도 말고 비난받았다고 괴로워하지도 말라고. 예전에는 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의심했었지만 이제 이것을 배웠다네. 나무는 칭찬이나 두려움, 부끄러움이 없이도 봄이면 꽃 피고 여름에 열매 맺고 가을에는 잎을 떨구고 겨울에는 홀로 앙상해진다는 것을. ▲ 달동네 12 내 영혼이 아네에 자신있게 말해 주었네 내가 난장이보다 크지도 않고 거인보다 작지도 않다는 것을. 그전에는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어 생각했지. 비웃거나 불쌍히 여겨야 할 약한 사람들과 복종하거나 아니면 저항해야 할 힘센 사람들. 그러나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같은 흙으로 지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네. 나를 이루는 요소가 그들의 요소이기도 하며 나의 내적 자아가 그들의 자아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의 갈등은 그들의 갈등이기도 하며 그들의 순례길이 나 자신의 것이기도 하네. 그들이 관습에서 벗어났다면 나 역시 벗어난 살마이요 선한 일을 한다면 나도 그 선행에 동참한 것이네. 그들이 일어서면 나도 함께 일어서고 뒤로 물러나 있으면 나 역시 그들과 함계 하리라. ▲ 무아 13 내 영혼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내가 지닌 빛이 나의 빛이 아니며 나의 노래가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내가 빛과 함께 다닐지라도 나 자신 빛이 될 수 없고 줄이 달린 악기는 될 수 있어도 나 자신 그 악기를 켜는 사람은 아니라네. ▲ 허수아비 14 내 영혼이 나와 내 형제를 깨우쳐 주었네. 때로는 당신의 영혼이 당신을 깨우쳐 줄 것이네. 당신이 나와 같듯이 우리들 사이에 다른 것은 없네. 내가 침묵의 언어로 내 안의 것을 말할 때를 제외하고는 당신이 당신 안에 있는 것을 스스로 지켜보며 경계하는 것이 나의 수많은 말보다 더 좋다네. ▲ 하느님 앞에서 그림/김준용 글/칼릴 지브란

 
출처 : 블로그 > 오늘이 마지막이듯 | 글쓴이 : 표주박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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