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긴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 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봄날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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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오늘은 주일입니다. 9월 들어 처음 맞이하는 것이지요. 아침저녁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연탄 한 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놀고 걸어갈 그 길"을 위하여 쓰
여지는 그런 마음 있다면 세상은 더욱 환해지겠지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200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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